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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0년 만에 PS 진출한 타이거스...슈어저·벌렌더 원투펀치 시절 재연할까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겨울까지 스포츠로 물들었다. 메이저리그(MLB) 타이거스가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국민 스포츠' 미국풋볼리그(NFL)에선 라이온스가 정규시즌 15승 2패를 기록하며 컨퍼런스(내셔널 풋볼) 1위에 올랐다. 공통점은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PS)에서는 웃지 못했다는 것. 타이거스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라이온스는 더 충격적이었다. 1위 어드벤티지로 디비전 라운드에 직행했지만, 신인 쿼터백 제이든 다니엘스가 이끄는 컨퍼런스 6위 워싱턴 커멘더스에게 패했다. 한때 MLB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최강팀이었던 타이거스는 팀 재건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단기전에서도 밀리지 않는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격력이 좋은 내야수 글레이버 토레스를 영입했고, 최근 1선발급 투수 잭 플래허티와도 단기 계약을 했다. 플래허티는 2024시즌 뛰었던 LA 다저스와의 계약이 불발됐다. 플래허티 영입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지난 시즌(2024) 잠재력을 발산, 18승·평균자책점 2.39을 기록하며 AL 사이영상을 거머쥔 타릭 스쿠발에 더해 경쟁력 있는 원투 펀치를 만들겠다는 것. 플래허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었던 2019시즌 11승·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남겼고, 2024시즌에도 디트로이트와 다저스에서 뛰며 13승을 거뒀다. 디트로이트는 사이영상 수상자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렌더가 원투 펀치를 이룬 2011~2014시즌 모두 지구 1위에 오르며 PS에 진출했다. 벌렌더는 2011시즌 24승·평균자책점 2.40을 거두며 AL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13시즌에는 전성기에 돌입한 슈어저가 21승·평균자책점 2.90를 기록했다.당시 디트로이트 타선에는 미구엘 카브레라(은퇴)라는 정상급 타자가 있었다. '거포' 프린스 필더도 2012·2013시즌 뛰었다. 디트로이트의 4연속 지구 우승 원동력을 원투 펀치만으로 한정할 순 없지만, 정상급 선발 투수 2명이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스쿠발과 플래허티가 슈어저와 벌렌더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분명한 건 10년 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던 디트로이트가 '윈-나우'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타선에서로 라일리 그린, 케리 카펜터, 스펜서 토켈슨, 제이스 영 등 이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거나, 그럴 준비를 마친 선수들이 많다. 한동안 AL 중부는 가장 흥미가 떨어지는 지구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까지 PS에 진출하며 달라진 구도를 보이고 있다. 다가올 시즌 다시 포효하는 미국 호랑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2.06 18:46
프로야구

"당당하게 돌려" 영웅의 곁엔 '영웅들'이 있다

"당당하게 돌려."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21)은 올 시즌 팀의 명실상부한 '영웅'이다. 117경기에 나서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25개의 아치를 그려냈고, 72타점(팀 내 3위)을 쓸어 담으며 중심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풀타임 시즌이 올해가 처음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성과다. 2022년 데뷔한 그는 지난 2년 동안 68경기에 그쳤다. 다만 그에게도 아쉬운 성적이 있다. 삼진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는 올 시즌 44개의 사사구(볼넷 41개)를 걸러내는 동안 삼진을 무려 147차례나 당했다. 리그에서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헛스윙 비율도 17.4%(리그 공동 1위)로 높다. 공격적으로 스윙은 하지만 선구안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는 홈런 스윙을 멈추지 않는다. '영웅들'의 지원사격이 있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출신 이택근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13일 KT 위즈전 수훈선수 방송 인터뷰에서 김영웅에게 "(부진한) 콘택트 비율과 삼진율을 개선하고 싶은 생각이 없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영웅이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데) 그것까지 신경을 쓰면 어렵다"라며 뚝심 있는 답변을 하자, 이 위원은 "지금처럼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가지를 다 잡으려 하면 지금의 홈런이 안 나올 수 있다. 콘택트 비율은 경험 쌓일 수록 올라갈 거니까 화이팅하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홈런왕' 출신 박병호의 응원은 더욱 값졌다. 박병호 역시 '영웅 군단' 출신 선수. "김영웅과 여러 어린 선수들이 전반기 팀을 잘 이끈 덕분에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한 박병호는 "특히 (김)영웅이가 올해 보여준 펀치력은 대단하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모를 만큼 뛰어나다"며 "조금 더 당당하게 돌렸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박병호 역시 거포 홈런왕답게 삼진 비율이 통산 25.2%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는 스윙으로 뚝심 있게 돌린 덕분에 여섯 번째 홈런왕과 KBO리그 40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김영웅도 자신과 비슷한 절차를 밟았으면 하는 바람에 뜻깊은 격려의 한마디를 남겼다. 