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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웬만해선 고3을 막을 수 없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입시가 생긴 이래 고통 안받고 두려워하지 않은 한국 청소년이 있을까. 귀신보다 무서운 입시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풀어낸 호러 코미디가 탄생했다. 개성 뚜렷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다.어디에나 있는 그럴싸한 학교 괴담으로 이야기는 출발한다. 1998년 세강여고의 세 학생은 개교기념일 밤, 귀신과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으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괴담을 실행에 옮긴다.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와 정체불명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포의 하룻밤이 생생히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시간이 흐른 2024년, 우연히 방송부장 지연(김도연)의 손에 들어간다. 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찍힌 야속한 7, 8등급에 한숨짓는 고3 학생 지연은 영화감독이 꿈인 시네필이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영상을 본 지연은 이것이 영화가 아닌 실화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 촬영감독이 꿈인 현주(강신희)와 배우지망생 은별(손주연)은 귀신보다 성적표의 숫자 8이 더 무섭다. 이러다 꿈을 이루긴커녕 대학은 갈 수 있을까. 공부 대신 눈 딱 감고 귀신 숨바꼭질을 택한 방송반 친구들은 교내 유일한 종교부 후배 민주(정하담)를 용병으로 영입하며 계획에 돌입한다. 단세포 ‘아메바’ 소녀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분명 정석 공포영화처럼 시작했는데 어딘가 묘하게 웃기다. 오싹함과 코믹함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영화는 중반부부터 본색을 드러낸다. 엉뚱한 소녀들의 엉성한 계획이 B급 코미디로 액셀을 밟기 시작한다. 과감하게 날것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정교한 계산 위에 쌓였다는 인상이 동시에 찾아오는 대사나 연출은 예기치 못한 웃음 버튼을 ‘피식’ 누른다.어릴 적 공포영화 ‘주온’을 본 후 한의원을 다니고 목사님 기도를 받았다는 김민하 감독은 연출 데뷔작을 찍기 위해 그토록 싫어하는 호러를 섭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출발점이 장르 마니아와는 다른 매력으로 이 영화에 반영됐다. 호러 클리셰를 세련되게 회피하기보단 제4의 벽을 뛰어넘어 관객에게 ‘이건 클리셰고, 오마주’라고 직접 짚어주며 웃음으로 돌파하는 식이다. 여기에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에 흐뭇한 미소도 번진다. 위키미키 출신 김도연과 ‘우주소녀 은서’ 손주연은 물론, 독립영화계 스타 정하담과 신예 강신희까지, 겹치지 않는 개성 강한 4인 4색을 연기했다. 귀신에게 쫓기는 건지 쫓아내는 건지 책임감 있는 걸크러시 리더부터 해맑은 푼수 공주님, 취향 별난 오타쿠와 성실한 4차원이 한바탕 교내를 쏘다니는 풍경은 추억을 자극한다.서로 조금 못나도 다독여 주고 이끌어 주는 우정 서사도 작품의 별미다. “신파는 안 되지”라고 선언하며 웃음 노선을 고수하긴 해도 김 감독이 대사와 내레이션으로 심어둔 메시지는 이 땅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모두에게 은근한 감동을 건넨다. 경쟁사회를 향한 위로 메시지가 제법 진심인지라 코미디 또는 호러 영화의 정석을 기대한 관객은 취향이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김민하 감독 스타일로 엿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작품의 진가는 올해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으로 증명됐으니 시리즈 화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한국 입시에 어느 공포영화 클리셰보다도, 괴담 전설보다도 무서운 실화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도 지나고 보면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함께했던 그 소중한 한 시절을 나눈 공간이 학교이기도 하다. 달고 짠 새로운 ‘여고 괴담’을 김 감독이 재밌게 버무려 줄 훗날에 기대가 모인다. 90분. 15세 관람가. 오는 6일 CGV 단독 개봉.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04 05:44
영화

“공포영화 사실 못 봐” 김도연→손주연 변화구 던진 호러 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종합]

