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단독]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대부분의 축구가 멈췄다. 축구의 대륙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축구를 보기 힘들다. 한국의 K리그 역시 언제 개막할 지 기약이 없는 상황. 그렇지만 전 세계 축구가 완전히 스톱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한국 축구 선수의 모습을 완전히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는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가 진행 중에 있고, 디나모 민스크의 김준영이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유일하게 그라운드에 나선 한국 선수였다. 얼마 뒤 또 한 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아시아다. 아시아에서는 타지키스탄이 가장 먼저 리그를 개막했다. 타지키스탄 프리미어리그에 뛰는 한국 선수는 없다. 두 번째로 개막한 나라가 대만이다. 이곳에 한국 선수가 뛰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 주익성(28)이다. 대만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12일 개막했고, 1라운드 4경기가 펼쳐졌다. 16일 현재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95명, 사망자는 6명이다. 대만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대처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자신감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축구 리그 개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익성은 현재 타이중 후투로 FC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항유엔에 입단하며 대만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디뎠다. 항유엔 소속으로 21경기에 나서 20골을 성공시켰다. 대만 내에서 큰 화제가 된 공격력이었다. 대만으로 귀화하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 공격력이 부족했던 타이중 후투로가 주익성을 원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했다. 주익성은 TSU와 1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했고, 팀은 2-1로 승리했다. 지난 14일, 일간스포츠는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는 주익성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대만으로 온 이유, 목표 그리고 그동안 쉽게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첫 해외 진출. 대만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주익성은 "에이전트가 없다. 작년에 내가 직접 지원을 해서 대만으로 왔다. 1년 있었는데 좋은 일들이 많았다. 괜찮은 활약을 하니 많은 이들이 반겨줬다. 생활적인 부분도 그렇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21경기에 나서 20골. 귀화 제의가 나온 이유다. 귀화해 대만 축구대표팀에서 뛰어달란 의미다. 주익성은 "운 좋게 작년에 많은 골을 넣었다. 득점 순위도 초반 1위, 2위를 하다가 3위로 마쳤다. 좋게 봐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정식적인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지만 귀화 이야기도 나왔다. 단장과 감독 그리고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귀화할 생각은 없다. 자신을 향한 관심과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고마운 생각뿐이다. 그는 "대만축구협회 관계자와 대화 중 귀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 내가 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대만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유일하단다. 이게 아니면 대만에서 5~6년을 살아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다. 아직 대만에 1년밖에 있지 않았다. 귀화를 위해 대만 여성과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웃었다. 1년 만에 이적한 이유도 밝혔다. 주익성은 "타이중 후투로는 작년에 리그 5위를 한 팀이다. 대만 국가대표도 많고, J리그를 경험한 일본 선수도 많은 팀이다. 전력이 좋은 팀이다. 그런데 골잡이가 없다. 그래서 나를 원했다. 항유엔에서 2년 재계약 제의를 했는데 결국은 타이중 후투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우승이다. 주익성은 "1라운드에 출전했는데 골을 넣지 못했다. 다음 경기가 친정팀인 항유엔전이다. 골을 넣고 싶다. 마지막에 팀이 우승하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 최대한 많은 골을,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골을 넣기를 원한다.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없을까. 그는 "경기 전에 체온을 재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 지도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또 당분간 무관중으로 진행이 된다. 이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항상 조심하고 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는 된다. 선수 한 명만 걸려도 리그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것이고, 코로나19 예방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익성은 약 10년 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유망주 중 하나였다. 그는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개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출전했다. 한국 최고의 유망주들이 선발되는 U-17 월드컵 무대에 초대를 받은 것. 그가 얼마나 기대를 받은 자원이었는 지 말해주는 장면이다. 그때 주익성과 함께 뛰었던 멤버가 손흥민(토트넘) 김진수(전북 현대) 윤일록(몽펠리에)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등이다. 주익성은 한국 대표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후반 조커로 출전하며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주익성은 손흥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두 선수는 동갑내기 친구다. 그리고 포지션 경쟁자이자 룸메이트였다. 주익성은 "U-17 월드컵 당시 (손)흥민이와 친했다. 흥민이는 포지션 경쟁자였다. 또 경쟁자들끼리 룸메이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흥민이와 세달 정도 같은 방을 썼다. 대회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은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10여년 전에는 같은 유망주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손흥민뿐 아니라 김진수·윤일록·이종호 등 17세 동기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성장해나갈 때 주익성의 성장은 지체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주익성은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그는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쉬웠던 몇몇 불운을 기억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한 뒤 대학에 가고 싶었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기회가 내가 아닌 다른 변수로 인해 사라졌다. 일본 J2에도 도전을 했는데 또 다른 이유로 무산됐다.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팀이 없어 1년을 쉬었다. 붕뜬 시기였다. 개인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경기를 뛰지 못한 타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한창 성장할 시기 1년 휴식은 유망주에게 큰 벽으로 돌아왔다. 2012년 FC 서울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은 그에게 너무나 큰 팀이었다. 주익성은 "당시 서울은 지금 전북과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강팀이었고,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했다. 나처럼 어린 선수가 기회를 받기 어려운 팀이었다. 서울에 2년을 있었는데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졌고, U-17 월드컵에 함께 뛰었던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자책하지 않는다. 남탓하지도 않는다. 그는 차분히 더욱 가치있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20대. 군대도 해결했다. 대만에서의 흐름을 이어 더 큰 무대를 꿈꾼다. 주익성은 "앞으로 더 잘하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해외 리그에서 만족을 하고 있다. 해외 생활도 잘 맞는다. 앞으로 다른 해외 리그도 도전해보고 싶다. 중국 슈퍼리그도 있고, 홍콩과 태국 리그도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K리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4.17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