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초’정밀해진 오프사이드가 승패를 갈랐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11.23 13:51

차승윤 기자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리오넬 메시(가운데)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공을 다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리오넬 메시(가운데)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공을 다투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첨단 축구'가 결과를 바꿨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패한 이변 뒤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해진 판정 기술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2일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C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월드컵 역사에 남는 이변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3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필두로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 앙헬 디마리아(유벤투스)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 등 쟁쟁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국내파 중심 선수들로 구성된 51위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비교조차 어려웠다. 
 
예상과 전혀 다른 경기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전혀 달라진 오프사이드 판정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가 적용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캐나다 빅토리아대가 공동개발한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위치한 12개의 추적 카메라로 운영된다. 각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하고, 초당 50회 빈도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이 시스템의 화룡점정은 공인구 '알 릴라'다. 알 릴라에는 관성측정센서(IMU)가 장착돼 초당 500회 빈도로 공의 움직임을 전송받고, 인공지능(AI)이 이를 종합한 후 비디오판독(VAR)실로 보낸다. VAR 담당 심판이 오프사이드 가능성을 판단해 주심에게 알리고, 주심은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더 정밀한 SAOT는 시간도 기존 오프사이드 판정(평균 70초)의 절반 이하인 평균 25초까지 단축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주심의 판정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오넬 메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주심의 판정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달라진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건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대회 전부터 젊은 '원팀'으로 준비해온 조직력이 빛났다. 르나르 감독은 팀 수비 라인을 전면에 배치했고, 기민하게 조율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중앙 돌파를 차단했다. 알리 알 불라이히(알 힐랄), 하산 알 탐박티(알 샤바브 FC)가 중앙 수비로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의 침투에 맞춰 '오프사이드 트랩'을 짰다.
 
메시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수비를 돌파하고 전반에만 세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이는 모두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골망을 흔든 것 외에도 아르헨티나는 전반에만 7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하는 등 총 10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했다. 유일한 득점도 메시가 페널티킥으로 기록했을 뿐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파놓은 함정에 완벽하게 걸려든 셈이다. 
 
단순 전면 배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전술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젊은 선수들의 활동량과 조직력으로 이겨냈다. 최종 엔트리 26명을 모두 사우디 국내 리그에서 뛴 선수들로 구성했다. 한술 더 떠 이날 선발 11명 선수 중 9명이 같은 알 힐랄 SFC 소속일 정도로 조직력에 신경 썼다. 1년 내내 맞춰온 합이 월드컵에서도 빛을 발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뛰는 활동량으로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를 꽁꽁 묶었다.
 
수비의 최종 관문인 골키퍼 무함마드 알 오와이스(알 힐랄)의 선방 릴레이도 결정적이었다. 이날 사우디가 받은 옐로카드는 총 6개. 거친 플레이가 많았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적극적으로 플레이했다는 증거기도 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C조 1차전 경기. 메시가 골키퍼 무함마드 알 오와이스를 뚫고 슛을 집어넣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C조 1차전 경기. 메시가 골키퍼 무함마드 알 오와이스를 뚫고 슛을 집어넣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는 같은 조 덴마크와 튀니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조 1위로 등극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조 최하위가 돼 우승 후보의 체면을 구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고가 누적된 채 남은 C조 두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그러나 최고의 난적을 잡은 덕분에 예상외 돌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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