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리그2 평점 '11위' 심판이 K리그1 '승격'
일간스포츠

입력 2020.10.27 06:00

최용재 기자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1회의 A는 규정 위반, 2회의 C는 채용 관련 의혹이었다. 3회의 D는 심판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승강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의 프로축구는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로 나뉜다. 2020시즌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한 부심 C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논란 속에는 심판 승강 제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2 11위가 2위로 K리그1 승격
 
2019시즌 K리그2 소속 심판 D는 평점에서 전체 11위를 기록했다. K리그2 부심은 총 13명. D는 뒤에서 3등이었다. 그런데 D는 2020시즌 K리그1으로 승격됐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8년까지 프로축구 심판의 승강은 축구연맹의 방식으로 결정됐다. 오직 소속 리그의 평점으로만 순위를 매겨 승격과 강등을 정했다. 2019년부터 축구협회의 방식이 적용됐다. '상위리그 출전 가산점 제도'다.
 
2019년 12월 축구협회가 작성한 심판 승강 기준을 보면 '리그별로 주, 부심 각 최소 2명씩으로 하되, 심판위원회에서 인원을 확정한다'며 평가 점수 산정 방식은 '소속 리그 연간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출전 가산점'이라고 나와 있다. K리그1 심판의 공백이 생길 때 K리그2 심판이 대신 뛸 수 있다. 상위리그, 그러니까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논리다.
 
가산점을 적용하자 K리그2 평점에서 11위였던 D의 고과는 2위까지 뛰어올랐다. 가산점 기준도 있다. '상위 리그 경기 가산점은 2019년의 경우 5~10경기는 0.02점, 11~15경기는 0.04점, 16경기 이상은 0.06점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D는 2019년 K리그2 소속으로 K리그1 13경기를 뛰었다.  
 
11위가 2위로 점프한 것에 대해 축구협회는 "D는 2019년 K리그2 평점만 보면 13위 중 11위가 맞다. 그러나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K리그2 심판 평가 방식은 K리그1과 K리그2를 분리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K리그1과 K리그2를 합친 점수로 계산한다. 그 순위에서 2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 승강을 정하는 것은 축구연맹이 채점한 평점을 기준으로 축구협회가 정하는 것이다. 평점은 축구연맹이, 가산점은 축구협회가 준 것이라 해석하면 된다. 2019년의 경우 12월 축구협회가 승강 기준을 정한 뒤 평가점수를 축구연맹으로부터 전달받아 심판위원회에서 승강 명단을 확정했다. K리그 심판의 상위 리그 가산점 제도는 2019년 K리그 심판을 정할 때 처음 도입했으며 2020년 두 번째로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D의 K리그2 평점과 K리그1 가산점, 그리고 합산 점수를 보여달라 축구협회에 요청했지만 "점수 공개는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협회는 승강 방식을 알리지 않았다
 
심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축구협회가 새롭게 적용한 가산점 제도를 심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승강은 프로 심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다. 최상위 리그에서 뛰면 명예가 따라오고, 수당도 두 배다. 그러나 심판들은 승강 방식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입시 요강 없이 입시를 치르는 셈이었다.
 
대부분 심판은 'K리그1에서 평점이 가장 낮은 두 사람이 K리그2로 강등', 'K리그2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두 사람이 K리그1으로 승격'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 축구연맹이 했던 방식이다.  
 
취재 결과, 축구협회는 K리그 심판들에게 승강 방식을 공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가산점 제도에 대해 심판들에게 보낸 공지(문서 혹은 문자)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하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대해서는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맞춰 심판들이 유리한 배정을 부탁하는 등의 부정을 없애고자 시즌 끝날 무렵 승강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있지도 않은 부정을 막느라, 마땅히 알려야 할 평가 기준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K리그1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주는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심판 관계자는 "사실 K리그1과 K리그2의 판정 난이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K리그2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K리그2 판정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심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K리그1에서 뛰면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이게 가산점이 돼서는 안 된다. 가산점이 주관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에서는 수당이 두 배다. 그걸로 보상되는 거다. 승강은 공평하게 소속 리그 평점만 가지고 해야 한다. 깔끔하게 점수가 나오니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가산점 제도는 심판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의심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빠 찬스' 의혹까지

 
D가 K리그1으로 승격하자 심판계에서는 '아빠 찬스'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D의 아버지인 E가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오해할 만한 환경을 만든 건 축구협회다. 일부 심판들이 이 사건을 '혈연'의 시각으로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D는 원창호 심판위원장과 '지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E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빠 찬스'라니 당황스럽다. D는 아들이 아니라 심판으로서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볼 것이다. 나는 떳떳하다. 평점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아들과 심판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아들 경기장에도 가지 않는다.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깨끗하다"고 호소했다.
 
원창호 위원장 역시 "승강 점수는 내가 주는 게 아니다. 개입한 것도 아니다. 점수에 의해, 순서에 입각해서 했다. 일부 사람들이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역사상 (심판 운영이) 이렇게 공정한 적은 없었다. D가 나와 같은 지역이니까 해줬다고? 일부 사람들이 왜곡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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