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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토란을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지역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다니는 게 제 직업입니다. 먹을거리에는 그 지역의 자연과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먹을거리 취재는 자연과 사람 취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자연이지만, 관광으로 볼 때의 자연과 취재로 볼 때의 자연이 다릅니다. 취재는 나중에 글로 옮겨야 하므로 관광으로 볼 때보다 아무래도 좀더 가까이에서 깊이 보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어느 때에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만한 곳이 보이던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40년 넘게 서울과 그 언저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번잡한 대도시에서 살지만, 저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 더 이상 없으면 제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평생의 경험을 토대로 ‘말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 목록을 만들었고, 그 목록에 올려진 지역 중 하나가 전남 곡성입니다.늘상 곡성은 그냥 지나치는 곳이었습니다. 하동이나 순천을 가면서 차창 밖으로 “아, 경치 좋다”며 보던 지역이 곡성이었습니다. 2011년 토란 취재를 하면서 곡성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토란밭이 많은 죽곡면 일대를 주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때에 제가 쓴 글입니다.“죽곡면은 섬진강 상류의 한 지천을 남쪽으로 두고 북쪽을 향해 기다랗게 골을 파고 들어가 있는 지형을 하고 있는데, 산이 막혀 북풍이 내려오지 않고 햇볕을 충분히 받는 땅이다. 또 죽곡면의 골짝에는 섬진강 지천으로 들어가는 개천이 흘러 물이 풍부하다. 토란은 따뜻하고 물 많은 곳에서 잘 자라므로 토란 키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땅인 것이다.” 북으로는 산이 둘러 있고 남으로는 강이 흐르는 땅은 토란에게만 천혜인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곡성은 토란을 토란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을볕이 곱던 그날에 사람처럼 서 있는 토란을 보면서 부러 사투리로 했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라제, 사람은 이런 데서 살아야제.”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토란대로 요리를 하였습니다. 원래는 토란 요리를 하려고 했는데 근육병아리 김정수 기자한테 토란 알러지가 있어 토란대로 바꾸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금요미식회에서 토란 음식을 한다니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최근에 선거운동을 하느라 곡성에 머물었습니다.“김한민 감독을 거기서 만났는데. 이순신 장군이 ‘토란이구나.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 먹을 게 토란이야. 토란밖에 없어. ‘먹을 수 있어 좋구나.’ 대사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토란을 먹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미소를 보이는 유일한 장면일 것입니다.이순신은 억울하게 왕한테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권율 밑으로 백의종군을 하라며 내쫓깁니다. 이순신의 어머니가 아들이 풀려났다는 말을 듣고 고향 집으로 그를 만나러 가던 중에 숨을 거둡니다. 이순신은 몸도 마음도 크게 상해 있을 때였습니다. 원균이 크게 패하자 왕은 다시 이순신에게 수군을 맡깁니다. 이순신은 13척의 배로 300여 척의 왜군에 맞서 싸웁니다. 명량해전입니다. '명량'은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전쟁에 휩쓸린 백성의 고통을 김한민 감독이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었고, 화면에 보이는 조선 백성의 고통이 단군 이래 겪었던 한반도 민중의 고통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전란이 하도 심하여 한반도에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10곳을 찍어 십승지라는 이름으로 민간에 떠돌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살기 좋은 땅이 전쟁이 없는 땅이라 했을까요.왜적은 물러났고, 이순신 장군은 지친 몸으로 갑판에 앉았습니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삼베 보자기를 장군 앞에 내밉니다. 보자기를 펴니 하얀 알토란이 보입니다. “이거 토란 아니냐.” 장군은 토란 한 알을 입에 뭅니다. “먹을 수 있어서 좋구나.”토란을 먹으며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2024.10.24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가정요리와 식당요리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서 매주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에 방송을 한다고 금요미식회입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요리할지 대충의 그림은 제가 그리지만 이를 맛있는 음식으로 실현하는 일은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변상욱 대기자의 품평까지 거치고 나서 시청자에게 재료와 요리법을 알려드립니다.이 과정에 참여하는 직업 요리사는 없습니다. 