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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박신혜, 김태리 추격으로 흔들릴까...새 판 짜인 금토일 전쟁 [IS포커스]

금토일 대전이 다시 시작됐다. 신작들이 대거 방송을 시작하면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 박신혜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의 아성이 흔들릴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작들 중 가장 강세를 보인 배우 김태리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의 기세가 주목된다. 방송가는 4파전에 돌입했다. 1위는 지난달 첫 방송을 시작해 먼저 두터운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지옥에서 온 판사’다. 총 14부작인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난 12일 방송된 8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3.6%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를 가장 바짝 쫓고 있는 작품은 ‘정년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정년이’는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했는데, 동시기 닻을 올린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4.7%,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3.9%보다 높다. ‘이친자’는 지난 11일 5.6%로 출발했지만 2회만에 4%대로 하락해 2위 자리를 ‘정년이’에 내줬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악마를 소재로 한 사이다 복수극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신작들도 막강한 배우 라인업과 각양각색의 매력을 내세웠다. ‘정년이’는 김태리와 신선한 소재의 국극이다.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이친자’는 ‘서울의 달’ 이후 배우 한석규의 30년 만 MBC 복귀작으로 스릴러 장르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인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는 내용인데 한석규의 처절한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배우 김소연 주연의 ‘정숙한 세일즈’도 ‘정년이’처럼 보기 드문 소재로,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이 가운데 ‘정년이’가 채널 선호도가 더 높은 지상파 ‘이친자’를 꺾고 금토일 드라마 전체 2위이자, 신작들 중 1위로 출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의 경우 보통 홀수보다 짝수 회차에서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데다 짝수 회차에서 강세를 보일 경우 차주의 홀수 회차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년이’가 초반 짝수 회차에서 호성적을 거둔다면, 토요일 하루 방송 시간대가 겹치는 ‘지옥에서 온 판사’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또 ‘정년이’가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지옥에서 온 판사보다’보다 40분 빠른 오후 9시 20분 방영돼 25분 가량 시청 시간대가 겹치기 때문에 ‘정년이’가 점차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층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지옥에서 온 판사’의 후반부 성적에 영향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정년이’는 엄밀히 따져보면 전반적인 시청자가 관심 가질 만한 상업적 드라마는 아닌데 첫 방송부터 시청률 약 5%가 나온 것은 놀라운 성적”이라며 “‘정년이’의 경우 국극, 여성 서사 등 기본적으로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여기에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점차 확보해 나간다면 지금의 금토일 대전 판세를 흔드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0.14 06:16
영화

[IS리뷰] 스크린 찾아온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그런데 사랑을 곁들인 [29th BIFF]

