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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경, ‘휴민트’로 파격 변신…외유내강 생존자의 전율

배우 신세경이 영화 ‘휴민트’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전율을 선사하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채선화’ 역을 맡은 신세경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신세경은 위기의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능동적 생존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극중 채선화는 단순히 사건에 휘말려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인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억압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직접 사지로 몸을 던진다. 특히 폐쇄공항의 극한 상황 속에서 거울을 깨뜨려 자구책을 마련하고, 망설임 없이 총기 투쟁에 나서는 장면은 채선화라는 인물의 단단한 기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신세경은 생존을 넘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지키려는 이타적 결단력까지 밀도 있게 그려냈다. 이는 단순한 정보원 역할을 초월해, 서사의 중심에서 갈등을 직접 해결하고 서사를 전개하는 핵심 동력으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한 지점이다.감정의 완급 조절 또한 탁월하다. 신세경은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의 정보원으로서 차갑고 냉철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편, 옛 인연인 박건(박정민) 앞에서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덤덤하게 밀어내는 애틋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오가며 애틋함을 자아냈다.그는 대사보다 깊은 눈빛과 절제된 호흡으로 인물의 복잡한 전사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극한의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내 진실을 함구하며 버티는 모습은 채선화의 단단한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세경은 이처럼 유연한 완급 조절을 통해 조인성, 박정민 등 선 굵은 배우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인물들 간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극의 전체적인 텐션을 자유자재로 쥐고 흔드는 독보적인 저력을 발휘했다.블라디보스토크라는 이국적이고도 살벌한 공간에서 신세경의 연기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화려한 액션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 의지를 스크린에 투영한 그는,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묵직한 에너지를 발산한다.이처럼 신세경은 채선화가 지닌 ‘외유내강’의 기질을 독창적인 색채로 해석해 내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거대한 운명에 맞선 한 인간의 생명력을 증명해 낸 신세경의 압도적 열연은 영화 ‘휴민트’의 백미로 손꼽히며 장기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6.02.16 10:24
영화

유해진 ‘왕사남’ vs 조인성 ‘휴민트’ vs 최우식 ‘넘버원’, 설 극장가 대격돌

설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가 감돈다. 배우 유해진, 조인성, 최우식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각기 다른 장르로 관객을 만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실화의 힘·폭발적 열연, ‘왕과 사는 남자’포문을 연 건 ‘왕과 사는 남자’다. 지난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강물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호장 엄흥도가 수습했다’는 역사서의 짤막한 기록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각색해 담았다. 어린 선왕 단종 이홍위(박지훈)가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며 시작되는 영화는 이홍위가 유배된 강원도 영월 광천골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 이하 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역사와 이를 빚어낸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김민 등 배우들의 열연을 동력 삼은 작품이다. 특히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의 발군의 연기력이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박지훈은 자신의 강점인 눈빛으로 역사 속 단종을 연약한 피해자에서 심려 깊고 강직한 왕으로 재조명하며 영화 전체를 살려냈다. ‘라이터를 켜라’, ‘기억의 밤’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완·조인성 액션→멜로 장착 박정민, ‘휴민트’11일 개봉한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과 조인성이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의 충돌이 골자다.첩보 액션물의 긴장 구도 위에 사랑이란 보편적 감정을 병치시킨 작품으로, 류승완 감독 특유의 장르적 미학이 돋보인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전복한 캐스팅도 흥미를 더한다. ‘멜로 장인’ 조인성이 압도적 피지컬을 활용한 액션으로 극을 이끌고, 장르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박정민이 유일의 ‘멜로 남주’로 활약한다. 최근 한 시상식 퍼포먼스로 ‘설렘 유발자’로 거듭난 박정민은 신세경(채선화 역)과 멜로 서사를 구축하며 다시 한번 여심을 정조준한다. ◇엄마밥 치트키, ‘기생충’ 모자의 ‘넘버원’‘휴민트’와 같은 날 출격한 ‘넘버원’은 엄마, 집밥이란 치트키를 내세운 작품으로,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단편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철부지 아들이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되고, 이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거인’, ‘여교사’ 등을 통해 벼랑 끝에 있는 인물들의 심연을 파고들었던 김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모자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보여주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가족의 사랑은 무한하고, 그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유한함을 일깨운다. 아들 하민은 김 감독과 ‘거인’을 함께한 최우식이 맡았으며, 엄마 은실은 장혜진이 연기한다.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 모자 호흡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6.02.13 06:05
영화

