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구 던지고 체크, 4구 던지고 중단, 5구 던지고 체크…ABS랑 싸운 쿠에바스 [IS 수원]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4·KT 위즈)가 타자 아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과 싸웠다. 구심의 ABS 판정 수신이 매끄럽지 않아 마운드 위에서 진땀 뺐다.쿠에바스는 24일 수원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 1-1로 맞선 6회 초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5회까지 흐름을 고려하면 시즌 14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ABS가 화근. 올해 KBO리그는 심판의 주관적 판정이 아닌 기계에 설정된 가상의 존을 통과한 공에만 스트라이크콜이 불린다. 포수 뒤에 있는 심판은 인이어로 판정 내용을 들은 뒤 그대로 선언만 한다. '수신'이 핵심인데 이게 문제였다. 6회 초 무사 1루 최정 타석에서 쿠에바스가 3구째를 던진 뒤 문동균 구심은 'ABS 수신이 잘 안된다'며 기계를 한번 점검했다. 4구째를 던진 뒤에도 다시 한번 흐름이 끊겼다. 5구째 직후에도 문동균 구심이 '다시 한번 안 들린다'는 수신호를 보내 경기가 중단됐다. ABS 요원이 그라운드 나와 상황을 체크했고 결국 6구째 볼넷으로 최정을 내보냈다.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무사 1,2루 에레디아 타석에서 초구 직후 또 ABS 요원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2구째를 던진 뒤 다시 문 구심은 손으로 엑스(X)를 그렸다. 쿠에바스는 마운드 위에서 이 장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중계한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쿠에바스가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문제는 에레디아 타석의 2구째를 문동균 구심이 스트라이크로 자체 판정한 뒤 더욱 커졌다. ABS 요원으로부터 자체 판정 얘길 들은 문 구심은 추적 실패라 판단, 스트라이크로 선언했으나 더그아웃에 비치된 ABS 태블릿에는 '볼'로 찍힌 것이었다. 이숭용 SSG 감독의 강력한 항의 뒤 판정을 바로잡으려 하니 이번엔 KT 벤치에서 반발했다.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2스트라이크가 아닌 1볼-1스트라이크로 경기가 속개됐는데 쿠에바스는 3구째 몸에 맞는 공으로 에레디아를 내보낸 뒤 교체됐다. 경기가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니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탓이었다.KT는 무사 만루 위기를 내야 땅볼 3개로 막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결과는 '무실점'이었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 탓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7.24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