만인의 밥 친구로 통하는 일본의 ‘혼밥 아저씨’ 고로 씨가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로 찾아왔다. 가벼우면서 눈가가 찡하도록 소금도 살짝 쳤다. 이는 분명 12년 장수 시리즈가 처음 선보이는 ‘사랑의 맛’이다.‘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도쿄의 심야 드라마로 출발해 장장 12년에 걸쳐 시즌 10까지 방영된 인기 시리즈다. 쿠스미 마사유키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매 화마다 최고의 만족스러운 한 끼를 찾아 각지의 식당을 다니며 홀로 식사하는 짧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시리즈 전체에서 고로 역을 묵묵히 열연해 왔으며 이번 첫 극장판은 주연 배우인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까지 잡아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 베일을 벗은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마츠시게 유타카의 첫 연출작이라는 풋풋함보다는 10년 넘게 고로로 살며 시리즈에 애정을 쏟아온 그의 노련함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고로가 기내식을 고민하다가 끼니를 놓치며 유쾌한 출발을 알린다. 배를 잔뜩 곯은 채 파리에 도착한 고로는 식당을 찾기 위해 골목을 누비는데 그 풍경은 드라마 특유의 서늘한 듯 산뜻한 톤을 이어받는다. 낯선 곳이지만 익숙한 ‘고독한 미식가’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던 영화는 의뢰인의 손녀 마츠오 치아키(앤)를 만나며 영화만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번 의뢰인 마츠오 이치로(시오미 산세이)는 고향인 고토의 풍경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마을 풍경이 담긴 그림을 고로로부터 건네받은 이치로는 한 가지 더 무리한 부탁을 한다. 바로 어릴 적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국물 음식 ‘잇짱지루’를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것.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정확히 무엇이 재료인지도 모른 채 고로는 나가사키현 고토로 날아가 ‘추억’을 되짚는 여정을 떠난다.‘고독한’ 미식가지만, 이번 영화에서 고로는 고독할 틈이 없다. 확장된 무대만큼이나 고로와 인연을 맺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특히 태풍으로 조난 당한 고로가 한국 남해에 위치한 작은 섬 남풍도에 떨어진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사뭇 반가움을 안긴다. 타국에 터를 잡은 일본 여성 시호(우치다 유키)와 도쿄에 남겨진 그의 남편인 라멘집 사장(오다기리 죠), 그리고 라멘집의 끈질긴 손님 나카가와(이소무라 하야토)까지 저마다의 ‘잊을 수 없는 맛’을 가진 이들이 고로의 여정에 꼬리를 물고 끼어든다. 거제도까지 찍는 이 여정에 한국 배우 유재명이 입국심사관으로 특별출연해 맛깔나는 연기로 신스틸러를 담당한다. 고로가 만난 이들의 호의와 저마다의 사연을 더듬어 가며 추억의 ‘잇짱지루’가 재현되고, 그 안에는 그만의 추억과 진심도 생긴다. 풀어둔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후반부에서는 이 모든 게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에게도 보내는 헌사였음을 내비친다. 또한 주연 배우가 감독이기에 가능한 디테일한 반전 연출은 시리즈 팬에게는 감동을 안긴다. 왜 이토록 한국이 중요한 극 중 배경으로 등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단지 훌륭한 음식과 가게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화면 뒤의 ‘삶’들을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담으며 국경도, 픽션과 현실도 넘나드는 고로의 여정을 보다보면 따스해진다. 마지막 대사 “고로 씨 고마워. 앞으로도 기대할 게 생겼네”는 분명 마츠시게 유타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자, 극장을 나오는 관객이 기꺼이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오는 2025년 3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엔딩크레딧 후 짧은 쿠키 1개까지 음미하길 추천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0 06:05
드라마

매 맞고 배신당하고…‘백설공주’ 변요한, 연기로 억울함 풀었다

배우 변요한이 ‘백설공주’로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었다. 원톱 주연으로 극 전체의 서사를 이끌며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 흥행을 견인했다.4일 오후 14부작을 끝으로 종영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가 출소 후 10년 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2.8%로 출발해 11회에서 최고 8.7%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최종회인 14회에선 11년 전 살인 사건의 진실이 모두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변요한은 ‘백설공주’에서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우등생이었으나 절친한 고등학교 여자 동급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하루아침에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를 연기했다. 고정우는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후 살인사건이 일어난 무천시로 다시 돌아와 진실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사건 당시 고정우는 술에 취해 블랙아웃 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 친구들을 죽였는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 즉 자기 자신도, 마을 사람들도, 경찰도 믿을 수 없는 혼란인 상태의 인물이다. 변요한은 원망, 억울함, 분노의 감정이 뒤섞인 처절한 표정으로 고정우를 표현했다. 자신이 정말 친구들을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타인에겐 변명이 통하지 않는 그저 살인자라는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피해자의 부모들과 경찰이 전과자라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쏟고 폭력을 행사해도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단 확신이 들 때 변요한은 특유의 애잔한 눈망울을 띄며 절망감을 폭발시킨다. 아직 변요한이 진짜 살인범이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게 나온 것도 아닌데 시청자는 어느 새 그의 호소에 설득된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사건의 단서가 제한돼 있던 1회에는 고정우가 진실을 추적하는 동기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선 고정우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믿을 만한 단서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고정우가 ‘억울한 입장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데 이는 변요한의 연기가 갖고 있는 진정성이 시청자를 설득했기 때문”이라며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이중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데 변요한이 이를 굉장히 잘 해냈다”고 짚었다. 고등학생 연기도 생각보다 자연스럽다는 호평이다. ‘백설공주’는 매회 살인 사건이 벌어진 고정우의 고3 시절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변요한은 실제 30대 후반임에도 크게 위화감 없는 비주얼로 학창 시절을 소화했다. 현재 시점은 짧은 머리로 등장하고, 과거 학창 시절은 앞머리를 내려 시각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변요한의 교복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저는 되게 좋아했다. (고등학생) 보조출연으로 오신 분들과 변요한을 구분 못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김 평론가는 “과거 장면을 대역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몰입도와 설득력을 고려해 감독은 청소년 때와 성인 때를 두루두루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배우들로 선택했다. 그중 변요한의 캐릭터 소화력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이어 “변요한은 사실 이번 작품에서 1인 3역에 가까운 연기를 했다”며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백설공주’를 통해 충분히 입증시켰고 ‘미스터 선샤인’ 이후 오로지 자기 힘으로 일권낸 인생작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04 06:09
드라마