‘왕사남’으로 눈물 닦은 말티즈, 연출력은 ‘글쎄’ [줌인]

장항준 감독이 신작 ‘왕과 사는 남자’로 흥행 갈증을 풀고 있다. 장 감독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될 거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연출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11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전날 9만 5576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찼다. 누적관객수는 119만 5058만명이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105억원,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으로, 수익 창출까지는 약 140만명이 남았다.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손익분기점을 넘어 장 감독 필모 내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장 감독은 그간 총 네 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다만 흥행 면에서는 늘 아쉬운 결과를 냈다. ‘라이터를 켜라’ 이후 장 감독의 필모 중 최다 관객을 모은 건 ‘기억의 밤’(누적관객수 138만명)으로,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최근작인 ‘리바운드’ 역시 호평에도 불구, 7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에 장 감독은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해 “개봉 첫날 실시간으로 전국 집계가 올라오는데 너무 참담했다. 펑펑 울었다. 근데 지인이 ‘이젠 눈물 자국 생긴 말티즈냐’고 했다”며 당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왕사남’은 초반 분위기부터 달랐다. 오프닝스코어 11만명으로 출발한 영화는 개봉 5일째 100만 고지를 넘어서며 기세 선점에 성공했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하는 ‘왕사남’은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역사는 관객을 손쉽게 극장으로 이끌었고,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등 배우들의 열연은 입소문에 불을 지폈다. 특히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박지훈은 섬세한 눈빛 연기로 단종을 연약한 피해자가 아닌 심려 깊고 강직한 왕으로 재조명하며 영화 전체를 살려냈다. 다만 흥행 추이와 무관하게 연출을 둘러싼 평가는 분기된다. ‘불호’ 표의 이유로는 단선적인 서사와 맥을 끊는 잦은 컷 편집 등이 꼽힌다. 조악한 호랑이 CG와 천둥·번개 효과로 미장센을 해쳤다는 의견도 적잖다. 호평 일색인 캐스팅에서는 오달수가 구멍이 됐다. 오달수는 청령포 어르신으로 등장하는데, 배우 개인의 과거사와 맞물리며 일부 관객의 반감을 사고 있다.이러한 반응은 실관람객 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객들은 “초호화 캐스팅과 최고급 재료를 가지고 김치찌개를 끓이다 태운 느낌”(rhfm****), “감독보다는 기획력에 더 재능이 있다”(ser3****), “대단한 치트키 소재와 연기 파티를 연출이라는 그릇에 못담음”(gege****) 등 후기를 남겼다.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왕사남’은 역사적 상징성과 드라마적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기획으로, 캐스팅 또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가장 두드러지는 한계는 각본의 구조적 완성도, 서사 밀도의 부족이다. 인물의 감정선과 사건의 인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채 장면이 병치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단속적으로 느껴진다. 그 결과 서사의 공백은 관객의 추론이나 역사적 배경지식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영화 자체의 서사적 자립성을 약화시켰다”고 봤다.양 평론가는 “연출 또한 인물의 심리와 역사적 맥락을 치밀하게 직조하기보다는 정서적 장면의 나열에 머무르는 인상을 남긴다. 감정의 여백이 의도한 절제라기보다 서사적 축적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결과로 읽히는 지점이 적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왕사남’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비극적 정서를 확보한 작품으로, 영화의 여운은 서사적 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소재의 힘과 연기적 성취에 기댄 결과”라고 평했다.허남웅 영화평론가 역시 “‘왕사남’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과거 한국영화에서 봤던 서사, 공장식 만듦새를 하고 있다. OTT, 티켓값 상승 등으로 관객이 영화에 기대하는 바가 높아지고, 한국영화가 힘들다고 하면서 또다시 예전 방식을 따라간 것”이라며 “장항준 감독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 인기만으로 극복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6.02.12 06:05
영화

