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겨울’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영화다. 못내 아쉽게 돌아선 과거의 사랑, 혹은 끝내 못 이룬 꿈 같은 것들.
주인공 석우(곽민규 분)는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방 한쪽은 영화를 하던 시절의 필름과 DVD들이 가득하고, 명쾌한 출퇴근 시간을 갖고 하는 일은 “이제는 아침 교통 방송 듣는 사람 만나고 싶다”던 전 연인의 마지막 말과 어딘가 맞닿아 있다. 그만큼 석우의 삶은 미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우는 버스 터미널에서 익숙한 여성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여자가 있던 자리에는 구형 MP3가 놓여 있었다. “주인이 올 수도 있으니 잘 보관해 달라”는 석우에게 “이건 그냥 버린 거 아니냐”고 묻는 영애(한선화 분). 영애는 석우에게 “사람들은 보통 버리고 싶은 것을 잃어버린 척한다”고 이야기한다. 일부러 두고 간 게 명확해 보이는 MP3에 집착하는 석우가 영애는 이해되지 않고, 결국 둘은 함께 언젠가 찾으러 올 주인을 위해 고장 난 MP3를 고치러 다닌다.
물론 영애에게도 과거에 두고 온 것들이 있다. 석우와 함께 MP3를 고치러 이곳저곳을 다니며 영애는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 여운과 미련, 끝을 맺어야 할 일과 다시 시작해도 될 일들 사이에서 석우와 영애는 서서히 공명한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지만 평범한 로맨스와 사뭇 다르다. 사랑이라고도 우정이라고도 정의되기 어려운 모호함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정선 그 자체다. 때문에 어떤 장면에선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결국 삶은 이런 것일지도’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는 진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 것만 같은 소도시의 일상이 옛것이 남아 있는 진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조용하게 펼쳐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군산처럼 ‘창밖은 겨울’을 보고 나면 진해라는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난다.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창밖은 겨울’은 특히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봄날은 간다’(2001), ‘와니와준하’(2001)처럼 ‘창밖은 겨울’ 역시 서서히 물들어 가는 수채화 같은 관계와 감정선을 그렸다. 여기에 그 시절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하는 MP3나 점차 사라져가는 버스의 동전함 등이 등장, 관객들을 아날로그 감성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