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네이버페이는 3초 만에 연동, 신한 쏠은 오류…마이데이터 시작부터 격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정통 은행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권한을 얻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과 네이버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는데, 네이버페이의 독주가 예상된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앱에서는 계좌 관리·카드 사용 금액 확인 등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통 은행 가운데 앱 만족도가 높은 신한은행 앱 '신한 쏠(SOL)'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신한 쏠에서 처음으로 자산 연동을 시도했다. 신한은행 계좌 잔고가 보이는 첫 화면에서 'My 자산'이라는 카테고리를 찾을 수 없어 화면 이곳저곳을 눌러봐야 했다. 신한 쏠의 'MY 자산' 페이지 내 증권을 선택하고, 아이디·비밀번호으로 대신증권 계좌의 자산을 불러오도록 했다. 그러나 "대신증권: 해당 사이트 페이지 오류"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정보를 불러오지 못했다. 우리은행 자산을 불러오는 것도 역시 '보안강화로 로그인에 실패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연동하지 못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은 각종 금융회사·기관 등에 흩어져있는 한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시·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 쏠에서는 다른 회사·기관의 정보를 가져오는 단계에서부터 버거워했다. 반면 네이버페이에서는 대신증권의 정보를 3초도 안 돼 불러왔다. 네이버페이도 은행·카드·보험·통신사 등 이곳저곳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던 네이버 앱에서 '네이버페이'에 접속했더니, 화면에 '내 지갑' '내 자산' 등 확인 가능한 카테고리가 직관적으로 보였다. '내 자산' 탭에 들어가니 여러 은행·카드사에 흩어져 있는 내 자산을 한 번에 모아보기 위해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를 연동하거나 각각의 금융사의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해 자산 정보를 모아오도록 안내했다. 네이버페이에서 신한은행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해 각각 이용하는 금융사의 정보를 불러와 봤다. 먼저 '신한 쏠'의 정보를 입력하니 3초도 채 걸리지 않고 자산을 불러왔다. 이어 대신증권의 증권계좌도 연동했다. 마찬가지로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걸려 현재 주식 잔고를 볼 수 있었다. 이는 데이터 수집 방식이 다른 까닭이다. 한 금융 분야 IT 종사자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정보를 '긁어오는 것'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금융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받아오는 것의 차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API는 정보를 제공받는 자가 데이터 전송 요구권을 바탕으로 각 금융회사나 기관이 보내는 개인정보를 바로 받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금융사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 다른 곳에서 금융데이터를 모아오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오는 8월 5일부터 스크래핑 방식이 금지돼 반드시 표준 API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이에 신한은행은 표준 API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전용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다. 수집한 마이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활용할 수 있는 전용 시스템도 구축하고, 표준 API 규격에 맞는 데이터 제공·수집 채널 인프라도 구현해야 한다. 또 마이데이터 전용 시스템 구축에 앞서 기존에 서비스하고 있는 'MY 자산'을 고도화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국민은행 등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활용할 전용 창고에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요청에 대응해 정보를 규격화하고 전달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쏟는 단계다. 반면 빅테크 네이버는 새롭게 마이데이터 사업에 발을 들여놨지만,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데 집중하면 된다. 가장 먼저 신용관리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고, 신용정보회사인 NICE평가정보와 협력해 ‘신용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경쟁 빅테크인 카카오페이의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이 지연되며, 금융권 새 먹거리 경쟁에서 네이버페이가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가 편의성 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친숙할 것"이라면서도 "은행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자산 연동도 결국 발을 맞춰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2.26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