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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밝힌 ‘길복순’의 길고 긴 A to Z [IS인터뷰]

‘길복순’은 올 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 화제작이다. 비록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관객수나 매출액 집계는 없지만, 시청시간 만큼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공개하는 매주 콘텐츠 시청시간 집계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주차 시청시간은 2571만으로, 영어권 영화들과 비교해도 전세계 2위 기록이다. 변성현 감독과 전화와 만남을 통해 ‘길복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전도연을 놓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가 ‘길복순’을 만들었다던데. 왜 전도연, 왜 킬러 이야기였나.설경구가 영화 ‘생일’ 촬영 현장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전도연 팬이었던 터라 가긴 했는데 막상 가서는 촬영장 밖에 있었다. 팬이다보니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그런 것보다는, 왜 그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 있잖나. 결국 그날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열어서 전도연과 처음 인사했다. 그 뒤로는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가 ‘생일’ 시사회 때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그날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를 가야 했다. 꼭 ‘생일’ 보겠다고 답하고 난 뒤, ‘킹메이커’를 찍고 있을 때 전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매우 정중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찾아 뵀다. 시나리오를 주면서 읽어보고 연출을 검토해 볼 수 있냐고 하더라. 그건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깐. 그랬더니 전도연이 “감독님, 나랑 뭐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전도연이잖나. 너무 잘해야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쓰면 아무 것이라도 하실거에요?”라고 했다. 당연히 그건 책을 읽어보고 해야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래요”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전도연을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걸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를 액션으로 구상했다. 여러 작품들 속에서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전도연을 매우 잘 썼다는 점이었는데. 전도연과 현장에서 매우 치열했다. 전도연이 준비하는 것과 내가 생각한 게 아무래도 다를 수가 있으니깐. 일단 난 첫 테이크는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본다. 내 생각과 아주 다를 경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깐, 막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도연은 정말 대배우잖나. 내가 막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면서 내 의도대로 다 해줬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안 해준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이야기하는 걸 귀엽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번은 전도연이 CCTV에서 설경구를 보고 뒤도는 장면을 찍는데, 전도연이 어떻게 연기해요,라고 먼저 묻더라. 사실 어떻게 디렉션을 할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뒤를 돌 때 얼굴에서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을 한 번에 표현해달라고 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 번에. 그 말을 듣고 전도연이 “그게 뭐야”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모니터에 앉으면서 속으로 “난 최악의 감독이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기하더라. 그냥 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우다. -전도연과 작업이 사실 쉽지는 않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 하다보니 신을 잡아먹는 평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잡아먹힌 신을 배우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감독이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점에서 ‘길복순’은 전도연의 장점을 극도로 활용했고 그게 이 영화와 아주 잘 맞았는데.사실 엄청 쫄았다. 워낙 전도연이다. 하려면 진짜 내가 잘해야했다. 진짜로 미친듯이 준비해서 현장에 나왔다. ‘길복순’은 전도연이란 배우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로 출발했다. 그래서 직업을 킬러로 정하고, 그 다음에는 인간 전도연에게 가장 가까울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전도연은 딸에게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다. 싸우고 삐치고 어려워하고. 스태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완전히 우두머리인데, 딸에게 전화오면 조용히 받고 “나, 집에 가야해”라고 하고 간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좋고 멋있었다. 그렇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것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뼈대로 정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같은 킬러 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가 정한 규칙이 있고, 그게 이 영화에 주요한 설정으로 사용되는데.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나.일단 차민규(설경구)가 대표로 있는 킬러회사 MK. ent는 독과점이란 소리까지 듣는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킬러회사다. 사실 MK는 한국 엔터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킬러 일도 엔터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 속 세 가지 규칙은, 규칙을 깨도 아무 일도 벌어지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설정했다. -‘길복순’은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더 강하고 더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예컨대 보통 액션영화는 엔딩에서 액션이 가장 화려한데 비해 ‘길복순’은 그렇지 않은데.내가 ‘길복순’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하나는 길복순과 딸 길재영의 대화 장면이고, 하나는 엔딩이다. 딸과 대화 장면은, 난 이 영화가 딸이 엄마한테 문을 열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가장 힘든 하루를 겪은 다음에 딸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엔딩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이연결과 견자단이 아니지 않나. 액션영화지만, 결국은 감정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대화 장면에서 딸이 길복순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하자 길복순이 “밥 먹었니”라고 답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으로 길복순이 총리후보자 아들을 죽이라는 의뢰를 실패한 선택이 설명되기도 하고.사실 시나리오에는 길복순이 왜 의뢰를 실패하는지 이유를 구구절절 써놨었다. 그러다가 전도연의 표정이면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빼 버렸다. 