애초에는 직업 요리사를 섭외하여 함께 진행을 하려고 했다가 김정수 기자를 발견하고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가 직업 요리사에 비해 좀더 창의적인 요리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직업 요리사는 어떤 음식이든지 잘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만(물론 그런 분도 계십니다) 대체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식 업체에서 일을 하는 직업 요리사는 그 외식 업체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전문적이지만, 전문적으로 다루어본 적이 없는 그 외의 음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면옥 주방에서 평생 평양냉면만 말았던 평양냉면 명인을 모셔와 그럴싸한 짬뽕을 얻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김정수 기자는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얻은 지식을 기사로 작성하여 딴지일보에 연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학교나 학원에서 요리를 배운 바가 없습니다. 부친이 전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김정수 기자가 그때까지 집중했던 요리가 주로 생선회인 것으로 보아, 가업을 잇기 위한 수련 같은 것은 없었음이 분명합니다.한국 사회에서 배운다는 것은 곧 연줄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배웠는지보다 어디에서 누구한테 배웠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견고한 그 연줄을 서로 붙잡고 서로서로 먹고삽니다. 그래서 자신이 배운 것을 부정해보려는 시도가 어렵습니다. “그거를 왜 그렇게 해서 먹어야 하는데?” 하고 물으면 “이게 전통이잖아” 하고 맙니다. 김정수 기자는 요리계에 그 어떤 연줄도 없습니다. 그러니, 요리를 하면서 눈치를 볼 것이 없습니다. 이 세상의 여러 요리법에 전통이라는 권위를 부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식재료 앞에서 그는 자유입니다. 금요미식회 진행자인 김어준 공장장은 금요미식회 요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근본이 없어요.”근본이 없으니 요리의 근본에 오히려 집중하게 됩니다. 관습적으로 넣는 양념은 일단 빼고 봅니다. 저와 김정수 기자가 회의를 하면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은 “거기에 OO이 꼭 들어가야 하나?” “이 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뭘까?” 입니다.금요미식회 음식이 다들 맛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듣습니다. “식당 하면 대박 나겠습니다.” 저도 “우리 식당이나 열자”고 김정수 기자에게 농담을 던집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이 요리법을 들고 식당을 열 수 있는 일이 아님을.앞에서 언급을 했듯이, 금요미식회는 집에서 따라 하기 좋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외식 업체에서 팔면 좋은 요리법이 아닙니다. 금요미식회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외식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외식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요리법이라 해도 집에서 따라 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가정요리와 식당요리는 전혀 다른 영역의 요리입니다. 가정요리는 가족의 입맛에 맞추어야 하고 식당요리는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야 합니다. 식당요리는 돈벌이가 되어야 하므로 가정요리에 비해 따져야 할 것이 무척 많습니다. 금요미식회에서 소개한 가정요리를 외식 시장에서 판매를 하는 것보다 외식 시장에서 팔릴 만한 식당요리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금요미식회 가정요리가 우리 가정에 두루 스미기를 바라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식당요리가 가정요리를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식당요리를 가정요리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대중매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가족을 잘게 쪼개며 시장을 키웠습니다. 더 이상 쪼개지지도 않는 1인 가구의 시대에 살면서 가정요리와 식당요리를 분별해야 한다는 논리조차 입에 올리기가 민망해졌습니다. 2024.09.19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보신탕과 족발이란 이름의 탄생

“도대체 보신탕이란 말을 언제부터 썼나… 조선시대 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이름은 없어요. 육이오 이후에 나타난 말이에요. 우린 개장이라고 그랬거든요. 개장 또는 구장. 육이오 때 오죽했겠어요? 피난민들이, 개만 보이면 바로…. (개를 안 먹는) 미군들이 봤을 때는 황당하죠. 거기에 변명삼아 나온 것이, ‘저게 몸에 좋다고 해서 먹는다’, 그래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말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대기실에는 작은 주방이 있습니다. 거기서 금요미식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에 요리를 하여 나눠 먹습니다. 근육병아리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요리를 합니다. 그날은 족발을 삶고 있었는데 강아지 이야기를 하다가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까지 인문학적 상상력이 확장되었습니다. 전우용 선생은 말을 마치면서 “우리 보신 음식은 소였지요”라고 했습니다.소고기가 보신 음식이라는 말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금방 알아들을 것입니다. 몸이 허한 가족이 생기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장 가서 고기 좀 끊어와라.” 