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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두들 힘이 드신가..한가위 ‘베테랑2’로 마음껏 즐기시기들 바란다 [오동진 영화만사]

이름값을 할 것이다. ‘베테랑2’를 보면서 118분간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베테랑2’는 지난 5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후 국내에서는 9일 첫 공개됐다. 15일까지 이어지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는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으로 상영 중이기도 하다. 국내 개봉일은 13일이다. 반복하지만 이 영화, 이름값은 톡톡히 할 것이다. 재미있다. 이야기의 순환 흐름이 좋고 거칠 것이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상업영화 연출의 최고 기량을 보여 준다. 류승완 답다. ‘베테랑2’는 육상효 감독의 영화 지침서 ‘이야기 수업’에서 얘기하듯 ‘한 줄 스토리’로 요약하거나 ‘로그 라인’으로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육상효에 따르면 모든 영화는 한 줄 스토리로 정리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안될 때는 대체로 요령부득의 작품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베테랑2’ 스토리를 스포일러를 고려해 한 줄로 정리하면 “사춘기 아들로 인해 고민이 많은 중년 형사 서도철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다가 범인의 정체를 밝혀 내고 그를 체포하는데 성공한다”이다. 로그 라인은 광고성 문구인 만큼 아까의 문장에서 스포일러를 더 걷어 내야 한다. “형사 서도철이 1편에 이어 또 한번 범인 추적과 체포에 대활약을 벌인다” 정도가 될 것이다. 많은 대중이 ‘베테랑2’를 기대하고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극장가에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가 없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터다.다만 ‘베테랑2’는 육상효 시나리오 제2 법칙, 곧 ‘주제 정리하기’ 부문에서 약간 덜컹댄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비교적 뚜렷하다. 아니 너무 뚜렷하다. 그래서 상투적이고 진부하다. 늘 하는 소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의는 정의여야 하며 살인자는 살인자이고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니 역설적으로 주제가 애매하다. 류승완이 그간 기본적으로 영화를 통해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것이었던 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는 그보다 훨씬 더 심오한 얘기를 해왔던, 양립할 수 없는 표현이긴 하지만, 작가적 상업영화 감독이기 때문이다.류승완은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짝패’(2006)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모가디슈’(2021) 등을 통해 안 그런 척, 우리 사회의 비틀린 내면을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할리우드 감독 샘 페킨파가 즐겨 묘사한 ‘총알 발레’식의 폭력 묘사처럼 류승완 역시 폭력 묘사의 수위에 있어 늘 절묘한 경계를 오가며 오히려 사람들이 그것을 유희로서 즐기게 만드는, 재치 있는 연출력을 선보여 왔다. 그는 상업영화를 추구하지만 그 안에 늘 단단한 주제의식을 담아 온 특이한 감독이다. 사회와 정치는 늘 인간성을 비껴가게 마련이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늘 위악스러우며 항상 배신하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같은 것, 그 쓸쓸한 회한 같은 것을 영화에 담아 왔다. 이번 ‘베테랑2’는 그런 류승완의 일관된 연출관에서 다소 비껴 서 있는 느낌을 준다. 그게 꼭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바야흐로 류승완도 그럴 때가 됐다. ‘밀수’(2023)부터 그는 영화가 꼭 사회정치성이나 역사성을 지녀야 한다는 어감에 대해 반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까지도 아니다. 그저 궁시렁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도 됐다. 관객만 영화를 오락적으로 즐기라는 법은 없다. 영화감독들도 충분히 즐기면서 만들 권리가 있다. 그래도 류승완의 이번 영화를 보면서 비평적으로 점점 할 말이 없어지는 건 다소 서운하고 슬픈 일인 건 어쩔 수가 없다. 그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이후 25년 가까이, 마치 자신의 만든 많은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가 재미있고 즐기는 영화를 잇따라 찍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아주 약간,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얘기를 류승완도 귀담아 들어야 하며,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이 터널 안에서 진짜 범인과 격렬한 싸움을 벌인 뒤 온몸이 피투성이, 멍투성이가 돼 절뚝거리며 걸어가 터널 벽에 기대어 앉는 모습이다. 서도철은 계속 궁시렁댄다. “아우 힘들어 아우 죽겄네.” 그가 앉아 있는 곳으로 팀장(오달수)이 옆으로 슬며시 와서 앉고 후배 형사들(장윤주 오대환) 등이 따라 앉는다. 모두들 지치고 힘든 표정이다. 아 왜 이리 사는 게 힘들어, 하는 표정들이다. 이 한 컷에 ‘베테랑2’의 진심이 다 담겨져 있다. 모두들 힘들게 찍은 영화들이니 만큼 관객들이여 편견없이 즐겨 달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베테랑2’는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 모두 전력을 다해 찍은 영화다. 즐거운 세상이 아니다. 류승완은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으니, 어려운 얘기하지 않겠다는 식인 모양이다. 관객들을 2시간 동안 즐겁게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이번 영화를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냥, 그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모두들 힘이 드신가. ‘베테랑2’로 마음껏 즐기시기들 바란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9.12 06:05
스타

김윤석, 살벌한 넷플릭스와 첫 만남 어땠나 [RE스타]

배우 김윤석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17년 만 드라마 복귀이자 첫 넷플릭스 신고식을 화려하게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타를 맞은 여름 극장서 ‘모가디슈’(2021)로 361만명을 모으고 지난해 12월 ‘노량: 죽음의 바다’로 457만 관객을 만난 그가 글로벌 OTT까지 무대를 넓혔다.지난달 23일 공개돼 2주 연속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1위를 수성 중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수상한 손님을 맞이하며 평화롭던 일상의 파국을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국내 1위 뿐아니라,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8월 26일~9월 1일 집계)에 등극하는 등 전세계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윤석은 극의 주인공 펜션주인 전영하 역을 맡아 불청객 성아 역 고민시와 처절히 대립했다. 김윤석이 긴 호흡의 시리즈 연기를 선보인 것은 지난 2007년 MBC ‘있을 때 잘해’ 이후 처음이다. 아침드라마 최초 시청률 20%를 넘길 만큼 큰 인기를 얻었으며, 김윤석에게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을 안긴 작품이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윤석은 여러 영화에 출연하기 전 ‘있을 때 잘해’에서 불륜 남편 역을 열연해 눈도장을 찍었다”며 ”이후 영화계에서 잇따라 히트작을 내면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는 선구안이 뛰어난데다 매번 극에서 탄탄히 중심을 잡아왔다”고 평가했다.그런 김윤석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드라마에 돌아오게 된 계기에 관심이 쏠린 바, 김윤석은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과의 인연을 꼽았다. KBS 드라마 ‘부활’(2005)에서 조감독으로 만났던 모 감독에게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단지 의리 때문은 아니다. 