왜 엄마가 아무리 화를 내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나.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고. -‘길복순’도 색 설계가 두드려진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 사과를 매우 인상적으로 사용했는데.길복순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기에 녹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빨간 사람이지만. 그래서 딸을 녹색으로 키우고 싶고 녹색의 공간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딸과 밥을 먹을 때 스팸보다는 녹색인 시금치를 딸 앞으로 둔다. 집 안의 중정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야말로 딸을 녹색으로 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딸이 커밍아웃을 하고, 받아들일 때도 녹색의 공간 속에 있다. 설경구가 연기한 차민규는, 파란 색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차갑고 냉철한. 사과는 선악과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사과가 세 번 등장한다. 처음 두 번은 딸이 사과를 먹고, 마지막에는 안 먹는다. 딸은 윤리를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를 먹으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딸이 마지막에 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넣고 싶었다. -동성애 코드와 근친 코드를 넣은 이유는? 세상의 규칙과 금기를 부셔버리고 싶었나.그런 의도는 아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비밀이 있길 바랐다. 엄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못 받아들일 딸의 비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동성애를 생각했다.근친은 처음부터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런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다. 금기를 깨야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금기를 깨는 게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난 그런 거장이 아니다. 그냥 이솜이 맡은 차민희는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아이처럼. 민규가 민희를 잘 못 키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태로 민희는 어른이 돼 버린 것이다. 근친이라면 서로 좋아해야 하는데, 이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솜에게 최대한 아이처럼 웃고, 최대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달라고 부탁했다. 내꺼를 빼앗겨서 질투하는 아이 같은. 바나나우유도 원래 없던 설정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이솜에게 마시도록 부탁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시작”이라고 이솜이 외치는 걸 현장에서 “요이, 땅”으로 바꿨다. 그저 아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민희가 마지막 길복순에게 죽기 전에 가장 환하게 웃길 바랐다. 영정 사진도 가장 웃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솜이 활짝 웃었는데 포토샵으로 더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솜이 흰 옷을 입는 것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기시 되는 걸 건드리겠다는 것보다는 ‘불한당’ ‘킹메이커’ 등 전작들처럼 무너져 내리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전도연과 황정민이 싸우는 장면, 상가식당에서 전도연과 킬러들이 싸우는 장면,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 장면, 설경구와 전도연의 엔딩 장면, 설경구의 러시아 바 장면 등 크게 다섯 번의 액션이 있다.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도연과 설경구가 이연걸과 견자단이 아닌데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액션도 감정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킬러영화들의 법칙을 깨고 싶었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명의 다수와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길복순은 꼭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들과만 싸우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톱 킬러인 길복순과 일본의 톱 야쿠자와 싸우는 것으로 열고자 했다. 사실은 야쿠자 역을 일본 톱배우를 섭외하려 했고, 실제로 진행도 됐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데, 며칠 촬영을 위해 일본 톱배우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고민하고 있는데 전도연이 황정민을 직접 섭외했다. 일본 배우 섭외가 안되면 재일교포로 가려고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써놓기는 했다. 황정민은 원래 관동의 호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배운 일본어가 관서쪽이라고 해서 관서의 호랑이로 바꿨다. 난 그 장면은 분위기와 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화려하게 가는 게 아니라 무드를 화려하게 가자,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빛이 마치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거기가 동호대교라는 설정이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 황당함과 뻔뻔함과 유치함을 시작부터 받아드려 달라는 액션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이연의 액션은 넓게 보여지게 설계했다. 전도연의 의상을 정해놓고 탱고 같은 액션으로 구상했다. 또 둘의 대결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이 맞붙기 전에 이연이 화장실에서 하는 액션은, 여느 다른 한국영화 액션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완전히 다른 액션영화처럼. 그런 액션을 보여주고, 탱고와 대전 게임 같은 액션을 붙여서 이 영화의 액션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가액션은, 설계부터 미술감독과 촬영감독,무술감독이 많은 회의를 했다. 박스로 일일이 테이블을 만들고 어떻게 동선을 짤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보통 액션영화에선 직사각형 같은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는데, ‘길복순’은 한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액션이 펼쳐지는 걸 의도했다. 미술감독이 공간을 그런 목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거의 모든 액션을 배우들이 다 소화해야 했고, 내가 컷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괴로운 것을 배우들에게 시키고 나는 너무 편하게 있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영화는 더 하기 싫어지더라. 전도연은 거의 모든 액션신에서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두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인이 다 했다. 상가액션에서 배우들의 무기도 캐릭터 별로 다 설계했다. 김기천이 쓰는 채찍 같은 경우, 소품팀이 채찍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가미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화 보면 채찍을 그렇게 쓰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만화 같은 거니 그냥 가자고 했다. 회사가방에서 꺼내는 삼단봉도 그렇고. 길복순과 싸우는 킬러들도 그냥 회사원들이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친하다가도 기회를 오면 잡으려 할 것 같았다. 