사실 김영웅의 뚝심은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시즌 전 김영웅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배트를 짧게 잡는 건 어떤가"라는 감독의 제안을 받았지만,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게 있다며 배트를 길게 잡는 것을 고집한 바 있다. '거포 유망주'라 불렸던 고등학교 시절 폼으로 돌아가 부활을 꾀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김영웅은 그 고집으로 20홈런 거포 반열에 올랐다. 어느덧 타 팀 주전 선수도 인정하는 '거포 3루수'가 됐다.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도 "김영웅을 보면서 '삼진을 당하더라도 저렇게 내 스윙으로 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윙이 정말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정도로 멋있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 삼성 감독도 그의 뚝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 전 배트를 길게 잡겠다는 김영웅의 단호한 모습에 놀랐다"는 박 감독은 "김영웅은 칭찬할수록 더 펄펄 나는 스타일이다. 시즌 초반에 자신 있게 치고 오라고 이야기를 한 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다. 시즌을 치르면서 자신의 약점도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 최고의 3루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라며 그를 응원했다. 현재 김영웅은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리그 팀홈런 1위인 삼성이 더 무서워질 전망이다. 윤승재 기자 2024.09.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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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입단 동기' 베테랑 거포 트리오...서로 다른 봄기운 [IS 포커스]

2005년 프로 무대에 입성, 2010년대부터 리그 대표 거포로 성장했던 '입단 동기' 세 타자가 서로 다른 표정으로 2024년 봄을 보내고 있다. 계절의 풍미를 만끽하고 있는 선수는 최정(37·SSG 랜더스)이다. 그는 지난 2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국민 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됐다. 최정은 여전히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올 시즌도 출전한 25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때려냈다. 팀 동료 한유섬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다. 신기록을 세운 뒤 나흘 만인 28일 인천 KT 위즈전에서는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통산 14번째 만루홈런까지 마크했다. 4개만 더 치면 이범호(현 KIA 타이거즈 감독)를 넘어 이 부문 1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최정의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추신수는 "직접 같은 팀으로 (최)정이를 보면서 더 대단한 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건 최정은 자신이 그렇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모든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내고, 더 좋은 선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최정의 그것은 MLB에서 16시즌 동안 뛰었던 추신수의 눈에도 비범했던 것. 최정은 개인 통산 4번째 홈런왕 도전 의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500홈런 달성을 목표로 삼겠다"라고 했다. 현역 선수 중 '홈런왕'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타자는 단연 박병호(38·KT 위즈)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히어로즈로 이적한 2011년부터 기량을 꽃피웠다. 개인 통산 6번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히고 있다. 2014~2015시즌 연속으로 50홈런을 넘겼고, 이듬해 MLB에도 진출했다. 그런 박병호가 올 시즌 초반은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9일 기준으로 총 28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186(59타수 11안타)에 그쳤다. 올 시즌 홈런은 없다.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12시즌 이후 그가 시즌 첫 20경기 안에 홈런을 치지 못한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박병호의 멘털 관리를 위해 휴식을 주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KT도 하위권으로 떨어진 상황. 결국 박병호는 4월 둘째 주부터 선발보다 대타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다. 지난 26일 인천 SSG전에서 모처럼 안타 2개를 쳤지만, 이후 2경기는 결장했다. 박병호가 흐림이라면 오재일(38·삼성 라이온즈)의 '야구 날씨'는 장마다. 지난 5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군 무대 기록이 없다. 개막전부터 출전한 11경기에서 타율 0.167(36타수 6안타) 1홈런에 그친 뒤 2군행 지시를 받았다. 개막 전 오재일을 올 시즌 키플레이어로 꼽은 박진만 삼성 감독은 현재 오재일의 상태로는 1군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재일은 퓨처스리그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10경기에서 타율 0.080을 기록했다. 오재일의 주 포지션 1루는 현재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맥키넌이 맡고 있다. 