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노모 덕분에 다시 일어섰다"는 박찬호, "다르빗슈가 내 기록 깼으면" 하는 이유는?
“동양인 문 활짝 연 우리, 노모 히데오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7년 동안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절을 돌아보면서 노모 히데오를 언급했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에서 시구에 나섰다. 1994년 MLB에 진출한 박찬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선수로서 2010년 MLB를 떠날 때까지 통산 124승(아시아 투수 최다)을 쌓은 전설적인 선수로서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MLB 개막전 1차전 시구자에 선정됐다.경기 전 만난 박찬호는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하면서 "30년 전 (데뷔할 때는) 내가 이 자리에 설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려웠지만, 돌이켜보면 다양한 경험 덕분에 성장했고, 이러한 결실들이 한국야구의 발전과 역사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감명 깊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찬호의 말대로 그를 시작으로 많은 동양인 선수들이 MLB 무대를 밟았다. 한국 선수로선 김병현, 김선우 등 1세대 메이저리거에 이어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등 수많은 선수가 MLB에 진출해 꿈의 무대를 수놓았다. 일본 전설 노모 히데오도 1995년 박찬호의 뒤를 밟았다. 노모를 따라 스즈키 이치로,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등 일본 선수들도 MLB 무대에 진출했다.박찬호는 “나와 노모 히데오의 나무가 정말 튼튼하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나와 노모가 MLB 동양인의 문을 활짝 열었는데, 그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후배)들이 지금 메이저리거로 훌륭히 성장했다”라면서 뿌듯해했다. 이어 그는 “이 선수들이 향후 동양 선수들의 동기부여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라고 바랐다.선배를 따라 훌륭하게 자란 후배들은 어느덧 선배의 기록까지 넘보는 슈퍼스타가 됐다. 특히 통산 103승을 거둔 다르빗슈는 박찬호가 보유하고 있는 ‘MLB 아시아 선수 최다승’을 넘볼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박찬호는 “기록이란 건 중요하다. 목표로 삼을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된다. 이 기록(아시아 투수 최다승)이 언젠간 깨져야 동양인 선수들이 더 발전한다. 다르빗슈가 깨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노모 히데오를 떠올렸다. 2007년 당시 박찬호는 뉴욕 메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에 좌절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노모 히데오를 보며 다시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노모는 박찬호보다 늦게 MLB 무대를 밟은 데다 숱한 부진 및 부상으로 저니맨 신세가 됐지만 박찬호보다 더 빨리 아시아 투수 최다승(123승) 기록을 달성, 40세까지 MLB에서 뛰며 ‘롱런’했다. 이런 노모를 보며 박찬호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도 다른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 실제로 그렇게 된 것에 대해 크게 뿌듯해했다. “30년 전과 달리 한국야구는 크게 발전했다”라고 말한 박찬호는 “나도 처음 미국에 갔을 땐 아무 것도 몰랐다. 메이저리그 선수도 몰랐고, 마이너리그에 대해서도 몰랐다. 가서 경험하면서 배웠다. 앞으로 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미국 무대에 도전했으면 한다”라고 당부, 1만6000여명 관중 앞에서 희망의 시구를 던졌다. 고척=윤승재 기자
2024.03.21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