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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걸 엔터잡학사전] 음악을 다시 만드는 사람들, 리메이크 열풍 명암과 진화

최근 몇 년 사이 가요계는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리메이크, 과거 발표된 명곡의 재조명이다. 그 시대의 정서와 감정을 오늘의 목소리로 되살리는 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붐이 시작된 리메이크는 이제 메이저 음원 시장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정착을 했다. 발라드, 시티팝, 트롯,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리메이크하며 Z세대와 중장년 모두의 감성을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경제적으로 접근하면 원곡자도, 리메이크 제작자도 윈윈이다. 원곡의 작사, 작곡가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수익’이다. 친분과 상황마다 다르지만 보통 100만~200만 원 선에서 리메이크 사용을 허락한다. 히트곡이 많은 창작자일 경우 그다지 체감이 안 되는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높아질 저작권 수익은 별도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두둑함이다. 여러 가창자가 몰려들면 노래의 전성기 못지않은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요즘에는 방송사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창자만 바꿔 음원 발매를 하는 경우도 많아, 아예 원곡 창작자와 리메이크 협상 전문 에이전트가 생겨날 정도다.그렇다고 수익만을 고려해 허락하지는 않는다. 이문세, 조용필, 서태지 등은 한동안 노래 고유의 감성이 퇴색되는 점을 우려해 다른 가수의 리메이크 자체를 거부해왔다. 열린 마음으로 허락했던 창작자들도 그러한 정서는 기본적으로 지닌다. 완성도 면에서 심각할 경우, 중간 단계에서 사용 금지를 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리메이크에 임하는 제작자들은 그만큼 데모 버전부터 녹음 단계까지, 때마다 변화 과정을 들려주고 설득하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빅뱅), 조용필의 ‘꿈’(태연),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에스파) 등이 단단한 빗장을 풀고 다시 태어날 수 있던 배경이다.제작자는 안정적 흥행을 예상할 수 있어 좋다. 리메이크 작업은 기본적으로 ‘검증된 감정’을 품은 콘텐츠다. 이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수십 년을 살아남은 노래는 지금 다시 불러도 일정 이상의 울림을 담보한다. 작사, 작곡의 완성도, 멜로디의 구조, 정서적 흐름 모두 이미 검증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성의 자극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요즘 노래에는 없는, 오래 여운을 남기는 음악이 역설적으로 더 강한 매력을 발휘한다.양과 질의 부조화에서 발생하는 한계도 분명하다. 유행에만 편승, 리메이크의 장점만 흡수하다보니 단순한 커버곡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편곡의 변화는 거의 없고, 보컬 역시 원곡의 톤을 그대로 따라가는 식의 복제형 리메이크다. ‘과거의 감정선’에만 의존하고 ‘지금의 해석’은 생략한 리메이크는 결국 그 곡이 가졌던 진심을 소멸시킨다. 오로지 셈법에 의해 음원 발매가 진행되고, 대중이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차트 상위권까지 차지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진화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어 반길 만하다. 지드래곤의 ‘굿데이’ 프로젝트는 여러 인기 아티스트가 참여해 공익적 가치를 입혔다. 수익금 전액이 어려운 아동, 청소년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1980년대 도시아이들의 곡을 선정한 점도 인상적이다. 지드래곤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참여 연예인 각각의 성격까지 뚜렷하게 녹이려는 시도 역시 특별하다.‘하이칼라(HIGHKOLOR)’ 프로젝트는 시리즈 형태로 서사를 입힌다. 단발성 발매에 그치는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감정을 복원한다’는 슬로건 아래 리메이크 곡들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롭다. 그 첫 번째로 김현철의 숨은 명곡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30년 만에 부활시킨다. 시티팝 트렌드가 다시 불고 있는 요즘, 센스가 돋보이는 선곡이다. 국내 대표 발라더 6명이 ‘사랑’을 테마로 풀어내는 옴니버스 리메이크도 있다. 가장 먼저 벤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가 공개됐는데, 앞으로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가 이어지고 결국엔 6곡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구조다. 단순한 추억팔이에 그치는 리메이크라면 이제 식상하다. 과거 히트곡을 다시 부르는 의미를 넘어, 감성은 새롭지만 감동은 그대로 되살릴 수 있는 음악. 리메이크가 계속돼야 할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래서 더 깊이 고민하고 가치를 더 키우고자, 프로젝트 성격으로 확대되는 리메이크 음악의 진화가 반갑다. 과거가 오늘에게 건네는 이야기, 그것을 품고 있는 음악이라면 그 어떤 신곡보다 위대할 수 있다. 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 필자 소개 : 현재 브랜드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연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심재걸 엔터 잡학사전’에서 엔터 관련 다양한 현상들을 해설하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2025.04.23 05:39
프로농구