송강호와 설경구 등 최근 충무로의 굵직한 배우들이 OTT 시리즈에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대열에 김윤석도 합류한 것. 스크린에서의 박력을 긴 시리즈에서도 집중력 있게 표현한 점은 마찬가지지만, 그의 전작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꾀한 점이 더 눈길을 끌었다. ‘추격자’, ‘암수살인’ 또는 ‘타짜’ 시리즈처럼 범죄를 다룬 영화들에서 김윤석은 주로 강렬한 역할로 인상을 남겼으나 이번 배역은 피해자의 입장이다. 극 중 전영하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의 삶을 살다가 은퇴 후 펜션을 차려 조용히 운영하던 중, 범죄를 저지른 손님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전영하는 작품의 영어 제목처럼 무심코 누군가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윤석은 “돌을 던진 사람과, 그 돌에 맞은 개구리의 이야기를 굉장히 균형 있게 그려낸다. 바로 이 부분이 작품에 끌어당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짚었다.그 피해자가 자책하고 고뇌하며 마침내 결단하게 되는 얼굴을 김윤석은 촘촘하게 그려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전영하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일을 겪은 20년 전 사례인 모텔주인 구상준(윤계상)의 이야기도 교차로 보여주기에 다소 감정선을 따라가기에 불친절한 구조지만, 그 속에서 김윤석의 연기는 올곧다. 그와 대립하는 고민시가 비상식의 결정체인 성아를 아슬아슬하고 강렬하게 분출했다면 김윤석은 그를 어떻게 조용히 돌려보낼지 궁리하며 애써 차분하려는 상식인의 선에 충실했다. 그간 하정우, 강동원, 주지훈 등과 동성케미를 보여왔던 김윤석이 오랜만에 보여주는 남녀케미로 신선함도 전했다. 덩치가 큰 중년남성이 가녀린 체구의 여성에게 쩔쩔매는 모습은 답답함을 자아내면서도 김윤석의 배역 해석 안에선 설득력을 지닌다. 하 평론가는 “김윤석은 그간 거친 폭력배를 비롯해 강렬한 역할을 해왔고, 지난해에는 영웅 이순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과거 ‘완득이’ 등에선 공감할 수 있는 소시민도 표현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수년간 극장 관객의 검증을 거쳤기에 이번 시리즈 복귀의 주목도가 높았다”고 짚었다.“시리즈물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또 하나 선택지를 연 김윤석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5 06:05
연예일반

[단독] 조인성 “주연 부담 내려 놓으니 자유로워 졌어요..2024년 열심히 해야죠” [IS인터뷰]

“주연 배우가 너무 무거웠는데 내려놓으니 자유로워지더라.”조인성은 2023년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냈다. 2024년에도 그 행복이 이어지길 바라지만, 꼭 그런 행복만이 그가 찾는 길은 아니라고도 믿는다.조인성은 지난해 영화 ‘밀수’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주연이 아닌 조연상이다. 누구에겐 펄쩍 뛸 일일 수 있겠지만 조인성은 “조연상 후보인데 와 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흔쾌히 “오케이”했다. 그리고 상을 받았고, 마지막 청룡영화상 MC를 본 김혜수와 포옹했고,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디즈니플러스 ‘무빙’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중심이라며 많은 배우들이 손사래를 칠 때 내민 손을 잡았고, 우여곡절이 있었을 때도 중심을 잡았고,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어쩌다 사장3’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화제를 모았을 때도 무심히 ‘콩콩팥팥’에 가서 김치를 담갔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어려운 이를 돕는 연말 연탄 배달을 동료들과 같이 했다. 10년째 하고 있다. 빛나는 청춘스타였던 그는 어느새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 됐다. 2023년을 마무리할 즈음 서울 중구 KG타워 일간스포츠를 찾은 조인성과 2023년, 그리고 2024년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를 한다고 했을 때 류승완 감독과 ‘모가디슈’에서 참 좋았구나 싶었다. 영화와 달리 시나리오에선 중간에 퇴장하는 인물이었는데.감독들이 자기 작품을 찐하게 한 사람과 다음 작품을 또 같이 하려 하는 건, 현장에서 자기 편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한다. 마음 둘 곳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많이 외로울테고, 더군다나 새로운 배우들이 많은 작품은 더욱 그러리라 생각한다. 사실 ‘무빙’을 결정하고 촬영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던 상태에서 ‘밀수’를 제안 받았다. 권상사 연령대와 내가 떨어져 있는 듯도 했다. 그런데 류승완 감독에게서 “자기가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전화가 왔다. 역할이 작고, 또 작아야 할 수 있었다. 마침 ‘밀수’ 투자사인 NEW와 ‘무빙’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가 같은 회사라 전화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류승완 감독과 이웃사촌인 강풀 작가에게도 물어봤다. 양쪽 다 괜찮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스케줄을 조정했다. 그 바람에 ‘모가디슈’를 홍보하면서 ‘밀수’를 동시에 찍게 됐다.(웃음)권상사 캐릭터는 서사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또 조인성이 전국구 밀수대장을 연기한다는 게 선뜻 잘 그려지지도 않고.되게 많이 고민했다. 서사 없이 이미지만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부담이 컸다. ‘더 킹’을 같이 한 동료를 찾아갔다. 권상사에게 유머코드를 넣고 싶은데, 의도가 보이는지, 거꾸로 의도가 읽히는지, 많이 상의했다. 아무튼 현장에 가는데 너무 긴장이 되더라. 이미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수영 연습부터 같이 해서 다들 친한 상태였다.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먼저 다가와 주면서 확신을 주더라. 혜수 선배를 앉혀 놓고 라이터를 켜는 장면을 찍을 때 어떤 음악이 깔릴 거라고 해서 턴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더니 류승완 감독이 “이게 뭐야. 신선하다”고 하더라. 어릴 적에 장난삼아 많이 했던 라이터 뚜껑을 ‘땅’ 하고 열며 불을 켜기도 했다. 그랬더니 혜수 선배가 “너무 좋다”며 확신을 주더라.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갔다. 김혜수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는데.혜수 선배는 그전까지 사석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혜수 선배는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사람과 관련해서 무슨 말을 들었건 자신이 본 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사람이다. 혜수 선배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기가 가장 고맙다는 말을 받아야 할 사람인데, 자기가 가장 많이 고맙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한다. ‘밀수’로 주연배우 무게를 내려놓으니 좋던가.그간 주연배우란 게 너무 무거웠다. ‘안시성’이 끝나고 좀 내려놓고 가볍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그릇이 안되는 건지,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가디슈’ ‘밀수’ ‘무빙’ 등 그 뒤에 택한 작품들은 그런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혜수 선배랑 나눈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자기가 작은 배우가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며 내 손을 꼭 잡아주더라. 예전에는 주인공을 고집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같이 하려 했던 작품 제작이 연기되면서 또 그걸 기다려주고 그러다보니 작품수가 줄어들었던 적이 있는데.제안 주신 좋은 작품들을 내 욕심대로 이것저것 다 한다고 하기 보다 탐이 나도 먼저 제안을 준 순서대로 택한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법’ 때도 그랬는데, 제작이 연기된다고 주연배우가 빠지면 감독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의 힘이 빠진다. 