귀신보다 수능이 무서운 발칙한 K고딩 소녀들이 나타났다. ‘연기돌’ 김도연과 손주연부터 충무로 기대주 정하담과 강신희가 유쾌하고 오싹한 코미디에 출사표를 던진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다.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와 김민하 감독이 참석했다.작품은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 남아야만 하는 공포를 그린 이야기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이날 김민하 감독은 “사실 호러를 싫어한다. 중학생 때 극장에서 ‘주온’을 본 후 한의원에 가서 한약 처방 받고 목사님의 기도를 받은 뒤 호러를 끊었다”라고 고백하며 “세월이 흘러 영화감독을 꿈꾸다 보니 신인들이 데뷔하기에는 저예산으로 빨리 찍을 수 있어서 호러가 좋다더라. 그래서 밀린 호러 장르를 기가 허해질 정도로 보며 따라잡았다. 이번 작품은 호러는 ‘어그로’고 코미디 영화”라고 소개했다.십대 소녀들이 주인공인 만큼 신선하고 발랄한 에너지의 배우진을 꾸렸다. 김 감독은 “사랑스러운 앙상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만화 ‘짱구는 못말려’ 속 떡잎마을 방범대를 모티브로 삼았다. 아메바 소녀들도 서로 부족한 점이 있어도 탓하지 않고 함께 해쳐나간다”라고 주안점을 밝혔다. 먼저 리더십 있는 방송부장 지연 역으로 분한 김도연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너무 재치있는 유머가 많았고,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의 의도가 맞는지 감독님의 전작을 찾아보며 느낌을 파악했다. 대본을 보면서 얼른 찍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캐릭터가 가진 순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으며 김도연은 “감독님께 제 연기가 십대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른의 시선보단 있는 그대로 가볍게 가도 된다’라고 하셔서 고민이 풀렸다. 의도하긴 보단 비우면서 접근하니 제 안의 순수함이나 유쾌함, 발랄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룹 우주소녀 멤버 은서에서 배우로 스크린 데뷔하는 손주연은 방송연예과가 목표인 해맑은 푼수 은별을 연기했다. 이날 손주연은 “대본을 보며 감독님의 뇌구조가 궁금했다. 대사들이 짧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글로도 전해졌다”라고 출연을 결심하게 한 매력을 꼽았다. 극 중 분위기를 환기하는 ‘은별이의 브이로그’에 대해서는 “제가 촬영하면서 제일 자신 있었던 순간”이라고 꼽았다. 직접 셀카봉을 들고 후면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김 감독은 “셀카모드로 찍은 게 아닌데도 마치 그렇게 찍은 것처럼 연기를 잘해주셨다. 이게 ‘우주소녀의 짬’이라고 생각했다. 손주연 배우가 찍은 소스가 너무 좋아서 편집적으로 배너나 자막을 넣지 않고 컷만 사용해 편집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캐스팅 또한 손주연을 가장 먼저 확정 지었다고 밝히며 “영화의 신이 주신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독립영화계에서 부상 중인 기대주 정하담은 일본 종교에 심취한 오타쿠 민주 역을 열연했다. 이날 정하담은 “민주는 한본어(한국식 일본어)를 써서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하려 했는데, 감독님이 최대한 부자연스럽게, 번역기처럼 어색하게 들려도 된다고 톤을 잡아주셨다. 그후로 자신감이 생겨 감독님을 믿고 과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현장에서 웃는 적이 없는데, 이 현장에서는 NG가 날까 봐 웃음을 참을 정도로 너무 즐거운 영화였다”라고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이 작품으로 배우 데뷔하는 신예 강신희는 촬영감독을 꿈꾸는 내성적인 현정 역으로 눈도장을 찍는다. 강신희는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나고 꿈꾸는 것 같다. 제가 현정 역을 하게 될 줄 몰랐다”라며 “(함께하는 배우들이) 다 유명한 언니들이니까 가끔 옆을 보고 ‘나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 얼굴을 관객들에게 알릴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호러 코미디를 지향하지만, 제목의 ‘아메바’에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담겼다. 김 감독은 “‘아메바’는 사회에서 소외되곤 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뜻하지만, 그들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색깔이 있고 꿈이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라며 “경쟁에 지친 소재를 조명해보고 싶었다. 시대를 조명하고 웃음으로 위로해 보고자 했다. 수능이 소재지만, 다른 연령대분들이 보셔도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주안점을 밝혔다.그러면서 “시나리오의 시작은 사실 무겁다. 몇 년 전에 학업스트레스를 못이겨 생을 마감한 학생이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봤다”라며 “극 중 대사 중에 ‘넌 소중한 존재야. 꼭 기억해야 돼’가 있는데 그 먼저 간 친구, 한국 사회에 소외된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대사가 영화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김도연은 “학교 친구들과 보면 재밌을 영화”라며 “집에서 혼자 보면 나만 웃을 텐데 극장에서 함께 보면 같이 웃는 분위기가 즐거울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한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오는 11월 6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31 17:06
OTT