오심·오심·오심…5차전 심판은 잔여 출전 정지, 다른 심판은?

프로농구 수원 KT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5차전에서 오심을 범한 A 심판이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보다 앞서 오심을 범한 다른 심판들에 대한 징계는 없는 거로 알려졌다.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전날 3쿼터 막바지 KT 조엘 카굴랑안과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의 경합 과정에서 오심을 한 A 심판이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라고 밝혔다.상황은 이렇다. 전날(20일) 수원KT아레나에서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 5차전이 열렸다. 홈팀 KT가 접전 끝에 78-76으로 이기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그런데 경기 중 논란의 판정이 나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3쿼터 막바지 KT 카굴랑안이 벨란겔과 몸싸움을 벌이다 공을 뒤로 흘렸다. 이때 공은 하프라인 뒤로 넘어갔다. 규정대로라면 카굴랑안이 이 순간 공을 잡아야 하프코트 바이얼레이션이 불린다.하지만 카굴랑안이 공을 잡지 않았는데, 한 심판의 휘슬이 먼저 불렸다. 카굴랑안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공을 잡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벨란겔은 공을 낚아챈 뒤 속공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KBL 경기 규칙상 휘슬이 불리면 볼 데드 상황이 된다. 플레이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다. 벨란겔의 후속 동작은 실제 경기 상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선 애초 카굴랑안이 공을 잡지 않았기에, 바이얼레이션이 아닌 클린 스틸 상황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곧바로 속공에 임한 것이다. 한편 당시 A 심판은 카굴랑안이 다시 백코트 하는 과정에서 공을 잡진 않았지만, 공이 몸의 일부에 닿았다고 착각해 휘슬을 분 거로 알려졌다. 오심의 후폭풍은 거셌다.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팬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결국 KBL 경기본부는 해당 심판에게 잔여 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KBL 관계자는 “심판에 대한 징계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5차전 중 오심은 경기의 중요도를 생각했을 때 사안이 심각했다고 판단했다”라며 중징계 이유를 설명했다.A 심판 외의 추가적인 징계는 없는 거로 알려졌다. 농구계에 따르면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에선 많은 오심이 발생한 거로 알려졌으나, 추가적인 조치는 없다. KBL 관계자는 “모든 오심에 징계를 내릴 수 없다”며 “그럼에도 PO에서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나오는 건 이례적인 중징계”라고 설명했다. KBL 경기본부는 잔여 경기에서 추가적인 오심이 나오지 않도록 판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 전했다. 프로농구 4강 PO(5전3승제)는 오는 23일부터 열린다.김우중 기자 2025.04.21 14:30
프로농구

‘2점 차’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KT-KOGAS, 논란의 3Q ‘속공 2점’