이때의 고기는 당연히 소고기였습니다. 예전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봐야 본전”이었던 고기였습니다. 소고기 끊어와서 미역국이나 죽을 해서 몸이 허한 가족을 먹였습니다.소는 특히 뼈가 보신용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무릎 위 다리뼈는 사골이고, 무릎 아래 다리는 우족이라고 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에 가족들 몸 보신을 해야 한다고 커다란 솥에다 사골이나 우족을 넣고 하루종일 고았었지요. 설날이나 추석에는 선물로 사골과 우족 세트가… 원고를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사골과 우족 세트를 선물 상품으로 팔고 있군요. 보신의 관습이 참 오래도 갑니다.삶은 족발은 소가 아니라 돼지의 다리입니다. 족발도 한때에 보신 음식으로 여겼습니다.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에 족발을 먹으면 좋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족발집 벽면에는 족발이 체력을 튼튼하게 한다는 썰들이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잘 먹어봐야 본전”이라는 돼지고기에 대한 속설은 족발에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저는 우족 덕이라고 생각합니다.족발이라는 말이 참 흥미롭습니다. 한자어 발족에 한글 발이 붙었습니다. 족족, 발발입니다. 족이 발인 줄 모르고 발이 붙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역전의 전이 앞전인 줄 모르고 역전앞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족이 발인 줄 알고 족발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우족은 지금은 싸지만, 옛날에는 참 비쌌습니다. 한우 우족은 돈이 있어도 못 샀습니다. 안면이 있는 정육점에 미리 부탁을 하거나 웃돈까지 붙여서 주어야 우족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한우 우족은 한우 우족이 맞다는 증거로 무릎 쪽에 털을 조금 남겨두었습니다. 누런 털을 확인하고 나면 그 부분을 칼로 베어내고 기계 톱으로 토막을 쳤습니다.족발은 돼지의 앞뒤 발과 그 바로 위 관절 부위까지를 말합니다. 돈족이나 저족이라 하면 될 것을 족발이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족발은 “각을 뜬 돼지의 발. 또는 그것을 조린 음식”이라고 했습니다.한자는 귀족적이고 고급하며, 한글은 서민적이고 친근하다는 관념이 있습니다. 돈족 또는 저족이라고 하면 귀족적이고 고급하나, 족발이라고 하면 한글 ‘발’ 덕에 서민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우족은, 소고기를 포함해,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보신 음식입니다. 돼지는 보신 음식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1970년대에 양돈산업의 발달로 불쑥 돼지 다리가 우리에게 값싸게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보신 음식의 왕자인 우족과 쌍으로 놓을 만한데, 돼지 다리에 보신의 파워를 입히기에는 스토리가 부족합니다. 전통의 보신 음식인 우족의 명성에 손상을 주지 않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한자보다 급이 낮은 한글을 붙이자는 생각을 누군가 했을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족발이라고, 저는 감히 추정하는 바입니다. 2024.07.25 06:59
연예일반

임영웅,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배우는 김수현·최민식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임영웅, 배우는 김수현(드라마), 최민식(영화)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물은 결과(이하 자유응답) 임영웅이 10.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아이유가 9.0%로 그 뒤를 쫓았다.2016년 데뷔한 임영웅은 2020년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 공연, 방송, 광고 등에서 가장 각광받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 후 영화·드라마 연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꾸준히 병행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임영웅은 여성·중장년층에서의 지지가 두터웠고, 아이유는 남성·10~30대에서 첫DP 꼽혔다.이어 방탄소년단(4.9%), 나훈아(4.0%), 뉴진스(3.5%), 장윤정(3.4%), 진성(2.7%), 영탁, 송가인(각 2.4%), 블랙핑크(2.2%)가 차례로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탤런트에는 ‘눈물의 여왕’으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김수현이 6.4%의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이어 남궁민, 김지원(각 2.9%), 차은우, 김남주(각 2.7%), 최수종(2.5%), 송중기(2.3%), 최불암(2.2%), 고두심(2.0%), 김고은(1.8%) 순서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다만 한국갤럽 측은 “탤런트는 상위 10명 각각의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고 전체 합도 30%를 밑돌아, 다른 분야 대비 특정인으로 쏠림이 덜하다. 또한 다른 분야에 비해 조사 기간 직전 출연작 여부와 배역에 따른 영향이 비교적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천만영화 ‘파묘’에 출연한 최민식(8.1%)이 랭크됐다. 이어 마동석(7.1%), 송강호(7.0%), 이병헌(4.7%), 정우성(4.2%), 이정재, 황정민(각 3.7%), 김혜수, 김고은(각 3.4%), 손석구(3.1%) 순으로 집계됐다. 송강호와 정우성은 지난 20년간 같은 조사에서 네 번이나 10위 안에 들었다.