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미리 보는 2020 신입사원⑦] 99순위 안권수, 휴먼 스토리 그 이상의 자질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꿈을 포기하지 않은 또 한 명의 선수가 휴먼 스토리를 쓰고 있다. 두산 신인 외야수 안권수(27) 얘기다. 2019년 8월 26일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이 자리에 안권수는 없었다. 3주 전 열린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허리 통증 탓에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주루 도중 쓰러지기도 했다. 낙담했고 지명을 바라지 못했다. 그러나 10라운드 아홉 번째 지명 순번에서 두산이 그를 지명했다. 아들 대신 드래프트에 참석한 아버지 안룡치씨는 "아들이 원하던 두산에 입단했다.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안권수는 제일 교포 3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운동 신경을 보여줬다. 일본 수영 스타로 성장하는 하기노 고스케, 세토 다이야와 어깨를 견줄 정도였다고. 야구도 병행했다. 한 종목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야구를 선택했다. 와세다실업고 시절에는 고시엔 도쿄 예선전에서 15타수 연속 안타를 칠만큼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2010년 대회에서는 팀을 4강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정상적인 코스를 밟지 못했다. 와세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잠시 야구를 그만뒀다. 꿈을 버리지 못하고 독립리그, 실업리그에서 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낮에는 패널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사이 프로팀 입단 얘기도 있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KBO 리그 드래프트 참가는 꿈을 향한 마지막 도전이었다. 선수는 트라이아웃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두산 스카우트팀은 안권수의 비범한 이력과 자질을 주목했다. 스물여섯 늦깎이 신인이 왕조에 입성했다. 안권수는 2020 신인 선수 체력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운동 능력을 보여줬다. 코칭 스태프의 높은 평가를 보고받은김태형 두산 감독도 주시했다. 호주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그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직접 지켜보며 탄탄한 기본기에 감탄했다. 백업 외야수를 확보하려던 스프링캠프 목표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김 감독은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햇다. 2020 신인 가운데 1군 캠프에 참가한 선수는 1라운더장규빈(19)과안권수가 유이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2차 캠프까지 소화한 신인은 안권수가 유일하다. 김 감독은 타격 훈련을 보며 그를 직접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대감이 엿보였다. 연습경기, 청백전에도 꾸준히 내보냈다. 김인태, 김대한 등 기존 선수들과 외야 백업 요원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다. 안권수는 석 달 째 한국 야구를 경험하며 새로운 배움을 얻고 있다. 일본 야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하는 투수의 수싸움을 알았고, 타격 능력 향상을 위해 개선할 점이 많다는 자각도 했다. 롤모델인 주전 중견수 정수빈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기쁘다. 아직 서툰 언어는 또래 동료들 덕분에 나아지고 있다.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주목받았다. LG 투수 한선태(26)다. 역대 최초로 비선수 출신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가능성도 남겼다. 그의 열정은 박수를 받았고, 행보는 응원 받았다. 야구팬은 안권수도 희망을 주는 데뷔 시즌을 보내길 바란다. 선수도 "아직 타격은 부족하지만 1군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대 받고 있는 부분을 부응하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관련기사 정민태 등번호 후계자, 한화 차세대 에이스 남지민 '실력+배포 겸비' 소형준, KT 첫 '투수 신인왕' 겨냥 개봉 앞둔 '타자 원탑 유망주' 키움 박주홍 정우영에 이어 올해도…즉시 전력감으로 떠오른 LG 김윤식 KBO 리그 최단신…삼성 '작은 거인' 김지찬 공수주 다 갖춘 SK 최지훈, '제2의 김강민' 꿈은 아니다 99순위 안권수, 휴먼 스토리 그 이상의 자질
2020.04.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