프로농구 수원 KT와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혈투를 5차전에서야 마무리했다. KT가 접전 끝에 2점 차로 한국가스공사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다시 한번 팬들의 머리 위에 의문부호를 띄웠다.KT는 20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프로농구 6강 PO 5차전에서 78-76으로 이겼다. 1,4차전을 내줬던 KT는 2,3,5차전에서 한국가스공사를 꺾으며 4강 PO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2.8초 전 허훈(12점)이 개인 돌파에 이은 중거리 뱅크슛으로 결승 득점을 터뜨렸다. 스코어는 대접전이었지만, 경기는 매우 산만했다. 특히 시리즈 내내 논란이 된 심판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주원인이었다. 5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판들은 여러 차례 선수, 감독들의 항의를 받느라 바빴다. 3쿼터 마지막에는 기묘한 장면이 나왔다. 한국가스공사가 리드를 잡은 뒤 9점 차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쿼터 종료 1분 3초를 남기고 KT 조엘 카굴랑안이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과 경합 도중 공을 뒤로 흘렸다. 카굴랑안이 몸싸움을 벌이다 균형을 잃었고, 공이 KT 코트로 넘어갔다.공이 하프라인 뒤로 넘어간 만큼, 카굴랑안이 다시 잡았다면 하프 코트 바이얼레이션(공격권을 가진 팀이 공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어온 뒤 상대의 접촉이 없다면 다시 넘어갈 수 없는 규정)이었다.이때 심판의 휘슬이 불렸다. 카굴랑안은 볼 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하프 코트 바이얼레이션이 선언됐다고 생각해 아쉬워하며 공을 잡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이같이 공이 하프라인 뒤로 빠진 상황에서도 카굴랑안이 다시 공을 소유해야만 바이얼레이션이 성립되기 때문이다.반면 벨란겔은 클린 스틸로 생각해 공을 잡고 속공 레이업으로 연결했다. 엇갈린 상황 속, 논의 끝에 ‘카굴랑안 턴오버, 한국가스공사 공격권’으로 마무리됐다.최초 이 장면을 두고 한국가스공사의 속공 2점이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KBL 관계자는 “한 심판이 상황을 확실히 하기 위해 휘슬을 불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지켜본 심판이 ‘확실히 하프 코트 바이얼레이션’라고 해서 재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비디오 리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심판은 카굴랑안이 KT 코트를 다시 밟은 시점에 공이 카굴랑안 몸 일부에 닿았다고 판단한 거로 알려졌다.휘슬이 불리지 않았다면, 카굴랑안이 볼을 터치해 백코트 바이얼레이션이 선언됐을 수도 있다. 또는 지금처럼 벨란겔이 먼저 공을 빼앗아 속공 득점을 올리는 장면이 나왔을 터다. 그러나 심판이 휘슬을 불며 기묘한 상황이 나왔다. 애초에 볼 데드 상황인데, 마치 한국가스공사의 득점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휘슬이 다소 작게 불려 현장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한편 공격권을 잡은 한국가스공사는 직후 턴오버를 범했고, 쿼터 마지막 추격 3점슛까지 얻어맞았다. 4쿼터 마지막 순간에 동점을 만들었으나, 허훈의 결승 득점을 저지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KT와 한국가스공사의 6강 PO에선 시리즈 내내 거친 몸싸움이 발생했다. 몸싸움에 더욱 관대한 판정 기조에 발맞춰 두 팀 모두 공격적인 수비를 택했다. 하지만 판정 기준이 오락가락했다. 경기 초반에는 작은 몸싸움에도 휘슬을 불어 일찌감치 선수들에게 개인 파울이 쌓였다. 반대로 접전이 될 후반에는 불려야 할 파울이 불리지 않거나, 장시간 비디오 판독을 거쳐야만 결과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KBL 경기본부는 일부 판정에 대해 ‘오심’임을 인정하며 더 나은 판정을 약속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KT 허훈의 8초 바이얼레이션(공격권을 가진 팀이 8초 안에 프런트코트로 넘어가야 하는 규정)이 지적되지 않는 등 기초적인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논란은 잠들기는커녕 거세졌다. 3차전에서는 판정에 분노한 강혁 감독이 심판에게 거센 항의를 하다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2쿼터 중반에 퇴장당했다. 강 감독은 “2차전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던 것 같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로 다음날 열린 안양 정관장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선 김상식 정관장 감독이 항의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올 시즌 전까지 역대 PO 경기 중 사령탑 퇴장은 단 3차례 있었는데, 이번에만 2차례 나왔다.한편 접전 끝에 승리한 KT는 오는 23일 서울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와 4강 PO(5전 3승제) 1차전을 벌인다.김우중 기자 2025.04.20 16:39
프로농구

