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건 다 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 ‘헌트’ 이야기다.
다음 달 10일 개봉을 앞둔 ‘헌트’는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정재가 직접 주연을 맡아 오랜 동료인 정우성과 밀도 있는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1983년 해외 순방을 하던 대한민국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했던 걸 시작으로 인물들이 조직 내에 있을 스파이를 찾는 데 몰두한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알 법한 그 사건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액션은 크게 군더더기가 없다. 한국은 물론 미국 워싱턴, 일본 도쿄, 태국 방콕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데다 한국 액션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총기 액션이 나오니 액션 키드들은 환호할 만하다.
여기에 영화는 곳곳에 ‘누가 진짜 스파이인가’에 대한 암시를 남기며 관객들이 추리하는 재미에 빠지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단서, 궁금증이 남는 지점을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의도적으로 반전을 주려고 했던 느낌이 아쉽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때로는 납득이 되지 않아 일단 무조건 서로 마피아로 지목하고 보는 ‘마피아 게임’의 영화판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데, 이야기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것보다 여기에 집중했다면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덜했을 수 있다. 관련 사건에 대해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대중이 많기에 그런 모호함까지 영화 안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다소 전형적인 액션 시퀀스, 헐거운 개연성 등이 아쉽지만, 이정재는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헌트’를 통해 입증했다. 감독 이정재의 차기작은 무엇이 될지 기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