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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Story] 유니클로, 잘 된다 vs 아니다…’갑론을박’만 뜨겁다

“온라인몰은 품절 상품이 많다.” “매장도 텅 비었고 본사 매출도 줄었다.” 일본 불매운동의 중심에 선 유니클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이 텅텅 비었다는 르포 기사가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 손님이 찾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유니클로 온라인몰과 앱은 사용자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발표되면 며칠 뒤 유니클로 글로벌 본사가 한국 시장의 고전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내려 잡았다고 인정하는 식이다. 유니클로 반등? 품절?…2월말 반기보고서 나와 봐야 "죄송하다. 우리도 확인할 수 없다." 지난 16일 연락이 닿은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유니클로의 불매운동 회복 여부를 두고 상반된 보도가 반복된다"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상 앱 사용자 증감 추이나 매출을 공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5일 일부 미디어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를 인용해 유니클로 모바일 앱의 11월 월간 사용자 수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유니클로 모바일 앱의 11월 월간 사용자 수는 68만8714명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평균치(71만1924명)에 달하는 수치다. 유니클로 앱 이용자는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지난해 7월부터 급감했다. 같은 해 9월에는 27만6287명까지 떨어지면서 바닥을 쳤다. 그러나 10월 들어 50만6002명을 기록하며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업계에는 "유니클로가 바닥을 치고 반등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상이 흘러나왔다. 미디어도 이 사실을 전달하면서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운동 여파를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10일에는 사뭇 다른 내용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는 이날 유니클로의 글로벌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이 올해 순이익을 전년보다 1% 늘어난 1650억엔(약 1조7513억원)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전망했던 1750억엔(약 1조8574억원)보다 100억엔(약 1061억원) 하향 조정한 수치다. 이 발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해외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 28% 줄어들었다. 대부분 한국에서의 매출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닛케이 역시 “매출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 사업”이라면서 불매운동으로 개점휴업 상태의 점포들이 눈에 띈다고 부연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불매운동이 벌어진 이후 유니클로에 대한 보도 중 상당수는 '회복하고 있다'라거나 '여전히 힘들다'는 내용의 뉴스가 엇갈려 전해졌다. 유니클로의 국내 시장 회복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이유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에프알엘코리아의 방침 때문이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매출 등의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과 함께 “우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글로벌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밝힌 예상 순인 하향조정뿐”이라면서 "아이지에이웍스의 발표는 앱 사용자가 늘었다는 것일 뿐 매출이나 소비로 연결된 사실여부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유니클로의 정확한 매출 회복 여부는 오는 2월 말까지 반영된 반기보고서를 통해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 출시·신입사원 채용은 그대로 유니클로를 둘러싸고 대중과 미디어의 설왕설래가 거듭되는 가운데 에프알엘코리아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묵묵하게 걸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장사가 잘되든 되지 않든 주어진 일정은 다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여름 이후에도 매월 1~2회씩 꾸준하게 신제품 및 협업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올해 봄을 겨냥해 ‘스웨트·조거팬츠 컬렉션’을 출시했다. 의류업계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재고 발생이다. 통상 유통재고 비용은 가격의 20% 선이다. 의류 재고는 보관하는데도 돈이 들어서 손해를 보더라도 ‘떨이’로 팔거나 인근 국가로 수출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최근 6개월 동안 국내에서 신제품이 나와도 과거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여서 ‘땡처리’로 파는 것 역시 제약이 많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라이프웨어’의 철학에 따라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어가는 것 말고는 없다”면서 “신제품 출시와 협업은 한국에서도 똑같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디자이너와 협업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글로벌 패션업계로부터 주목을 받는 액세서리 브랜드 ‘앰부쉬’와 협업한 UT 라인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앰부쉬는 한국계 미국인 ‘윤(윤안)’과 한국계 일본인 ‘버발(류영기)’ 부부가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다. 국내 패션 업계에서는 “유니클로가 한국 내 불매운동을 의식해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한국계 디자이너와 협업해서 달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올해 예정됐던 채용도 그대로 진행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0월 ‘2020 유니클로 신입사원’ 채용 접수를 시작했다. 