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잘 나가던 ‘수리남’이 펀치 한 방을 맞았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수리남 정부가 수리남이 작품 내에서 마약국으로 묘사된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 급기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런데 ‘수리남’의 제작사와 넷플릭스는 아직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수리남’ 논란의 시작은 지난 14일이었다. 수리남의 알버트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 장관이 “수리남은 오랫동안 마약 운송 국가라는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이제 더는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인해 수리남이 다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9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수리남’은 2011년 체포된 한국인 마약상 조 씨와 그를 체포하기 위해 활약한 민간인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극의 배경인 수리남은 마약 유통이 행해지는 국가로 그려졌다. 주 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수리남 업무 겸임)은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들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안전공지를 안내했다.
하지만 알버트람딘 장관의 반감과 달리 현지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장관의 발언을 다룬 현지 매체 보도에는 “전 세계가 수리남의 현실을 알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15일 SBS와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교민은 거의 없었다”면서 “수리남 국민들은 한인 식당을 찾는 등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 논란에 대해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노코멘트 하겠다. 넷플릭스에 문의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또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아직 수리남 정부의 공식적인 항의가 들어오진 않았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감독이 답변을 넘긴 넷플릭스는 논란이 불거진 후부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수리남 정부의 항의는 ‘수리남’이 제작되기 전부터 불거졌다. 수리남 정부는 그 당시 외교부에 제목을 바꿔 달라 요청했다. 이에 넷플릭스에 해당 내용이 전달돼 한국 제목은 ‘수리남’으로 하되 영문 제목은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로 합의점을 찾았다.
사실 마약왕의 실화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앞서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을 배경으로 제작된 시리즈 ‘나르코스’를 내놓은 바 있다. ‘수리남’의 악역인 전요환(황정민 분)의 거래 대상이 ‘나르코스’에도 등장했던 칼리 카르텔이라는 접점도 있다. 콜롬비아 입장에서는 ‘나르코스’부터 ‘수리남’까지 연이어 ‘마약 국가’로 등장한 셈이 된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 휴전 상황으로 인해 종종 해외 작품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미국이나 미국인에 대한 이미지 역시 다른 많은 작품에서 희화화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프랑스인들은 텃세가 심하고 타 문화권 사람들에게 불친절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포인트는 그와 같은 묘사가 실제에 기반을 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만들기식이냐에 달려 있다. ‘수리남’은 수리남의 명예를 훼손시키기 위해 그곳을 배경으로 마약상의 이야기를 전개한 게 아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고, 주인공 마약상 역시 한국인이다. 촬영은 수리남이 아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진행됐다.
마약상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던 ‘수리남’이 국가 이미지 훼손을 주장하고 있는 수리남 정부로 인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번 일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넷플릭스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넷플릭스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