다른 킬러영화들처럼 현상금 때문에 길복순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승진이나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라 설정했다. 그걸 길복순도 이해하고. 그게 사회생활이니깐.킬러들이 자기들끼리 A급, B급, C급 이야기를 하고 미션도 그렇게 나누는 건 스태프들과의 술자리에서 착안했다. 내가 배우들보다 스태프들과 술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제 B급이 됐네” “A급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아는 사회생활이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엔딩의 전도연과 설경구 액션에서 눈에 띄는 건 수싸움의 표현인데. 어떻게 찍었나.진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훨씬 화려하게 구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랬다가는 그 액션신 다음의 감정과 안 닿을 것 같아서 뺐다. 일단 그린 스크린을 세우고 로봇암으로 카메라를 고정한 다음 이쪽저쪽에서 다 찍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탁자에서 칼로 베는 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나도 해봤는데 잘 안된다. 다행인 것은 ‘길복순’은 액션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전도연이 그 때는 액션의 달인이 됐다. 전도연이 지금 황정민과 첫 장면을 찍으면 진짜 잘할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설경구가 전도연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장면도 둘이 다 실제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바랐다. 또한 이 엔딩 액션을 놓고 사실 제작진끼리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 나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볼 때 마지막 액션을 가장 기대하는 법인데 ‘길복순’은 그렇지 않으니깐. 반원창이 배경에 있으니 다른 액션영화라면 그걸 깨고 나가서 난간에서 싸우고 그럴 테니 우리도 그러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다른 액션영화들과 똑같으니깐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싸움으로 화려한 건 보여주고 실제 액션은 짧게 가는 걸로 정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차민규가 길복순 딸에게 전화하면 그걸 길복순이 이어 받는 것도 넣었는데 그렇게 찍지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둘이 대화를 오래하게 만들고 싶었다. 왜냐면 설경구에게 그 장면은 멜로신이기도 하니깐. 둘이 치열하고 우아하게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경구의 피도 꽃처럼 피어나길, 미술팀에 부탁했다. -러시아 바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 오마주 같기도 한데.그렇다기보다는 ‘올드보이’가 워낙 클래식이니 이제 그런 장면의 대명사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 액션신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원래는 러시아 액션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찍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일반 러시아 사람들을 액션 연습시켜서 찍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며칠 연습하다가 힘들면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끝까지 연습해서 찍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문제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니깐 액션을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액션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액션배우의 도움을 받기 마련인데, 그 장면에선 설경구가 제일 액션 전문가였다. 러시아 배우들이 진짜로 힘을 쓰니 설경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러시아 바 액션도 로봇암을 이용해서 동선을 짜고 찍은 뒤 한 컷 한 컷 붙였다. 러시아 바 액션신은 민규가 복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우기에 짐승 같은 거친 것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불한당’에서의 설경구와 ‘길복순’에서의 설경구를 차별화 하기 위해서 준 설정이 안경이다. ‘불한당’에선 평소에는 껄렁 거리다가도 화가 나면 차가워지는데, ‘길복순’에서 설경구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 냉정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짐승처럼 분노가 표출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모두 길복순 때문에 안경을 벗는다. 길복순 때문에 야수성이 표출된다. 그래서 그 러시아 바 액션은 설경구의 꼬라지가 야수성으로 발현되는 게 목표였다.그 장면에서 싸우기 전에 안경을 벗는 건,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바에 앉으면 모자를 벗는 것도 연상되길 바랐다.또 그 장면은 보통 바에서 액션 장면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것들을 다 피하고 싶었다. 보통 바에서 액션을 하면, 주인공이 바 밑으로 숨는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바 대신 설경구가 난간에 숨는다. 다른 영화라면 바에서 싸우면 벽에 있는 술병들이 다 깨지고, 샹들리에를 꼭 쏴서 떨어뜨리는 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기껏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거기서 안싸운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전형적인 걸 피하다보니 난간에서 싸우고, 난간에서 싸우니 눈이 오게 하자고 해서 눈을 넣었다.-극 중 이름을 그냥 주위에서 착안해서 만드는데. 길복순은 전도연 이모 이름이고, 구교환이 맡은 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이기도 한데. 일단 길복순의 성인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킬 빌’의 킬에서 따왔다. 어차피 여자킬러 이야기면 ‘킬 빌’을 떠올릴 텐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길복순 이름은 길재영이었다. 재영은 전도연 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날 전도연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뜬 걸 보니 복순 이모더라. 굉장히 세련된 사람과 복순이란 이름을 붙이면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길복순이 완성됐고, 딸 이름이 길재영이 됐다.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에서 따온 게 맞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불한당’ 이후에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웬툰 스토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다가 친해졌다. -딸의 성을 엄마를 따라 길이라고 한 것도 인상 깊은데. 길복순 딸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과거에 어떤 관계였을까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일단 딸 성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누구인지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솜 대사에 일부러 “아빠가 누구래?”라는 걸 넣었다.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잠을 잤을까는 내 생각도 있지만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걸 얼아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결정할 테니. 일단 난 안 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경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둘 사이에 에로스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도연과 구교환의 베드신은, 여성상위와 함께 전도연 등의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나. 