황정민·박찬욱·봉준호 총출동…‘휴민트’ 셀럽 추천사 공개

배급사 NEW가 6일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과 감독들이 전한 영화 ‘휴민트’에 대한 추천사를 공개했다.먼저 “간만에 재밌다. 류승완의 아름다움을 보다니♡”(황정민), “추운 겨울을 뚫고 가열차게 달린 ‘휴민트’. 따뜻한 온기로 극장을 하나로 만들기를”(박보검), “휴민트. 액션, 긴장감 대박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정해인), “액션, 로맨스 다 하는 흥행 금메달 ‘휴민트’”(임윤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잘 봤습니다. 대박 기원합니다!”(강태오), “충분히 뜨겁고 충실히 차가운…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휴민트’ 화이팅!”(조여정), “감정도, 액션도, 찐하디 찐하다!”(김종수), “설 연휴에 꼭 봐야 하는 영화!”(이상이), “신명 나는 총격전 대박입니다..♡”(최수영), “보는 내내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가슴은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 그렇다! 류승완이 돌아온 것이다!! ‘휴민트’ 만세!!!”(윤경호)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친필 추천사를 통해 칭찬을 남겼다.뿐만 아니라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천천히 달아오르다 장렬히 폭발한다. 액션과 로맨스가 한꺼번에” (영화감독 박찬욱), “액션 마스터 류승완의 숨 막히는 첩보 마스터피스!! 감사합니다”(영화감독 봉준호), “꽉 채운 2시간! 장르의 거장. 류승완 감독님 덕에 너무나 즐겁게 보았습니다. 꼭 극장에서 보시기를!”(영화감독 한준희), “첩보! 액션! 스릴! 멜로! 감동! 통쾌! 육각형 완성!”(영화감독 엄태화), “믿고 보는 류승완표 액션 대작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보내는 설 특집 종합선물!”(영화감독 김지운) 등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한편 영화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6.02.06 13:49
연예일반

정회린 “정경호 촬영장서 친근했던 선배... 섬세한 조언들 감사해” [인터뷰 ①]

배우 정회린이 ‘프로보노’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정경호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정회린은 “정경호 선배님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극중 정회린은 이주 여성 카야 역을, 정경호는 타이틀롤인 스타 판사 출신 다윗 역을 맡아 열연했다. 두 사람은 의뢰인과 공익 변호사로 만나, 이주 여성이 마주한 불합리한 차별과 법적 보호망의 부재라는 묵직한 소재를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정회린은 촬영 당시의 따뜻했던 현장 분위기를 먼저 떠올렸다. 그는 “선배님은 현장에 오실 때마다 ‘카야, 밥 먹었어?’라며 친근하게 챙겨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카야가 미얀마 출신이라 한국어 말투가 조금 어눌한데, 선배님이 ‘너 나중에 이 말투 빼기 힘들겠다’며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시기도 했다”며 “그러면서도 정작 선배님 본인도 카야의 말투가 입에 배어 제게 장난을 치시곤 했는데, 그 유쾌한 모습들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선배 정경호의 세심한 조언은 정회린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그는 “단 2회 분량의 출연이었음에도 선배님께서 제 장면에 대해 함께 깊이 고민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특히 카야는 과거 성폭행 트라우마를 숨기는 등 진실과 거짓을 오가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했다.정회린은 “어떤 장면에선 진실을 말하는 듯 보이다가도, 다음 장면에선 그것이 거짓으로 드러나야 하는 미묘한 지점들이 있었다”며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인물의 감정을 옹호해야 할지, 선배님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다”고 진심을 전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6.02.04 06:47
연예일반

‘믿보배’ 하윤경, 차가운데 따뜻해... 매력적인 고복희役 (언더커버 미쓰홍)

