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곯았던 게 터졌다" 가을의 신경전, '규정 미비' 예고된 피치클록 고의지연 혼란 [IS 이슈]
"곯았던 게 터졌다."지난 18일 열린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나온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와 타자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피치클록 신경전을 보고 한 구단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투수와 타자 모두 억울할 수 있다. 잠재된 문제였다"라고 말했다.상황은 이랬다. 폰세는 5-3으로 앞선 3회 초 무사 1·3루 구자욱 타석에서 초구 볼 이후 투구 인터벌을 변칙적으로 가져갔다. 피치클록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평소보다 긴 투구 인터벌로 타격 밸런스를 흔든 것. 이에 반발한 구자욱이 여러 차례 타석을 벗어났고 양 팀 감독이 차례로 항의한 뒤에야 경기가 속개됐다. 초구 이후 2구째를 던지기까지 무려 6분 30여 초가 걸렸다. 구자욱은 PO 2차전에 앞서 "(폰세가) 규정을 악용해 시간을 지연했다. 계속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폰세는 "피치클록은 제한 시간 안에만 던지면 된다고 알고 있어서 시간을 좀 더 끌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경기 스피드업을 목적으로 피치클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이내 투구를 해야 한다. 타자는 피치 클록 8초 전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투수가 규정을 위반하면 볼 1개, 타자가 어기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 선언된다. 그런데 경기를 고의로 지연하는 상황에 대한 '안전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피치클록에 쫓긴 투수가 투수판에서 발을 빼더라도, 주자를 무한 견제하더라도 제한이 없는 게 대표적이다.이와 달리 2023년부터 피치클록을 운영 중인 메이저리그(MLB)는 타석마다 투수판 이탈을 2회, 피치클록이 리셋되는 주자당 견제도 2회까지 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 및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로 조정했다'라고 말했지만, 정규시즌 내내 관련 불만이 계속 쌓였다.
폰세의 '고의 지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KBO는 '피치클록 잔여 시간을 이용해 투수가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키면 주의 또는 경고 조치 가능하다'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심판 재량에 기대는 부분이라 혼란이 불가피했다. 신경전이 최고조로 향하는 가을야구에선 투수와 타자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다.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투수나 포수가 사인 수신호 장치인) 피치컴이 안 들린다고 많이 하지 않나, 현장에서는 진짜로 안 들리는 건지 피치클록 리셋을 위한 액션이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KBO가 제도개선 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 지금과 같은 규정이라면 혼란이 거듭될 게 불 보듯 뻔하다"라고 지적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10.20 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