같이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30대 중반까지는, 젊은 배우로서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고 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흥행도 시키고, 연기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증명을 하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 그릇이 이 정도라면 꼭 정상에 오를 수는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안시성’을 찍을 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수고했다란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너무 힘들고 아프다고 이제 이렇게 하는 거 그만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거 모두 했다고 토로했다. 좀 더 가볍게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네 선택대로 마음껏 하라고 하시더라. 내 한계를 인정하니 자유롭게 편해지더라. ‘무빙’ 크레딧 순서가 류승룡 한효주 그 다음에 조인성인데.당연하다. 승룡 선배와 효주가 주인공이고 나는 더 적게 나온다. 그게 내 포지션이다. 제작진이 크레딧 순서로 고민한다는 소리를 듣고 전화해서 그리 하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 더 자유롭다.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든데 계속 이렇게 해야 하냐”고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픈 사람 치고는 ‘밀수’ 액션이 무척 좋았는데.‘안시성’을 하면서 다쳤고 ‘모가디슈’ 막판에 양쪽 무릎 다 수술을 받았다. 류승완 감독이 액션을 많이 해서 잘 아는 병원을 소개시켜줬다. 수술 받는데 그냥 “고맙다”는 문자 하나 보내더라. ‘밀수’ 권상사 첫 등장신을 찍고도 “고맙다. 더 말하지 않을게”라고 문자가 왔다. 그런데 현장에선 “어이 조연배우가 어디 늦지말고” 그러더라.(웃음)‘밀수’ 액션 장면은 4일 정도 찍었는데 액션스쿨에서 합을 다 외웠다. 같이 해준 분들이 워낙 베테랑이고 잘 해준 덕분에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액션 찍고 점심을 먹는데 류승완 감독이 “자기야, 나랑 액션으로 하나 더 해보자”고 하더라.(웃음) 못 하진 않은 것 같았다. ‘무빙’은 원래 배성우와 인연으로 하게 된 경우인데. ‘무빙’ 쪽에서 친한 후배 군대가 가기 전에 소개를 시켜달라는 요청을 해서 같아 나갔다가 제안을 받았다. 원작을 봐달라고 해서 봤는데 감동 받았다. 미현(한효주)이 아들을 지키려고 뚝배기에서 총을 꺼내는 데 오열을 했다. 아는 것처럼 원래 배성우 형이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안시성’에서 배성우 형에게 받은 것들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같이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초능력물인데 멜로도 있었고. 실패로 끝나더라도 백마 탄 왕자로 실패하는 것보다 이런 멜로로 실패하는 게 더 좋을 것도 같았다. 그러다가 배성우 형이 음주운전을 하면서 하차하게 됐다. 명분이 없어진 셈이니 나도 빠질까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무빙’은 강풀 작가의 원작과 대본도 좋았지만 박인제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특히 액션 연출이 정교했고.현장에서 박인제 감독과 배우들이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신바이신으로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갔다. 박인제 감독은 앞으로 더욱 사랑받는 감독이 될 것 같다. ‘무빙’은 현장스태프들, 배우들, 모든 동료들이 정말 수고와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다들 조금씩 손해보면서 같이 만들었다. ‘어쩌다 사장’을 시즌3까지 했는데. 왜 예능을 하게 됐나. 시즌3는 말도 많았는데. 사람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마침 코로나19 때이기도 했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스타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겠지만 결국 잊혀지지 않을까, 보다 많은 분들에게 가까이 가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을 차태현 형에게 나눴더니 “그럼 인성아 해볼까”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또 많은 분들과 동북아역사기행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고민은 고민도 아니더라. 이상하게 위로받았다. 그렇게 가맥집에서 어른들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싶었다. 시즌3는 우리가 욕심이 많이 들어가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본질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도경수 이광수 김우빈 김기방 등 이른바 조인성사단의 우애도 이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는데.그 친구들이 나를 선택해 준 거라 생각한다. 그 친구들이 나랑 놀아주는 거다. 10년째 연탄 봉사도 하고 김장 봉사도 하는데.나 좋으라고 하는 거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과 함께 하다보니 인생이 심플해졌다. 스님이랑 배추 심기부터 뽑고 김장 담그고 나눠주는 것까지 같이 한다. 우리 어머니는 권사님이다. 스님도 내게 종교를 권하지 않고, 어머니는 스님과 더 좋은 일 많이 하라고 하신다. 이제 연애는 안하나.알게 모르게 안 하는 건 아닌데, 마흔이 넘으니 이제 실수하고 싶지 않더라. 자칫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고. 이것도 다 나를 위해서다. 아무래도 나보다 어린 사람과 사귈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으니,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쪽에서 내가 좋다고 먼저 하기 전까진, 어떤 오해를 사지도 주지도 않고 싶다. 그게 내 품위를 지키는 방법이고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 촬영으로 상반기를 보낼 것 같던데. 일단 촬영 기간은 5월까지고나홍진 감독이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줬다. 그래서 내 몸 상태가 이러니 건강한 배우랑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솔직하게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나홍진 감독이 “나를 오래 지켜봤다”고 하더라. 결국 하게 됐다.(웃음)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다. 나홍진의 SF라니 정말 기대되지 않나. 허리에 주사 맞고 하고 있다. 몸이 견뎌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잘하고 싶다. ‘호프’ 뒤에도 시리즈물과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새해 목표가 있나.감사하게도 좋은 제안을 해주신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한 것처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새해 목표를 세우곤 했는데 지금은 없다. 그저 지금 작품만 잘 찍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1.02 05:20
영화

류승완 감독 “수영 못하는 김혜수·염정아 ‘밀수’ 엎어지는 줄” [IS인터뷰]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에 들어섰다. 그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불황이 계속 됐던 극장산업에 올 여름은 회복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지 아니면 부진이 이어질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 제작사들은 묵묵히 제작에 매진해 왔다. 어차피 판단은 관객의 몫.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제작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올 여름에도 국내 대표적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4곳이 신작을 준비했다. 극장산업 회복의 총대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그 선봉에 선 작품이 류승완 감독의 ‘밀수’다. 지난달 26일 개봉했다. ‘밀수’는 지난 1일까지 개봉 7일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누적 관객수 222만 4321명을 기록하며 극장산업 회복의 선봉에서 청신호를 켰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대한민국에서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안 본 사람이 있을까. 