‘백설공주’ 변영주 감독 “첫 드라마, 매주 개봉 느낌…시청률 두 자릿수 목표” [IS인터뷰]

“매주 금, 토요일에 개봉하는 기분이죠.” 변영주 감독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을 통해 첫 드라마에 도전했다.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 등과 여러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대중에 알려진 그는 ‘백설공주’로 ‘화차’ 이후 12년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연출을 재개한 변영주 감독은 “먼저 드라마를 사랑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시청률 두 자릿수가 목표”라고 밝혔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로 배우 변요한, 고준, 고보결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16일 2.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호성적을 이어가며, 최근 회차인 8회는 자체 최고인 6.4%를 기록했다. 총 16부작으로,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변 감독은 “시청률이 나오는 아침마다 긴장한다. 대부분 업계 관계자인 지인들이 시청률이 어떻다, 드라마가 어떻다 이런 얘기들을 메시지로 보내준다”며 “드라마를 찍은 지 2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출연 배우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은 오전 10시부터 울린다”고 웃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차들이 있다 보니 방영 후 곧바로 시청자들이 재밌다고 말해주는 게 신기해요. 제가 작품 평가를 온라인에서 따로 찾아보지 않는데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분들이 그런 말들을 건네주시죠. 마트에서 호평을 들으면 물건을 하나 더 사게 되더라고요.(웃음) 시청률은 반올림해서라도 두 자릿수가 나온다면 되게 좋고 신기할 것 같아요.”변 감독은 “지금도 매주 결과물을 보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신데렐라’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는 다소 무거운 작품인데도, 인물들과 사건들이 촘촘하게 엮인 터라 한번 극을 따라가면 몰입감이 상당하다. “사실 이 장르가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외면 받기 쉬운 장르예요. 우리 드라마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니깐요. 주인공들이 사건을 한번에 해결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야 통쾌함을 주기 때문에 끝까지 봐야 하고,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답답함을 수반하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고 잘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또 제가 예능프로그램들에 출연하지만 정작 웃기는 걸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걸 업계 관계자들이 아는 것 같아요. 코미디물 제안은 들어오지 않더라고요.(웃음)” 변 감독은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단연 배우들로 꼽았다. 그는 “극이 무거운데도 몰입감을 떨어지지 않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버텨주도록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변요한뿐 아니라, 이 작품이 악한 캐릭터 투성인데도 뻔하게 나쁘지 않은 연기를 배우들이 잘 해주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백설공주’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원작이다. 변 감독은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 “원작은 범인들끼리 연대하는 작품인 반면 우리 작품은 마을 전체가 한 인물을 몰아가는 과정에 집값 하락 우려 등 사회적 문제들이 얽혀 있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도 각 인물들 간의 관계가 언제든 균열이 일어날 수 있게끔 그렸다”고 말했다. 또 “결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결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작 ‘화차’ 또한 그랬다”며 “‘(결말이) 무슨 상관이야’라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연출관을 밝혔다. 변 감독은 ‘백설공주’의 중후반 포인트에 대해 스포일러를 무척 조심하면서도 “극중 상철(고준)이 생각보다 유능할 거다. 그래도 경찰대 출신임을 잊지 말아달라”며 웃었다. “방어벽을 완벽하게 쌓아올린 사람들 속에서 정우(변요한)와 상철이 어떤 실마리를 찾아갈지를 지켜봐주세요. 사체가 발견됐고, 성폭행 정황이 있고, 하지만 그 자리에 정우가 없었는데 그럼 누가 범인일지, 목격자일지 그리고 은폐한 사람은 누구일지 등을 밝혀내는 게 남았죠.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백설공주’의 미스터리 스릴러가 완성될 겁니다. 어떤 악인도 빠져나가서는 안 되죠.”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9.11 05:55
산업

