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은 후반기 첫 14경기에서 타율 0.455(55타수 25안타)를 기록했다. 10일 기준 조용호(KT 위즈·0.415)와 박민우(NC·0.404)에 앞선 KBO리그 후반기 타격 1위. 장타율(0.655)과 출루율(0.492)을 합한 OPS가 1.147에 이를 정도로 후반기 타격감이 뜨겁다. 전반기 9개(208타석)밖에 없던 2루타를 후반기 11개(59타석)나 때려냈다.
노진혁의 전반기는 초라했다. 타격 슬럼프에 고질적인 허리 부상까지 겹쳐 55경기 타율이 0.243(181타수 44안타)에 머물렀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46명의 타자 중 40위권. 장타율(0.376)과 출루율(0.332)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 4월에는 월간 타율 0.206(68타수 14안타)에 그쳤다. 선수단 주장으로 어깨가 무거웠지만, 팀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부진에 빠진 NC는 전반기를 9위(32승 2무 49패·승률 0.395)로 마쳤다. 4할 승률이 무너지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9.5경기까지 벌어졌다.
강인권 NC 감독 대행은 전반기가 끝난 뒤 주장을 양의지로 바꿨다. 구단은 "노진혁이 팀과 개인 성적에 대한 마음의 짐을 가진 것 같아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면담했다"며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을 위해서라도 짐을 내려놓고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주장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노진혁은 주장 타이틀을 내려놓은 뒤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개인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 시즌 타율을 어느새 0.292(232타수 67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몰아치기 능력이 되살아난 현재 페이스를 고려하면 3할 타율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노진혁은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만큼 준척급 FA로 분류된다. 시즌 초반 성적이라면 큰 계약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후반기 반등으로 시장 가치가 상승했다는 평가다. 한 복수의 다른 구단 관계자는 "NC에는 (양의지·박민우를 비롯해) 예비 FA 자원이 많다. 5강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외야수 이명기를 비롯한 몇몇 중복 포지션 자원을 트레이드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진혁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움직이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에서 개인 성적이 올라가는 게 팀에 무조건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자칫 (팀 성적과 별개로) '뒷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FA 계약을 따내기 위한) 스탯 관리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팀 성적도 반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9위를 오가는 NC는 5위 KIA와 승차가 6경기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후반기 시작부터 전력을 쏟으며 전반기를 마쳤을 때보다 격차를 좁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노진혁의 개인 기록을 두고 "더 빠른 타이밍에 반등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의 성적 향상이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선 팀 성적도 함께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