[IS 패장] ‘역대 PO 퇴장 4호’ 한동안 침묵한 강혁 감독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6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시리즈에서 열세에 놓였다. 2쿼터 중반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강혁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다.한국가스공사는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4~25 KCC 프로농구 6강 PO 3차전에서 57-63으로 졌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패배로 시리즈 2패(1승)째를 기록, 이틀 뒤 열리는 4차전에서 진다면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선 악재의 연속이었다. 3차전을 앞두고 망콕 마티앙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준일, 김낙현, 앤드류 니콜슨도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다.사실 경기 초반에는 한국가스공사의 약속된 세트플레이가 빛났다. KT의 빅라인업에 맞서 빠른 컷인 플레이로 득점을 쌓았다. KT는 3점슛 15개를 연속으로 실패하는 등 침묵에 빠지기도 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2쿼터 중반이다. 샘조세프 벨란겔이 스크린을 피하다 3번째 개인 반칙을 범했다. 벨란겔은 자신의 파울에 억울해했고, 강혁 감독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타임아웃으로 잠시 경기는 멈췄지만, 강혁 감독은 거듭 심판에게 항의했다. 그럼에도 항의가 그치지 않자,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됐다. 역대 KBL PO에서 사령탑이 경기 중 퇴장당한 건 이번이 4번째였다.강혁 감독을 잃은 한국가스공사는 이후에도 꾸준한 수비력으로 공격 기회를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역시 3점슛 침묵에 빠졌다. 경기 막바지 김낙현, 신승민의 3점슛이 터졌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강혁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강 감독은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했다. 홈에서 결과가 나오면 좋았을 텐데…”라며 “내가 지금 정리가 잘 안된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4차전 잘 준비해서, 수원까지 가도록 하겠다. 선수들,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취재진이 2쿼터 퇴장 장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강혁 감독은 “지난 2차전부터 스트레스가 연결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첫 PO이기도 하지만, 내가 참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미안하다. 그 순간(벨란겔 파울)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첫 번째는 내가 팀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이다”라고 거듭 아쉬워했다.한국가스공사와 KT의 PO 4차전은 오는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대구=김우중 기자 2025.04.16 21:29
프로농구

[IS 대구] ‘판정 항의’ 강혁 감독, 14분 20초 만에 퇴장…대구체육관엔 야유 세례

강혁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이 6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 중 2개의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당했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에 항의한 앤드류 니콜슨은 공을 발로 차는 등 분노했다.한국가스공사와 수원 KT가 16일 오후 7시부터 대구체육관에서 2024~25 KCC 프로농구 6강 PO 3차전을 진행 중이다. 2쿼터 종료 시점 한국가스공사가 32-29로 근소하게 앞섰다.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 정규리그 5위 한국가스공사가 4위 KT를 상대로 1승을 안고 대구로 왔다.이번 시리즈는 두 팀의 거친 몸싸움이 화제다. 한국가스공사도, KT도 빼어난 수비력이 장점이다. 시리즈 내내 치열한 리바운드 싸움이 벌어졌고,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2차전부터는 일부 판정이 오심으로 인정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2쿼터 5분 40초를 남겨둔 시점, 샘조세프 벨란겔이 스크린 수비를 하다 3번째 파울을 범했다. 벨란겔은 억울하다는 몸짓을 했고, 강혁 감독은 일단 타임아웃을 외친 뒤 항의했다. 항의가 길어지자, 심판은 강혁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항의는 이어졌다. 그러자 심판은 강혁 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강혁 감독은 결국 코트를 떠나야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니콜슨은 조던 모건과 경합하다 팔꿈치를 썼다는 판정으로 파울을 받았다. 판정에 격분한 그는 팔을 휘두르며 항의했다. 직후엔 공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됐다. 대구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은 심판을 향해 거센 야유를 쏟아부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반 한때 7점 리드를 잡았는데, 강혁 감독 퇴장 후 격차가 좁혀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KT 허훈은 자유투와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쌓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정성우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다시 달아나려 했다. KT는 연속 공격 리바운드를 잡으며 반격했는데,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KBL에 따르면 역대 PO 중 사령탑 퇴장 사례는 앞서 단 3차례만 있었다. 전창진 감독이 2회(2004~05 TG삼보, 2013~14 KT), 강동희 전 감독이 1회(2011~12 동부) 기록했다. 강혁 감독이 이번 퇴장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대구=김우중 기자 2025.04.16 19:49
국가대표