‘파친코2’ 강태주 “노아, 이렇게 갈망했던 역할은 처음” [IS인터뷰]

“이렇게까지 갈망하고 열망했었던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노아 역에 캐스팅됐을 때 정말 너무 기뻤죠.”배우 강태주는 ‘파친코2’에 합류하게 된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오디션만 3개월 동안 진행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2개월. 노아 역을 얻기 위해 무려 5개월이라는 지난한 캐스팅 과정을 거쳤다. 강태주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말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후회 없이 열심히 준비했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이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기다렸다”며 웃었다.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는 해방 전후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2022년 3월 시즌1에 이어 올해 시즌2가 공개됐다.강태주는 극 중 주인공인 선자(김민하)와 고한수(이민호) 사이에서 태어난 백노아를 연기했다. 고한수는 선자를 임신시키고도 책임지지 않으며, 선자는 이후 목사 백이삭(노상현)과 결혼한다. 이에 노아는 아버지를 백이삭으로 알고 성장하는데, 언제나 선자 주변을 맴돌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는 고한수에 대해 묘한 경계심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낀다. 강태주는 “노아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고 그 내면에 있는 혼란스러움과 걱정, 부담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노아가, 고한수가 아빠라는 걸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었어요. 수 휴 쇼러너(각본 및 총괄 프로듀서)와 감독님에게 ‘너무 헷갈린다’고 이야기했는데, 다들 ‘너가 지금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게 정답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혼란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강태주는 “노아가 가진 성격이 저와 너무 비슷하다”며 꼭 배역을 맡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아는 아버지(라고 알고 있는) 이삭의 착하고 올곧은 성품을 닮으려고 노력하면서 가난 속에서 가족들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밤새워 공부해 와세다 대학에 들어간 책임감 강한 장남이다. 동시에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기도 한 복잡다단한 인물이다.“노아의 고민이나 내면의 불안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모습이 제가 언젠가 했었던 고민이고 생각이기에 그런 정서를 꼭 전달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일본어 공부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일본어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꼭 하고 싶었죠.”강태주는 특히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 “‘고한수의 얼굴에 이삭의 영혼이 들어있다’는 반응이 기억난다”며 “사실 이민호 선배님도 저도 다 진하게 생긴 편이고 제가 노상현 선배님과 닮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이삭을 닮고 싶어 한 노아의 모습이 작품에 잘 표현된 것 같았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강태주는 이 작품에서 1995년 동갑내기인 김민하와 모자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작품을 보면서 동갑이라고 느끼셨냐”고 되물은 강태주는 “관객분들이 엄마 아들로 봐주실지 저희도 처음엔 걱정이 되게 많았다. 김민하가 선자를 너무 잘 해서 저는 그냥 따라가기만 했었다”고 말했다.“평소에 ‘태주야’, ‘민하야’ 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슛 들어가면 바로 감정 잡고 연기해요. 배우로서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저희가 항상 감정신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진짜 눈만 봐도 눈물 날 정도로 깊은 유대관계가 생긴 것 같아요.” 군 제대 후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강태주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한 끝에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 ‘귀공자’로 데뷔했다. 강태주는 “어릴 때부터 저를 표현하고 남들 앞에서 발표하고 능동적으로 해나가는 일들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대학 진학 후 모델 일을 조금 하다가 ‘자기표현의 끝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연기가 떠올랐다”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그런 그에게 ‘파친코2’는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자신감을 준 작품이다. 강태주는 인터뷰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파친코2’는 앞으로도 절대 못 잊을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파친코2’는 ‘이제 난 배우로서 계속 살아가야겠구나’라는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운명처럼 노아를 만났고, 촬영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그래요. 긴 여운과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도 천천히 노아의 여정을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어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28 05:55
영화

선자, 시골 처녀에서 엄마로…‘파친코2’ 김민하, 더 강한 울림 [RE스타]