그는 출전한 26경기에서 타율 0.364를 기록, 29일 기준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수비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명타자 자리는 기동력과 콘택트 능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차례로 맡고 있다. 현재 1군에서 오재일의 역할은 좌타 대타 요원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오재일은 최정, 박병호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거포로 향했다. 2005년 2차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았은 그는 두 차례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2016시즌 잠재력을 드러냈다. 그해 포함해 개인 통산 6번 '단일시즌 20홈런 이상' 기록했고, 205홈런을 쌓았다. 올 시즌은 좀처럼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며 1군 진입조차 황색등이 켜졌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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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도 인정한 독종...최정 "그저 야구가 잘 하고 싶어서" [IS 피플]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이 직접 진행하는 수비 훈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났다. 선수가 숨 고를 틈도 없이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 주는 땅볼)를 하며 혼을 빼놓는다. 일종의 정신력 테스트이기도 했다. 최정(37·SSG 랜더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근성은 김성근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006년 10월, SK 와이번스(현 SSG) 감독으로 부임해 마무리 캠프에서 최정을 지도한 김 감독은 펑고 1000개, 프리배팅 1000개를 매일 소화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독기가 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어린 선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수많은 제자들 중 자신의 훈련을 100% 소화한 건 최정뿐이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야신이 인정한 '독종' 최정은 매 시즌 성장했다.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그사이 홈런왕 타이틀도 3번이나 차지했다. 최정은 지난 2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 새 역사를 썼다.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쳤다. 2024시즌 10호이자,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이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467개)을 넘어 KBO리그 통산 홈런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야구팬은 타고난 힘이 좋고, 강한 신체를 갖고 있는 최정을 '천재형' 선수로 평가한다. 반면 그를 오래 지켜본 동료들은 '노력형'이라고 확신한다. 2007년부터 한솥밥을 먹은 SSG 에이스 김광현은 "(최)정이 형은 아직도 경기에 나가기 전 생기는 긴장감을 없애려고 배트를 더 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작 최정은 자신을 노력형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기록을 세운 24일 롯데전 뒤 만난 최정은 "노력은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라며 "나는 그저 재밌는 게 있으면 그걸 잘하고 싶은 마음이 워낙 큰 편이다. 김성근 감독님과 훈련할 때도 '수비도 기술적으로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몸이 힘들어도 하다 보면 실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타격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최정은 객관적으로 불편한 훈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최정은 "타격·수비·주루 중에서도 어떤 건 재미가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어떡하든 그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면 기분이 더 좋아서 빨리 다음 경기를 치르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사람들이 '노력'이라고 부르는 걸 최정은 그저 '좋아서 하는 행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성근 감독이 인정한 근성과 독기의 원천은 누구보다 깊은 '야구 사랑'이었다. 최정은 남은 선수 생활도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생각이다. 이전까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건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록 목표도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것이었다. 이젠 통산 500홈런을 향해 나아간다. 최정은 "당장 올 시즌 홈런왕이나 '몇 개를 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그래도 이젠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이전보다 큰 목표를 세웠다. 통산 500홈런을 치고 싶다. 쉽게 해낼 것 같진 않다. 그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어 보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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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아이콘' 최정의 당찬 선언 "이제 다음 목표는 500홈런입니다" [IS 인터뷰]