‘8강딱’ 일본, 韓 축구 또 지적질…“기적의 승리” 부정적 댓글만 퍼 나르는 ‘악행’

일본 축구 매체가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U-17)의 아시안컵 4강행 소식을 전하면서 네티즌 반응을 전했다.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웹은 15일 “한국은 타지키스탄과 경기 승부차기에서 키커 5명 전원이 성공하며 승리했다”면서도 “다만 축구 팬은 (결과를) 납득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이 매체는 “브라질을 이긴 것이 아니라 타지키스탄이다”, “4강에 오른 팀 중 가장 약해 보인다”, “한국 경기를 보면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느낌” 등 국내의 부정적인 반응만 전했다.기사 말미에는 “기적적으로 승리한 한국은 17일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쓰러뜨린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고 적었다. 같은 날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U-17 축구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8강에서 정규 시간(90분)을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축구 변방으로 꼽히는 타지키스탄과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었지만, 후반 막판 두 골을 내주고도 동점을 만든 태극전사들의 집중력은 칭찬할 만했다.국내에서도 당연히 타지키스탄전에 대한 반응이 나뉘었지만, 일본 매체는 악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만 기사에 실었다. 일본 U-17 대표팀은 지난 13일 사우디와 대회 8강전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패배하며 아시안컵 여정을 일찍이 마쳤다. 직전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자존심을 구겼다.앞서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축구협회(JFA) 기술위원장이 한국 축구의 부진을 지적한 터라 더욱 의아한 결과였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지난 7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U-17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졌다”며 “(한국을) 내려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신경을 못 쓰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 발언은 한국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패한 뒤 나왔다. 당시 일본은 대회 첫판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4-1로 대파했다. 양국 결과가 대비됐고, 가게야마 위원장 발언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딱 1승만 거두고 씁쓸히 퇴장했고, 한국은 4강에 오르며 우승 희망을 키웠다.일본 미디어는 자국 축구의 이른 탈락 때문인지, 한국 축구를 지적하고 깎아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김희웅 기자 2025.04.16 01:25
예능

넷플릭스 신장개업 ‘대환장 기안장’, 기안84 민박집은 왜 달랐나 [줌인]