배우 김민하가 ‘파친코2’에서 더욱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시즌1에서의 어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단단함을 이어가되 엄마가 된 선자의 모성애를 탁월한 연기로 그려냈다.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해방 전후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2022년 3월 시즌1이 공개됐고 약 2년 만인 지난 8월 시즌2가 공개됐다. 김민하는 극 중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시골 처녀 선자를 연기했다. 시즌1에서는 선자가 새로 온 생선 중개상 고한수(이민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사실 고한수는 이미 일본 여성과 결혼하고 딸도 있는 유부남이었고, 선자는 졸지에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다행히 선자를 눈여겨보던 목사 백이삭(노상현)이 선자의 그런 사연을 결혼을 하자고 했고, 그런 두 사람이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아이를 낳고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시즌2의 시작이다.주목되는 것은 시즌1과 시즌2에서 달라진 김민하의 연기 톤이다. 시즌1에서 세상 물정 몰랐던 시골 처녀가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져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을 그렸다면, 시즌2에서 김민하는 두 아들의 엄마로서 애틋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남편 백이삭이 일본에서 몰래 노동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가면서 선자는 두 아들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는데, 오사카 시장 한 구석에서 생계를 위해 김치와 국수를 팔며 꿋꿋이 생을 살아낸다. 김민하는 이런 선자의 모습을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확신에 찬 대사로 표현, 시즌1과는 다른 캐릭터의 변화를 탁월하게 구현했다. 김민하는 시즌2 공개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즌1에서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며 “아들과의 관계도 많이 나오는데 시즌1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모성애를 표현하려고 했다. 가족과의 관계성에서 오는 성장을 중점에 뒀다”고 전했다.백이삭이 죽은 후 선자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고한수와의 묘한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도 ‘파친코2’의 재미를 만들었다. 선자는 처음 부산에서 고한수에게 강력한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역시 그에게 끌리지만 이를 거부하며 남편과 아들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려 한다. 김민하는 고한수를 대하는 선자를 때론 생계를 위해 매달리면서도 때론 매몰차게, 때론 과거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며 행복했던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다채롭게 표현했다.김민하는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 2’로 데뷔했다. 이후 ‘학교 2017’, ‘검법남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파친코’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주목받았다. 차기작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오는 12월 미스터리 장르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선보인다. 내년에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영화 ‘폭로: 눈을 감은 아이’,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민하는 시즌2에서도 선자가 많은 고난에 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인상적인 연기로 보여줬다”며 “김민하는 많은 대사보다는 분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준비된 내면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에 앞으로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5 05:55
영화

류준열, 올해 BIFF도 빛냈다…“함께 할 수 있어 행복”

배우 류준열이 부산국제영화제 열흘 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충무로 대표 배우이자 영화인으로 맹활약했다.류준열은 지난 11일 폐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참석, 신예들의 연기를 심사하고 직접 시상에 나섰다.또 영화제 기간에는 최동훈 감독과 함께 영화 ‘외계+인’ 1, 2부 연속 상영 GV(관객과의 대화)와 야외 무대인사로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류준열은 프랑스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신작 ‘잇츠 낫 미’(It′s Not Me) 오픈 토크에 참여해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2015년 ‘소셜포비아’를 통해 처음 BIFF에 정식 게스트로 초대받았던 류준열은 제27회 BIFF 개막식 MC를 거쳐 또 한 번 영화제를 찾으며 대중에게 인정받는 배우이자 영화인으로서 굳건함을 증명했다.류준열은 “신인 배우 때 BIFF에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 추억이 그대로인 것처럼 올해도 역시 같은 마음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제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올해도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한편 류준열은 현재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연상호 감독 신작으로,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4 09:41
영화

노상현, ‘파친코’→‘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증명한 존재감 [RE스타]