믿고 보는 배우가 있다면 믿고 보는 감독도 있다.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모가디슈’ 등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흥행 신화를 써온 류승완 감독이 신작을 들고 극장을 찾아왔다.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1970년대 어촌마을 군천에 사는 해녀들이 일생일대 큰 판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해양 범죄 액션 활극이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한다.류승완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무리 내가 만들었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 IMAX 테스트 때랑은 다르게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보니 더 긴장됐다”며 “내 취향의 유머들을 큰 화면으로 보니 웃음이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도전 ‘수중 액션’ ‘밀수’에는 류승완 감독의 특기가 잘 담겨있다. 지상 액션뿐만 아니라 수중 액션으로 시원함을 더했다.“전 액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들다 보면 시대나 공간을 바꿔보기도 하고 인물의 직업을 바꿔보기도 하죠. 그런데 물속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새로웠어요. 해녀들이 물속에서 액션을 펼친다면 굉장히 새로운 것들이 펼쳐질 것 같았죠. 액션은 중력의 작용을 받아요. 근데 물속에서는 중력의 제한을 안 받으니까 이전과는 다른 액션을 찍을 수 있었어요.”류승완 감독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영화들에 대한 선입견 혹은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 부분은 영화감독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밀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스스로 충분히 새로웠기 때문에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수중 액션을 할 때 싱크로나이즈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일단 물속에서 가능한 움직임과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을 나눠봤죠. 그리고 싱크로나이즈팀이 무술 감독님과 물속에서 테스트 후 저한테 가능한 것들을 보내줬어요. ‘모가디슈’ 때도 그렇지만 안 해본 걸 할 때는 끊임없는 테스트와 연습이 답이에요.” ◇ 김혜수·염정아 ‘투톱 캐스팅’류승완 감독은 ‘밀수’를 처음 봤을 때부터 김혜수와 염정아를 떠올렸다. 하지만 김혜수는 ‘도둑들’ 촬영으로 물에 대해 공황이 생긴 상태였고, 염정아는 수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두 배우는 주변 동료들 덕분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고 류 감독 역시 김혜수, 염정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김혜수, 염정아 배우와 미팅할 때 준비한 자료를 보여드린 적 있어요. 그때는 아주 초반이라 출연 결정도 안 한 상태였죠. 저는 그때 ‘이런 걸 보여주면 하고 싶어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보여줬어요. 두 분 다 멍한 표정을 짓길래 감동한 줄 알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염정아 배우는 수영을 못해서 놀란 거고 김혜수 배우는 공황이 온 거더라고요. 경력이 있는 분들이니 무턱대고 한다고 했다가 프로덕션 자체에 피해를 줄까봐 쉽게 선택을 못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그걸 들으니 ‘밀수’가 엎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찰나에 해보겠다고 결심을 해주셨어요.”류승완 감독은 김혜수와 염정아를 무조건적으로 믿었다. 그는 배우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마음을 먹으면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이라며 수십 년 동안 그것을 증명해 왔다고 했다. 류 감독은 “김혜수 배우는 수중 훈련 때 공황이 왔다. 그런데 해녀들과 함께하면서 서서히 극복했다. 물속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미래소년 코난 같은 표정을 짓고 말도 하더라”라며 웃었다. ◇ ‘밀수’ 여름 영화 빅4 첫 주자‘밀수’는 여름 영화 빅4의 첫 번째 주자다. 코로나19로 긴 침체기에 빠졌던 극장가가 기지개를 켜고 있기에 책임감도 막중할 터.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모가디슈’를 통해 가능성을 증명해 낸 적 있다. ‘모가디슈’는 361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모가디슈’ 때도 총대 메려고 하진 않았어요.(웃음) 총대를 멘다는 건 저희를 좋게 봐주는 표현 같아요. 2년 전 극장가는 오후 7시 이후에는 티켓 판매가 안 됐어요.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극장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게 우울했죠. 그때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들이 ‘모가디슈’를 보시고 호응해 주셨어요. 그런데 만약 ‘모가디슈’가 유머가 풍부하고 객석의 반응이 중요한 영화였다면 그때 개봉 못 했을 수도 있어요. ‘밀수’도 너무 혹독한 시기에 개봉하고 나니까 ‘이거보다 더 나쁘겠어?’라는 생각으로 개봉을 결정했어요.” 류승완 감독은 1996년 연출을 시작해 영화계에 몸담은 지 27년이 됐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아왔고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장편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후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아 숱한 명작들을 배출해 냈다.“전 영화계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있던 사람이에요. 영화라는 건 수많은 전문가가 어울려서 만드는 거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어떤 것을 제안하고 그것에 대해 배우들,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 맞대서 짜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게 영화 만드는 것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8.03 05:26
영화

[IS리뷰] 월척이다! ‘밀수’ 수중 액션으로 강력한 한방

베테랑 감독에 베테랑 배우들이 모여 수작이 탄생했다. 흔히 바다 배경이라고 하면 배를 타거나, 배 위에서 액션을 펼치는 사극을 떠올리기 쉽지만 ‘밀수’는 기존의 틀을 깨고 바닷속이라는 장소를 택했다.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봐야 하나 고민했더니 이게 웬걸. 여름에 딱 맞는 영화 ‘밀수’가 시기적절하게 찾아왔다. ‘밀수’는 1970년대 중반,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바다에서 전복, 해삼, 성게 등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은 화학 공장이 들어온 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던 중 브로커(김원해)가 접근해 밀수를 제안하고 당장 먹고살 방법이 없던 엄진숙(염정아)의 아버지(최종원)는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엄진숙을 비롯한 조춘자(김혜수) 등 해녀들은 밀수를 시작한 후 떼돈을 벌게 된다. 바다에 던진 걸 건져 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어렵지도 않았다. 더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금괴를 몰래 운반하는 일. 엄진숙의 아버지 엄 선장은 이를 반대했지만, 더 큰돈을 벌고 싶었던 조춘자는 엄진숙을 설득해 금괴를 운반하는 일을 몰래 진행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조춘자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밀수’는 ‘부당거래’, ‘베를린’, ‘모가디슈’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기대가 컸던 것은 당연한 일. 액션 장르에 강한 감독이기에 그가 만들어 낼 수중 액션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스크린에는 129분 내내 탁 트인 바다와 수중 액션,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진다. 류승완 감독의 섬세함과 배우들의 호연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 것.