당시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00명 이상의 점장 후보자를 뽑는다’면서 출신 학교와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니클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기업은 사세가 흔들리면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지고 있던 매장도 폐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채용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예정됐던 00명 규모의 채용이 그대로 이뤄진다. 과거 대한민국 고용 친화 모범경영대상을 받았던 회사다. (불매운동 상황이 나아져) 앞으로 또 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1.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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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STORY] 패션·쇼핑 업계…멋있는 소비를 고민한다

아끼면 잘 산다고 했다. 그래서 티끌도 모았다.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다. 분명한 의미와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흔쾌히 돈을 쓴다. 사회적 약자, 환경,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보탬이 되면 사치도 부린다. 허세가 넘치던 “플렉스(돈을 많이 쓴다는 뜻으로, 랩이나 한국 음악에서 사용되는 신조어) 해버렸어”란 말에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자 국내 쇼핑·패션 업계도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감자 30톤 구매…정용진의 ‘플렉스’ “안 팔리면 제가 다 먹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포털사이트 검색어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3일 SBS 예능 ‘맛남의 광장’에 깜짝 출연한 덕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백종원은 강릉에서 상품화할 수 없는 못난이감자가 버려지는 것을 보고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부회장은 농민의 시름을 덜고, 소외된 지역 특산물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선뜻 30톤에 달하는 못난이감자 구매를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제가 한 번 힘써보겠다. 제값 받고 팔아보겠다. 안 팔리면 제가 다 먹겠다”는 여유를 보였다. 시청자는 환호했다. 각 온라인 게시판에는 ‘진정한 플렉스다’, ‘이런 것이 선한 영향력’, ‘장려해야 할 사치’라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칭찬 일색이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마트에 내놓은 못난이감자를 모두 판매하는 데 이어 소외된 지역 특산물과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맛남의 광장’ 코너를 신설했다.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못난이감자 플렉스’까지 호평받으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가치 있는 소비가 관심을 받자 쇼핑업계의 지원은 점차 확산 추세다. 과거라면 정부만의 행사였던 각종 소상공인을 위한 행사에 국내 굴지 쇼핑몰도 뜻을 모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소상공인이 1인 미디어를 활용해 본인의 제품을 등록하고 홍보와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가치삽시다 플랫폼·TV’를 출범했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오는 29일까지 신촌 연세로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가치삽시다, 크리스마스 마켓(크리스마스 마켓)'과 연계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연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1400곳의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열리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다. 중앙 부처 외에도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국내 간판 온라인쇼핑몰인 이베이코리아와 위메프도 참여했다. G마켓과 옥션, 위메프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참여하는 소상공인들의 우수 상품을 기획전을 행사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또 온라인과 연계해 기획전을 열고 소상공인 지원도 한다. 서지훈 이베이코리아 판매고객성장팀장은 "이번 행사는 크리스마스 시즌 소상공인과 고객이 만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멋진 소비…윤리적 제품에 지갑 연다 가치 소비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패션업계도 지속 가능한 가치 실현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때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적당했던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앞장서서 폐자원을 재활용한 ‘자원 순환’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임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윤리적 패션이 불러오는 선순환을 널리 알리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리사이클링 원단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하며 국내 물량 생산에만 약 370만 개의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했다. 대표 제품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은 친환경 공정으로 재킷 1벌 당 500ml 플라스틱 병 50개가 재활용된 100%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 윈터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 컬렉션은 페트병 리사이클링 원단 적용을 비롯해 제품별로 환경친화적인 요소를 더했다. 또 동물 털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걱정을 없애 눈길을 끈다. 환경을 위한 홍보 활동도 한다. 노스페이스는 홍보대사인 배우 신민아가 올바른 분리 배출 방법을 알려주는 ‘에코 팁’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재활용률이 낮은 국내 자원 순환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제품을 비롯해 마케팅·캠페인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겨울 시즌 선보인 뉴 엣지 다운 시리즈는 동물 복지를 준수한 RDS 인증 다운이나 살아있는 오리나 거위의 솜털이나 깃털을 뜯어내지 않고 버려진 침구류 등에서 채취한 우모를 재가공한 리사이클 다운을 적용한 제품들로 완성해 주목받고 있다. 