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후지산·만리장성 넘고 5전 전승, "결승 한일전 죽어라 뛸게요" [여기는 항저우]
"죽을 때까지 힘을 짜내서 이겨보겠습니다."대한민국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후지산을 넘고 만리장성까지 무너뜨렸다. 휠체어 농구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APG) 휠체어농구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74-39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확보했다. 2014 인천 APG 이후 9년 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5전 전승, 파죽지세다. 한국은 예선 B조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첫 경기 대만을 67-21로 대파한 한국은 한일전에서도 52-38로 승리하며 기세를 이어갔고, 말레이시아(63-29)와 쿠웨이트(82-33)도 큰 점수 차로 이기며 준결승에 올랐다.
한일전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아시아 최강’ 일본을 상대로 한국이 승리할 거라 예상하는 이는 적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한일전의 의미를 되뇌며 의지를 다졌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라고 한 양동길(코웨이블루휠스)은 “일본을 상대로 이긴 게 2014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작년 세계 선수권 예선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그땐 일본이 코로나19로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이런 큰 대회에서 일본을 이겼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뿌듯해했다. 4전 전승 후 만난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6일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중국 홈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짜요(힘내라)!”는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한국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김민성(춘천타이거즈)은 “처음엔 엄청 신경 쓰일 줄 알았는데 코트 안에선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그만큼 우리가 집중을 많이 했다”라면서 “선수들끼리 ‘중국이 개최국이니 응원이 클 수도 있고 판정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어차피 결승 갈 거고, 어차피 이길 거니까 상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경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돌아봤다. 한국은 차분하게 만리장성을 조금씩 무너뜨렸다. 정확한 슛과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초반부터 중국을 몰아붙이며 큰 점수 차로 앞서 나갔다. 1쿼터에서 12점 차로, 2쿼터에서 20점 차 이상으로 벌린 한국은 3쿼터 이후 30점 차 이상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 한국의 야투성공률은 49%로, 중국의 32%보다 높았다. 리바운드도 42개로 28개의 중국을 압도했다. 김성열이 17득점, 조승현(춘천타이거즈)이 16득점 했다. 김동현이 리바운드 13개로 골밑을 탄탄히 지켰다.
결승에 오른 한국은 27일 일본과 금메달을 두고 맞대결을 펼친다. 일본은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이란을 43-40으로 격파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예선전 이후 한일전이 다시 성사됐다. 김민성은 “선수단 모두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당연히 금메달을 딸 거다. 해왔던 대로 하면 꼭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라며 결승전 각오를 다졌다. 양동길은 “금메달까지 딱 한 발짝 남았다. 마지막 한 경기를 죽을 때까지 힘을 짜내서 이겨 보겠다. 일본전 승리의 자부심을 결승전에서 다시 느끼고 싶다”라며 한일전 승리를 다짐했다.
항저우=윤승재 기자
2023.10.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