배우 하윤경에 한 번 빠지면 출구는 없다. 일명 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 ‘겉차속따’같은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하윤경은 현재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을 통해 첫인상은 얄밉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 깊고 정 많은 고복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앞서 방영된 ‘언더커버 미쓰홍’ 5~6회에서는 김미숙(강채영)의 딸 봄이(김세아)와 예상치 못한 동거를 하게 된 301호 룸메이트들의 모습과 함께 교도소에 있는 줄 알았던 친오빠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혼란을 겪게 된 고복희의 모습이 담겨 흥미를 자아냈다. 그동안 까칠하고 개인주의적이었던 고복희지만 봄이가 오갈 데 없다는 사실에 301호의 일원으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또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홍장미에게는 “평범한 집에서만 자랐어도, 대학만 나왔어도 미쓰고 말고 고복희라고 불리는 회사만 다녔어도 평범하게 살았을 거야. 홍장미 너는 안 늦었어. 지금이라도 대학 가”라고 조언했는데 이때 보여준 따뜻하고 진심이 가득했던 말투와 눈빛은 보는 이들에게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하윤경은 ‘얄미운 고복희’에서 ‘따뜻한 고복희’까지 고복희라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연주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회생활 만렙다운 미소와 새침한 말투, 감정을 숨기지 않는 다양한 표정이 보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약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관대한 모습으로 반전의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하윤경은 과하지 않은 감정과 발성, 뛰어난 딕션으로 고복희의 다양함을 모두 소화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극에 깊이 몰입하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하윤경은 극중 친오빠의 편지를 받고 바들바들 떠는 장면을 통해 고복희에게 짙게 드리운 절망과 공포의 강도를 보여줬고, 과거 친오빠가 던지고 간 만원 지폐를 붙들고 길바닥에 쓰러져 오열하는 모습으로 순식간에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러한 하윤경의 연기는 고복희라는 캐릭터가 생존을 위한 절박함에서 만들어졌음을 짐작하게 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시대와 감정을 오간 하윤경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혼자 미혼 여사원 기숙사를 찾아왔다 봉변을 당한 신정우(고경표) 사장을 구하기 위해 발휘한 임기응변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당사자의 해명을 듣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택시에 태워 우렁찬 목소리로 배웅하는 모습은 엉뚱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사장 비서 고복희의 일면을 담으며 유쾌함을 불러일으켰다.이렇듯 고복희와 혼연일체가 되어 매회 매력 지수를 경신 중인 하윤경이 앞으로 ‘언더커버 미쓰홍’을 통해 어떠한 연기력을 펼쳐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한편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0년대 세기말,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포착된 증권사에 20살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6.02.03 10:22
영화

‘왕사남’ 박지훈, 연시은 떨치고 단종 삼켰다 [줌인]