마지막 수중 액션신은 ‘밀수’의 백미라고 봐도 좋을 만큼 지상 액션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지상과 수중을 오가는 스펙타클한 액션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정신을 쏙 빼놓는다.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코믹한 요소를 잘 버무려 웃음 포인트도 잘 잡았다. ‘밀수’의 장점은 캐릭터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김혜수와 염정아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혜수는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로, 염정아는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으로 분해 제 몫을 다한다. “최고의 파트너”라는 김혜수의 말처럼 상스러운 조춘자와 묵묵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엄진숙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다.‘밀수’의 다크호스는 고민시, 박정민이다. 두 사람은 각각 군천의 정보통 고옥분, 욕망에 불타오르는 장도리 역을 맡았다. 갈매기 눈썹에 진한 화장을 하고 애교를 발사하는 고민시의 모습은 기분 좋은 웃음을 유발한다. 촬영장에서 사랑을 받은 이유가 납득되는 연기력이다. 박정민은 순수한 시골 청년의 모습에서 변화하는 야심남의 면모를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 역의 조인성은 ‘이렇게 액션을 잘했나’ 싶을 정도로 수준급 액션을 보여준다. 해녀들의 놀이터가 바닷속이었다면 조인성은 자신의 놀이터인 지상에서 격렬한 격투를 펼친다. 류승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만큼 착붙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외모에 감탄하게 되는 건 덤이다. 영상미만큼 빠질 수 없는 것은 70년대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연하는 음악이다. 가수 장기하가 음악 감독을 맡아 레트로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오랜만에 제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가 나온 듯하다.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129분.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7.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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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조인성 “이렇게 얼굴을 빛나게 해준 작품은 처음이라” [IS인터뷰]

배우 조인성이 ‘밀수’로 돌아왔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해양 액션 활극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인성, 김혜수 외에도 염정아, 박정민, 고민시 등 충무로의 쟁쟁한 연기파 및 신성들이 다수 참여했다.조인성은 ‘밀수’에서 무려 월남에서 돌아온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를 맡았다. 지금까지 조인성의 필모그래피에서 찾기 어려운 아주 세고 무시무시한 캐릭터다. 단지 무시무시하기만 게 아니라 여심을 뒤흔들 만큼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는 ‘밀수’ 개봉을 앞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얼굴에 빛나는 터치를 받은 건 ‘밀수’가 처음”이라고 밝혔다.“솔직히 너무 민망해서 얼굴을 가리고 영화를 봤을 정도였어요. 작품에서 이런 식의 터치를 받아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김혜수, 박정민 등 ‘밀수’ 출연 배우들은 언론 시사회, 인터뷰 등 홍보활동에서 조인성의 비주얼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만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조각 같은 외모지만 ‘밀수’에선 유독 돋보인다. 이런 조인성의 ‘얼굴 열일’에 힘입어 권상사는 ‘밀수’에서 등장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비열한 거리’도 그렇고 ‘더 킹’ 때도 그렇고 출연했던 영화들에선 얼굴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거나 오히려 못나 보이게 분장하곤 했거든요. 그러다 이렇게 빛나는 터치를 받으니까 다소 민망한 감이 크네요. (웃음)”물론 조인성이 얼굴 멋지게 나온다고 ‘밀수’를 선택하진 않았을 터. 전작 ‘모가디슈’에서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류승완 감독 같은 분하고 작업을 할 때 대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성이 묘사한 류승완 감독은 영화밖에 모르는 사람. 그는 “배역의 크기가 크든 작든 내 몫을 하고 나오고 싶었다”고 토로했다.타이밍도 참 절묘했다. 조인성은 이미 디즈니+ 시리즈 ‘무빙’ 출연을 결정한 뒤였기에 ‘밀수’의 촬영 회차가 더 많았다면 영화에 출연하기 어려웠을 수 있었다. 두 캐릭터 사이에 비주얼이나 스타일적 접점이 없었기에 두 작품을 겹쳐서 찍는 게 어려웠을 터다. 다만 분량이 많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분량이 적다는 건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영화에서 설명되는 부분이 적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빈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게 어떤 면에선 부담이었다.“캐릭터의 분량이 적다는 건 생략된 부분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권상사 캐릭터의 빈구석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었고, 질문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특히 함께 많이 호흡한 조춘자 역의 배우 김혜수의 도움이 컸다. 바로 투입돼서 다른 캐릭터들과 케미를 만들어내야 했는데, 김혜수가 ‘잘한다’며 격려를 많이 해준 덕이다. 조인성은 “권상사는 김혜수가 사랑으로 키워낸 캐릭터”라며 감사를 표했다.“많이들 아시겠지만 김혜수 선배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잖아요. 후배 입장에서 떨렸고 긴장을 하고 있는데, 선배가 ‘전혀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잘하고 있다’면서 격려를 해주시더라고요. 김혜수 선배가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잘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거 정말인데요 김혜수 선배의 사랑을 받으면 없던 것도 나와요.” 그렇게 권상사와 조춘자의 기묘한 관계가 탄생했다. 로맨스가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미묘한 기류. 류승완 감독과 배우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고 관객의 판단에 맡겼다. 권상사와 조춘자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현장에서 두 배우가 주고받은 호흡 그 자체다.“김혜수 선배는 기본적으로 태도가 좋으면 그 배우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줘요. 꽃이 피는 거죠. 꽃이 혼자 피는 거 아니잖아요. 관심도 필요하고 햇빛도, 땅도 있어야 하고요. 제게 김혜수 선배는 태양이었어요. 후배들이 잘 자랄 수밖에 없죠.”‘밀수’에는 이런 김혜수의 격려로 탄생한 조인성의 애드리브도 있다. 라이터 장면이라고 살짝 힌트를 남긴다. “예전엔 수행 능력만 있는 배우였다면 이제는 작품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조인성. 그가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탄생시킨 권상사는 오는 26일 개봉하는 ‘밀수’에서 자세히 만날 수 있다.조인성은 “벌써 활동한 지 24~25년 정도 됐다”면서 “이제는 배역의 크고작음보다는 내가 잘해낼 수 있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대중이 허락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희망했다.조인성은 ‘밀수’와 곧 공개를 앞둔 디즈니+ 새 시리즈 ‘무빙’에 이어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2’를 통해서도 대중과 만날 계획이라면서 “열심히 더 찾아가려고 노력하겠다. 올해는 ‘어쩌다 사장2’까지 나오면 영화, 드라마, 예능 다 하게 된다”면서 웃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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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김혜수가 ‘밀수’ 의상팀에 수천개 메시지 보낸 이유