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은 유재석(35%)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동엽(8%), 강호동'(7%), 박나래(4.3%), 이경규(4.1%), 장도연(3.1%), 이수근(3.0%), 탁재훈, 전현무(이상 2.3%), 김준호(2.2%)까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1위에 오른 유재석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으로, 2위와의 선호도 격차도 전보다 커졌다. 또 유재석을 비롯해 신동엽·강호동·이경규는 지난 20년간 네 차례 조사 모두 10위 안에 들었으며, 장도연과 탁재훈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만화가·웹툰작가는 기안84(30%), 허영만(6%), 이현세(3.0%), 박태준(2.3%), 주호민(1.8%), 이동건(1.7%), 이말년(1.2%), 조석, 야옹이(각 1.1%), 강풀(1.0%),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는 쯔양(5.2%), 곽튜브(4.0%), 햄지(2.4%), 히밥(2.2%), 빠니보틀(2.1%), 김창옥(1.7%), 백종원(1.5%), 이공삼(1.2%), 김어준(1.1%), 김프로(0.9%)순으로 나타났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6.19 14:05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꼴뚜기 멸치 주꾸미를 위하여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금요미식회를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전우용 선생이 문득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왜 꼴뚜기가 시키는지 아세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래서 이랬지요. “꼴뚜기가 작아서 망신스러운가요?” 전우용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생선전(生鮮廛)은 살아 있는 것(生)과 싱싱한 것(鮮)을 파는 가게이고, 어물전(魚物廛)은 건조한 수산물을 파는 가게이지요. 제사상에 놓는 것은 어물입니다. 제사상에 놓이는 어물이 팔리는 가게에 감히 제사상에도 못 올라가는 꼴뚜기가 놓여 있으니 망신스러운 것이지요.”고향 어물전에 반건조 풀치 한 묶음을 주문했더니 꼴뚜기 한 봉지를 덤으로 보냈습니다. 짭짤하게 삶아서 건조한 꼴뚜기인데, 멸치 그물에 잡혀서 멸치와 함께 삶겨지고 말려진 것을 일일이 골라낸 것입니다. 꼴뚜기는 멸치에도 끼이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지요.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소파에 널부러져 고향 어물전에서 보내준 꼴뚜기를 한 마리씩 입에 넣어 오물오물 먹으며 궁시렁거렸습니다.“이 맛있는 꼴뚜기를 망신스럽다는 말까지 하며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은 어물전 주인이 꼴뚜기를 독식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어. 속으로 이랬겠지. 니들이 꼴뚜기 맛을 알아?”멸치에서 ‘망신스런 꼴뚜기’가 솎아내어지지만, 멸치라고 해서 품격이 높은 어물로 대접받는 것은 아닙니다. 멸치가 제사상에 오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멸치의 ‘멸’자가 업신여길 멸(蔑)자라는 말도 전해집니다.멸치는 떼로 몰려다닙니다. 몸집이 작으니 뭉쳐서 한 덩어리로 삶을 꾸려가는 것인데, 삼치나 고등어에 쫓기는 멸치떼를 보면 단독자 멸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큰 물고기에 쫓기다가 갯바위에까지 튕겨져 나와 파르르 떨며 생을 마감하는 멸치도 있습니다.멸치는 죽어서도 집단으로 조리기구에 투하됩니다. 국물을 낼 때에도, 볶아질 때에도 단독자 멸치는 없습니다.멸치가 단독자로서의 존재 가치를 드러낼 때가 있기는 합니다. 커다란 멸치로 담근 젓갈을 드셔보신 적이 있는지요. 멸치 젓갈을 접시에 놓고 젓가락으로 살살 바르면 머리와 등살, 뱃살, 내장, 뼈, 심지어 꼬리지느러미까지 그 맛이 제각각임을 알게 됩니다.남해에 꼴뚜기가 있다면 서해에는 주꾸미가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러니까, 주꾸미가 제사상에 오르는지요? 주꾸미도 어물전 망신시키는 놈은 아닌지 주꾸미 산지에 사시는 분들은 댓글 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꾸미는 문어와 낙지 비슷한데, 그것들에 비해 작고 못생겼습니다. 문어와 낙지에 비해 쉽게 잡히는 편입니다. 주꾸미라는 이름에서조차 서자의 설움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그런데, 주꾸미가 어느 순간에는 문어나 낙지보다 맛있습니다. 봄 주꾸미는 몸통에 감칠맛을 품고 있는데, 푹 삶은 몸통을 꾹꾹 눌러 씹으면 먹물의 비릿한 쓴맛 너머로 감칠맛이 스멀스멀 황홀하게 퍼집니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한철이 있습니다. 다만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문제입니다.꼴뚜기, 멸치, 주꾸미 외에 하찮은 바닷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요. 도루묵도 하찮고요, 양미리도 그렇네요. 망둥이도, 보리멸도, 놀래미도, 물가자미도, 짱뚱어도 하찮아 보일 수 있겠네요.저는 바닷가 도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8할은 바닷것에서 왔을 것입니다. 바닷것 어느 하나도 하잖은 것은 없습니다.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에서 톱이라고 합니다. 바닷것이 없으면 한국인은 못 삽니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함께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적으로 안전한 오염수이면 우리 하잖은 것들이 사는 바다에 방류하여 불안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땅에서 식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귀하게 사용하는 게 합리적입니다.고향 어물전에서 보내준 꼴뚜기를 거의 다 먹어갑니다.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의 꼴뚜기입니다. 하잖은 꼴뚜기를 다음 해에, 또 다음 해에도, 또또 다음 해에도 먹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023.09.07 07:07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장어요리 독립선언

