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2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키움 이용규가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규(37·키움 히어로즈)는 자타공인 '콘택트 장인'이다. 높은 정확도를 앞세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그의 활약에 빗댄 '용규 놀이'는 이제 KBO리그의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다. 이른 볼카운트에선 배트를 적극적으로 휘두르기보다 신중하게 공을 골라내 투수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용규의 타격 스타일이 가을야구에선 180도 달라졌다.
이용규는 지난 25일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에서 5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투구 수 10개를 기록했다. 유격수 땅볼(6구)로 아웃된 5회 초를 제외한 나머지 4타석 모두 초구 공략이었다. 1회 초 초구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2-0으로 앞선 2회 초 2사 2·3루에선 다시 한번 초구 적시타로 1루를 밟았다. LG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의 허를 찔렀다.
이용규는 "뒤에 좋은 타자(이정후)가 있으니까 출루를 못 하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승부를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맞게 타격하려고 시즌 때와 다르게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함없다"며 "적극적으로 치면서 공을 보겠다. 무의미하게 공을 보는 건 없을 거 같다"고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을 선언했다.
타격 스타일을 바꾼 건 단기전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의 포스트시즌(PS) 라인업은 경기마다 큰 변화가 없다. 1번 김준완-2번 이용규-3번 이정후-4번 김혜성-5번 야시엘 푸이그는 고정에 가깝다. 리그 타격왕 2연패를 달성한 이정후 앞에 주자를 쌓을 수 있느냐가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다. 투수 입장에선 대량 실점을 피하려면 이정후 앞에 주자가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테이블 세터의 출루를 막아야 하고 정규시즌보다 공격적으로 투구할 수밖에 없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2,3루 이용규가 2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이용규는 "가을 야구를 하면 좋은 투수들이 많이 상대한다. 볼카운트가 몰리면 분명히 결과가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시즌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하려고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마음먹었다. 볼넷을 주지 않으려고 볼카운트 잡는 공이 들어온 걸 기다리지 않고 (타격)하니까 결과가 좋았던 거 같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키움은 이용규를 대신해 리드오프 김준완이 '용규 놀이'로 투구 수를 늘리고 있다.
이용규의 올가을은 간절하다. 2004년 데뷔한 그가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은 건 KIA 타이거즈 소속이던 2009년이 유일하다. 이용규는 "(PO) 1차전을 하기 전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19년 야구하면서 KS를 한 번밖에 못 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서 KS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야구에선 개인 성적이 (의미) 없다. 오직 승리가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이용규의 올 시즌 타율은 0.199(271타수 54안타)로 2할이 되지 않았다.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선 다르다. 팀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그라운드에서도 성과를 낸다. 준PO 5경기 타율이 0.364(11타수 4안타). PO 첫 2경기 타율도 0.333(6타수 2안타)로 준수했다. 그는 "어릴 땐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못하면 후배들 보기가 굉장히 미안하다"며 "가을 야구는 사실 나도 긴장된다. 그런 긴장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후배들 보는 게 시즌 때보다 떳떳해진 거 같다. 그나마 위안 삼고 있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