데뷔 40주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배우 김혜수는 영화 ‘밀수’를 준비하며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함께 찍었다.김혜수를 ‘밀수’ 개봉을 앞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를 비롯해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이 출연했다. 과거 ‘도둑들’ 촬영 때 처음으로 물속에서 공황 증상을 느꼈던 김혜수는 다수의 수중 촬영이 예정돼 있는 ‘밀수’를 준비하며 남다른 마음가짐이었다.“저는 항상 지금 하는 작품에 집중하거든요. 지나간 건 이미 지나간 거니 내가 맡은 작품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집중을 깨지 않으려면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해야하는지를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그런 김혜수에게 ‘소년심판’을 촬영하며 ‘밀수’를 준비해야 하는 건 그만큼 부담이 큰 일이었을 터. 1970년대를 유독 사랑한다는 그는 조춘자 캐릭터의 비주얼을 머릿속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소년심판’을 찍으면서도 ‘밀수’에 대한 집중도를 잃지 않으려 했다.“어떻게 보면 ‘밀수’에서 가장 그 시대의 외피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제가 연기한 춘자라고 생각했어요. 춘자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위장하는 그런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분장팀 멤버들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어요. 처음에는 의상팀에서 ‘감사합니다’, ‘이런 옷도 좋을 것 같아요’ 하더니 제가 사진을 너무 많이 보내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웃음) 나중에 제가 ‘이게 내가 작품에 진입하는 방법이니까 이해해 달라.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는 성공을 위해 밀수판으로 뛰어든 인물. 막힌 밀수 길도 뚫어낼 묘안이 있는 ‘마이웨이’와 능력이 돋보인다. 트렌디한 외모 뿐 아니라 통통 튀는 성격까지 다이내믹하다.여기에 염정아와 보여주는 워맨스도 눈길이다. 극 중 끈끈한 사이지만 성격은 180도 다른 두 사람. 김혜수는 “조춘자에게 엄진숙(염정아)은 단순한 짝꿍이 아니었을 거다. 단순한 우정이 아닌, 춘자의 가족이고 전부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이야기했다.“염정아의 연기를 좋아했어요. 염정아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일을 해왔고요. 그래서 ‘밀수’에서 춘자와 진숙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어떤 장면에선 염정아의 표정이 다했다는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는데 그때 마주쳤던 눈, 그 당시의 희열과 불안까지 모든 게 다시 떠오르는 느낌이었어요.” 수중 촬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소년심판’ 촬영으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 했던 김혜수에겐 수중 촬영이 더욱 부담으로 느껴졌다. 본래 물을 좋아하고 스쿠버다이빙도 했다는 그는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감이 무엇에서 비롯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그런 김혜수에게 염정아는 이 촬영에서도 도움이 됐다. 염정아 역시 수영을 하지 못 하고 물을 무서워했던 터. 그런 염정아가 너무나 능숙하게 수중 촬영을 해내는 것을 보고 김혜수는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신기하게도 불안감이 내려갔다.“물 속에서 또 공황 같은 증상이 올까봐 불안했어요. ‘소년심판’ 촬영 때문에 준비할만한 시간이 충분히 나오지도 않았고요. 제 상태를 잘 모르고 촬영에 임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다른 배우들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해녀 동료들과 함께 찍는데 배우들이 찍는 걸 보니까 또 좋더라고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김혜수는 어느새 촬영장에서 가장 선배가 됐다. ‘밀수’에서도 김종수를 제외하곤 그가 제일 고참이었다. 김혜수는 “늘 막내였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나를 선배라 불렀다. 지나가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그는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나이가 된다고 그 숫자에 맞는 어른이 되는 게 아니고 경험치가 많아진다고 무언가에 통달하는 것도 아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은 어른들이 마음을 열어야 후배들이 편할 것 같지만, 반대로 후배들이 편하게 대해야 모든 것들이 좋다. 솔직히 나도 어릴 때는 어른들과 어울리는 게 불편했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불편한 거 아마 다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이번 ‘밀수’ 현장에서는 해녀들 역 배우들의 나이 차이가 컸다. 다들 편하게 대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선후배가 아니라 현장에서 그냥 같은 목적을 갖고 만난 동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김혜수였기에 ‘밀수’에서는 그 뿐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고루 빛난다. ‘밀수’는 김혜수가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캐릭터 쇼를 방불케 한다. 조춘자가 권상사(조인성)와 주고 받는 묘한 감정부터 박정민, 고민시 등 충무로 젊은 배우들의 다채로운 연기까지. ‘밀수’는 캐릭터들로 꽉 차 있다.“‘밀수’는 그야말로 캐릭터의 향연이에요. 각각의 인물들의 개성이 살아 있고, 그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 역시 상당히 생동감이 있어요. 정말 힘이 있는 캐릭터들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매력을 뽐낼 거예요. ‘밀수’가 관객들께 시원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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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김혜수에 빠지고 염정아는 믿고 조인성에 반한다..고민시는 사랑이다 [IS리뷰]

통쾌하다. 강렬하다. 시원하다.류승완 감독이 그의 장기로 돌아왔다. 재밌고 신나고 후련한 활극이다. 갓 잡은 광어 마냥 펄럭펄럭 활기가 넘친다.1970년 가상의 항구도시 군천. 물질해서 먹고 사는 해녀들은,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물고기가 씨가 마르자 생계를 고민한다. 14살부터 식모살이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해녀 춘자는, 해녀들의 리더 진숙과 밀수에 뛰어든다. 전복 대신 바다 밑에 던져진 물건을 끌어올리면 된다며.밀수 덕에 돈도 만지고 멋진 옷도 사며 흥을 내는 것도 잠시. 우여곡절 끝에 군천을 떠나 서울서 밀수품 팔던 춘자는 밀수 전국구 보스 권상사와 같이 군천 앞바다를 접수하려 내려온다. 얽히고설킨 해녀들의 관계와 그새 똘마니에서 동네 보스가 된 장도리. 그런 그들을 세관 계장 장춘이 호시탐탐 노린다. ‘밀수’는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그의 초기작 ‘다찌마와 리’ ‘짝패’ 등에 담긴 활극의 정취부터 중기작 ‘피도 눈물도 없이’의 센 언니들의 기운과 ‘주먹이 운다’의 절절한 드라마에 이은 마지막 한 방, ‘부당거래’의 무도한 비밀 찾기와 최근작 ‘베테랑’의 유쾌한 집단 활기와 ‘모가디슈’의 조인성이 고루 담겨 당대 최고 활극을 만들었다. 류승완 감독과 제작사 외유내강의 시너지로,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바다에 던져 그 너머를 완성했다.빠르다. 서사가 호로록 지나가는데, 후루룩 시대상까지 먹게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옷을 입은 군상들이 하나하나 생생하다. 광어와 넙치, 도다리, 민어, 아귀와 쥐치, 상어 닮은 캐릭터들이 펄떡펄떡 뛰논다. 액션은 매우 좋다. 권상사 역의 조인성과 그의 부하 애꾸 역의 정도원 액션은 보는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좁은 공간에서 부감을 교묘하게 활용해 액션을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휘몰아치는 액션 시퀀스와 드라마 시퀀스가 쫄깃하게 연결된 것도 좋다. 특히 ‘밀수’는 조인성의 매력을 그의 최근 필모에서 가장 잘 살렸다.무엇보다 좋은 건 수중 액션이다. 행동이 제약될 수 밖에 없는 수중 액션을 때로는 아크로바틱하게, 때로는 물범처럼, 때로는 수중발레처럼 구성했다. 깜짝 수중 게스트는 올드영화팬들에겐 반가울 전망이다. “두 둥 두 둥 두두두두두두”라는 효과음까지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터. 