전도연이 끝나고 구교환에게 돈을 준 이유는. 여성상위도 맞지만, 그보다는 전도연 등근육과 등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킬러가 모델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등근육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도연에게 등근육 운동을 부탁했더니 3개월 동안 그 한 장면을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했더라. 현장에서 처음 그 등근육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사실 베드신은 대충 찍고 딸의 키스신에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전도연이 구교환에게 돈을 준 건,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카우보이들이 매춘부에게 무심하게 화대를 던지는 걸 반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김시아가 연기한 길복순의 딸 길재영도 나중에 킬러가 되나.복순은 딸이 자기 피를 많이 물려받아 자신과 비슷한 걸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마음을 연 재영이 마지막에는 엄마처럼 빨간 색 옷을 입고 학교로 간다. 김시아에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길재영’을 한 번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전도연을 조연으로 하고. -변성현 감독을 비주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건, 비주얼이 좋다는 뜻과 동시에 서사보다는 비주얼에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일단 난 비주얼리스트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길복순’도 서사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서사를 비트는 한편 또 뻔한 걸 즐기게 하고도 싶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내 영화의 비주얼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그간 계속 작품을 같이 해온 한아름 미술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럼 한 미감이 미술이 어느 정도 떠 있길 바라느냐, 땅에 붙어있길 바라느냐고 묻는다. 난 이번에는 ‘불한당’보다 더 가보자고 했다. 황당한 것과 현실적인 걸 섞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첫 장면은 동호대교지만, 평행서울 같은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이 영화 속 서울은 서울이되 평행서울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미술감독이 많이 참여해서 크레딧도 그 순서대로 갔다. 보통 크레딧에는 감독, 촬영감독 순으로 들어가는데 ‘길복순’은 감독, 미술감독 순으로 들어갔다. -딸의 키스 장면은 미성년자들의 연기 장면인 만큼, 넷플릭스 담당자와 변호인들과 같이 배우들의 부모님과 상의를 한 뒤 부모님 입회 하에 찍었다고 하던데.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이질적이어서 결정했는데 허가 받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찍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들이고 내가 성인 남성이다보니 그 장면을 직접 디렉션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전도연을 불러서 그에게 디렉션을 설명해주고, 전도연이 다시 김시아 등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달해줬다. 전도연이 정말 디렉션을 잘 해줬다.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그 후보자가 아들의 살해를 의뢰한다는 게 영화의 갈등 구조 중 하나인데. 특정 정치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어느 진영이나 어떤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딸을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려는 엄마와 자기 일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빠를 대비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설경구와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다음에도 같이 하나.설경구에게도 진짜로 이번만 같이 하고 한 텀 쉬고 다시 하든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둘이 그만 같이 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다만 다음 영화에 설경구와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꼬깃꼬깃하게 구겨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마치 ‘오아시스’의 설경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성오가 연기한 신상사는 너무 아쉽게 퇴장하는데. 신상사 스핀오프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아,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성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성오는 내가 가장 친한 배우다. 동네형 같은 사람이다. -길복순의 어린 시절, 얼굴이 마치 아수라 같이 그려지는데. 그 아수라 같은 모습이 전도연의 모습과 겹쳐지는데.킬러일 때 전도연은 왼쪽 얼굴을, 엄마일 때 전도연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이 일로 전화받을 때는 카메라가 오른쪽 얼굴을 비춘다. 설경구와 떡볶이를 먹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른쪽으로 받는다. 국무총리 후보 아들을 죽이려 할 때 딸에게 전화가 와서 받을 때 카메라가 이유 없이 돌아서 전도연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떡볶이집이 매우 유명한 맛집인 건 알고 있었나.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먹어보지도 못했다. ‘불한당’때는 떡볶이 장면을 찍으면서 먹었는데, ‘길복순’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설경구와 전도연 촬영 첫날이라 너무 긴장해서 못 먹었다. -설경구의 젊은 시절을 이재욱이 연기했는데. 도대체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연출부가 이재욱의 클립을 보여줘서 캐스팅할 때는 그가 그렇게 잘 생긴 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인지도 몰랐고. 그냥 내가 본 클립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라 만나서 오디션을 못 했다. 이재욱으로 결정하고 난 뒤 연락처를 받아서 설경구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영상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외모를 흉내낼 수는 없었는지 목소리를 닮도록 준비해 왔더라. -‘길복순’은 음악이 전작들과 달리 혼종 느낌인데.다른 작품들처럼 김홍집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짬뽕이었으면 했다. 테크노도 나오고 족보에 없는 듯한 음악.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왜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었나. 이 내용으로 다른 투자사에서 150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내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 배우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자가 안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차기작은.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써놓은 것도, 준비해놓은 것도 없다. -변성현은 성공한 덕후이자, 빻은 취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장인이라는 평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빻은 취향이란 게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빻았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인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4 06:00
연예일반