평소 숫기가 없는 편이다. 요란스럽지 않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신의 기록 도전이 누군가 불편해질까, 팀 승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그런 그가 비로소 웃었다. 최정(37·SSG 랜더스) 얘기다. 최정은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소속팀 SSG가 4-7로 지고 있던 5회 초, 그는 새 역사를 썼다. 상대 투수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쳤다. 이 홈런은 최정의 통산 468번째 홈런. '국민타자' 이승엽을 넘어 KBO리그 통산 홈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SSG는 최정의 홈런으로 추격 신호탄을 쐈고, 이후 한유섬이 백투백 홈런을 치며 1점 차로 추격한 뒤 7회 4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역전했다. 12-7로 승리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최정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기록에 도전하며 느낀 부담감과 달성을 통해 만끽한 해방감을 전했다. 더불어 다음 단계를 향한 포부도 전했다. 다음은 'KBO리그 넘버원 홈런왕' 최정과의 일문일답. - 역대 통산 홈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소감은."후련하다. 통산 최다 홈런뿐 아니라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걸려 있었다. 심적 부담이 커지면 경기력이 안 좋아질 것 같아 걱정됐다. 생각보다 빨리 홈런이 나온 것 같다. 나를 어릴 때부터 지도해주신 많은 코치·감독님들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홈런 기록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5회 초 홈런을 친 상황을 돌아본다면."사직구장 담장이 높아서, 맞고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타구를 친 뒤 빨리 뛰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홈런이 나오면 싫을 것 같았다. 2회 타석 득점을 올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뜬금포 같은 상황이었다. 이후 팀이 승리하길 간절히 바랐다."- 표정이 담담했다. "사실 신기록에 2개를 남겨놓았을 때부터 타석에 서면 편안하지 않았다.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홈런 기념구 표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공을 바꿔서 던져야 하는 상황도 미안하고 민망했다. 묘한 마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이제 후련하다."- 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사구에 부상을 당했다. 이후 어떻게 관리했나."일단 회복에 포커스를 맞췄다. 처음 진단은 골절이었다. (복귀까지) 한 달 넘게 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타박상 진단으로 확정된 순간, '몸이 괜찮으면 바로 경기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3~4일 정도 결장이라면 시합을 뛰면서 감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이 신기록 달성을 예고했다. 타격 훈련 모습을 보고 촉이 왔다며. "어제는 날씨가 추었다. 상대적으로 오늘 스윙이 잘 돌았다. 그렇다고 홈런을 칠 수 것 같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5타수 1안타다." -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는 운이 좋은 놈이다'라는 말. 사구를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큰 부상이 없었다. 한 시즌 통째로 날리는 시즌도 없었다. 잘못 맞아서 어디가 부러지는 선수도 있다. 이런 능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앞서 답한 바 있는데, 2012년 9월 9일 인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이다. 강윤구(개명 후 강리호) 투수로부터 센터로 나가는 홈런을 쳤는데, 내 타격 메커니즘이 완전히 바뀌게 된 홈런이었다. 데뷔 시즌(2015) 친 유일한 홈런도 기억에 남는다."- 친동생 최항이 상대팀 선수로 대기록을 지켜봤다."가끔 연락은 해도 홈런 얘기를 안 했는데, 경기 뒤 와서 처음으로 '축하한다'라고 하더라."- 국민타자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섰다. "영광스럽다. 가문의 영광이다.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를 처음 할 때는 이런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 이승엽 감독이 '최정이 오래 야구를 해 600홈런을 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솔직히 600홈런은 못 칠 거 같다. 500홈런은 욕심이 난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건 아니고, '충분히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겸손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성격이 그런 편이다. 마음가짐을 바꿔보려고 한다. 이제는 큰 목표를 갖고 야구를 하고 싶다."- 자신을 보며 성장하는 미래이 거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그 투수들을 이기기 위해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홈런을 의식하면 투수한테 질 확률이 커진다. 기본기부터 잘 다져야 한다. 프로에 와서 직접 느끼고 적응해야 한다." - 홈런 기념구는."솔직히 간직하고 싶다.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이기도 하지만,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 기념구이기도 하다. 내가 구단에 기증하면 구단주님께서도 나에게 뭘 주시지 않을까." - 19시즌 연속 10홈런 달성 소감도 전한다면."사실 내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기록이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다.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내 기록을 내가 깨는 게 기분이 좋다. 달성하게 돼 기분이 좋고,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홈런왕도 유력하다. "그런 목표를 세운 적은 없다.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기는 것만 생각한다. 올 시즌 성적보다는 통산 500홈런을 향해 나아가겠다."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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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통산 부문 1위 등극에 가린 대기록 [IS 포커스]

