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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안 서고 놀고 먹고…코로나19에 '봄 나들이' 눈치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진 지 1개월째다.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놀이공원 등 사람이 많던 곳들의 인파가 급격히 줄었다. 발이 묶인 채 집에만 있기 답답해져 가는 가운데 봄이 성큼 다가왔다. 나들이가,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가 유혹하는 계절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눈치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탄다’라거나, ‘TV에서 본 맛집을 쉽게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다. ‘강제 집콕’이 장기화하면서 답답하던 시민들이 코로나19의 위험 부담도 잊고 외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덕에 줄 안 서고 놀았다”…눈치게임 후기 봇물 16일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만 검색해봐도 눈치게임 현장을 볼 수 있다. 눈치게임이란 통상 연휴 기간 중 인파가 몰리는 날짜를 피해 다중이용시설 등을 방문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인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놀이공원 등에 가는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현재 놀이공원에서는 체온 측정이나 소독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롯데월드만 봐도 입장과 동시에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통해 입장객의 체온을 체크하고, 놀이기구마다 꼼꼼히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놀이기구는 이용객 체험 직후 소독을 진행하기도 해 대기 시간이 좀 더 길어지기도 한다. 놀이기구뿐 아니라, 각종 손잡이와 벤치, 탁자 등도 직원들이 소독 용품을 이용해 닦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어트랙션 탑승객이 매회 꽉 차는 것은 아니어서 수시로 직원들이 기구 소독을 하고 있다”며 “손소독제도 찾지 않아도 눈에 띌 정도로 이곳저곳에 많이 비치해놨다”고 말했다. 식음 매장이나 상품 매장 등 곳곳에 손 소독제도 비치해두고 있으며, 전 직원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이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텅 빈 놀이동산 사진과 함께 “이 정도면 코로나19 청정지역인 것 같다”며 “아틀란티스(놀이기구) 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놀이동산 방문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아이를 둔 가정은 초등학교 개학일이 늦춰지며 봄나들이에 애를 먹고 있어 더욱 고민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황모(39)씨는 “회사도 재택근무를 연장하고 있고 아이 개학도 늦어지고 있어서 아이와 있는 시간은 많은데 할 건 없으니 답답해 죽겠다”며 “날도 따뜻해지니 놀이동산이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가도 되는지 고민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민을 넘어 실제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은 늘었을까.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주 놀이공원 이용객 수는 전주 대비 20% 증가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그래 봐야 전년도에 비하면 확실히 이용객 수가 줄어든 수치다”라며 “코로나19가 심각했을 시기인 2월 말 대비해서 늘어난 것뿐”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는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 추세를 유지하다가 2월 마지막 주말에는 50% 정도 감소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이용객 수는 전주 대비 3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놀이공원 이용자 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한참 적은 수준이다. 그래서 ‘줄 서지 않고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다 탈 수 있다’는 놀이공원 후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1일 롯데월드를 다녀왔다는 이용객은 “줄을 오래서지 않고 탈 수 있었다”며 “확실히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마스크를 꼭 쓰고 이용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많이 줄었을 시기에는 이용객이 50% 정도 줄었다”며 “지난주에는 조금 늘긴 늘었는데, 아직은 늘어나는 회복 추세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없는 틈타 인기 맛집 공략도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야외활동 자제 분위기의 확산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눈치게임은 유명 맛집이나 카페 등에서도 벌어진다. 지난 14일 굽이굽이 언덕길을 한참 올라 방문한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만석이었다. 이곳은 SNS에서 탁 트인 풍경과 인증샷 찍기 좋은 카페로 유명세를 타며 ‘예약제’로 운영이 바뀔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다. 카페는 10여 개의 테이블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긴 했으나, 카페 특성상 마스크 착용은 직원들 외에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럴 때 아니면 예약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 방문의 이유다. 이날 카페를 방문한 장모(33)씨는 “이 시국이니 예약이 됐지, 아니면 예약도 못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맛집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한 유명 텐동을 먹으러 다녀왔다는 이모(34)씨는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텐동집에 늘 줄이 길어서 기다렸다가 먹었는데, 이번에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며 “코로나19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아예 외출을 안 하려니 답답해서 다녀왔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가 식사한 식당에서 같은 시각 식사한 연고 없는 5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를 봤을 때 전문가들은 이런 실내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찬호 청담셀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되도록 외식을 자제하는 게 권고된다"며 "아무래도 식당은 밀폐됐을 뿐 아니라, 특성상 마스크를 벗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말이 튈 확률이 높다"며 "'혼밥'을 하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주변 사람과 가까이 앉을 경우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3.1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