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리포트]'46%→16%'...대졸 선수 외면 받는 신인 드래프트
일간스포츠

입력 2022.08.25 14:29 수정 2022.08.25 14:36

차승윤 기자
지난해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지난해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지명 회의(신인 드래프트)는 한국인이 KBO리그 선수로 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고교 및 대학 졸업자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 지명 자격을 갖춘다. 각 구단은 고심 끝에 최적의 선수를 지명한다.
 
과거 KBO를 주름잡았던 스타 선수 대부분은 대학교를 마치고 입단한 이들이었다. 최근 KBO 40주년을 기념하여 선정된 레전드 톱4 선수 중 이승엽을 제외한 선동열, 최동원, 이종범은 대학을 졸업한 선수였다. 2022년 1월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포지션별 올스타 선수 총 15명 중 10명도 대학을 졸업했다. 남은 5명 중 1명도 대학 중퇴자였다.
 
최근 10년 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와 고졸 선수 지명 비율 변화.

최근 10년 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와 고졸 선수 지명 비율 변화.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대졸 선수가 희귀하다. 2012년만 해도 지명된 선수 94명 중 43명이 대학을 마친 후 입단했다. 이후 10년간 대졸자의 비율은 점점 감소해 작년에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자 110명 중 18명만이 대학을 마쳤다(2년제 포함). 10년 사이 드래프트에서 대졸자의 비율은 46%에서 16%로 30%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최근 프로야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각 팀에서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 선수 대부분도 대학을 거치지 않았다. 한순간에 팀의 주축이 대졸 선수에서 고졸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문제가 가장 크다. 모든 운동선수에게 나이는 가치를 결정하는 중대한 변수이다. 대학 졸업 후 입단한 선수는 고졸 선수보다 최대 4년 늦게 프로야구 활동을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높아졌다. 더 이상 신인 선수가 입단 직후 뛰어난 활약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각 구단이 자체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2군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때 상대적으로 부실한 육성환경에서 4년을 더 보내는 대졸 선수들은 더욱 외면받는다.
 
나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군 문제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병역 혜택의 기회가 존재했다. 지금은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병역을 해결할 수 없다. 올림픽에선 개최지에 따라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WBC는 2008년 병역 혜택 요건에서 제외되었고, 아시안게임조차 여러 논란 속에서 저년차의 선수들에게만 승선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병역을 이행하면서 야구공을 계속 잡을 수 있었던 경찰야구단 또한 2019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지금은 상무 야구단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 과거에는 대졸자라도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면 다양한 병역 혜택의 기회를 누렸으나, 그 길조차 대부분 사라졌다. 군 문제 앞에서 대졸 선수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등록 일수 문제도 있다. 2009년 11월 KBO는 대졸자의 등록 일수 기준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기한을 8시즌으로 설정하면서 9시즌인 고졸 선수와 차등을 두었다. 이는 대졸자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구단의 대졸자 기피 현상을 가속했다.
 
신인 지명을 통해 구단은 선수에 대해 특정 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대졸 선수의 FA 자격 취득 기한이 축소되면서 구단이 우수한 대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기한이 9시즌에서 8시즌으로 줄었다. 2022시즌 이후 FA 자격 취득 기한이 또다시 한 시즌 단축되면서, 이제 대졸자 선수의 FA 자격 취득 기한은 7시즌에 불과하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주승우가 지난 3월 9일 청백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주승우는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유일하게 지명된 대졸 선수다. 고척=정시종 기자

키움 히어로즈 투수 주승우가 지난 3월 9일 청백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주승우는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유일하게 지명된 대졸 선수다. 고척=정시종 기자

 
여러 이유가 겹치며 대졸 선수와 고졸 선수의 기량 차이는 이미 확연하게 벌어졌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01~2012 신인 드래프트 당시 지명된 선수들의 최종 학력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평균은 고졸 선수가 3.67로 나타났지만 대졸 선수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1.51(FA 이후의 성적 제외)로 나타났다. 대졸 선수의 성적 기댓값이 고졸 선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며 신인 드래프트의 대졸 선수 비율은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KBO도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우선 2019 신인 드래프트부터 각 구단은 대졸 선수를 최소 1명 이상 지명해야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이듬해 1차 지명권을 박탈한다. 그런데도 2021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대졸 선수 비율은 역대 최저치였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KBO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대졸 선수를 배려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 국내 다른 프로 스포츠가 운영하는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한 것이다. 오는 9월 15일 개최되는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학교 2학년 선수들도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학 2학년 선수가 지명받기 위해서는 2년제 대학의 야구부 소속이 유일한 답이었다.
 
이제는 4년제 대학 소속도 2년 차부터 지명 자격을 갖추고 더 젊은 나이에 프로 무대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KBO의 대책은 드래프트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민경훈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통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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