고려아연, 인도네시아에 '이음의 숲' 3호 조성…맹그로브 나무 심은 이유는

고려아연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공헌 활동인 '이음의 숲' 3호를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 렘봉안섬 현지에 조성했다고 28일 밝혔다.지역 주민을 포함해 고려아연 직원과 트리플래닛 관계자 등이 맹그로브 나무 1만5000본을 식재했다.해양 생태계 블루카본 증진을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블루카본은 침엽수림과 같은 그린카본에 비해 면적 대비 탄소를 더 빠르고 많이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고려아연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숲을 조성했다. 환경 복원 및 지역 사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진행했다.또 맹그로브 열매, 잎, 꽃 등 2차 가공물이 제품으로 생산돼 마을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에 주목했다.인도네시아의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맹그로브 숲에 대한 개간 압박이 커졌다. 지난 30년 동안 맹그로브 숲 전체 면적의 약 40%가 파괴됐다.고려아연은 이번 맹그로브 나무 식재가 탄소 배출 저감과 지역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부터 이음의 숲 캠페인으로 숲들의 복원에 힘쓰고 있다.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에 친환경 숲을 가꿔왔으며 2023년 울진 산불 피해 지역을 시작으로 이번 발리 맹그로브숲까지 총 3개의 숲을 조성했다.김기준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본부 부사장은 "고려아연은 이음의 숲 조성과 같은 친환경 사회 공헌 활동으로 탄소 배출 저감 활동을 넘어 환경, 사회에 걸쳐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8.28 16:03
드라마

김선호, ‘폭군’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RE스타]

배우 김선호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폭군’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귀티 나는 외모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지워버렸다. 극중 설계자 역을 맡아 서늘한 얼굴과 신경질적인 날카로움으로 묵직한 무게감을 발산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 넓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20일 ‘폭군’의 김선호에 대해 “엄청난 존재감”이라고 극찬하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가 빛을 발한 데다가 감정을 최대한 숨기는 연기는 무척 어려운데 김선호가 이를 해내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진화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폭군’은 인체를 개조해 인간병기로 만드는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배우 차승원과 김선호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 14일 공개 후 인기는 뜨겁다. 공개 직후 3일 연속 한국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홍콩 디즈니플러스 TV 쇼 부문 3일 연속 1위, 싱가포르 2위, 대만 2위, 일본 5위 등 3일 연속 5개국 톱5를 기록했다. 총 4부작인 터라, 짧은 회차가 아쉽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이 같은 인기의 중심에는 김선호가 있다. 김선호는 폭군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지켜온 설계자 최국장 역을 맡았다. 극중 최국장은 대한민국 국가정보기관 소속 최연소 국장 자리에 오른 엘리트 요원으로 어떤 위기 상황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일을 깔끔히 처리하는 인물이다. ‘폭군’에서는 그간 여러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김선호의 맑고 선한 얼굴이 없다. 물론 김선호는 지난해 개봉한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에서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하며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섬뜩함을 자아냈으나, ‘폭군’의 최국장이 지닌 서늘함은 또 다르다. 김선호는 전작에서 기이한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쏟아냈다면 ‘폭군’에서는 감정을 비워내며 마치 정물화를 보는 듯한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정을 비워낸 자리의 여백은 눈동자의 떨림, 눈썹의 움직임 등 미세한 동작들로만 채워 넣었다. 정적인 분위기에서 김선호 특유의 말간 눈빛만 빛나는 장면들은 드라마 전체의 스릴러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최국장의 대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한 이념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의 면모가 김선호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무엇보다 극중 최연소 국장이라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인물을 김선호만의 대쪽 같은 분위기로 메워냈다. 김선호는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 “침묵의 무게감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는데, 실제 그는 ‘폭군’에서 침묵의 무게감 만큼 배우 김선호의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잘 표현했다. 그간 김선호는 주로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지난 2009년 연극 ‘보잉보잉’으로 데뷔한 후 차근차근 활동 변경을 넓히다가 2017년 드라마 ‘김과장’을 시작으로 여러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이들 중 로맨스 장르인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 등으로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터운 팬덤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 2021년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로 사랑스러움을 발산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사생활 논란으로 잠시 침체기를 가졌지만, 그는 ‘귀공자’로 복귀 후 ‘폭군’으로 다시 비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그가 보여줄 연기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8.21 06:05
e스포츠(게임)

