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팀 타율 0.169→0.322' 타선 믿고 기다린 한화, 7연승으로 보답 받다 [IS 포커스]
시즌 초만 해도 발목을 잡던 한화 이글스 타선이 달라졌다. '특별 처방'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기대치를 충족하기 시작했을 뿐이다.한화 타선은 지난 7일까지만 해도 각종 비난의 표적이 됐다. 그럴만도 했다. 한화는 당시 13경기 팀 타율 0.169(10위) 35득점(10위) OPS 0.513(10위)으로 온갖 타격 지표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당시 한화 타선의 부진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변수에 가까웠다. 한화는 4번 타자 노시환을 제외하면 30홈런을 기대할 타자는 없었다. 그래도 거액을 투자해 채은성과 안치홍을 영입한 상태였다.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까지 평균 수준 활약만 펼친다면 다른 팀에 크게 뒤질 일이 없었다. 임종찬, 문현빈, 김태연 등 주전 경쟁 끝에 기회를 받은 선수들의 시범경기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동시다발로 부진을 겪었다. 노시환은 개막 2연전 연속 홈런 이후 침묵에 빠졌다. 플로리얼은 첫 네 경기 안타를 치지 못했고 4일까지도 타율이 0.103에 불과했다. 안치홍은 컨디션 난조 끝에 타율 0.067을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7일 기준 채은성의 시즌 타율은 0.167이었다. 계산이 나와줘야 하는 중심 타자들이 일제히 부진했는데 문현빈, 김태연 등 기대주들의 성적도 따르지 않았다.김경문 감독은 개막전부터 "난 개막 전까지는 고민을 많이 하지만, 쓰기 시작하면 결정한 선수들을 많이 내보낸다. 시즌 중 뺐다 넣었다하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이 지도자 커리어 내내 강조한 '믿음의 야구'였다. 타선이 부진하면서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비판이 따랐고, 김경문 감독과 김민호 타격 코치 등 코칭스태프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는 여론도 있었다.온갖 비판 속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뚝심으로 버텼고, 변화를 최소화했다. 실제로 데이터적으로도 시즌 초 13경기 성적만으로 타자의 퍼포먼스를 판단하고 변화를 줄 시점이 아니었다. 백업 및 2군 타자 자원이 많지 않은 한화라 과감히 주전을 말소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화는 타순을 바꾸는 것도, 말소도 서두르지 않았다. 안치홍이 말소되고, 2번 타자와 3번 타자로 출발했던 문현빈과 플로리얼이 서로 자리를 바꾼 것 정도가 특기할 만한 변화였다. 그 결과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한화 타선은 달라졌다. 4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뒀고, 최근 7경기는 모두 승리했다. 12경기에서 10승을 거두는 동안 팀 타율 0.322(1위) 80득점(1위) 11홈런(공동 1위) OPS 0.880(1위)으로 각종 타격 지표 선두를 독점했다.부진의 시간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이 괴로울 시기였다. 지난 16일 SSG 랜더스전에서 21경기 만에 홈런을 때린 채은성은 "홈런보다도 타격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아 마음에 계속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부진 기간) 힘들었다. 내가 선수단 대표기도 했고, 새 구장에 온 만큼 기대감이 큰 시즌이었다. 나도 이런 건 처음 봤다. 1군에서 야구하면서 팀이 이렇게 전부 못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며 "은퇴한 선배들께도 전화를 많이 받았다. '도대체 너희 왜 이러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라고 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김경문 감독도 한화도 버텼다. 채은성은 "이 기간 감독님께서 항상 힘을 넣어주셨고, 코치님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감독님께서 '어차피 이렇게 못 치나, 저렇게 못 치나 같다. 도망가지 말고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내자고 하셨다. 선수들도 그러면서 과감하게 공략했고 풀려 나갔다"고 떠올렸다. 그 결과 타선의 힘으로 연승을 달렸고, 최하위였던 순위도 21일 기준 2위까지 치솟았다.한화의 팀 타율이 언제까지고 3할대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한화는 믿고 기다려 받은 13경기 성적으로 비판 받았다. 같은 과정에서 얻은 12경기의 호성적 역시 인정받을 만한 성과인 건 분명하다. 지금은 분명 '한화의 시간'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4.21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