‘환혼: 빛과 그림자’ 귀환… 이재욱·고윤정·황민현의 빛나는 케미

‘환며들 시간’이 다가온다. 오는 10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환혼2’) 측은 6일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 파트 2의 귀환을 알렸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죽음 끝에서 살아 돌아온 장욱(이재욱 분)과 낙수의 얼굴을 한 기억을 잃은 여인(고윤정 분)의 운명적인 조우, 3년이 지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술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상은 “난 그때 죽었어야 합니다. 존재하는 죄를 짓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는 대사와 함께 괴물이 되어 다시 태어난 장욱을 조명하며 시작한다. 김도주(오나라 분)마저 “칼 맞은 자리에 품고 있던 붉은 새알도 없애십시오. 죽은 아이와 나눈 음양옥을 왜 품고 계십니까?”라며 장욱에게 사무친 원한이자 피맺힌 연정이 된 정인의 존재를 잊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인의 칼을 들고 다니며 환혼인의 혼을 거두고 다니는 장욱의 사연이 그려진다. 3년 동안 장욱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증을 높이는 찰나, 가슴에 칼처럼 박힌 상처를 품은 장욱과 그 안에 있는 얼음돌을 볼 수 있는 여인의 운명 같은 만남이 그려지기도. 또 서율(황민현 분)이 “내가 가장 먼저 떠났어. 너와 욱이가 가장 힘들 때 나만 도망치듯 떠나 있었어”라며 비로소 두 절친에게 진심을 전한다. 이어 서율과 그의 첫사랑 얼굴을 한 여인의 재회, 죽은 낙수를 또 한 번 불러내 장욱을 흔들려는 진무(조재윤 분)의 검은 계략 등 영혼과 운명이 바뀌는 세계에서 그려질 운명을 거스르는 술사들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도 예고된다. 무엇보다 그 파란의 중심에서 장욱과 기억을 잃은 여인의 감정이 한층 무르익어 보인다. 특히 장욱의 “너의 그 대단한 신력만 있으면 그게 너의 쓸모야”라는 대사와 함께 여인의 등장과 동시에 장욱이 정인과 나눠 가졌던 ‘운명의 연결고리’ 음양옥이 제빛을 발해 두 사람이 앞으로 쌓아갈 교감과 인연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영상은 이재욱과 고윤정의 케미스트리와 연기 앙상블을 비롯해 박진(유준상 분), 세자 고원(신승호 분), 박당구(유인수 분) 등의 강렬한 카리스마로 꽉 채워져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환혼: 빛과 그림자’는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12.06 14:43
연예일반

이재욱-고윤정 ‘환혼2’ 캐릭터 포스터 공개

이재욱과 고윤정의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됐다. 오는 12월 10일 첫 방송 예정인 tvN 새 주말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환혼2’)는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죽음 끝에서 살아 돌아온 장욱(이재욱 분), 그리고 3년이 지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술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환혼’ 측은 16일 이재욱과 고윤정의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다. 안개 속에 홀로 서 있는 이재욱은 어딘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흡사 본능만이 살아 있는 듯 괴물과 같은 섬뜩한 이재욱의 눈빛과 비장하게 칼을 쥔 포스가 소름 끼치도록 강렬하다. 특히 ‘불길하고 미친놈. 나는 그때 죽었어야 했다’는 문구를 통해 불길 속에서 살아 돌아온 이재욱의 3년 후 이야기에 궁금증이 고조된다. 고윤정 캐릭터 포스터는 신비스러움 그 자체를 담아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윤정은 붉은 장미꽃을 의인화시킨 듯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감탄을 일으키는데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라는 문구와 남모를 사연을 간직한 깊이 있는 눈빛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극 중 장욱과 낙수의 얼굴을 한 기억을 잃은 여인 그리고 ‘환혼2’의 부제, 빛과 그림자의 관계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욱의 이름은 빛날 욱(煜)이며 낙수의 본명 조영에는 그림자 영(景)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즉 빛과 그림자처럼 이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인연이다. 마치 장욱의 깊은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이 될 듯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환혼: 빛과 그림자’는 오는 12월 10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2.11.16 10:11
드라마