최정(37·SSG 랜더스)이 통산 홈런만큼 값진 기록을 세웠다.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19시즌으로 늘렸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소속팀 SSG가 4-7로 지고 있던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전날까지 개인 통산 467호 홈런을 기록,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통산 홈런 부문 공동 1위였던 그가 468호 홈런을 치며 단독 1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이제 KBO리그에서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는 최정이다. 더불어 이 홈런은 최정의 2024시즌 10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은 프로 데뷔 2년 차였던 2006시즌 12홈런을 친 뒤 지난 시즌까지 18시즌 연속 10홈런 이상 기록하며 꾸준히 홈런을 가동했다.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 연장은 최정이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 중 한 가지였다. 통산 홈런 1위 등극이라는 대기록에 가렸지만, 30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에도 '거포'라는 수식어를 유지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이정표였다. 최정도 이 홈런 기록에 가치를 부여했다. 24일 롯데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 나선 최정은 "사실 내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기록이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다.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내 기록을 내가 깨는 게 기분이 좋다. 달성하게 돼 기분이 좋고,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5 00:06
프로야구

드디어 터졌다 468호...최정, 이승엽 제치고 KBO리그 통산 홈런 1위 등극 [IS 부산]

최정(37·SSG 랜더스)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가 우뚝 섰다. '국민타자'를 제치고 새 역사를 썼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 원정 1차전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SSG가 4-7로 지고 있던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상대 선발 투수 이인복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쳤다. 이 홈런은 최정의 올 시즌 10호 홈런이자, 통산 468호 홈런이었다. KBO리그 통산 홈런 신기록이 나왔다. 데뷔 2번째 시즌이었던 2006시즌 12홈런을 치며 '소년 장사'로 불린 최정은 이후 지난 시즌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올라섰다. 2016, 2017시즌은 각각 40홈런과 46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홈런왕 타이틀을 3번 차지했다. 올 시즌도 출전한 20경기에서 9홈런을 치며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가 무색하게 빼어난 장타력을 보여줬다. 최정은 지난 16일 홈(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9회 말, 2-4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으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홈런을 치며 통산 467호 홈런을 기록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KBO리그 통산 홈런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대기록 달성 분위기가 고조된 17일. 최정은 시련을 겪었다. 첫 타석에서 KIA 선발 투수 윌 크로우의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왼쪽 옆구리를 맞은 것. KBO리그 1위, 세계 야구 1위 사구 기록이 330개로 늘어난 순간이었다. 맞는 데 이골이 난 최정도 크로우의 공은 맞은 뒤에는 고통을 감추지 못했다. 1루로 걸어나간 뒤 결국 자진해 교체를 요구했다. 골절상이 우려된 상황. 검진 결과에 SSG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타박상이었던 것. 이후 최정은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 다시 배트를 잡았고,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은 "내 촉이 좋은 편이다. 오늘(24일) 최정이 홈런을 칠 것 같다"라고 했다. 최정은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사령탑의 예고를 현실로 만들었다. 최정이 역사를 쓴 뒤 잠시 경기는 중단되고 잠시 기념식이 열렸다. 최정은 SSG 주장 추신수, 롯데 주장 전준우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4 20:06
프로야구

