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SF에 녹아든 시간...37G 출전에 그친 이정후의 데뷔 시즌, 무의미하지 않았다 [IS 포커스]
무의미한 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팀에 녹아들었고, 정신적으로 무장했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서 아쉬움을 남긴 채 데뷔 시즌을 마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더 단단해졌다.
이정후는 1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이 1일 막을 내렸고,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지난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 1회 초 수비 중 담장과 충돌해 왼 어깨 부상을 당했고, 6월 초 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올 시즌 이정후는 출전한 37경기에서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310, 장타율은 0.331였다. 이정후는 "점수를 줄 게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데뷔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자책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량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모두 말이다.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현재 몸 상태는 80~90% 정도라고 한다. 재활 치료는 마쳤다. 오프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가 준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내년 스프링캠프 합류와 소화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뛴 마지막 시즌(2023)도 왼쪽 발목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2년 연속 풀타임으로 뛰지 못한 그는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고 싶다. (KBO리그에서 뛴 2023시즌을 포함해) 2시즌 연속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야구가 한참 늘어야 할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잘 하든, 못 하든 일단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라는 각오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 정규시즌 80승 82패를 기록하며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4위에 그쳤다. 이정후뿐 아니라 주축 선수들 부상이 이어졌다. 이정후는 재활 치료 기간 트레이너 그리고 부상을 당한 다른 동료들과 더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빅리그 팀에 합류해 원정 경기에 동행하며 팀 일원으로서 호흡했다. 팀에 녹아드는 과정이었다. 이정후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KBO리그 한솥밥을 먹은 김혜성이 MLB 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그를 향해 "야구를 하는 건 어디서나 같지만, 생활적인 부분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같은 말을 하는 게 통역사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먼저 동료들에게 다가가고, 장난도 걸어야 팀원들도 나를 동료로 생각해 준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 바 있다. 이런 부분에서 적응을 마쳤느냐는 물음에 "그런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동안 당연했던 경기 출전이나 풀타임 소화가 얼마나 의미 있는 목표인지 확인했고, 재활 치료를 받는 속에서도 친화력을 발휘하며 빅리거 일원으로 녹아들었다. 화려한 데뷔 시즌을 치르진 못했지만, 부상 뒤 보낸 4개월은 이정후 야구 인생에 자양분이 될 게 분명했다. 이정후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야구팬을 향해 자신했다. 인천공항=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0.0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