“장어는 애들 도시락 반찬이었지. 옛날에 내 고향 마산에서는 다들 그 정도는 먹고 살았어.”고향 자랑을 할 때에 이런 뻥을 칩니다. 100% 뻥은 아닙니다. 말린 붕장어를 간장 양념에 졸인 반찬은 마산의 서민 음식이었습니다. 장어라고 하면 다들 가격이 제법 나가는 뱀장어를 떠올리니까 이런 장난이 가능합니다. 그때의 도시락 반찬이 붕장어조림이었다고 실토를 하고 나서 저는 다시 토를 답니다.“뱀장어가 맛있다고 하지만 내 입에는 붕장어가 나아. 붕장어가 싸니까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붕장어를 제대로 못 먹어봐서 그래.”우리가 먹는 장어에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가 있습니다. 먹장어(꼼장어)는 어류가 아니라 원구류라고, 이들과 계통이 다릅니다.뱀장어는 민물장어로 불립니다. 이 장어는 바다에서 산란을 합니다. 바다에서 부화한 실뱀장어가 어미가 살던 모천으로 회귀해 민물에서 내내 삽니다. 자연산 뱀장어는 귀하고 대부분 양식 뱀장어를 우리가 먹습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장어가 이 뱀장어입니다.아, 아닙니다. 일본인은 바다에서 사는 갯장어도 좋아합니다. 여름 계절 음식으로 갯장어를 먹습니다. 유비끼라고, 토막을 낸 갯장어 살에다 자잘한 칼집을 넣어 살짝 데쳐서 먹습니다. 전남 고흥의 갯장어가 맛있다고 일본에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붕장어는 횟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그 장어입니다. 붕장어회는 잘게 채를 썰어서 기름을 꽉 짜낸 것이라 볼품이 없습니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니까 생선회 입문자를 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번져 있습니다. 일본말로 뱀장어는 우나기, 갯장어는 하모, 붕장어는 아나고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붕장어라는 우리말을 몰랐습니다. 모두가 아나고라고 불렀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야 아나고를 붕장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갯장어 산지에도 저와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옛날에 다 하모라 했어요. 요즘에야 참장어니 갯장어니 하지.”우리 바다에서 나는 장어인데 왜 일본말로 부르는 일이 크게 번졌는지는 음식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약으로 먹는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1893년 ‘조선통어사정’과 1908~11년 ‘조선수산지’의 기록에도 당시 조선인은 장어를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이 장어 음식을 퍼뜨렸고, 더불어 장어를 이르는 일본말도 크게 번졌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입니다.여기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것일까요. 보통은 “뱀처럼 생겨서 꺼렸다”고 설명하는데,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학문적 입장에서 보자면 장어를 먹지 않아서 장어를 꺼렸던 것이지 장어를 꺼려서 장어를 먹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색합니다. 장어의 생김새는 우리 조상이 보았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2023년 우리 조상의 후손들은 맛있게 잘 먹고 있으니까요. 우리 조상은 왜 장어를 즐기지 않았는지에 대해 여러 인문학적 상상을 서로 나누며 장어를 먹는 미식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우리 땅에 들어와 장어를 즐기면서 일본식 장어 조리법을 퍼뜨렸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터라 일본식 장어 조리법이 아무 저항 없이 한국식 장어 조리법인 양 자리를 잡았습니다. 달고 짠 간장 양념으로 굽는 조리법이 대표적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반건조 붕장어를 다루었습니다. 붕장어가 가장 많이 잡혀서 가격이 싸고, 또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쫄깃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 장어여서 선택하였습니다. 요리를 담당하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에게 이 주문을 하였습니다. “일본식 간장 양념 조리법은 안 돼.” 그렇게 하여 장어+레몬+양파+소금+후추 조리법이 탄생하였습니다.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려면 일제 잔재의 실체를 똑바로 아는 게 먼저입니다. 2023.05.25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오이를 분별해서 먹는 일에 대해

