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지난 8월 가공할만한 화력을 자랑했다. 19경기에서 타율 0.403(65타수 27안타)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761)과 출루율(0.488)을 합한 OPS는 1.249에 이른다. 월간 타율·OPS 1위, 홈런 공동 1위, 타점 공동 2위에 올랐다. 그 결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즌 베스트 월간 MVP' 8월 팬 투표에서 3132표를 얻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투수 고우석(LG 트윈스·1285표)과 김재윤(KT 위즈·484표) 그리고 내야수 최정(SSG 랜더스·961표)을 제치고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경쟁자의 면면은 화려했다. 고우석과 김재윤은 8월 한 달 동안 각각 6세이브와 5세이브를 챙겼다. 특히 고우석은 9경기 등판해 9이닝 동안 15탈삼진 무실점, 월간 평균자책점이 '0'이었다. 최정은 월간 홈런 공동 1위, 타점 단독 1위에 오른 강타자. 하지만 팬심이 쏠린 건 양의지였다. 그는 "시즌 초반 성적이 너무 안 좋았는데 8월은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한 달이었던 거 같다"며 "타점을 많이 올려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게 좋다. 지명타자보다 포수로 많이 출전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의지의 올 시즌 키워드는 '반등'이다.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돼 타격 컨디션이 곤두박질쳤다. 개막 일주일 뒤 1군 엔트리에 지각 등록됐지만 '공격형 포수' 양의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시즌 첫 7경기 타율이 0.037(27타수 1안타)에 그쳤다. 4월 월간 타율도 0.150(60타수 9안타)에 머물렀다. 그는 "캠프 때 준비했던 게 물거품이 됐던 거 같다. 코로나 탓인지 경기장에 나갈 때 무기력했다. 몸을 이겨내지 못하니까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후반기 들어서면서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링거도 많이 맞았다. (주전으로 올라선 뒤)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 한 게 처음 아닌가 싶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 안 된 거 같다. 팀원이나 코칭스태프에 미안했다"고 전했다.
양의지의 타격감은 후반기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주장을 맡은 직후였다. 강인권 NC 감독 대행은 주장 노진혁이 부진하자 후반기 시작부터 양의지로 주장을 바꿨다. 양의지는 2020년과 2021년 주장으로 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그는 "주장으로 돌아가니 책임감이 더 생겼다. 진혁이가 옆에서 힘들어했는데 진혁이의 짐을 덜어주고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하니까 잘 풀렸다"며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주장 배지를 다니까 편한 것 같다"며 웃었다.
NC에서 양의지의 비중은 크다. 불펜에 신인급 선수가 대거 합류하면서 그의 리드가 더 중요해졌다. 양의지는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20대 초반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간다"며 "베테랑으로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도 많이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걸 보면 (기량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다. 좋은 쪽으로 얘길 많이 한다"고 했다.
양의지는 시즌 뒤 개인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올겨울에는 박세혁(두산 베어스) 유강남(LG) 박동원(KIA 타이거즈)을 비롯해 FA 시장에 유독 포수가 많이 풀린다. 양의지는 4년 전 두산에서 NC로 이적하며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기간 내내 꾸준하게 활약했고 현재 전 포지션 통틀어 'FA 최대어'라는 평가를 다시 듣고 있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에는 힘들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성적이) 반등하고 나서는 솔직히 살짝 기대가 커졌다. 나뿐만 아니라 후배 포수들도 좋은 대우를 받고 FA 계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강)민호 형이 포수 (FA 계약) 금액의 개척자이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후배들이 그 덕을 보고 있다. (이젠) 내가 계약을 잘해서 (그 영향으로) 후배들이 좋은 계약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2013년 11월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총액 75억원에 계약했다. 2017년 11월에는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80억원을 받았다. 지난겨울에는 4년 최대 36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 잔류했다. 강민호는 세 번의 FA 계약으로 최대 191억원을 챙겼다.
양의지는 시즌 뒤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단상에 오를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포수로 6번, 지명타자로 1번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는 "저 자리(골든글러브 시상대)에 한 번 서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7번 받았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이런 사람'이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는 거여서 더 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