황준서 스플리터·김택연 포심·전미르 커브...결정구도 제각각, 활력 불어넣는 슈퍼루키들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3순위로 지명된 슈퍼루키들이 시범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 엔트리 진입은 사실상 결정된 것 같다. 세 선수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1순위로 지명된 한화 이글스 좌완 황준서(18)는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포심 패스트볼(직구)은 최고 146㎞/h를 찍었고, 배포 있는 투구도 돋보였다. '리빙 레전드' 류현진에 지난 시즌 신인왕 문동주, 1년 선배이자 파이어볼러로 주목 받은 김서현과 함께 한화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을 선수로 꼽히고 있다. 이날 투구에서 황준서는 스플리터로만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냈다. 1회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나섰던 김현준을 상대로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삼진을 잡았고, 후속 김성윤도 같은 구종으로 땅볼을 유도했다. 데이비드 맥키넌과의 승부에서도 초구 직구를 보여준 뒤 2구 연속 스플리터를 던져 어설픈 스윙을 끌어냈다. 2회 2사 뒤 다시 만난 김현준을 상대로도 7구 승부에서 삼진을 잡는 공을 스플리터로 구사했다. 2순위로 지명된 두산 베어스 김택연(18)은 현재 마무리 투수 후보로도 평가받고 있다. 신인왕 출신 정철원의 자리를 위협했다. 스프링캠프 실전 경기에서 150㎞/h 묵직한 강속구를 뿌리며 이승엽 감독을 사로잡은 그는 구위만큼 멘털도 강한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도 두 경기에서 각 1이닝씩 실점 없이 막아냈다. 이승엽 감독은 볼은 조금 많았지만, 결국 무실점투로 임무를 해낸 9일 키움 히어로즈전 김택연의 투구를 보고 "내가 본 뒤로 최악이었다"라는 평가를 전했다. 한국 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나서는 실전 무대였기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선수 시절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가 있었던 이승엽 감독으로부터 벌써 높은 평가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김택연이다. 그의 직구는 보는 사람도 시원하게 만든다. 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전미르(18)도 10일 SSG 랜더스전과 11일 두산전에서 각각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11일 두산전에선 피안타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전미르의 결정구는 모두 커브였다. 김대한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로 커브를 넣었고, 장승현에게도 초구 직구 뒤 공 2개 연속으로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올 시즌 재기 의지를 보여준 두산 거포 김재환을 상대로도 홈플레이트 앞에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빅3 외에도 투수진 리빌딩을 노리는 키움 1라운더 전준표(8순위·트레이드로 지명권 확보)와 김윤하(9순위)도 한 경기씩 등판해 무난한 공식전 데뷔전을 치러냈다. 전체 7순위였던 KT 신인 투수 원상현은 임시 5선발로 낙점됐다. '투수 명조련사' 이강철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감으로 낙점한 선수다. 2020년 신인으로 선발진에 진입한 소형준은 그해 신인왕이 됐다. 원상현도 지난 10일 LG 트윈스전에서 커브로 상대 베테랑 타자들을 제압하며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동안 중고 신인이 휩쓸던 신인상은 2017년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시작으로 5시즌 연속 순수 신인에게 돌아갔다. 상위 라운더, 슈퍼루키들에게 시선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13 15:03
메이저리그

어느 나라든...믿음의 야구는 매력적이다

일본 야구가 최종 무대 길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기운을 탔다. 야구팬이 가장 좋아하는 코드가 앙상블을 이뤘다. 일본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6-5로 승리했다. 미국이 선착한 결승에 오르며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상대는 '도깨비 팀' 멕시코. 1라운드에서 미국을 11-5로 이기더니, 약체 영국전에선 2-1로 간신히 이겼다. 하지만 8강전에서 죽음의 조(D조)에서 살아남은 푸에르토리코에 승리(스코어 5-4)하며 대회 4강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준결승전에서도 일본을 몰아붙였다. 4회 초 루이스 유리아스가 '퍼펙트 피처'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치며 기선을 제압했고, 7회 말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뒤 바로 나선 공격에서 랜디 아로자레나와 알렉스 버두고, '알동(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 강타자들이 차례로 안타를 때려내며 다시 앞서갔다. 8회까지 5-4로 앞섰다. 일본의 역전 드라마는 9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멕시코 마무리 투수로 나선 지오반니 가예고스의 초구 바깥쪽(좌타자 기준) 체인지업을 당겨쳐 우중간을 갈랐다. 마치 야수가 없는 위치에 조준한 것처럼 가볍고 정확한 스윙을 보여줬다. 헬멧까지 벗고 내달린 그는 2루를 밟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일본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려 했다. 에이스이자 주축 타자이자 리더 역할까지 해낸 오타니였다. 다른 메이저리거 요시다는 가예고스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 주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 경기 하이라이트이자 이번 대회 명장면이 나왔다. 앞선 5경기에서 17타수 4안타에 그쳤던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가 타석에 나선 것. 무라카미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유명하다. 2022시즌 일본 리그에서 홈런 56개를 치며 일본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선수다. 최연소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까지 해냈다. 오타니-무라카미-요시다로 이어지는 일본 클린업 트리오의 화력은 북·중미 국가들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다. 한 일본 언론은 오타니를 의식한 무라카미가 타격 밸런스에 흔들리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시선을 갖기도 했다. 일본팬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날 멕시코전도 무라카미는 앞선 4타석에서 삼진 3개를 당했다. 