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강속구 시대의 역설..스피드만으로는 못 이긴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8.01 09:48 수정 2022.08.01 10:39

차승윤 기자

조요한·고우석 등 160㎞ 육박
'가벼운 강속구' 비판도 일어
타자는 스피드에 충분히 적응
변화구 없으면 경쟁력 떨어져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연장 10회 말 2사 고우석이 전병우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후 땀을 닦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연장 10회 말 2사 고우석이 전병우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후 땀을 닦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BO리그에서 시속 160㎞는 '꿈의 구속'이 더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유입된 강속구 유망주들 덕분이다.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과 고우석(24·LG 트윈스)은 KBO리그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후 입단한 조요한(22·SSG 랜더스) 장재영(20·키움) 문동주(19·한화 이글스) 등도 시속 155㎞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안우진은 선발로 풀 시즌을 소화하면서도 최고 시속 159㎞의 속구를 던지고 있고, 조요한은 비공인 기록으로 시속 160㎞를 찍었다.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이 지난달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장충고와 16강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이 지난달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장충고와 16강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끝이 아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심준석(덕수고)은 이번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최고 시속 157㎞, 김서현(서울고)은 최고 시속 156㎞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구에도 '강속구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들 직구에 대한 평가는 팬들의 기대와는 약간 다르다. 구속은 인정받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함께 따라온다. 고교 리그 때부터 이들은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프로 입단 후에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공이 이른바 '돌직구'가 아니라 가벼워 보인다는 의구심이 팬들 사이에서 나온 이유다. 고우석 역시 임팩트 있는 피홈런을 수차례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블론 세이브만 7번을 기록했다. 피홈런 3개는 시속 152㎞·154㎞·155㎞의 강속구를 던지다 맞았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2루 신성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장재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2루 신성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장재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가벼운 강속구'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갈린다. 선수 육성 전문가로 꼽히는 최원호 한화 퓨처스(2군)팀 감독은 공의 움직임(무브먼트)이 구위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최 감독은 "'공이 가볍다’는 평가는 수치로 정형화할 수 없다. 선수 입장에서 직접 그 공을 쳐보거나 받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속이 빠르면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타자가 준비하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불리할 뿐이다.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며 “결국 공 끝의 무브먼트에서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설도 있다. KBO리그 A구단의 전력분석원은 "시속 150㎞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그만큼 고교 야구에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속 155㎞를 던지는 투수들도 있지만, 숫자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바라봤다. B구단 전력분석원은 “시속 150㎞든, 시속 160㎞든 직구만 던지면 타자에게 익숙해지는 게 순리다. 강속구가 공략당하는 건 직구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무브먼트나 회전이 문제인 경우는 드물다"고 답했다.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5월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슈퍼루키 문동주가 8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5월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슈퍼루키 문동주가 8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투구 폼에서 오는 효과라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리그(MLB) C구단의 한 국내 스카우트는 “고교야구 경기를 실제 관찰해보면 '직구가 가벼운' 투수들이 실제로 있다. 다만 분석원들 말처럼 스핀 데이터(회전수)가 차이가 커서 그런 건 아니다"라며 "직구가 투심 패스트볼이나 커터(컷패스트볼) 성격을 띨 때가 있다. 그러면 회전 효율이 낮아져 타자의 시각에서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흔하진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익스텐션(투수의 보폭)이 짧거나 팔 동작에서 디셉션이 약한 경우가 있다. 그러면 타자가 투구를 오래 볼 수 있어 공이 가볍다고 느끼기도 한다. 문동주는 스트라이드가 짧아 익스텐션도 짧다. 투구 과정에서 타자에게 잘 보여 공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시내티 레즈 투수 헌터 그린. AP=연합뉴스

신시내티 레즈 투수 헌터 그린. AP=연합뉴스

 
MLB의 헌터 그린(신시내티 레즈)도 유사한 사례다. 올 시즌 데뷔한 그린은 선발 투수로 평균 시속 98.7마일(158.8㎞·31일 기준)을 던진다. 이 중 100마일(160.9㎞) 이상 투구가 25.3%(232구)에 달하지만, 직구 피장타율 0.622, 시즌 평균자책점 5.59나 된다. 미국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린은 뻔한 팔 동작, 직구 각도, 폼으로 던진다. 타자가 예상한 대로다. 익숙한 각도로 날아오니 방망이의 스위트 스폿에 맞는 경우가 잦다"며 "MLB 타자들은 97마일에서 99마일 사이 공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분석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직구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다. 직구의 위력을 살릴 길은 변화구와 조합, 즉 '피치 디자인'에 있다. 최원호 감독은 "무브먼트가 없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도 있다. 대신 피치 디자인을 개선하고, 새로운 구종을 통해 무브먼트를 가미하는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