'환혼' 세자 신승호, 목소리-눈빛-액션 묵직한 존재감

배우 신승호가 '환혼'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환혼' 4회에는 신승호가 대호국의 세자 고원으로 분해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내면을 동시에 선보이며 활약을 펼쳤다. 이날 고원(신승호)은 세자다운 화려한 용모와 함께 당당한 위세로 말을 타고 장욱(이재욱)의 집에 도착,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스승인 진무(조재윤)가 장욱에게 무시당했다 생각해 장욱이 가져간 천부관 관주의 칼을 돌려받기 위해 찾아온 것. 고원은 자신을 선 밖으로 물러나게 해보라며 칼의 거처를 정하기 위한 대결을 제안했다. 그는 단단하며 수려한 검술로 달려드는 장욱을 공격했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칼을 들었다. 그때 고원은 장욱의 하인인 무덕이(정소민)가 똥물을 가지고 나타나 자신에게 끼얹자 크게 당황하며 물러섰다. 이는 무덕이의 계략이었고, 결국 그는 약속한 선을 넘고 말았다. 이에 수치와 분노로 눈빛이 일렁이던 고원은 4대가문의 술사들이 자신을 막아서자 "이 나라 세자에게 맞서겠다는 것이냐. 네 집안이 힘을 합쳐 나한테 칼을 겨눠보던가"라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고원은 내관이 귓속말로 4대가문의 후계자들과 싸우면 왕이 대노할 것이라며 말리자 "말리려면 아까 말렸어야지"라고 살짝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자신의 앞에서 똥물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에 더럽다며 자리를 떠났고, 뒤따라온 무덕이의 무한 아부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원은 똥물을 뿌린 무덕이에게 '똥무더기'라는 이름을 지어줘 안방극장에 웃음을 유발했다. 신승호는 묵직한 보이스와 눈빛, 액션으로 세자 고원의 위엄 있는 모습을 그려냈다. 반면 시시각각 솔직하게 드러나는 고원의 표정을 변화무쌍하게 표현하며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환혼'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2022.06.27 15:07
축구

'김성동 선방쇼' 호원대, 용인대 꺾고 춘계대회 첫 우승

홍광철 감독이 이끄는 호원대가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차지했다. 호원대는 26일 경남 통영에 위치한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용인대와 제58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두 팀은 정규시간을 넘어 연장 전반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팽팽한 경기는 연장 후반 나란히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승부차기에서 결판이 났다. 호원대가 용인대를 5-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호원대는 창단 첫 춘계대회 결승 진출 기세를 몰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조별예선부터 어려운 경기를 헤쳐 나가며 결승에 오른 호원대는 대회 최고의 반전을 일궈냈다. 반면 용인대는 지난 2020년 연세대에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통산 두 번째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전반부터 양 팀의 경기력은 뜨거웠다. 용인대의 공격이 매서웠다. 대회 5골을 넣고 있는 측면 공격수 박경민이 용인대의 공격을 조율했다. 박경민은 양세영, 박성결 등과 패스 플레이를 통해 호원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호원대 골키퍼 김민서가 선방을 보이며 막아냈다. 호원대는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를 김민서에서 김성동으로 바꿨다. 김성동도 김민서 못지않게 ‘선방쇼’를 펼쳤다. 후반 6분과 22분 용인대의 슛을 정면으로 막아냈다. 공방전 끝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연장전에서도 김성동의 선방은 빛났다. 연장 전반에서도 두 차례 공격을 잘 막아냈다. 후반 선제 실점은 호원대가 했다. 연장 후반 4분 용인대 백훈민이 양세영의 패스를 받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각이 좁아진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슛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하지만 호원대는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후반 13분 호원대 강찬이 문전에서 반대쪽으로 패스를 건네줬고 이를 서유민이 받아 동점 골을 만들었다. 승부차기에서 우승 트리피가 갈렸다. 호원대 골키퍼 김성동이 용인대 세 번째 키커 이재욱의 슛을 막아냈다. 용인대 골키퍼 고봉조 역시 호원대 다섯 번째 키커 이경호의 슛을 막아냈다. 하지만 호원대 김성동이 용인대 여섯 번째 키커 박경민의 슛을 막아내는 선방을 펼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결국 호원대가 김성동의 활약에 힘입어 한산대첩기 우승을 차지했다. 통영=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2.02.26 15:54
연예

[MBC 연기대상] 안보현-김혜준, 남녀신인상 수상 "값진상 감사"

안보현, 김혜준이 '2020 MBC 연기대상'에서 남녀신인상을 차지했다. 30일 오후 생방송된 '2020 MBC 연기대상'은 32년 만에 MC 김성주의 단독 진행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시상은 신인상이었다. 시상자로는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한 로운과 이재욱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운은 감회가 새롭다는 이재욱에 무엇이 가장 새롭냐고 물었다. 대본에 없는 질문이라 순간 당황한 이재욱. "이번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진행하는데 낯설고 기분이 묘하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빛났다. 남자 신인상은 '카이로스' 안보현이 수상했다. "너무 감사드린다. 연기를 하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이렇게 신인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 이하 많은 스태프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성록이 형에게도 고맙다. 부모님이 부산에서 보시고 계실지 모르겠는데 아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해준 거 없다고 항상 그러시는데 그저 감사하다. 코로나 잘 이겨내서 다 같이 악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 신인상은 '십시일반' 김혜준에게 돌아갔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값진 상 주셔서 감사하다. '십시일반' 하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때마다 힘을 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늘 많은 대화를 나눠주시고 묵묵히 기다려준 스태프분들, 배우분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0.12.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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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제발 10분만" '도도솔솔라라솔' 고아라♥이재욱, 슬픈 이별