요시다가 7회 말 동점 3점 홈런을 친 뒤에 나선 4번째 타석에서는 김새는 팝플라이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 무라카미가 오타니와 대주자 유쿄 슈토를 누상에 두고 나선 9회 말 5번째 타석에서 가예고스의 시속 151㎞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을 갈랐다. 오타니가 3루를 돌 때 더그아웃에 있던 일본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승리를 예감했다. 발 빠른 슈토까지 홈인.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무라카미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강공을 선택했다. 그의 머릿속에 희생번트는 없었다. 무라카미가 일본에 승리를 안길 것이라고 믿었다. 오히려 무라카미가 자발적으로 번트를 댈까 고민했다고. 믿음에 부응한 무라카미는 경기 뒤 사령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전 기회를 연 오타니는 "무라카미가 그동안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에 정말 좋은 스윙을 했다. 내가 출루하면 그가 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배의 공을 치켜세웠다. 무라카미의 멕시코전 반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부진을 털고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이끈 이승엽을 떠올리게 했다. 이승엽은 이전까지 1할대 타율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 2-2로 맞선 8회 타석에서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그는 경기 뒤 눈시울을 붉혔고,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의 국민 타자와 이제 553경기(5시즌)밖에 뛰지 않은 일본의 신성 거포를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쉽게 빼기 어려운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해도 '믿음의 야구'가 빛 발한 이날 무라카미의 홈런은 강렬하고 매력이 있었다. '현미경 야구'로 불릴 만큼 분석에 능한 일본 야구대표팀이 이성보다 감성을 바탕으로 선택해 얻은 결과였기에 더욱 그랬다. 안희수 기자 2023.03.22 00:06
프로야구

"이승엽 클래스는 여전하네요" MLB 317홈런 타자도 인정했다

2006년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 1조 첫 경기 멕시코전. 3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이 1회 말 1사 1루에서 로드리고 로페스의 6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결승 2점 홈런(2-1 승리)을 터뜨렸다. 전년도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15승을 거둔 투수(로페스)를 상대로 이승엽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 홈런 타자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경기에 6번 타자·1루수로 나선 멕시코의 아드리언 곤잘레스는 이승엽이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날 3타수 1안타(멕시코 총 5안타)를 기록한 곤잘레스는 우리에게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도우미로 잘 알려져 있다. ━ 한국서 만난 두 '국민타자' 이승엽(46)과 곤잘레스(40)가 16년 만에 한국 땅에서 만났다. 지난 16~17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홈런더비 X' 무대에서였다.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MLB 사무국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곤잘레스는 닉 스위셔, 자니 곰스, 지오바니 소토 등 은퇴 선수와 함께 MLB 4개 팀을 대표해 방한했다. 곤잘레스는 "16년 전 이승엽이 결승 홈런을 친 장면을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팽팽한 투수전(한국 2-1 승)으로 펼쳐져 더 또렷하게 생각난다"며 "이승엽의 부드러운 스윙이 돋보였다"고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승엽은 곤잘레스를 보자마자 "에드가 곤잘레스와 (2010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함께 뛴 적 있다"고 소개했다. 아드리언 곤잘레스의 형 루이스 곤잘레스도 MLB(193경기 출전)를 경험한 선수 출신이다. 이승엽은 "2006년 한국-멕시코전에 곤잘레스도 출전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었던 걸로 기억난다"며 "워낙 유명했고 수비력도 좋은 선수였다. 스윙이 아주 부드럽고 타격 타이밍도 잘 잡았다"고 정확하게 기억했다. 이어 "다저스에서 류현진을 많이 도와줘 더 친숙하다. 총연봉도 1억 달러(실제로는 1억9064만8500달러·2655억원)를 넘지 않았을까 싶은데. 멕시코 대표팀 사상 가장 좋은 타자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서로의 평가처럼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이승엽은 '국민타자'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최고 스타였다. 곤잘레스 역시 멕시코를 대표하는 타자다. 곤잘레스는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만, WBC 1~3회 모두 멕시코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선행을 펼치는 점도 비슷하다. 곤잘레스는 장학 재단을 설립, 암환자를 비롯한 라틴계 어린이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승엽도 은퇴 직후인 2018년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재단을 설립, 재능 기부와 함께 소아암 환우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 메이저리그 꿈꿨던 이승엽 프로 입단 때부터 '최고'였다. 이승엽은 1995년 고졸 신인 최고대우 계약금(1억 3200만원)을 받고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곤잘레스는 2000년 MLB 전체 1번으로 플로리다에 지명된 최고 유망주 출신이다. 