“사장님, 제정신이야?” 기안84가 차린 울릉도 민박집, ‘대환장 기안장’이 신장개업했다. 숙박업과 기안84라는 조합이 빚어내는 기상천외한 시너지가 마치 ‘배꼽 냄새’ 같은 중독성으로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국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넷플릭스 새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적 낭만이 가득한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와 서포트 멤버 방탄소년단 진, 배우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 앞서 ‘효리네 민박’을 선보인 정효민 PD와 윤신혜 작가가 의기투합 했다.글로벌 OTT 순위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대환장 기안장’은 지난 8일 첫 공개 후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부문 3위로 출발, 공개 4일 만인 지난 12일 1위를 기록하며 초반 관심을 형성했다. 기안84가 가진 ‘날 것’의 라이프 스타일이 곧 캐릭터가 되며 프로그램 세계관과 직결되는 재미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호스트’ 기안84, 캐릭터-스케일 잡은 어드벤처주인장의 라이프 스타일과 생각, 철학이 녹아들 수밖에 없는 민박 버라이어티에서 기안84는 “종 자체가 다른” “다른 세계 사람 같은” 등 반응을 자아내며 제작진의 기획 의도에 적중하는 주춧돌을 놨다.기안84가 “편한 게 꼴보기 싫다”는 역발상을 만화적 상상으로 설계한 기안장은 마치 유원지나 놀이터 같은 모험 요소로 가득했다. 배 위에 지어진 본관은 3.8미터 클라이밍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에, 계단 없이 봉으로만 층을 오갈 수 있고, 노상 침대에서 자야 하는 등 상식 밖 구조다. 그런가 하면 모노레일을 타고 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별관도 비일상의 호기심을 건드렸다.기안84의 자율도를 높인 제작진과 넷플릭스의 결단도 돋보였다. 울릉도 현포항 앞 바다와 깊은 산 중턱에 기안84의 스케치를 고스란히 구현해 낸 것. 이를 위해 울릉군청을 비롯해 현지 제작 협조를 받았으며, 제작진이 직접 촬영 전 숙소에서 묵으며 시뮬레이션도 거쳐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행조차 납득가는 기안84의 캐릭터 성이 늘 봐왔던 힐링 여행 예능과 다른 그림을 만들었다”며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게 곧 리스크가 될 수 있기에 지상파·케이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콘셉트다. 넷플릭스가 적잖은 제작비 투입은 물론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OTT 특성에 맞춰 가능케 했다”고 짚었다. ◇사서 하는 고생, 청춘 서사와의 결합투숙객의 힐링에 초점을 맞췄던 전작과 달리 ‘대환장 기안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6월 공고된 지원 자격대로 ‘기안적 낭만을 즐기고 싶은 청춘’이 국적, 성별, 나이 불문 상관없는 일반인 투숙객으로 모였다. 기안84는 자신의 상상대로 구현된 숙소에 실제 투숙객을 맞이하고 나서야 “왜 낭만에는 위험이 따르는 느낌일까? 현실적으로 해보니 걱정되는 게 한두 개가 아니네”라고 마치 인생을 관통하는 한마디를 툭 뱉는다.지예은의 제안처럼 타협할까 싶다가도, 진이 건넨 “낭만 빼면 시체”라는 말대로 기안적 상상은 ‘청춘의 낭만’과 그대로 조응했다. 여기에 투숙객의 각기 다른 배경도 풍성함을 더했다. 클라이밍 선수들이 놀러 와 다른 투숙객을 돕는가 하면, 카이스트 학생들은 밤하늘 위 플라이아데스 성단을 발견하기도 한다. 기안84가 유학파 청년 목수에게 “나도 어릴 때 인력사무소 다녔다”고 허심탄회 공감대를 형성했듯 ‘청춘’이라는 단어 아래 다른 세계와 부담 없이 만나는 낭만까지 챙겼다. 오는 15일 공개되는 새 에피소드에선 어린이 숙박객까지 등장하는 등 ‘청춘’을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 국한 짓지 않는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하지만 ‘대환장 기안장’이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피지컬100’ 시리즈 등 앞선 넷플릭스표 예능들처럼 글로벌 성과도 챙길지는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 국내에선 1위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비영어 시리즈에선 아직 20위권 밖이다. 정 평론가는 “본래 예능은 시청자의 정서 차이를 크게 타기 때문에 해외 반응을 얻기 쉽지 않다. ‘대환장 기안장’은 일종의 리얼리티 예능이기에 인접한 아시아권에서 반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월드 스타’인 진의 출연이 주는 효과도 있다. 진을 향한 관심에서 출발해 의외로 재미 요소가 있다는 반응이 점차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5 06:00
영화

박해수, 얽히고 싶지 않은 지독함…새 경지 오른 ‘악연’ [RE스타]