날렵한 눈매와 낮은 목소리, 진중한 표정이 주는 과묵한 이미지. 하지만 차갑지는 않다.배우 노상현이 OTT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올해 선보인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두 작품 모두 호평을 얻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모델 출신인 노상현은 2015년 영화 ‘악인은 살아 있다’의 단역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영화, 웹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던 노상현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얻은 ‘파친코’ 시리즈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파친코’는 해방 전후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다. 노상현은 극 중 병약하지만 다정하고 올곧은 성격의 목사 백이삭을 연기했다. 이삭은 시즌1에서 주인공인 부산 영도에 사는 시골 처녀 선자(김민하)가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과의 결혼을 제안, 선자의 남편이 된다. 시즌2에서는 선자와 이삭이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삭은 노동 투쟁을 하다가 감옥에 잡혀들어가고 오랜 시간 투옥한 끝에 죽음 직전에 풀려난다. 이때 노상현이 펼치는 연기는 짧지만 강렬하다. 투옥 중 극심한 노역에 시달린 듯 양 볼은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마르고 혼이 나간 듯 초점 없는 눈으로 죽어가는 이삭을 표현했다. 동시에 사랑하는 선자와 두 아들을 두고 필사적으로 살아보려는 끈질긴 생명력을 순간 번뜩이는 눈빛과 낮고 진중한 목소리의 대사로 탁월하게 구현했다. 이 장면은 냉혹한 시대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의 내면에 있는 뜨거움을 시청자에게 느끼게 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파친코2’에서의 노상현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낙관성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주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갈구를 다 보여줬다”며 “‘파친코’의 주제 의식이 응축된 인물을 정확히 잘 몰입해서 표현했다”고 짚었다.노상현은 ‘파친코’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연기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이어갔다.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노상현은 극 중 게이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흥수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20대 청춘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에게 밝히기 어려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예민함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 이전에 본 적 없던 매력적인 캐릭터로 빚어냈다. 노상현은 게이 역할을 위해 실제 성소수자를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을 맞춘 김고은과는 동성 친구보다도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찐친 케미로 코믹하면서도 애틋한 우정을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관객 반응도 좋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지난 9일 5만3214명을 동원, 개봉일인 지난 1일 오프닝 스코어 5만2696명을 넘어선 관객수를 기록했다. 개봉 후 2주나 지났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이처럼 노상현은 올해 선보인 두 작품이 모두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는 평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배우들이 주로 강하고 선 굵은 역할 또는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개성 뚜렷한 작품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으로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였다.김 평론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노상현은 남성 동성애자 역할의 클리셰적인 이미지를 잘 견제하면서 입체성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이런 연기가 대중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얻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의 성장이 매우 기대되는 배우”라고 말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1 06:05
영화

[29th BIFF] “작품성 높이고 다양성 넓혔다”…넷플릭스, 영화시장도 흔들까 [종합]

넷플릭스가 새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을 공개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했다.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에서는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미디어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와 김병우, 김태준, 남궁선, 변성현, 연상호, 이태성, 한지원 감독이 참석했다.이날 김태원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2020년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전,란’까지 총 23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이에 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7편의 한국 영화 작품을 내년도에 선보이게 됐다”며 “이제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의 넥스트를 기대해 봐도 좋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선정 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딱 두 가지다. 작품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넓히는 것”이라며 “이미 극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만났던 감독님을 통해 작품성을 높이고, 신진 창작자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라인업도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액션,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SF, 애니메이션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신작 7편은 강하늘 주연의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 설경구, 홍경 주연의 ‘굿뉴스’(감독 변성현), 임시완 주연의 ‘사마귀’(감독 이태성), 김다미, 박해수 주연의 ‘대홍수’(감독 김병우), 공명 주연의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 류준열, 신현빈 주연의 ‘계시록’(감독 연상호)와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 등이다.먼저 ‘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스릴러다. 김태준 감독은 “84제곱미터는 우리나라 수많은 아파트를 대표하는 ‘국민평형’”이라며 “배경인 아파트 구현이 중요했다. 최대한 현실적인 톤을 놓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표현을 해보려고 스태프들과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다.‘굿뉴스’는 1970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 변성현 감독은 “여객기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라며 “공군 중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 국가 조직에 수반된 사람까지 세 명이 모여서 비밀스럽고 수상한 작전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짚었다. ‘사마귀’는 변 감독의 ‘길복순’ 스핀오프로,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액션물이다. 이태성 감독은 “‘길복순’에서 길복순을 제외하고 다 죽는다. 사마귀는 대사로 등장한 이름이다. 휴가 후 새 회사를 차리는데 포부처럼 되지 않는다. 여러 장애물을 이겨내는 청년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홍수’는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SF 재난 블록버스터물이다. 김병우 감독은 “스포일러가 될까 봐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재난 영화지만 재난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주 복잡할 수도 아주 심플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재난이란 장르를 통해 해보고자 했고 지금 후반 작업 중”이라고 알렸다.‘고백의 역사’는 1998년 열아홉 소녀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평생의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며 시작되는 청춘 로맨스다. 남궁선 감독은 “다들 지치는 일도, 서로 믿지 못하는 일도 많을 거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순수하고 좋은 게 남아있다는 감각을 사랑의 뉴웨이브로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계시록’은 ‘송곳’ 최규석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선보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이다. 연 감독은 “실종 사건 범인을 단죄하는 게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류준열, 신현빈이 출연하는데 거의 노메이크업이다. 리얼한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귀띔했다.마지막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 첫 K애니메이션 영화로,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 제이의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롱디 로맨스를 그린다. 한지원 감독은 “약간의 미래인 2050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김태리, 홍경이 목소리 연기를 해줬다”고 말했다.끝으로 김태원 디렉터는 “결국 첫 번째는 재미와 시청자다. 보편적 재미를 가지고 톡톡 튀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선정하고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건 ‘과연 우리 시청자가 좋아할까’”라며 “이것에 늘 주안을 두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철학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5 10:00
연예일반