펄어비스, '검은사막' 서비스 10주년 특별 페이지 열어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서비스 10주년 기념 특별 페이지를 오픈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은사막’은 2014년 12월 17일 출시해 올해 서비스 10주년을 맞았다. 펄어비스는 10주년 특별 페이지를 10년 간 검은사막의 다양한 모험을 함께 돌아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최초 4개 클래스로 시작한 이후 총 27개까지 늘어난 클래스와 작은 ‘올비아 마을’에서 발렌시아, 대양, 오딜리타, 끝없는 겨울의 산, 아침의 나라 등 검은사막의 주요 지역 업데이트, 모험가들과 함께한 다양한 추억을 확인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꾸몄다.모험가는 10주년 특별 페이지에서 각 가문별로 10년 간의 모험에 대한 개별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데이터 중 의미있는 숫자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데이터도 공개했다.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검은사막 모험가 중 최고 레벨 모험가는 69레벨, 가장 인기가 높은 클래스는 다크나이트, 란, 소서러 순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모험가들이 직접 그린 다양한 작품을 모아 볼 수 있는 ‘추억을 담다전’과 10년 간 진행한 주요 글로벌 행사의 영상들도 확인할 수 있다. 검은사막 10년 간의 주요 업데이트와 업데이트 당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에피소드 등과 모험가들이 검은사막에 보내준 사연도 볼거리다.펄어비스는 검은사막 10주년 특별 페이지 오픈을 시작으로 다양한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4.05.30 11:23
연예일반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종영…3.3% 동시간대 1위, 유종의 미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보이지 않는 세상의 곳곳에서 '뒷것'을 자처하며 살아간 김민기를 조명하며 3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5일 방송된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에서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 ‘아침이슬’의 천재 음악가 김민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행보를 조명했다. 김민기가 유독 학전 어린이 무대에 열정을 쏟았던 이유와 함께,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행했던 헌신들이 공개돼 방송 당일이었던 ‘어린이 날’의 의미를 한층 뜻깊게 만들었다. 이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의 시청률 3.3%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방송된 전 채널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닐슨 코리아 기준)이날 방송은 김민기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위치한 민간인 통제 구역에서 농사꾼으로 살았던 특별한 이력을 조명하며 흥미롭게 시작했다. 신군부 시대가 열리고, 혼란한 정세 속에서 정권의 탄압을 받던 김민기가 ‘너 죽는 꼴 보기 싫다’는 모친의 간곡한 말에 주변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귀촌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당시 농사를 지을 줄도 몰랐던 김민기는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품앗이로 농사를 짓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의 운동회와 졸업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면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단꿈 같은 1년여를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기는 농촌의 수익을 위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썼다. 그는 쌀을 팔고 싶지만 판매 루트가 없어 가슴앓이하는 주민들을 위해 당시 광고 기획자인 친구 이상우의 도움을 받아 신문에 광고를 싣고, 연천과 도시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마진을 줄인 판매 구조를 만들어 농부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겼다. 이처럼 농촌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김민기는 연천 집이 의문의 화재로 전소되는 바람에 농촌 생활을 접고 다시금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이후 민주화를 소망하는 대중의 염원이 극으로 치달은 1987년, 故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시청광장에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애국가처럼 울려 퍼졌고, 당시 선봉에 섰던 안내상은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로 위로받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김민기 선생님의 역할이 대단했던 것”이라며 김민기의 영향력을 증언했다. 그러나 정작 김민기는 “나 역시 이한열 열사 노제에 갔었다. 사람들이 ‘아침이슬’을 부르는데 소름이 끼치긴 하더라. 그 순간 그 노래는 그 사람들의 것이었다”라며 역사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한걸음 물러섰다.그런가 하면 신군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민기는 15년 만에 비로소 금지곡 가수 신분에서 해방되면서 ‘학전’의 대표로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학전에서 탄생한 걸출한 문화 콘텐츠가 대중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안겼다.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연을 시작해, 인기 예능이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전신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모두 학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또한 김민기는 2004년을 기점으로 학전에서 어린이 무대를 선보였다. 어린이들에게 판타지를 보여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본질적으로 이해해 주려는 목적에서 만든 작품들로 김민기가 학전 설립 당시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김민기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야기,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 등 현실적인 주제를 어린이 무대에 담아냈는데 이를 위해 초등학교 전 학년, 전체 교과서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놀라움을 자아냈다. 더불어 어린이 무대 티겟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운영난 속에서도 소위 돈이 안되는 어린이 무대를 20년 동안 고집하며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특히 김민기가 학전에서 어린이 무대가 있는 날이면 매번 객석에 내려가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곤 했다는 일화는 훈훈함을 더했다.이 같은 김민기의 어린이 사랑은 대학생 김민기의 ‘신정야학’ 활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1973년 김민기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모아, 당시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공부를 가르쳤다. 신정야학 출신으로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4년제 대학까지 다녔다는 장남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김민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또한 김민기가 달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공공 보육시설 ‘해송유아원’ 건립을 위해, 금지곡 가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비밀 모금 공연에 참여한 일화도 공개됐다. 당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농사를 짓던 김민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연의 취지에 선뜻 힘을 보태며, 오랫동안 잡지 않았던 기타를 다시 잡았다고. 이후에도 김민기는 해송유아원에 직접 지은 쌀을 기증하는가 하면 운영 전반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송유아원 원생들이 언제든 학전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게 지원하기도 했다.그런가 하면 신정야학을 함꼐했던 김한, 김준규, 이인용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김민기의 남달랐던 어린이 사랑을 전했다. 이들은 “당시 야학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교과서를 별도로 만들었다. 영어 교과서 속에 ‘I am a laborer, you are a owner(나는 노동자, 당신은 사장)’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때 문제 제기한 게 김민기 선배였다. ‘너희가 아이들한테 정신 주입을 하려고 이걸 하려고 한 게 아니지 않냐’라고 했다”며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목적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아이들을 돕고자 했던 김민기의 진정성을 증언했다. 나아가 “저항의 심볼처럼 되었지만 사실 그가 바란 것은 조금 더 좋은 세상,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라면서 “김민기 선배는 그저 그가 만든 노래 ‘상록수’ 같은 사람이었다”라고 입을 모아 먹먹한 여운을 선사했다.이처럼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1부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못자리 학전의 뒷것을 자처했던 연출가 김민기의 이야기를, 2부에서 엄혹한 시국 속 음악으로 수많은 이를 위로하고 민심을 움직였던 민중의 뒷것 김민기를, 마지막 3부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를 연료 삼아 따뜻한 미래를 만들고자 애쓴 세상의 뒷것 김민기를 조명하며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계기를 선사했다. 또한 김민기를 기억하는 기성 세대에는 진한 공감과 향수를, 김민기를 모르는 세대에는 좋은 어른의 롤모델을 제시하며, 학전의 폐관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멀어져가는 김민기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김민기 주변인사 100여명의 생생한 인터뷰, 나아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초연 영상, 김민기의 친필 노트, 미발매곡 음원 등 지금껏 대중에 공개된 적 없는 다채로운 자료들을 아카이빙해,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김민기라는 거인의 사료로서 가치를 더했다.한편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철저히 무대 뒤의 삶을 지향하며 방송 출연을 자제해 온 학전 대표 김민기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5일 3부를 끝으로 종영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5.06 11:43
금융·보험·재테크