'도도솔솔라라솔' 고아라, 이재욱이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이별했다. 위험에 빠진 고아라를 구했으나 이를 계기로 가출 신고가 된 고3 수험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 10분 만을 애절하게 외쳤던 이재욱. 결국 고아라에 그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하고 가드들에 끌려 집으로 갔다. 5일 방송된 KBS 2TV 수목극 '도도솔솔라라솔'에는 고아라(구라라)가 스토커 강형석(안중호)에게 납치당한 모습이 그려졌다. 강형석은 고아라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고아라는 잔뜩 겁에 질렸고 그때 이재욱(선우준)이 나타나 고아라를 구했다. 그 과정에서 강형석과 몸싸움이 일어났고 그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이재욱. 그 과정에서 가출 신고가 된 고3 수험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은수(진하영), 윤종빈(이승기)은 동갑내기 친구였다는 말에 당황했다. 고아라는 뜻하지 않게 최광제(추민수)로부터 이재욱과 관련한 얘길 들었다. 화들짝 놀라 어찌할지 몰라할 때 김주헌(차은석)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재욱은 엄마 서이숙(조윤실)의 눈을 피해 고아라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이 만남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서이숙이 이재욱의 전화를 받은 고아라 앞에 서 있었고 두 사람의 만남 장소로 함께 향하게 됐다. 마주했지만 단 10분도 얘길 나눌 수 없었다. 아빠 최광일(선우명)까지 등판, 이재욱은 서울로 끌려갔다. 애달픈 눈물만 흘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0.11.0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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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어하루' 따뜻한 멍뭉美 로운 VS 츤데레 섹시美 이재욱

'어쩌다 발견한 하루' 로운과 이재욱이 극과 극의 매력으로 어필 중이다. 따뜻하면서도 귀여운 멍뭉미를 발산하는 로운, 츤데레 섹시미로 여심을 자극하는 이재욱이 시선을 압도했다. 13일 방송된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는 로운(하루)이 김혜윤(은단오)을 극도로 보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로운은 '비밀'의 전작인 '능소화'와 이야기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감을 느꼈다. 김혜윤을 잃을까 걱정했던 것. 그러면서도 김혜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진정으로 행복을 느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단 말에 웃었고 그 모습에서 로운표 멍뭉미가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정건주(이도화) 역시 로운의 따뜻함에 위로를 받고 있다. 냉소적인 이재욱(백경)과 절친이지만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곁에서 힘이 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친구 로운이었다. "넌 참 따뜻해"란 말을 통해 로운의 진가를 알게 했다. 이와 반대로 이재욱은 차갑다. 사람들에게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고 거리를 뒀다. 그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거듭 떠났기 때문. 이에 김혜윤까지 떠날까 걱정하며 애써 강한 척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랬던 이재욱이 달라졌다. 직진남 면모를 가동시켰다. 김혜윤을 향해 "그간 백 사장이 시켜서 네 옆에 있었던 것 맞다. 그런데 이제 아니다. 내가 네 곁에 있고 싶어 졌다. 스테이지가 아닌 쉐도우에서도 너 좋아하는 것 인정한다. 설정값이 아닌 내 진심이다"라고 고백했다. 절절한 진심이었다. 웹툰 안에서 친구도, 가족도 다 가짜지만 김혜윤만큼은 진짜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스테이지를 바꿔주겠다고 선언하며 자신을 한 번만 봐달라고 했다. 극과 극의 매력이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로운과 이재욱. 두 사람 모두 김혜윤을 사랑하기에 그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수술하던 중 김혜윤의 죽음이 예고됐고 '능소화'에서도 김혜윤이 죽음을 맞는 모습이 공개됐던 터. 따뜻한 멍뭉미를 갖춘 로운과 츤데레 섹시미를 겸비한 이재욱이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극과 극 매력이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보는 재미로 자리매김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19.11.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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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어하루' 로운♥김혜윤 재회…'능소화'에 비밀 있을까

