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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류호정 논란으로 본 대리게임, 어디까지 괜찮을까.
최근 ‘대리게임 논란’이 뜨겁다. 당선이 확실시되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인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이 2014년 대학 시절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대리게임으로 등급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리게임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대리게임으로 얻은 결과물을 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게임 대신해준 게 무슨 그리 큰 죄냐’며 대수롭지 않게 보기도 한다. 대리게임, 어디까지 괜찮을까. 법에서 대리게임은 처벌 대상이다. 2019년 6월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해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돈을 받고 등급을 올려주는 전문 대리꾼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류 후보가 전문꾼에게 돈을 주고 등급을 올리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개인 간에 이뤄진 대리게임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건전한 게임 이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레벨이라고 해서 파티 플레이를 했는데, 실제로는 실력이 없는 게이머였다면 같은 파티원들은 시간적·금전적(아이템 등) 피해를 볼 수 있다. 가짜 고레벨 유저가 많으면 해당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고, 결국 게이머가 떠나게 된다. 이런 경우 게임사도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대리게임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금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초보자나 저레벨 게이머를 도와주는 차원이나 지인 간에 이뤄지는 대리게임을 모두 범죄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A 게임사 관계자는 “대리게임이라고 해도 개인 간에,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적으로 이뤄진 대리게임의 결과물이 공적으로 활용된다면 문제라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B 게임사 관계자는 “대리게임은 대리시험과도 같다. 이런 불공정한 행위로 얻은 결과물을 국회의원 등 공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이용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C 게임사 관계자는 “요즘 게임 고레벨이라고 하면 e스포츠 선수가 되거나 유튜브에서 유명한 게임BJ가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이제는 게임 등급이 단순한 순위로서의 의미를 넘어서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리게임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의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대변인도 16일 “청년·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라며 “하나의 문화, 스포츠, 예술, 산업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인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류호정 대리게임 논란에 대한) 청년·청소년 게임인들의 분노를 ‘단순 열폭’ 정도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류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류 후보는 “대리게임 계정으로 제가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그 등급(다이아5)으로 동아리 회장, 대리 출전, 채용, 방송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0.03.1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