이 기사는 ‘악연’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박해수가 넌더리가 날 지독한 얼굴을 꺼내왔다. 날고 기는 악인들 사이에서도 그와는 상종도 하고 싶지 않아질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악연’에서다.7일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악연’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4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7개국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관심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악연’은 최희선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물이다.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6명의 캐릭터를 각 에피소드의 중심인물로 세워 6부작으로 밀도 있게 연출했다. 각 회차가 유기성을 갖고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는데 이름 대신 ‘목격남’ ‘사채남’ ‘안경남’ 등 캐릭터 성을 내세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해수는 그중에서 목격남으로 출연했다.호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극중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는 인물이다. 2회에서 한밤중 자전거를 타고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면서 등장한 목격남은 사고를 낸 안경남(이광수)이 시신을 조용히 처리하려던 장면을 목격하고 묵인하라고 협박받는다. 박해수는 당혹스러운 상황과 귀도리를 쓴 탓에 같은 말을 되묻기도 하며 어딘가 순진하고 얼빠진 아저씨의 얼굴로 첫인상을 새겼다. 그러나 점점 목격남은 범상치 않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우위를 확신하며 안경남에게 금전적 대가를 뜯어내기 시작한 것. 박해수는 말까지 더듬어 가며 공손한 말투로 원하는 액수를 받아내더니, 대범하게 안경남의 직장인 한의원에 찾아가 더 큰돈을 요구한다. 눈치를 보면서도 목적대로 상대를 조종하려는 그의 눈빛엔 은은한 ‘똘기’가 흘러 안경남은 “저것도 정상은 아니지”라고 황당해한다.박해수의 ‘진짜’ 반전은 뒤통수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치며 극 전반에 걸쳐 풀린다. 박해수는 그 과정에서 전형적인 악인 상 같으면서도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을 빚었다. 표정과 행동 등에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 모든 게 단서였음을 감탄케 한다. 중후반부에선 6인 중에서도 가장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극을 장악해낸다. 이일형 감독은 “배우들이 그간 해온 연기나 이미지가 대본과 어떻게 맞닿고 깨져있는지 조율을 고민했다”고 캐스팅 주안점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박해수는 지적인 악인을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이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통해, 밑바닥에 추락했던 인물의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야망을 ‘오징어 게임’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목격남은 이를 아우르면서도 반전으로 변주하며 새 경지에 올랐다.박해수는 목격남 캐릭터 접근 과정에 대해 “독단적이고 무서운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들이 보였고, 그 간격 사이에서 나오는 코미디 같은 게 느껴져 흥미를 갖게 됐다”며 “인물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봤다. 제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극단적인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무엇보다 박해수가 품은 양면적인 요소가 ‘악연’에 입체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해수는 마스크부터 선과 악, 유약함과 강함을 동시에 지녔으며 연극 배우 출신 다운 연기 내공이 있어 폭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기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보여줬던 착한 캐릭터와 ‘오징어 게임’, ‘악연’ 같은 욕망 가득한 캐릭터가 모두 시청자를 납득시킨다. 표면의 단순한 악행 이상 내면을 연기해 낸다”고 분석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4 06:00
드라마

박은빈, 美포브스도 ‘깜짝’…의미 있는 도전, ‘하이퍼나이프’[IS포커스]

잘하는 걸 이미 알아도 그 이상을 보여주니 놀랄 수밖에 없다.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자신만의 경지에 또 한 걸음 내디뎠다. 천재 아역 출신은 천의 얼굴로 완연히 거듭났다.지난 9일 최종 에피소드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국내에서 떠들썩했던 작품은 아니다. 경쟁 OTT 넷플릭스가 ‘폭싹 속았수다’로 화제성을 휩쓰는 동안 조용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내겐 이 작품이 올해의 발견”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글로벌 OTT 순위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0일 ‘하이퍼나이프’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5위권에 등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적 성과보다 빛난 건 주인공 박은빈의 연기 변신이다. 작품은 과거 촉망받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인 정세옥이 자신을 섀도우 닥터로 전락시킨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대립과 애증을 그린다. 박은빈은 정세옥 역을 맡아 데뷔 29년만에 첫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집도했다. 극중 정세옥은 사람을 살려야 할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첫 에피소드부터 살인을 저질러 경악을 안긴다. 그를 연기하는 박은빈의 선한 눈매에는 광기가 기본적으로 서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본 적 없는 악인의 탄생을 실감케 했다.기본 괴팍하고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충동성을 두른 채 파격적인 전개를 이끄는 정세옥을 박은빈은 명확한 진단 없이도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로 여겨지도록 보여줬다. 자신의 목적을 방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해치면서도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은 박은빈표 섬뜩한 미소를 새로 보여줬다.이보다 더한 진가는 그저 사이코패스적 악인이 박은빈의 표현 지향점이 아니었음이 서서히 드러나면서부터 발휘됐다. 정세옥의 안타까운 배경 서사를 비롯해 서 실장(윤찬영)과 “그게 인간이니?”라고 남일 말하듯 투닥거릴 땐 지극히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 그의 연기는 극단성에 이유를 부여했다.무엇보다 최덕희를 상대할 땐 인격이 자라지 못한 아이가 생떼를 쓰는 듯했다. 이는 결코 ‘악의 평범성’이 아닌,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씨네마인드’를 통해 분석했듯 자기중심성과 유아적 만능감에 가까웠다. 특히 사건이 아닌 세옥과 덕희의 오묘한 관계성으로 중심축을 옮긴 중후반부부턴 온전히 박은빈이 선배 설경구를 상대로 감정선을 집중력 있게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작품의 콘셉트인 ‘데칼코마니’ 같은 두 사람이 격하게 진심을 부딪친 8회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연기 차력쇼’에 가까웠다.박은빈은 피를 뒤집어쓴 가장 강렬한 얼굴을 시청자의 뇌리에 박은 것부터 시작해 실없이 웃는 체념부터 멱살 잡는 거친 행동과는 상반되는 부드러운 회유, 애처로운 울부짖음까지 진폭 큰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메가폰을 잡은 김정현 감독 또한 해당 장면을 촬영하며 박은빈의 연기에 이끌려 울컥하는 한편 새 모습에 감탄했다고 한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를 두고 “사이코패스라면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할 텐데 정세옥은 스승을 대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통상적인 인격장애 캐릭터와도 다르고, 정확한 의학적 진단보단 장르적 해석이 가미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며 “애증의 사제지간이지만 한국적 멜로의 새로운 버전처럼도 느껴지도록 하면서 캐릭터와 연기 모두 새로웠다”고 평했다. 이색적인 도전에 ‘하이퍼나이프’는 디즈니플러스 2025년 공개 콘텐츠 중에서 글로벌 및 아태지역 최다 시청 작품에 등극했고,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박은빈은 살인 의사의 위험한 사고방식을 파헤친다’는 주제로 “박은빈의 연기는 정세옥에 깊이를 더해준다. 시청자들은 세옥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박은빈이 이를 어떻게 납득시키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정 평론가는 글로벌 주목에 대해 “박은빈이 앞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쌓기도 했고, 이번 연기로도 놀라움을 줬을 것”이라며 “글로벌 순위보단 이색적인 장르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낸 성과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0 13:41
프로야구

