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섬은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주중 3연전 2차전에서 5번 타자·좌익수로 출전, 올 시즌 첫 결승타를 생산했다. 2-2였던 7회 말 2사 2·3루에서 KT 셋업맨 주권의 시속 131㎞ 체인지업을 받아쳐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SSG는 불펜진이 실점 없이 8·9회 수비를 막아내며 4-2로 승리했다. 2연패를 끊어냈다.
한유섬은 이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7일 열린 KT전 1차전에서도 4타수 3안타(1홈런)·4타점을 올렸다. 8회 말 1사 1·2루에서는 시즌 두 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KT 좌완 불펜 투수 하준호의 강속구(시속 149㎞)를 당겨쳤다. 2경기 연속 3출루
지난주까지 매우 부진했다. 19경기에서 타율 0.217·1홈런·2타점·6득점에 그쳤다. 득점권 14타석에서 기록한 안타는 1개뿐이었다. 그사이 삼진은 16개나 당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한유섬의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타석에 서고 있기 때문에 곧 좋아질 것"이라며 믿음을 보냈다. 한유섬은 주중 3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며,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한유섬은 "풀스윙 대비 60~70% 힘으로 스윙하려고 노력한다. 파워는 내 강점이지만, 힘만으로는 타구가 더 잘나가는 게 아니더라. 가볍게 치려고 한다"라고 기술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팀 선배 추신수(39)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한유섬은 "(추)신수 형도 만족스러운 기록(28일 현재 타율 0.211)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기운이 다소 침체된다. 그런데 신수 형은 누구보다 경기장에 먼저 나와서 훈련을 시작한다. 그런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 배우는 게 많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뛸 때도 '새벽 출근'으로 유명했다.
추신수는 개막 20경기에서 도루 6개를 기록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 베테랑이지만 적극적인 주루로 득점 기회를 만들고 있다. 한유섬은 "내가 주력이 좋지 않다. 평범한 타구를 날려도 최선을 다해 뛰는 신수 형의 자세가 귀감이 된다. 나도 전력으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한유섬은 멘털 관리를 위해 독서도 시작했다. 소속팀 후배 포수 이현석이 지난 25일 2군으로 내려가기 전 그에게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한유섬은 "멘털에 관한 책이다. 솔직히 오래 읽으면 졸리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읽으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어 "막연하게 '멘털이 중요하다'고 아는 것보다 멘털도 트레이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SG 최다 타점(15개)을 기록 중이었던 주전 2루수 최주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난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유섬이 최주환 대신 5번 타자 자리를 메우고 있다.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한유섬의 2021시즌이 비로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