2014년 KBO리그에 데뷔한 강한울은 타석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2015년 9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5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타율을 0.272까지 끌어올렸지만, 출루율이 0.307로 낮았다.
2016년 12월 최형우의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땐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거포 최형우와 스타일이 180도 달랐다. 당시 1군 통산 838타석 동안 홈런이 전무했다. 흔히 말하는 '똑딱이'였다. 'KIA가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잘 묶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만큼 강한울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삼성 이적 후 두 시즌을 뛴 강한울은 2019년 1월 상무야구단(상무)에서 군복무를 시작했다. 그해 82경기에서 타율 0.395(228타수 90안타)로 퓨처스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타고투저' 기조가 강한 퓨처스리그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4할에 육박한 타율은 대단한 성과였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 조절을 통해 몸을 탄탄하게 만드니 타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경기를 계속 뛰며 경험까지 쌓았다.
삼성 복귀 후 배트가 매섭게 돌아간다. 지난 8월 27일 전역한 강한울은 9월 10일 1군에 등록됐다. 첫 23경기에서 타율 0.365(63타수 23안타)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이 0.375, 출루율이 0.446이다. 모두 커리어 하이다. 허삼영 감독은 유격수와 3루수로 기용하며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5일 잠실 두산전에선 유희관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까지 때려냈다. 1군 데뷔 후 무려 1545타석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봐 종전 오재원(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이 부문 기록인 1040타석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통산 장타율이 0.316이었는데 올 시즌에는 0.429로 1할 이상 높다.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영수 삼성 타격코치는 "타격할 때 상체가 끌려나갔는데 지금은 제자리에서 허리 회전을 이용한 타격을 한다. 무게 중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타격하다 보니 이전보다 강한 타구가 나오고 있다"며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조정한 것도 좋은 타구가 나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대 전에는 타격할 때 자세가 쉽게 무너졌다. 3루수 방향으로 땅볼을 친 뒤 빠른 발을 이용해 1루에서 세이프를 받아는 데 급급했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이전에는 달려가면서 툭툭대는 유형이었는데 지금은 라인드라이브로 공을 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변화를 느끼는 건 선수 본인이다. 강한울은 "(상무에 있던) 2년 동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전에는 타구를 2루와 3루 사이로 보내면서 빠른 발을 이용해 출루를 우선시했다. 지금은 홈런이 아니더라도 강한 타구를 생산하고 싶다"며 "강한 타구는 땅볼이어도 내야를 뚫고 안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