[29th BIFF] ‘계시록’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전속계약? 늘 마지막이라 생각”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와의 전속계약 설에 입을 열었다.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에서는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미디어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와 김병우, 김태준, 남궁선, 변성현, 연상호, 이태성, 한지원 감독이 참석했다.이날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연이은 작업에 대해 “넷플릭스와 전속계약이 진짜로 있으신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지옥’으로 넷플릭스와 연을 맺은 연 감독은 지금까지 ‘정이’,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극본), ‘지옥 시즌2’를 함께했으며 ‘계시록’과 ‘가스인간’ 공개를 앞두고 있다.연 감독은 “매 작품 ‘이 작품이 (넷플릭스와 하는)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넷플릭스 시리즈, 영화를 연속적으로 하게 됐는데 당연히 극장용 영화를 할 생각이 있다. 내년에도 (극장용 영화)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넷플릭스가 공개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류준열, 신현빈이 출연한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5 10:00
영화

‘대도시’ 노상현, 숨겨왔던 수줍은 매력…김고은 베프로 ‘활짝’ [무비로그③]

첫인상부터 좀처럼 다가서지 못할 무게감이 있다. 각이 도드라진 서늘한 이목구비에 181cm의 훤칠한 키, 모델로서 주 무기였던 요소들을 배우 노상현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아낌없이 발휘한다. 단지 잘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살아본 캐릭터는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쉬울 수 있을 터다. 그럼에도 노상현은 이 영화와 재희를 택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향이 정반대인 두 남녀가 ‘동거’동락하며 그들만의 사랑법을 펼치는 이야기다. 박상영 작가에게 부커상 노미네이트를 안긴 동명의 소설 연작 중 에피소드 ‘재희’를 영상화했다.‘재희’는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이며, 화자인 남성 ‘나’는 그의 대학 동기면서 재희와 비밀을 공유하게 되며 오랜 세월에 걸쳐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재희는 ‘파묘’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김고은이 열연했으며, ‘나’는 영화에서 흥수라는 이름을 받아 노상현이 완성했다. 무려 그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키 차이부터 설레는 노상현과 김고은의 만남과 예고편부터 강조되는 두 남녀의 가까운 거리감이 언뜻 로맨스를 연상시키나, 극 중 재희와 흥수의 관계는 그렇게 정의할 수 없다. 남성을 좋아하는 흥수의 성정체성 때문이다. 소설에서 독자의 상상에 맡겨졌던 흥수가 노상현의 비주얼을 입으니 세상과 스스로 거리를 두는 그의 성격, 이를 만든 감춰둔 정체성까지 입체적으로 구현됐다.극 중 흥수는 사랑에 질색인 인물이다. 자라온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쉽게 자신을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노상현은 곁을 내주지 못하면서도, 외로움을 타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흥수의 기본값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비밀을 알고, 흥수의 세계에 성큼 발을 들인 재희와 동거하며 서로 못 볼 꼴까지 보는 흥수는 단지 ‘남자 사람 친구’가 아니라 때론 친오빠처럼, 때론 동생처럼 마음을 열어간다. 이를 표현하는 노상현을 두고 원작자 박상영 작가는 “무표정할 때 모습과 웃을 때 누그러드는 표정이 흥수와 굉장히 잘 녹아든다”고 평했다.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노상현은 “솔직 담백하게 쓰인 대사와 캐릭터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전반적으로 흥수 역할을 이해하려고 했다. 시니컬한 면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여리고 순수한 면도 있다. 실제 나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달리 두 사람의 13년간의 서사를 그리기에 20세 흥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노상현은 피부관리를 비롯한 스타일링은 물론, 목소리 톤도 올려 조금 더 까불었다고 덧붙였다.노상현의 표현력은 앞서 애플TV+ 시리즈 ‘파친코’(2022)를 통해 인정받은 바 있다. 주인공 선자의 남편 이삭 역으로 목사다운 사려 깊은 성격과 몸은 병약하지만, 내면이 단단한 캐릭터를 소화해 주목받았다. 지난 2015년 영화 ‘악인은 살아 있다’의 단역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노상현은 ‘파친코’를 비롯해 드라마 ‘커튼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전작에선 젊은 CEO, 밀수범, 원칙주의자를 연기한 노상현에게 이번 흥수는 그의 실제 ‘반전 매력’과 어우러질 예정이다. 최근 김고은과 함께 출연한 웹 예능 ‘살롱드립2’에서 노상현은 수줍음과 엉뚱함을 보여줬다. 내내 낯을 가리며 버벅거리면서도 관심 분야인 MBTI(성격유형) 주제에는 입이 터지는 가 하면 자기애에 관한 질문엔 “자신이 사랑스러운 순간이 잘 있냐”고 토로할 만큼 솔직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고은 또한 서서히 터놓고 친해졌다며 돌아봤을 정도다. 원작과도, 그 자신과도 어울리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노상현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한다. 이언희 감독은 “생각 이상으로 흥수를 살아있는 인물처럼 완성해 줬다. 노상현의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일 것”이라고 칭찬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25 06:00
스포츠일반