은행, 대출·예금 금리 3개월 연속 하락...주담대 3%대 내려

지난달 은행권 대출·예금 평균 금리도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은 3%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68%로 작년 12월(4.82%)보다 0.14%포인트(p)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3.99%)과 일반 신용대출(6.38%)이 각 0.17%p, 0.20%p 낮아졌다.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3개월 연속 내렸고, 3%대 금리는 2022년 5월(3.90%)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49.1%)은 한 달 사이 5.4%p 커졌다. 하지만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낮아져 취급도 늘어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기업 대출금리(5.22%)도 0.07%p 떨어졌다. 대기업 금리(5.16%)와 중소기업 금리(5.28%)가 각 0.12%p, 0.03%p 하락했다.가계·기업 대출을 모두 반영한 전체 대출금리 역시 5.14%에서 5.04%로 0.10%p 내렸다. 2개월째 내리막이다.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대출금리 하락 배경에 대해 "은행채 금리(1년물 0.21%p·5년물 0.08%p 하락)와 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가 떨어진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 금리(3.67%)도 시장 금리와 함께 0.18%p 떨어졌다. 역시 두 달 연속 하락이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3.64%)가 0.19%p, 금융채·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3.76%)도 0.16%p 하락했다.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는 1.37%p로 전월(1.29%p)보다 0.08%p 커졌다. 예금 금리 인하 폭이 대출 금리 인하 폭을 웃돌면서 두 달 연속 확대됐다.은행 외 금융기관들의 예금 금리(1년 만기 정기 예금·예탁금 기준)는 상호저축은행(3.92%), 신용협동조합(4.11%), 상호금융(3.94%), 새마을금고(4.20%)에서 각 0.16%p, 0.09%p, 0.08%p, 0.17%p 하락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2.29 14:21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포클레인을 먹는 일에 대해