블랙야크는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에 버려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클린 마운틴 365 프로젝트와 네팔 히말라야 클린 트레킹, 사막화 방지를 위한 블랙야크 황사쉴드 쿠부치 사막 생태원 조성 프로젝트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유 가치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은 유행을 넘어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각 브랜드의 철학과 미션을 담은 뚜렷한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19.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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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Story]'정수기표' '의류표' '마트표' 화장품이 넘치는 시대…승자는 결국 유통망

K뷰티가 르네상스를 넘어 '과열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화장품이 돈이 된다는 뉴스가 날아들면서 마트·정수기 업체·의류 회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뷰티 업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화장품전문가들은 컨셉트와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 시장에 진입하면 손해만 보고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품력과 마케팅은 물론이고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도태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이 돈이 된다고? 너 나 할 것 없이 '화장품'에 풍덩 "한섬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최근 뷰티 업계는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화장품 시장 진출 소식에 술렁였다. 1987년 설립된 여성 의류 기업 한섬은 지난달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 목적에 신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타임' '시스템' 등 히트 브랜드를 거느린 데다 오직 옷 분야에만 몰두해 쏠쏠한 수익을 내 온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가 들썩이자 한섬은 화장품 사업 목적 추가 이유를 "상표권 보호 및 라이프 스타일 상품 보강"이라고 밝혔다. "이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서 수입 화장품을 일부 유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을 위해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그러나 시장은 한섬이 패션 업계 경쟁자인 신세계 인터내셔날과 LF의 행보를 의식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본다. 의류를 생산하고 유통해 온 주요 경쟁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손을 뻗고 매출이 올라가자 한섬도 '막차'를 탔다는 것이다.비단 의류 기업만이 아니다. 정수기 렌털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이른바 '물기업'도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인 지 오래다. 코웨이는 2010년 안티 에이징 전문 화장품 '리엔케이'를 출시했다. 당시 리엔케이 모델이 연예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고현정이었을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리엔케이 라인 중 '빛크림'은 홈쇼핑에서 집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대중에 이름을 각인했다.정수기로 유명한 청호나이스 역시 코웨이와 비슷한 시기에 화장품 시장에 상륙했다. 계열사 청호나이스뷰티는 '나이스휘' '퓨어미' '휘엔느' 등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주류 기업 국순당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당시 국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화장품군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운영한 지는 5년가량 됐다. 시제품용으로 마스크 팩은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국순당의 롤모델은 사케 양조장에서 시작된 일본 명품 화장품 브랜드 SK-II다.마트도 K뷰티 중심부로 진입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을 론칭하고 색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조립 완구인 레고처럼 블록 모양의 화장품을 '팔레트'에 붙였다가 뗄 수 있다. 스톤브릭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레고 컨셉트로 만든 립스틱이 여러 개 조립된 사진, 아이섀도 제품이 짝을 이룬 사진 등 4장의 사진을 올려 신상품 출시를 예고했다.이마트 측은 "고부가 가치 산업인 화장품 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홍대에 '안테나 숍'을 낸 이마트는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해외에도 판로를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문구 기업 모닝글로리, 인삼 식품 기업 KGC인삼공사, 제약 회사 유한양행, 영·유아 교육 기업 한솔교육도 화장품을 개발했거나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휘청거리는 K뷰티…고개 드는 화장품 산업 '거품론' 돈이 된다 싶으면 다 뛰어들다 보니 화장품 회사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등록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1만1834곳에 달한다. 5년 전 829곳보다 10배가량 늘었다.경쟁이 과열되자 정작 화장품을 팔아서 큰 수익을 낸 기업은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화장품 시장 진출 10여 년째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뷰티가 대표적이다. 코웨이는 2014년 800억대를 기록한 매출이 2017년 700억원 수준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청호 역시 2016년 기준 300억원대 매출에서 답보 중이다. 