액션의 백미는 원신원컷으로 촬영된 맹룡회관 장면이다. 류승완표 액션의 경지를 차례로 맛보는 쾌감을 준다. 류승완 감독-최영환 촬영감독 콤비는, 빠르고 경쾌하며 캐릭터를 잘 살리는 특장점을 이번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밀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70년대 히트곡들이 주크박스처럼 이어지는데, 이 음악과 액션의 합이 절묘하다. 수중 음향도 인상적이다. ‘밀수’는 돌비 시스템이 갖춰진 극장에서 본다면 눈과 귀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춘자 역의 김혜수는, 풍성한 향의 몰트 위스키 같다. 오버스러울 때와 깊을 때, 발랄할 때와 섹시할 때의 향이 깊게 어우려져 매력을 뽐낸다. “너 나 모르냐”는 대사는 “이대 나온 여자야”처럼 두고두고 회자될 듯 하다. 진숙 역의 염정아는 바디감이 묵직한 커피 같다. 자칫 들뜨기 쉬운 배우들의 중심을 딱 붙잡고 영화를 땅에 붙여준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합은 연성 좋아하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 것 같다. 권상사 역의 조인성은 영화 끝날 때 박수를 받을 것 같다. 특히 여성관객들에게. 장도리 역의 박정민은 극적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 세관 계장 역의 김종수는 묵은지 같다. 고마담 역의 고민시는 사랑이다. 이 영화에 사랑을 담당한다. 영화를 보면 사랑에 빠질 것이다.‘밀수’는 류승완 감독 영화의 정수다. 그가 가장 즐거워하는 하는 영화를, 가장 재밌는 방법으로, 쉽게 읽히도록 만들었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와 제작진의 노하우, 삼합이 딱 맞아떨어졌다. 올여름을 극장에서 시원하게 만들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9분.추신. 엔딩 크레딧에 쿠키영상이 있다.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7.19 09:57
영화

김혜수→조인성 베테랑 총출동! ‘밀수’ 여름 극장가 시원하게 물들인다 [종합]

올여름을 시원하게 물들일 영화 ‘밀수’가 극장 문을 두드린다. 김혜수부터 염정아, 조인성 등 베테랑 배우들이 류승완 감독의 손을 잡고 여름 극장가를 점령하러 나섰다.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밀수’ 시사 및 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류승완 감독이 참석했다,‘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베테랑’,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수중 액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의 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액션에는 중력의 한계가 있다. 수평의 움직임이 아니라 수직 움직임까지 할 수 있는 액션이 물속이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한 바다에서 격투 액션을 펼친다면 경쾌하고 새로운 리듬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서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밀수’에는 1970년대의 환경과 패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면 멋있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춘자의 헤어스타일, 장도리의 이상한 셔츠, 권 상사의 선글라스를 좋아했던 게 70년대 홍콩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기에 대한 어린 시절의 환상이 계속 남아있어서 재연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수는 극중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았다. 김혜수는 “해녀들의 경우 촬영 3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 ‘도둑들’ 촬영 때 공황을 경험해 무서웠다.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공황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밀수’는 해녀들의 놀이터인 바다부터 지상까지 다양한 액션이 펼쳐진다. 김혜수는 “류승완 감독님이 콘티 하나하나 정교하게 준비해주셨다. 배우, 스태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지만 마지막 두 컷을 남겨두고 사고가 있었다. 촬영하고 나오다 이마에 부상을 당해 마지막 촬영은 함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김혜수는 “찢어져서 다친 것보다 현장에 못 가는 게 당시에는 더 속상했다”며 “그 정도로 현장을 좋아했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던 결과물이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염정아는 극중 해녀들의 든든한 리더 엄진숙으로 분했다. 염정아는 앞서 개최된 제작보고회에서 ‘밀수’를 통해 수영에 첫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날 염정아는 “혜수 언니랑 같이 촬영하면서 같이 의지했다. 영화를 보면서 그 순간들을 기억하게 됐다. 영화가 여성 서사가 중심인데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돼서 또 다른 기획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희망했다.또 염정아는 “생각해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현장이었다. 다만 진숙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진숙은 진중하고 감정표현이 많은 사람인데 어떻게 (정반대 성격을 가진) 나를 누르고 연기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조인성은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로 류승완 감독과 또 한 번 만났다. 극중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을 맡은 조인성은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다. 캐릭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며 “바라보는 눈빛,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들이 모여 컷에 담기게 된다. 감독님이 기가 막히게 잘 담아주셔서 영화가 완성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류승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서는 “캐릭터를 만들어 낼 때 방향성이 같은 부분이 많다. 감독님도 강동구에 살고 계시는데 집이 가까워서 불러주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민은 순수 청년에서 욕망에 불타오르게 되는 장도리로, 김종수는 군천의 밀수 사냥 전문 세관원 이장춘으로, 고민시는 군천 바닥에서 모르는 게 없는 정보통 막내 고옥분으로 분해 신스틸러로 활약한다.박정민은 “‘밀수’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사실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함께 영화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대본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팬이고 꿈이었던 감독님이다. 같이 하자고 해주신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어 “받아본 대본을 보고 또 한 번 감사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상반된 모습을 저한테서 발견을 해주셨다. 촬영하는 동안 준비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준비를 덜 해갔던 것 같다. 현장에서 감독님 지시받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재밌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고 설명했다.‘밀수’는 오는 26일 개봉한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7.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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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특집] 조성민 외유내강 부사장 “‘밀수’ 주연 뿐 아니라 모든 배우 어마어마” [IS인터뷰] ②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다. 