로운이 스스로 기억과 자아를 되찾고 김혜윤과 재회했다. 로운은 과거가 배경인 꿈을 꾸기 시작했고, 이재욱은 '능소화'라는 만화 속 대사가 '비밀'에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됐다.24일 방송된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로운(하루)이 이상한 꿈을 꾼 뒤로 김혜윤(은단오)을 은근히 신경 쓰기 시작했다.로운은 도서관에 자리가 많은데도 굳이 김혜윤 앞에 앉았다. 김혜윤은 자신이 알던 하루처럼 행동하는 로운이 싫었다. 로운은 김혜윤을 바라보며 "신경 쓰여"라고 혼잣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다. 아주 먼 옛날 김혜윤을 만나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에서 깬 뒤 도서관에서 똑같은 일이 생겼다. 이는 김혜윤이 로운을 제일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사건과도 같았다.본래의 하루를 기억하는 김혜윤이나 정건주(이도화)가 로운에게 계속해서 "넌 하루가 아니다" "기억을 못 한다"고 하자 답답하고 화가 난로운은 김혜윤에게 "내 이름 하루 맞다"며 "왜 자꾸 나보고 하루가 아니라고, 기억을 못 한다고 하는 거냐"고 소리쳤다. 김혜윤은 "넌 하루 아니다"고 다시 한번 냉정하게 말했다.이재욱(백경)은 스테이지에선 어쩔 수 없이 김혜윤을 이용했지만, 섀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김혜윤의 집에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고 함께 등교하면서 어린 시절 추억도 회상했다. 김혜윤은 이재욱에게 "네가 유일하게 기억해주는 사람"이라며 "네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그런데 이재욱은 도서관에서 수상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능소화'였다. 여기엔 김혜윤과 똑같은 얼굴을 한 등장인물이 있었다. 이를 발견한 이태리(진미채)는 황급히 책을 빼앗아 이재욱이 보지 못하게 숨겼다. 그리고 '능소화'에 나온 대사를 김혜윤이 '비밀' 스테이지에서 말했다. 점차 드러나는 '능소화'의 비밀이 흥미를 유발했다.김혜윤은 자아를 찾은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어린 시절 이재욱과 함께한 기억들도 모두 가짜인 건지, 어디부터 진짜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김혜윤은 "앞으로 그려질 은단오는 작가의 뜻 그 이상도 아니다"며 이재욱에게 선을 그었다. 김혜윤은 자아를 찾은 걸 후회했다. 그런데 그때 "그랬다면 난 이름도 없는 13번이었겠지"라고 말하며 로운이 나타났다.이아영 기자 lee.ayoung@jtbc.co.kr 2019.10.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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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어하루' 입을 연 로운, 자아 있었다…김혜윤과 운명 바꿀까

'어쩌다 발견한 하루' 로운이 김혜윤과 같이 자아가 있는 존재로 확인됐다. 의기투합해서 작가가 정해놓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9일 방송된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는 정건주(이도화)가 만화 속 캐릭터라는 사실을 인지한 모습이 그려졌다. 서브 남자주인공이라는 사실 확인과 함께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김혜윤은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로운(13번)과 함께 운명을 바꾸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후 김혜윤은 로운을 찾아가 "13번,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은단오야"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설정값을 설명했다.이와 함께 콘티를 미리 본 김혜윤은 로운에게 앞으로 벌어질 상황 설명과 함께 "네가 기회를 잘 봤다가 저게 쓰러지지 않게 해 달라"라고 당부하는 등 콘티와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조금씩 김혜윤의 계획대로 바뀌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여름 캠프에 간 김혜윤은 콘티대로 위험에 빠졌다. 로운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번에 로운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오열한 김혜윤. 절망감에 빠졌다. 그때 로운은 "은단오"란 이름을 읊었다. 드디어 입을 연 셈이다. 이후 조금씩 변화가 일었다. 야간 트래킹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본 김혜윤. 트래킹 노선을 미리 확인했다. 그러나 심장이 아파왔다. 이 모습에 이재욱(백경)은 "이래서 네가 싫다"고 했고 이내 길을 잃은 김혜윤 곁에 로운이 나타났다. 함께 숲을 걸었다. 김혜윤은 "네가 아무리 잘생겨도 내 운명을 바꿔주지 않으면 관심 없다"고 말했다. 이때 정해진 콘티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본래 김혜윤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이재욱이었던 것. 그러면서 "정해진 길로만 간다는 게 슬펐는데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줬다. 고맙다. 너 덕분에 내 하루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널 하루라고 불러도 되겠냐"면서 이름을 붙여줬다. 이후로 김혜윤은 로운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진짜였다. 가족들과의 식사시간에 김혜윤이 나오지 않을 것을 두고 격분한 이재욱이 "개수작 부리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일편단심 콘셉트로 가라. 그 잘난 심장병 핑계로 쓰러지고. 죽지도 않으면서"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로운이 나타나 이재욱을 때렸다. 그리곤 "내가 누구든 넌 말해도 기억 못 한다. 곧 장면이 바뀔 테니"라고 답했다. 로운 역시 자아를 가진 캐릭터였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19.10.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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