엄지 발가락으로 스마트폰 꾹꾹 눌러 담은 편지, '스마일 레이서'의 눈물 [패럴림픽]

마지막 패럴림픽, '스마일 레이서' 전민재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5에 결승선을 통과해 7위를 기록했다.레이스를 마치고 경기장 밖 바닥에 앉은 전민재는 취재진 앞에서 편지를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전민재는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힘든 상태지만, 발을 이용한 제스처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소통하고 있다. 전민재는 스마트폰에 쓴 편지를 음성으로 변환해 취재진에게 들려주다 연신 눈물을 훔쳤다. 4월 눈을 감은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구간에서는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전민재는 “자나깨나 항상 내 걱정과 ‘우리 (전)민재 최고’를 외치며 응원해 주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곁에 안 계시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텐데, 아버지께 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어 “마지막 패릴림픽이 될 것 같아서 메달을 꼭 따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으로 장애인 육상을 이끈 그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APG)를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다가 주변의 설득으로 파리 패럴림픽까지 가겠다고 결심했다.전민재는 선수 생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레이스에서 후회 없는 역주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비록 순위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전민재는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결심했다.전민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민재는 딱 2026 나고야·아이치 APG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때가 정말 마지막이다. 트랙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전민재라서다. 그래서 은퇴하지 않으려고 한다. 딱 그때가 마지막이다. 그때까지 전민재 선수 기억해 주시라”고 말했다.그는 또 “올해는 생활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오셔서 제 옆에서 손발이 돼 챙겨주셔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적 부분이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케어했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전민재는 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연습의 연습을 거듭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훈련했다”며 “마음속으로 매일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훈련했습니다”고 밝혔다.이어 “기록이 안 나올 때면 ‘이제 선수 생활은 그만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슬럼프에 빠지고, 기록이 잘 나오면 ‘열심히 하니 내가 연습한 만큼 좋은 기록으로 보상받는 것’ 같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이날 전민재는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선에서는 14초69를 기록해 2019년 두바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 14초68에 몹시 근접했다.전민재는 “전민재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원반월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친한 우리 잘생긴 이윤오 감독님, 전북체육회 직원분들, 류한의원 원장님, 국가대표장 성준 감독님, 국가대표 이수진 코치님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말했다.파리=공동취재단 2024.09.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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