두 기업은 방문판매와 주부 타깃에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장품 사업 진출도 '이들을 타깃으로 화장품을 출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시작됐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코웨이는 방문판매와 홈쇼핑 확대, 청호나이스뷰티는 온라인 매장 및 해외 진출을 활로로 모색하고 있다.인천시는 2014년 인천 화장품 업체 공동 브랜드 '어울'을 론칭했지만, 중국발 '사드 후폭풍'에 흔들리면서 오는 5월부터 민간에 브랜드를 넘기기로 했다. 현재 위탁 체계에서는 상품 기획, 연구 개발, 마케팅·유통으로 이어지는 협력 체계가 부족하고 제조사 역할도 운영사에 납품하는 것에 한정돼 있어 판매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천시의 판단이다.브랜드 숍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K뷰티의 교두보였던 브랜드 숍은 사실상 구조 조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미 1세대 로드 숍 중 하나인 스킨푸드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등 주요 로드 숍 브랜드는 몸집을 줄이고 있다. 2016년 말 4834개에 달했던 브랜드 숍은 이듬해 4775개로 3.2% 감소했다. 지난해 들어서 로드 숍 감소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다.토니모리 가맹점 100여 곳은 지난 7일 하루 동안 동맹 휴업에 돌입하고, 서울 서초구 토니모리 본사 앞에서 '상생안 수용 촉구 대회'를 진행했다. 점주들은 '마진율 정상화'와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방안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브랜드 숍은 이미 6년 전부터 내수 침체에 시달렸다. 그나마 지갑을 열어 줬던 중국인들의 수요가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뷰티 트렌드는 '어느 브랜드의 아이섀도' '모 브랜드의 립스틱' 등으로 세분화하는 추세였는데 로드 숍 브랜드는 자사 제품으로만 구색을 갖추면서 매장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한 브랜드 숍은 매월 특정 기간 동안 50% 또는 '1+1' 등 행사로 대폭 할인하는 날에만 매출을 올리는 악순환에 빠졌다.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숍은 2~3년 전부터 이미 포화 상태였다. 사드로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케팅과 제품력은 기본…성패 관건은 결국 '유통망' 이제 K뷰티 업계에서 '괜찮은 제품 하나'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이디어·마케팅·제품력·공격적 투자는 물론이고 유통망을 고루 갖춰야만 과열 경쟁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국내에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벤처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4년 화장품 업체의 대표자가 제조판매관리자를 겸할 수 있게 하면서 화장품 1인 기업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필러를 맞은 듯 통통한 입술을 표현하는 립' '쨍한 발색감의 아이섀도' 등 신세대 니즈에 맞는 기상천외한 제품이 넘쳐 난다.이들에게 제품 생산은 고민거리가 아니다. 한국은 화장품 구성 원료와 기술력을 조달할 수 있는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시장이 잘 갖춰져 있다.실제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ODM 업체를 등에 업은 중소 브랜드가 깜짝 '히트'를 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온라인 구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힘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중소 브랜드의 마케팅력과 국내 ODM 업체의 기술력이 상부상조하며 성장하고 있다.VT코스메틱·JM솔루션·에이프릴스킨·미미박스·투쿨포스쿨·3CE·TS샴푸 등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브랜드가 눈에 띄는 매출을 올렸다.화장품 성공의 관건은 사실상 유통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 주요 유통 경로를 장악한 기업이 화장품 브랜드까지 거느려야 빨리, 크게 성공한다는 것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지난해 10월 론칭한 '연작'이 단적인 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초기 단계부터 관여했다고 알려진 연작은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특히 연작은 면세점 진출 첫 달부터 대박 조짐을 보인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연작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정식 입점한 2월 2일부터 28일까지 누적 매출 9억8000만원을 돌파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는 면세점에 정식 입점한 지 한 달 만에 거둔 성과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확대, 해외 진출을 통해 2020년까지 연작의 브랜드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여세를 몰아 코스메틱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한 뒤 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웠다. 비디비치는 현재 신세계 인터내셔날 매출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대표 제품인 '스킨 일루미네이션'의 중국 판매량은 2018년 들어 전년과 비교해 8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판권을 인수했다.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도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웨이크메이크에 힘을 싣고 있다. 웨이크메이크는 웨이크의 생동감 있는 컬러의 색조 라인이 강점으로 10~20대층에서 선호도가 상승 중이다. 2015년 7월에 출시된 뒤 연평균 70%를 웃도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말 대만 '코스메드' 플래그십 입점을 시작으로 20여 개 매장의 정규 매대로 판매 망을 확대하면서 대만 뷰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해외에 낸 올리브영 매장은 지지부진하지만 웨이크메이크는 연착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웬만한 동네에는 한 개씩 자리 잡은 올리브영 덕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클리오나 3CE·브랜드 숍 등 비슷한 수준의 화장품은 차고 넘친다. 웨이크메이크가 잘 되는 중요한 이유는 역시 유통 매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3.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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