배우 박지훈이 신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과잉 없는 절제와 밀도 높은 표현력을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 확장에 성공했다.4일 개봉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강물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호장 엄흥도가 수습했다’는 역사서의 짤막한 기록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각색해 그렸다.극중 박지훈은 조선 6대 왕 단종 이홍위를 연기했다. 아버지 뜻에 따라 세자가 되고 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후, 16세에 강원도 영월 광천골로 유배된 ‘비운의 군주’다.이 영화에서 처음 마주하는 단종의 얼굴은 충신을 모두 잃은 어린 선왕의 슬픔과 죄책감, 그리고 이를 뒤덮은 공포와 두려움이다. 캐릭터를 위해 15kg을 감량한 박지훈은 눈에 띄게 야윈 모습으로 단종의 정서적 피폐함을 시각화, 그의 소진된 내면을 극적으로 드러낸다.박지훈은 이때부터 광천골까지 이어지는 단종의 심리적 하중과 방어 기제, 마을 사람들의 온기로 이는 미세한 내면의 균열 등을 과잉 없이 차례로 그려낸다. 그는 무력함에 잠식됐던 단종이 다시 일어서는 일련의 과정을 급격한 전환이 아닌 미세한 변화로 차곡차곡 쌓으며 서사의 깊이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건 단연 박지훈의 ‘눈’이다. 극중 한명회(유지태)의 “힘없고 병약했던 눈이 이곳에 와서 범의 눈이 되었다”는 대사는 단종의 변화이자 스크린 속 박지훈의 연기 부연이기도 하다. 카메라는 격한 감정의 발로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박지훈의 얼굴, 특히 눈을 클로즈업하는데, 이때 정서적 감화력은 극치에 달한다.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후반부,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된 뒤다. 박지훈은 여전히 슬픔을 안고 있지만, 더는 연약하지 않은 단종을 오롯이 눈으로 보여준다. 박지훈의 눈빛은 짧았으나 치열했던 이홍위의 삶을 응축하고, 단종을 연약한 피해자가 아닌 역사의 비극을 통과한 주체로 각인시킨다.대표작 ‘약한영웅 클래스’ 시리즈 연시은을 잊을 만한 열연이다. 박지훈은 이 작품으로 아역배우 출신, 워너원, ‘내 마음속에 저장’ 등 자신을 따라다니던 영광의 수식어 혹은 꼬리표를 떼고 성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응축된 분노 연기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는 ‘왕사남’을 통해 연기 최고점을 경신하고 필모그래피 내 유의미한 도약을 이뤄냈다.실제 ‘약한영웅 클래스’를 보고 박지훈을 캐스팅했다는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의 폭발력 있는 연기를 보고 놀랐다. 단종 이홍위는 꼭 박지훈이어야 했다”며 “자세도 정말 좋은 배우지만, 연기도 굉장히 훌륭했다. 말이 필요 없다. 최고다. 20대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라고 치켜세웠다.상대역 엄흥도로 박지훈과 가장 많은 호흡을 주고받은 유해진 역시 “엄흥도를 연기하며 박지훈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박지훈이 아닌 이홍위는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 정말 많은 감정이 생기게 해 준 배우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친구와 작품을 함께 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6.02.03 05:45
드라마

