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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조 의료 공헌 이재용 부회장, '빌 게이츠의 길' 밟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행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를 연상시키고 있다. 빌 게이츠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으로 세계 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했듯이 이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시작으로 국내의 취약한 감염병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가 기부한 1조원은 국내의 의료 시스템 확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억원 사회 환원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 건립 및 운영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에 3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금을 전해 받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은 각 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부자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 정부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세계 일류기업이 앞장서 국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과 함께 운용할 '기금운용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고, 삼성 일가는 이 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삼성 일가는 소아암·희귀질환 치료 기부금도 재단 산하의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 기부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부사업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으로 명명했다. 사업단은 오는 9월까지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한 후 11월부터 1차년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삼성 측은 기부금만 전달하고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제 시작인 만큼 전문가들이 계획을 잘 세워서 기부금이 바르게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행보에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빌 게이츠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감염병 백신·치료제 분야가 크게 발전했다. 감염병 시스템 마련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데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반겼다. 아직 초기라 기부금이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사회 환원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여기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보건 의료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던 삼성그룹의 행보를 본다면 기부금 지원은 지속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고,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을 받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도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서 사회 환원은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츠는 2000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세계 보건의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9년까지 550억 달러(약 62조원)를 지원하며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의 전환기를 주도했다. 국내 백신 제조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이 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도 7000만 달러(약 783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삼성은 안이한 대처로 비난받았던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 연구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삼성은 감염질환의 예방이나 치료에 기여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 왔다. 빌 게이츠 재단처럼 직접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기보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이나 병원과 협력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였다. 이번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연구소 건립은 감염병 대응 시스템 확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일가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7000억원의 기부금을 책정할 때 싱가포르 감염병 전문 탄톡생병원과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꾸준한 지원과 체계적인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삼성이 메르스 때도 많은 지원을 했지만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하지 못했다. 감염병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지원금이 투입되는 만큼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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