2011년이었습니다. 포항 물회를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자문을 하게 되었지요. 포항 물회가 여타 지역의 물회와 어떻게 다른지 조사를 하여 문건으로 작성하는 일이 제게 주어졌습니다.생선을 썰고 양념을 하는 물회 조리법에서 한 지역만의 특성을 발라내어 밝히는 일은 매우 섬세한 관찰을 요구합니다. 재료의 차이도 꼼꼼하게 보아야 합니다. 포항의 물회 식당을 순회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재료가 가시오이였습니다. 다들 가시오이를 채로 쳐서 올리더군요.저와 동행을 한 포항시 공무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포항은 다들 가시오이를 쓰나 봅니다.”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무슨 오이요? 저거 그냥 오이 아닌가요?”그때에 포항의 시장을 두루 돌았는데 다다기오이는 안 보였습니다. 포항에는 가시오이만 있으니 그게 그냥 오이였던 것이지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위한 포항 물회의 특징 중 하나로 가시오이를 적어서 넣었습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가시오이를 다루었습니다. 가시오이를 칼로 썰기보다는 깨뜨려서 먹으면 향이 더 좋고 물비린내가 적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방송이었습니다.저와 함께 금요미식회를 준비하는 김정수 요리사 겸 딴지일보 기자는 가시오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전북 전주 출신에 서울에서 삽니다. 김정수 기자가 택배로 받은 가시오이를 본 부산 출신 딴지일보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거 그냥 오이잖아.”제가 대충 그려본 오이 취식 분포도는 이러합니다.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는 다다기오이, 대구-부산-경상은 가시오이. 양 진영 모두에 청장오이가 일부 존재합니다. 오이 품종을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먹는 오이는 대부분 취청과 다다기 두 종류입니다. 취청은 크고 청색이 짙으며, 다다기는 작고 옅은 색을 띕니다. 취청 중에 가시가 도드라지게 있으면 가시오이, 없으면 청장오이 또는 청오이라고 합니다. 다다기는 흰색이 많으면 백다다기 또는 백오이라고도 부릅니다.다다기가 연한 때깔 때문에 부드럽게 아삭거릴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때깔만 그렇지 취청이 더 연하게 아삭거립니다. 부드럽게 아삭아삭 씹히며 오이 특유의 향이 강한 것은 취청 중에서도 가시오이가 제일입니다. 오이 겉면에 자잘한 가시가 돋아 있어 거칠어 보이지만 보기와는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가시오이가 다다기오이보다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오이의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오이지나 오이소박이 등은 잘 물러지지 않는 다다기가 낫습니다. 생으로 먹을 때에는 가시오이가 낫구요. 분별해서 먹자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농산물의 맛을 좌우하는 첫째 조건은 품종입니다. 그 다음이 산지이고 계절이고 재배법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조리할 음식에 적합한 품종의 농산물 정도는 분별해야 할 것인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이렇게 알려봤자 소비자는 유심히 보지도 않고 또 금방 잊습니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사는 시장에서 이런 정보들이 흘러야 합니다. 마트의 매대에 농산물의 품종과 조리적 특성 등을 적어놓으면 우리의 미식 생활은 훨씬 즐거워질 것입니다. 1992년 음식 전문 기자가 되겠다고 했더니 제 친구들은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춘향전 변사또 놀음이나 하겠다는 거야?” ‘일상의 미식’을 말해주었으나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듯했습니다. 30년이 지났는데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비틀어버립니다.그럼에도 다시 말합니다. 미식이란 돈 있는 자의 호사 취미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을 조금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즐기는 일이 곧 미식 생활입니다. 오이의 품종을 분류하고, 그 품종에 맞는 적절한 조리법을 구사하며, 그 과정의 이야기를 오이 요리를 함께 먹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진정한 미식 생활입니다. 2023.04.27 07:02
연예일반

‘문재인입니다’ 공개 영상 女음성 김정숙 여사 아냐..제작사 해명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음달 개봉하는 자신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말한 인터뷰가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공개된 가운데, 제작사가 해당 영상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19일 ‘문재인입니다’ 제작사 다이스필름 김성우 대표는 “지난 14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통해 독점 공개된 영상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정정을 부탁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공개된 ‘문재인입니다’ 일부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영상에서 한 여성이 “어떤 때는 당신도 5년 하고 내려왔지만 지금 내가 어느 지점에 있나 생각을 하는 때가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밤잠을 설쳐가며 (국정운영을) 했던 게 어느 순간 바닥을 치는 게 보이니 본인은 너무 허무하고, 이렇게 가는 건가 생각을 하시는 날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성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터뷰라며 일부 매체들에서 기사화됐다. 