제베원 김태래 참여+한국형 다크히어로 탄생…오늘(29일) 공개 ‘테러맨’, 관전포인트3

티빙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테러맨’이 한국형 다크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다.29일 티빙에서 독점 공개되는 ‘테러맨’은 와이랩 대표 히어로 프랜차이즈 ‘슈퍼스트링 유니버스’의 시작을 여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불행을 감지하는 눈을 가진 고등학생 ‘정우’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테러리스트가 되어 거대한 음모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슈퍼스트링 유니버스’의 10주년을 맞아, 세계관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테러맨’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알고 보면 더 짜릿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연출X작화 → 음악X성우진까지! 완성도 담보하는 제작진들의 만남!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탄생 ‘기대감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완성도 있게 그려낼 제작진들의 만남은 기대를 높인다. 제75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심슨 스페셜 에피소드 ‘공포의 나무집33’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엄상용 감독이 연출을 맡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PLUTO’의 에피소드 감독을 맡았던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이 캐릭터 작화 감독을 맡아 완성도를 담보한다.엄상용 감독은 “‘테러맨’은 초기 단계인 ‘애니메틱스’에서부터 모든 스태프와의 논의를 통해 시각적 방향성을 확립하고 이를 기초로 시리즈 화한 작품”이라면서 “작품 속 변화를 다이내믹하게 담아내기 위해 내적 충격과 갈등 묘사를 보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은 ‘원작 중시’가 최우선이었다면서 “원작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지 조사를 철저히 진행했다. 장면의 보강이나 액션의 설계, ‘테러맨’만의 특수효과 개발과 색채 구축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강조했다.‘테러맨’ 제작진은 원작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음악, 성우진에도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고. 특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마루는 강쥐’,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굵직한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한 이경태, 장미, 엄상현, 심규혁, 전태열 등 인기 성우들의 합류는 팬들의 기다림을 더욱 설레게 한다. 작품의 기획,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 바주카 측은 “성우 캐스팅의 핵심은 ‘이면성’이었다. 겉모습 뒤에 감춰진 처절한 사연과 입체적인 감정을 누가 가장 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라면서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완성된 이번 라인업은 캐릭터가 가진 ‘살아온 궤적’을 가장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고 자부한다.단순히 배역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어 준 성우님들의 열연이 담긴 ‘테러맨’을 기대해 주셔도 좋다”라고 전해 기대를 높였다. 여기에 제로베이스원 멤버 김태래가 오프닝 곡 ‘Bomb Bomb’의 가창에 참여해 글로벌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기대된다. 강렬하게 질주하는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 ‘Bomb Bomb’은 오늘(29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이제껏 본 적 없는 ‘불행을 보는’ 다크 히어로의 등장! 내면의 성장 서사에 주목불행을 감지하는 소년 ‘정우’가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대한민국을 뒤흔든 다크 히어로로 거듭나기까지의 성장 서사는 단연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스튜디오 바주카 이종혁 PD는 “‘테러맨’은 히어로물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평범했던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비범한 선택을 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정우의 죄책감과 분노, 책임감이 서사를 이끌어 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장 서사를 ‘빛과 그림자’에 비유한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은 “재해를 막기 위한 테러는 많은 사람을 구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모순에 상처받고 고민하면서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동료가 있기에 심신을 단련하고 사명감과 마주하며 고전하는 정우의 모습은 다크 히어로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엄상용 감독은 “부족하고 연약한 소년이 히어로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내적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소년의 모습이 장하게 느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액션 쾌감+서사’ 다 잡았다! 대한민국 대표 명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파민 폭발’ 액션의 향연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한 애니메이션 구현과 완성도 높은 액션 연출은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은 “액션은 아크로바틱을 노리더라도 비현실적으로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한 액션을 구성하는 총기와 폭탄 등 소도구에 연출적 재미를 더했다”라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이종혁 PD 역시 액션 연출을 관전 포인트로 꼽으며 “웹툰의 고퀄리티 작화가 가진 장점을 영상으로 옮기기 위해 단순히 화려한 액션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가 느껴지는 액션을 목표로 했다. 액션 장면 자체의 쾌감은 물론이고, 인물들이 흔들리는 순간과 망설이고 결심하는 순간들이 액션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함께 봐주신다면 ‘테러맨’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액션 신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 역시 특별하다. 앞서 공개된 선공개 영상 3종이 광안대교부터 양화대교, 선유도 공원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소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엄상용 감독과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은 장소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입을 모았다. 엄상용 감독이 “배경이 되는 장소들의 큰 형태를 작품에 끌어들여 몰입감을 높였다”라고 설명한 데 이어 우메하라 타카히로 감독은 “작품 속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현장을 방문해 그 시간대의 교통량과 오가는 행인들, 환경음,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 등을 조사했다”라고 전했다. 세심한 관찰 끝에 탄생한 현실적이고 어딘가 익숙한 배경에서 펼쳐질 도파민 폭발하는 액션 신에 이목이 집중된다.한편 ‘테러맨’은 이날 티빙에서 전편(1~8회) 공개된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6.01.29 11:00
드라마