통상적으로 여름 극장가는 한해 가장 박스오피스가 크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영화가 가장 먼저 개봉하곤 한다. ‘밀수’는 석 달 전에 일찌감치 7월26일 개봉을 선점했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지, 제작사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을 만났다.-‘밀수’는 어떻게 기획됐나.‘시동’ 프리 프로덕션 할 때 로케이션을 위해 군산을 갔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박물관에 들어갔다가 60~70년대에 해녀들이 금과 다이아몬드를 밀수했다는 기록을 봤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생필품을 밀수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불법이지만 당시 산업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고. 왜 밀수품을 파는 도깨비시장이란 게 있었지 않나. 자료를 찾으면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했다. 감독 결정은 안된 상태였다. 류승완 감독이 모로코에서 ‘모가디슈’ 촬영이 10회차 정도가 남았을 때였는데, 한국에서 시나리오를 보냈다. 현지에서 감독님과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님이랑 보고 회의를 했다. 그때만 해도 류승완 감독님이 자신이 연출을 하고 싶다는 말은 안했다. 한국에 와서 감독님이 내가 하면 어떨까라고 말을 했다. 감독님이 각색을 하면서 캐릭터들이 추가됐고, 스토리도 더 익사이팅해졌다. -지금은 김혜수 염정아 투톱 버전이지만 원안은 여주인공이 세명이었는데. 사실 한국영화계에서 175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를 투톱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든 전례가 없기에 투자 받기도 쉽지 않고 불안했을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더 압축하고 익사이팅하게 만들면서 주인공은 두 명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이었다. 여자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다기 보단 여자들이 밀수를 했다는 기사를 봤고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늘 남성중심 영화들이 만들어지는데, ‘밀수’는 스토리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만 재밌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외유내강이란 제작사가 갖고 있는 이상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엑시트’ 때도 그랬다. 제작자로서 첫 번째 미덕은 투자한 분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밀수’도 그랬다. -바다 촬영은 정말로 쉽지 않는데. 되도록 리얼한 상황에서 찍자고 마음 먹었다. 우리가 ‘아바타’처럼 바다를 CG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은 바다로 갔다. 녹동항에서 4시간 배를 타고 거문도를 갔다가 다시 우리가 원하는 섬을 찾아 4시간을 더 갔다. 바다 헌팅이 정말 어렵다. 3개월 정도 바다를 드론으로 헌팅을 했는데, 막상 그 바다를 찾아서 가면 ‘어, 여기가 아닌가봐’가 되곤 했다. 선장님도 헷갈려 한다. 그럼 다시 그 바다를 찾아 다녀야 한다. 처음에는 바다에 양식장처럼 가두리를 치고 찍을까도 고민했다. 그런데 물 속 시야가 혼탁하더라. 도저히 안돼서 바다에서 30% 정도를 직접 찍고 나머지는 수중 세트를 만들었다. 바다 촬영은 정말 어렵다. 바다가 허락하는 시간에만 제대로 찍을 수 있다. 장비를 고정해야 하고 동선이 맞아야 하는데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그게 잘 안된다. 빛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 두 컷 정도가 최대다. 동선이 안 맞으면 촬영 장비가 담긴 배랑 배우들이 탄 배 위치를 다시 돌려서 맞춰야 했다. NG나면 다시 돌리고. -수중 세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던데.수심이 6m고, 가로세로 너비가 30x30 정도였다. 물을 한 번 갈려면 1박2일 동안 물을 받아야 했다. 물 촬영이 정말 힘든 게 아무리 깨끗한 물을 써도 사람이 들어가고 장비가 들어가면 물이 곧 혼탁해진다. 그렇다고 매번 물을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매번 일일이 배우와 소품, 장비를 다 깨끗이 씻고 들어갔다. 나중에 미국의 IMAX팀이 ‘밀수’를 컨버팅(IMAX용 카메라로 찍지 않은 영화를 IMAX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하기 위해 보고 난 뒤 물 속에서 흩날리는 배우들의 머리카락을 보고 CG인지 물어보더라. 대단한 기술이라며. 배우들의 노력과 육체로 한땀한땀 만들었다고 해줬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투톱 주인공인데. 50대 남자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는 많지만 50대 여배우가 주인공인 175억짜리 영화는 ‘밀수’가 처음인데.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 연령대를 좀 낮췄어도 무방했는데.처음 이 프로젝트를 할 때부터 다들 김혜수 염정아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를 하면서 한 번쯤 김혜수와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로망이 있지 않나. 염정아는 ‘시동’을 같이 했는데 꼭 더 큰 역할로 다시 해보고 싶었다. -김혜수는 물 공포증이 있었고, 염정아도 잠수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쉽지 않았을텐데.배우들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염정아는 캐스팅하자마자 집에서 세면대에 코 박고 잠수를 했다고 연락이 왔다. 수중 훈련을 3개월 했는데, 배우들이 의기투합하면서 했는데, 그게 서로가 서로를 믿게 해줬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두 배우 말고도 해녀로 나온 다른 여배우들도 정말 너무너무 엄청나다. 이 누나들 무섭구나라고 경탄했다. 제작사로서 할 수 있는 건, 물 속에서 배우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배우들의 시야에 항상 안전요원이 충분히 배치되도록 한 것이다. -조인성과 박정민은 의외의 캐스팅인데. 밀수 전국구 1위와 지역 깡패 역할인데. 고민시 역할은 내로라하는 매니지먼트사에서 다 탐을 냈기도 했는데. 캐스팅은 연출자의 의도가 제일 중요하다. 뻔히 보던 조합으로 생각되면 안됐다. 박정민을 먼저 캐스팅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우선이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시동’에서 같이 했지만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는 ‘밀수’가 처음이었다. 조인성은 ‘모가디슈’를 같이 하면서 신뢰가 엄청 쌓였다. 조인성과 박정민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고민시는 사실 내가 ‘시동’ 때 여자 주인공 역할로 고민시를 밀었다가 안됐던 적이 있다. 이 배우와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밀수’에서 맞는 역할이 있었고 여러 논의 끝에 비로서 같이 하게 됐다.-CG도 아니고 실제 수중에서 촬영하는 액션은 상상이 잘 안갈 정도로 어려웠을텐데. 물속에서도 배우에게 와이어를 달았나.우선은 류승완 감독님이 액션을 가장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물 속에서 와이어를 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었고. 수중세트에 바다를 구현하기 위해 대형 모터, 프로펠러 등을 설치해서 며칠 동안 테스트를 했다. 그런 다음 콘티를 정하고 컷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외유내강의 강점 중 하나는 액션을 많이 한 곳이다보니 액션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액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많이 촬영하게 되고 그러면 배우가 지치기 쉽고 그러면 다치기 쉽다. 그래서 정확한 콘티를 짜서 그대로 촬영하려 했다. -배는 세트로 만들었나.실제 배를 5대 샀다. 세관선으로 3대, 밀수배로 2대. 옛날 배들이라 고장도 자주 나고 구입도 쉽지 않았다. 가다가 멈추기도 했고. 그래도 덕분에 바다가 마법처럼 장판 같은 날이 있곤 하는데 그 때 촬영을 잘 할 수 있었다. 바다가 장판 같은 날은 꼭 CG같아 보인다. -‘밀수’의 관전 포인트를 추천한다면.감히 말하자면 외유내강 영화는 연기만 잘 해서는 할 수 없다. 진짜처럼 보여야 하기에 몸을 잘 써야 한다. 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해야 하니 지치지 않아야 한다. ‘밀수’는 그런 점에서 주연배우들 뿐 아니라 조단역 모든 배우들이 정말정말 잘했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각각의 배우들에 이입하면 각기 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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