이후 대통령실에 ‘문재인입니다’ 영상 내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으며, 정치인들이 SNS에 이와 관련한 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우 대표는 “해당 방송에서 공개된 영상은 ‘문재인입니다’를 제작하며 촬영된 영상이지만, 최종적으로 개봉될 영화 본편에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는 오는 29일 전주국제영화제 프리미어를 앞두고 막바지 편집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공개된 클립 속 여성의 음성은 김정숙 여사의 음성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시민사회 운동을 함께 한 동료 최수연 변호사의 인터뷰 음성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는 본 영화의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본 영화는 이창재 감독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 사람 문재인을 탐구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스트의 열정으로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이라며 “부디 영화를 보고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한편 ‘문재인입니다’는 27일 개막하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뒤 5월1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5월11일은 윤성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다음날이기도 하다.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에 이어 ‘문재인입니다’를 선보인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9 14:37
산업

[황교익의 Epi-Life] 숭어에 후추 10알이면 조리 끝

평양에 냉면만 유명한 것이 아닙니다. 대동강에서 잡히는 숭어로 국을 끓이는데, 평양에 가면 숭어국은 먹고 와야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숭어는 마산 출신인 저에게도 매우 친숙한 생선입니다. 숭어회는 먹었어도 숭어국은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탐문을 해보니 숭어로 국물 음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숭어로 왜 국을 잘 끓이지 않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면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 흔히 먹을 만한 음식인데 말이지요.'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금요미식회에서 숭어를 다루자고 한 것은 제철 숭어회를 맛보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숭어회는 횟집에서 맛없는 생선회로 취급하는 관습이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숭어의 필렛을 사면 집에서도 간단히 회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숭어에 이어 봄에는 숭어가 맛있어지니 이 두 생선의 맛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겠다 싶었지요. (참숭어, 개숭어, 밀치 등등 숭어 이름이 지역마다 다 다른데, 숭어는 딱 두 종류만 있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가숭어와 숭어. 제철은, 겨울엔 가숭어, 봄엔 숭어)숭어회만 내놓기가 허전하여 평양 숭어국을 떠올렸지요. 그런데, 이건 제가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입니다. 그냥 재미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지요. 해보고 맛없으면 방송에서 이러면 되니까요. “평양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저희도 해봤는데, 맛이 없어요.” 저와 함께 금요미식회를 진행하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제게 여러 자료를 보냈습니다. 평양을 방문한 분들이 올려놓은 숭어국 사진도 있고 북한이 자랑삼아 내놓은 숭어국 사진도 있었습니다. 여느 생선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북한 음식을 공부하기 위해 사놓은 북한 책이 있습니다. '조선의 민속전통'이라는 7권짜리 민속백과사전입니다. 1994년에 발간되었는데, 북녘의 민속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책에 숭어국 조리법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음식감 : 숭어 300g, 후추알 10알. 만드는 법: ①숭어는 깨끗이 손질하여 물기를 없애고 뼈를 발라낸 다음 길이 4㎝정도로 토막 낸다 ②남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숭어를 넣은 다음 후추를 천에 싸서 두고 끓인다.아니, 이게 전부라고? 숭어에 후추알이 전부라고? 혹시 조판 실수로 문장에 잘려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최종에는, 이 책의 조리법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맛없으면 또 어떻습니다. 방송에서 “숭어국 맛없어요” 하면 되니까요. 소금 간은 해야 할 것인데, 워낙 기본적인 것이라서 생략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정수 기자에게 '조선의 민속전통' 숭어국 조리법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습니다. 김 기자의 표현이 이랬습니다. “후덜덜.” 믿고 해보라고 했습니다.다음날 방송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갔더니 김 기자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맛이 안 나는데, 10분 정도 지나면 흐릿하게 감칠맛이 나고, 20분 정도 지나면 정말 고운 맛이 나와요. 끓인다기보다 고는 거죠. 숭어 살이 단단하니까 이게 가능해요.”맛있다는 거 웬만큼 먹어봤지만, 이건 정말 예술입니다. 숭어와 후추만 달랑 들어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니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이 분석을 했습니다. 생선국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뼈와 머리를 제거했다는 게 이 숭어국 조리법의 포인트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20분을 끓여도 흩어지지 않는 단단한 살. 숭어만이 아니라 단단한 흰 살 생선이면 ‘후추 10알’만으로 충분히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있을 듯하였습니다.맑고 깊은 숭어국을 훌훌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요즘 한국음식 조리법이 양념법밖에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재료에 집중하는 조리법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2023.03.22 09:31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는 일과 그 이후의 일