구위 믿고 준 기회에 '볼볼볼+ERA 12.79' 김유성...이승엽 감독 쓴소리 "천금 같은 기회, 도망가지 마라" [IS 잠실]

"이게 얼마나 천금 같이 귀한 기회인가. 그 기회를 선수 본인이 스스로 잡아야 한다."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5선발 기회에도 알을 깨지 못하는 김유성(23)에게 쓴소리를 남겼다.두산은 지난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를 15-1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지던 일요일 17연패 징크스를 마감했다.이기긴 했지만 끝맛이 개운하진 않았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0-5로 출발했다가 대역전승을 거뒀다. 선발 김유성이 무너진 게 컸다. 그는 1과 3분의 1이닝 동안 3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44구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가 25구에 불과했다.김유성은 올해 5선발 경쟁에서 가장 먼저 승리했던 투수다. 지난해 가을 교육리그부터 뛰어난 구위를 증명한 그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도 호투를 이으며 이승엽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선 좀처럼 그 구위를 살리지 못한다. 3경기 나선 그의 기록은 1패 평균자책점 12.79로 '최악'에 가깝다. 6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율은 0.321, 볼넷 6개를 기록하면서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2.37에 달한다. 역시 문제는 제구다. 최고 154㎞/h 강속구의 구위는 뛰어나지만 좀처럼 타자와 승부하질 못한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0.8%에 불과하다. 70% 전후에 이르는 에이스 투수들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카운트를 불리하게 쌓으면서 피안타율도 높아지고, 볼넷도 많다. 이닝당 1개 이상의 사사구를 내주는 중이다.8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선발로 던지는 데 부담을 가져선 안 된다. 이게 얼마나 천금처럼 귀한 기회인가. 그 기회를 본인 스스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감독이 기대하는 것도 스트라이크다.그는 "팀에서 김유성에게 기대하는 건 '타자를 압도해라'가 아니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며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타자와 싸워야 한다. 자신의 구위를 믿고 던져서 맞는다면 (결과를) 우리도 납득할 수 있다.볼이 많아지면서 야수들이 힘들어지고, 경기 시간도 늘어진다. 팀 전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감독은 "투수는 야구장에서 가장 높은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 팬들은 투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자신 있는 모습,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물론 아직 시즌은 길다. 맞아봐야 성장도 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기회를 또 줄 것"이라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4.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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