“아이고, 니는 평생 일을 할 팔자다.”신축년(소띠해) 섣달 하순에 태어난 저에게 집안 어른들이 가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농경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절기 감각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섣달 그믐이 지나면 설입니다. 정월 대보름까지가 설입니다. 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봄맞이 행사입니다. 대보름 다음날부터 소는 논밭에 나가 쟁기를 끌어야 합니다. 섣달 하순에 태어난 소띠가 평생 일을 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까닭이 대충 이러할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소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일소, 고기소, 젖소. 일·고기·젖이 교집합을 이루는 영역의 소도 물론 있습니다. 종교적 숭배 대상으로 모셔지는 힌두교의 소도 따로 분류를 해야겠지요. 이는 대분류이고, 품종으로 따지면 실로 다양한 소가 이 지구에 존재합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 다양성 정보 시스템에 올라 있는 소의 품종이 1600여 종이라고 합니다. 한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1600여 종의 소 품종 중 하나입니다. 한우는 예전에는 일소였고 지금은 고기소입니다.한반도의 소가 일소였던 조선 시대에는 왕이 수시로 우금령을 내려 소를 잡지 못하게 했습니다. 소가 30년을 삽니다. 집에서 30년을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어떤 짐승이든 사람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식구 같다고 해서 소를 생구(生口)라고 했습니다. 정월 대보름에는 한해 농사를 잘 지어보자며 사람이 먹는 것처럼 밥상을 차려서 소에게 먹였습니다. 일소였던 한반도의 소가 고기소로 재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입니다. 전쟁에 필요한 가죽과 고기를 위해 일제는 한반도에서의 소 사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일제가 원하는 소는 ‘일 잘하는 소’가 아니라 ‘살이 빨리 찌는 소’였습니다. 1960년대까지 한반도는 농민의 나라였습니다. 전체 인구의 70%가 농민이었습니다. 이때의 한반도 소는 대체로 일소였습니다. 그래서 농우라고 불렀습니다. ‘농사짓는 소’라고 해석해도 됩니다.한국의 산업화는 번개보다 빨랐습니다. 단 30년 만에 농민의 나라가 노동자의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그에 맞추어 한반도의 소도 일대 변신을 합니다. 일소에서 고기소로 완전히 변신을 합니다. 이름도 바뀝니다. 일소일 때의 이름인 농우를 버리고 고기소의 이름인 한우로 불리게 됩니다. 한우고기는 입에 착착 붙지만, 농우고기는 입에 올리기가 어색할 것입니다.한우고기를 먹으면서 일소가 고기소로, 그러니까 농우가 한우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가끔 입에 올리기는 하지만 그 일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맛있는 소고기이면 되었지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겠지요.소고기를 구워 먹는 자리였을 것입니다. 제가 직업상 한우에 대해 여러 말을 했을 수도 있는 자리였고요. 그때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옛날에 한우는 포클레인입니다. 우리가 지금 포클레인을 먹는 거예요.”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음식 앞에서는 항시 ‘진지충’이 되고 마는 저 같은 맛칼럼니스트는 생각도 못 하는 농담입니다. 세계의 소를 분류하고 한반도의 소가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자료를 내놓고 설명해보았자 사람들은 대체로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포클레인을 먹는 겁니다” 같은 한마디이면 충분한 것을. 맛칼럼니스트는 효용성이 극히 낮은 직업입니다. 한반도의 소가 농우라는 이름을 가진 일소였을 때에 길게는 30년을 살았는데, 한우라는 이름을 가진 고기소로 재분류가 되면서 겨우 30개월 남짓 삽니다. 봄이 오면 마을 언덕에 올라가 어린 풀을 씹는 일도 없습니다. 도축장에서 투뿔을 받아야 하니 좁은 공간에 가두어져 소화도 잘 안 되는 곡물 사료나 우둑우둑 씹습니다.제가 섣달 하순 태생 소띠였다는 일소의 운명은 한때의 지나간 일이고, 고기소의 운명에 내 삶을 대비시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투뿔은 족히 받았음직한 기름 반 고기 반의 한우고기를 불판에서 뒤적뒤적하며 “포클레인이 진짜 한우 맛일 터인데” 하고 궁시렁궁시렁합니다. 2024.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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