요즘, 요리 쉽습니다. 인터넷에는 온갖 조리법이 다 있습니다.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에다 소주 한 잔 하려고 검색을 합니다. 다들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된장, 간장, 월계수 잎, 후추 정도는 방송에서 자주 보던 것입니다. 대파, 마늘, 양파, 생강도 익숙합니다. 맥주, 청주, 소주에다가 최고 비법이라며 쌍화탕, 콜라, 인스턴트 커피 등등을 넣어보라고 권합니다.그 많은 조리법 앞에서 선택 장애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뜨리면 수육 맛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수천수만의 ‘돼지고기 맛있게 삶는 비법’ 앞에서 길을 잃습니다.이럴 때에는 다들 비슷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저인망 쌍끌이 전략입니다. 당장에 집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아다가 넣습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는 걸리겠지.” 이렇게 해도 맛있습니다. 간만 맞으면 못 먹겠다고 뱉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돼지고기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 수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금요미식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템을 정하면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요리를 합니다. 김정수 기자의 요리 솜씨는 프로급입니다.돼지고기 수육을 낼 때였습니다. 제가 김정수 기자에서 이렇게 주문을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으세요.” 김정수 기자는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소금만 넣고요? 냄새가 날 텐데요. 소금만 넣으려면 돼지고기를 잘 골라야 하지 않나요?” 제 대답은, “마트에 가서 국산 돼지고기 아무것이나 사세요.” 금요미식회 전날 저녁에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지금 소금만 넣고 돼지고기를 삶고 있는데요, 불안해요.” “뭔 냄새가 납니까?” “아니요, 그냥 돼지고기 냄새가 납니다.” ‘진짜 돼지고기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안했던 겁니다.다음날 스튜디오에 갔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소금만 넣었는데, 이런 맛이 나는 줄 몰랐다고. 방송을 보고 소금만 넣고 수육을 해서 먹은 사람들의 후기도 한결같았습니다. 소금만 넣고 삶은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을 몰랐다고 놀라워합니다.제가 만약에 10년 전에 돼지고기 수육 삶는 법을 방송했다면 된장 정도는 넣으라고 제안을 했을 것입니다. 20년 전이었다면 인스턴트 커피를, 30년 전이었다면 쌍화탕을 권했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이니까 소금만 넣으라고 했습니다.인터넷에 떠도는 돼지고기 수육 삶는 비법을 보면 한결같이 이런 말이 붙어 있습니다.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려면!” 돼지고기에서 나는 누린내나 비린내를 뜻합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것은 질 낮은 사료, 불량한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 부실한 냉장 혹은 냉동 장치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잡내 나는 돼지고기가 많았고, 그래서 잡내 잡는 부재료를 닥치는 대로 넣어야 했습니다.요즘에 잔반 먹이는 돼지는 거의 없습니다.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이 개선되어 돼지가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냉장과 냉동 장치도 예전과 다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아무 마트에나 가서 돼지고기를 사고 소금만 넣어 삶으라고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는 겁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식재료의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라는 단점이 없으면 단점을 극소화하는 조리법도 필요가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잡내를 잡는다며 이것저것 넣으면 돼지고기 고유의 육향만 잡을 뿐입니다.요리법은 양념법이 아닙니다. 재료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요리의 처음입니다. 재료에 대한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양념법부터 말하는 것은 집 지을 터도 안 다졌는데 상량식 고사 음식을 언급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그러면 이제부터 돼지고기는 소금만 넣고 삶아야 하느냐 하면, 아닙니다. 돼지고기에 꼭 어울리는 부재료를 찾아야 하겠지요. 다시 말하면, 돼지고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부재료를 찾는 일이 관건입니다. 진짜 요리는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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