‘러브 미’ 서현진 절친 이지혜 “매 장면 진정성 느낀 작품, 가슴 깊이 남을 것” 종영소감

배우 이지혜가 ‘러브 미’ 종영을 맞아 진심 어린 소회를 전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이지혜는 JTBC 금요시리즈 ‘러브 미’에서 서준경(서현진)의 찐친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산부인과 전문의 ‘배수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중 배수진은 꾸밈없는 말투와 직설적인 화법으로 때로는 뼈아픈 팩트를, 때로는 현실적인 농담을 던지며 준경이 스스로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정서적 기준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특히 이지혜 특유의 털털한 매력과 안정적인 연기 톤은 무거워질 수 있는 서사에 숨 쉴 틈을 만들며 극의 완급을 조절했다는 평이다. 서현진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오랜 시간을 공유해온 친구 관계의 진정성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남편 전형준(오동민)과 의기투합해 준경의 고민을 해결하려 애쓰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종영을 맞이한 이지혜는 소속사를 통해 “조영민 감독님을 비롯한 현장의 모든 스태프분들 덕분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매 장면 함께 연기하는 배우분들의 깊은 진정성을 느꼈고, 모두가 이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수진을 연기하며 현실적인 친구의 바이브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촬영부터 이미 ‘준경’ 그 자체가 되어있는 서현진 배우의 눈을 보며 저 또한 확신을 가지고 수진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연기 호흡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또한 이지혜는 “방영 후에는 한 명의 시청자가 되어 매주 금요일을 기다리며 모든 회차를 챙겨보았다. 상실과 회복, 그리고 성장이라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도 가슴 깊이 와닿아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함께 ‘러브 미’를 만들어주신 제작진과 작품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연계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이지혜는 이번 ‘러브 미’를 통해 매체 연기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 기세를 몰아 이지혜는 오는 2월 22일부터 3월 5일까지 연극 ‘벚꽃동산’ 호주 공연 무대에 오르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간다.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벚꽃동산’은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전석 매진과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이지혜는 이번 호주 공연에 이어 9월 뉴욕 공연까지 앞두고 있어, 무대와 안방극장을 넘나드는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6.01.26 11:16
영화

초반은 웃음, 후반은 눈물…유해진·박지훈 연기가 붙든 ‘왕과 사는 남자’ [IS리뷰]

초반부는 유해진의 웃음이, 후반부는 박지훈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극을 단단히 붙든다.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완성도를 살렸다.영화는 수양대군에게 폐위돼 유배를 떠나는 조선 제6대 국왕 단종 이홍위(박지훈)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채 피폐해진 그의 빛바랜 얼굴이 화면을 채운다. 이홍위는 결국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는데, 뒤로는 높은 절벽이, 앞으로는 강물이 가로막힌 외딴 섬이다. 청령포 인근 마을 노루골에는 유배 온 양반 덕에 ‘콩고물’이 떨어져 마을이 부유해졌다는 이야기가 돈다.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유배지를 자처하며 기회를 움켜쥐지만, 폐위된 국왕 이홍위의 등장과 함께 모든 기대는 산산이 무너진다. 콩고물은커녕 마을에 화가 닥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쌀밥 한 그릇조차 평생 한 번도 먹기 힘든 청령포 마을 사람들은 폐위된 이홍위의 안위를 먼저 걱정한다. 자신의 끼니를 줄여가며 그의 밥상을 챙기고, 있는 살림 없는 살림을 긁어모아 ‘전하’를 모신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자,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도전작이다. 영화는 ‘노산군이 세상을 떠났을 때 엄흥도가 슬퍼하며 시신을 수습했다’는 짧은 조선왕조 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확장했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 속에서 자라나는 폐위한 임금의 모습 등 동화적인 상상력은 극 전반에 잔잔하게 녹아 있으며, 그 과정에서 관객은 역사적 이야기를 넘어 사람의 온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다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다. 이홍위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호랑이 CG는 완성도가 떨어져 긴장감을 단번에 낮춘다. 또한 박지훈이 연기한 이홍위의 성장 서사에 몰입하면서 관객이 따라가는데 결국 역사적인 결말이 정해져 있으니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결말부 연출은 과도한 신파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유해진은 특유의 치고 빠지는 유머로 무거울 수 있는 서사의 초반부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마을 인물들과의 생활감 넘치는 티키타카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유해진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웃음들은 이야기의 숨 고르기 역할을 하며, 이후 전개될 감정의 무게를 받아낼 여지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박지훈의 연기다. 눈물의 양까지 조절하는 듯한 ‘안광’ 연기는 이홍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폐위된 임금의 공허함부터, 서서히 다시 살아가려는 의지까지 눈빛 하나로 설득해낸다.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함께 젖고, 다시 의지를 다잡으며 눈빛이 반짝이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다. 2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6.01.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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