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다시 뭉친 정욱·우상준 "웹보드 성공신화, 스포츠 예측 게임으로 다시 한번"
한게임의 웹보드 게임 황금기를 이끌었던 정욱(48) 넵튠 대표와 우상준(43) 나부스튜디오 대표가 8년 만에 다시 뭉쳤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스포츠 예측(베팅) 게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두 대표는 정부가 웹보드 게임처럼 스포츠 예측 게임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기로 하자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개발에 착수, 올해 연말 소프트 론칭할 계획이다. 특히 실제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 예측 게임이 웹보드 게임과 비슷한 점이 많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두 대표는 사행성 논란 등 웹보드 게임 당시 자신들을 괴롭혔던 문제를 또다시 직면해야 하지만 ‘이것이 운명’이라며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정욱 대표는 “정부의 방치로 불법 베팅 게임 시장이 엄청 커졌는데, 이제 합법적 스포츠 예측 게임으로 음지 유저를 양지로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우상준 대표는 “외국에서는 친구들끼리 야구 경기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스포츠 예측 게임을 하며 왁자지껄 떠들고 노는데,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웹보드 게임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자 남다른 포부까지 갖고 있어 업계가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정욱·우상준 대표를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넵튠 사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만났나. 정욱(이하 정) : “2005년 NHN의 웹보드사업부장으로 입사했고, 2003년 입사한 우 대표는 포커게임팀장을 맡고 있었다. 벌써 15년 된 인연이다.” 우상준(이하 우) : “정욱 대표는 철없고 혈기만 왕성했던 나에게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주고, 많은 기회를 줬던 은인이다. 정 대표가 온 이후 한게임 웹보드 서비스는 매달 상승세를 경신했고, 매출도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근시안적인 접근보다 적절한 전략 설정과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이 어떻게 게임 사업을 변화시키는지 많은 부분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번에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는. 정 : “평상시에도 가끔 만나는 후배였는데, 올해 초 봤을 때 스포츠 토토 모사 게임이 합법적인 규제 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오고 있다고 얘기했다.” 우 : “정 대표에게 구상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좋은 방향과 전략에 대해 알려주면서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줬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전략과 사업 방향에 대해 미숙한 나에게 정 대표는 존재만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방향과 전략이 확실해지면 내가 잘하는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예측 게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 : “웹보드 게임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운영하려면 수없이 많은 지표를 분석하고 통계나 경제에 대해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한게임 때 만들었던 ‘야구9단’이나 ‘풋볼데이’도 겉모습은 스포츠 게임이지만 그 내면을 보면 통계나 경제에 대한 논리들을 기초로 제작된 게임이다. 스포츠 예측 게임은 스포츠 게임과 웹보드 게임을 모두 개발 및 서비스를 해본 우리 팀에서 가장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한 얘기일 수 있지만, 스포츠 게임과 웹보드 게임을 모두 제작하고 서비스하면서 제대로 운영해 본 팀은 한국에 우리가 유일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해외에서 스포츠 예측 게임이 꽤 자리 잡은 것으로 안다. 정 : “전 세계 스포츠 베팅(예측) 게임 시장이 300조원정도 된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50%씩 차지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학생 정도만 되면 스포츠 베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가볍게 즐긴다. 주말에 친구들끼리 모여 맥주에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스포츠 베팅 게임을 함께 즐기는 거다. 이미 서구에서는 스포츠 배팅 서비스가 굉장히 보편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포츠 예측 게임의 개발 방향은. 정 :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스포츠 예측 서비스를 굉장히 캐주얼하게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 우 : “한게임을 떠나 만든 게임이 ‘애니팡포커’와 ‘애니팡맞고’였다. 이런 게임들처럼 캐주얼하고 라이트한 이미지를 주려고 한다. 특히 애니팡포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흔히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기지는 포커 장르에 매우 많은 여성 유저들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이는 캐주얼하고 라이트한 데서 오는 친숙한 이미지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되는 스포츠 종목은. 정 : “현재 스포츠 토토가 커버하는 국내외 리그와 종목은 대부분 다룰 예정이다. 글로벌 업체와 정식 계획으로 라이선스나 데이터 등을 받을 계획이며,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서비스 차별화 포인트는. 정 : “스포츠 토토처럼 단순히 승패에 베팅하는 게임이 아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우 : “스포츠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스포츠 토토와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자신의 팀과 다른 유저 팀이 실제 경기 일정에 맞춰 대결을 펼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e스포츠도 다루나. 우 : “정통 스포츠와 달리 파생 콘텐트가 많지 않다. 단순히 승패 말고 어떤 것을 예측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글로벌 서비스 계획은. 정 : “게임이 출시된 이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글로벌 서비스는 직접 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를 정해 진행할 계획이다.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동남아시아에서 관심이 높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스포츠 예측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우 :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 : “성공이라는 것은 매출 성과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스포츠팬이 건전하고 즐거운 스포츠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써 스포츠 예측 서비스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스포츠 예측 게임은 웹보드 게임과 마찬가지로 불법 현금화나 사행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정 : “불법 스포츠 토토 게임이 엄청 많다. 말 잘 듣는 웹보드는 규제해서 죽이고, 규제 틀 밖에 있는 것은 손을 놔버려서 불법이 커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규제 틀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 당국이 관리하기로 한 것은 시장이 매우 건전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 : “웹보드에 이미 많은 규제가 들어와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규제 가이드에 철저하게 부합하도록 만들 것이다. 원천적으로 이용자 간 게임머니 불법 현금화 시도가 존재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진보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 -향후 목표는. 우 : “금요일 밤에 TV 앞에서 우리 게임을 켜놓고 맥주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며 야구를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 : “스포츠 예측 게임 산업이 검고 칙칙한 음지의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밝고 가볍고 캐주얼한 양지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0.07.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