내야수가 전체 1번으로 뽑힌 건 1993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통산 696홈런) 이후 처음이었다. 같은 좌타자에 포지션(1루수)도 같다. 이승엽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56홈런(2003년)을 비롯해 각종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KBO리그 개인 최다 홈런(467개)을 비롯해 한·일 통산 홈런만 626개(일본 159개)에 이른다. 홈런왕을 5차례나 차지했다.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제70대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중요할 때 한방을 터뜨리는 '해결사'였다. 오죽하면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까지 있다. 곤잘레스 역시 빅리그 15년 동안 홈런 317개를 때린 강타자다. 텍사스 레인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스턴 레드삭스-LA 다저스-뉴욕 메츠를 거치는 동안 총 1929경기에서 통산 타율 0.287 1202타점을 기록했다. 곤잘레스 역시 멕시코 대표팀의 최고 해결사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승엽은 1회 WBC 멕시코전을 포함해 대회 기간 총 홈런 5개를 기록했다. 대회 홈런왕과 공동 타점왕에 올랐다. 켄 그리피 주니어와 같은 타점 10개를 올렸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매운맛'을 선보인 이승엽도 곤잘레스처럼 MLB에서 뛸 기회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KBO리그를 평정한 이승엽은 미국 진출 의지가 컸다. 2002년 시카고 컵스, 2003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초청 선수로 참가했다. 이승엽은 "미국 야구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 추진했다. 2002년 컵스에서 캐리 우드(통산 86승)와 새미 소사(609홈런), 프레드 맥그리프(493홈런) 등 스타 선수와 함께 훈련했다. 어느 날 소사와 사진을 찍었는데 팔뚝이 정말 엄청나게 굵더라. 반면 난 너무 왜소했다"고 떠올렸다. 이승엽은 컵스 소속으로 시범경기 7경기에서 홈런 2개를 기록했고, 이듬해 플로리다에서도 홈런 2개를 터뜨려 미국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그는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유로운 훈련 분위기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 동기부여도 됐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02년 47홈런을 터뜨렸고, 2003년에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은 2003년 시즌 종료 후 부푼 꿈을 안고 아내 이송정 씨와 미국으로 건너갔다. LA 다저스 홈구장에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에 다저스와 한 차례 더 만났는데 (계약 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 전에는 계약이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더라.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KBO리그를 거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야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인 이승엽이 예상보다 낮은 조건에 사인하는 것도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결국 이승엽은 일본 지바 롯데 말린스와 2년 총 5억엔(49억원)에 계약했다. 지바 롯데 입단 기자회견 당시에는 MLB 진출의 꿈을 접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9년 전을 회상하며 "당시 결혼도 했고 가족 부양의 책임도 있었다. 또 어머니가 수술 후 병상에 누워 계셨다. 협상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내 꿈만 좇아 (미국에 가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 남으면 FA(자유계약선수) 4년 계약을 해야 하니까 우리보다 수준이 더 높은 일본에서 2년 동안 뛰고…(다시 한번 도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2012년 삼성에 복귀 후 2017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은퇴하고 나니 성공과 실패를 떠나 미국에서 한 번도 뛰지 못해 정말 아쉽더라. 사실 2011년 일본 오릭스 퇴단 때 미국 마이너리그라도 한 번 가볼까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그때 한국(삼성)에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못 돌아올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 두 거포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은퇴 후 5년이 흘렀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홈런 타자의 위용을 자랑했다. 지난 17일 컵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홈런 더비에서 25개의 타격 기회 중 1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상대편이었던 다저스의 곤잘레스가 이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곤잘레스는 "이틀 동안 이승엽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니 2006년 WBC 멕시코-한국전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전력분석 등을 통해) 이승엽이 결정적일 때 해결하는 타자라고 여겼다. 세월이 흘렀지만 역시 클래스가 여전히 그대로임을 느꼈다.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승엽은 홈런더비 X MVP에 뽑힌 곤잘레스를 향해 "세계적인 선수와 어울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이형석 기자 2022.09.2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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