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사랑의 이해’ 정가람 “전역 후 첫 작품, 군대서 돌아왔구나 싶었죠” [일문일답]
배우 정가람이 군 전역 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지난 달 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극 중 정가람은 청경 정종현으로 분해 과몰입 유발하는 연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샀다.
‘사랑의 이해’는 최고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현실적인 사랑을 그려내 마니아층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종영을 앞두고 만난 그는 “뒤로 갈수록 내용이 파국이 됐지만, 따뜻한 작품”이라며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추구하는 것이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니까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지는 않아도 내가 이 일로 인해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자신의 20대를 돌아봤다.
-‘사랑의 이해’가 막을 내렸는데.“1월 초에 촬영 끝났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 방영한 후 실시간으로 반응이나 기사도 뜨니까 알겠더라. 내가 군대에서 돌아왔구나 싶다. 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많이 낯설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같이 하시는 분들이 워낙 좋으셔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군백기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내가 다시 나와서 연기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나가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득했다. 군대에서는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과거도 되돌아봤다. 배우의 길만 걷다가 다양하게 사는 친구들 만나니까 내가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에너지를 얻었다.”-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일일이 확인하는 편은 아니다. 친구들이 ‘종현이는 왜 초반에는 밝다가 뒤로 갈수록 답답하냐’고 하던데 잘 표현된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군대 갔다 와서 TV에 나오니까 너무 좋아하신다. 드라마 자체를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시청률에 아쉬움은 없나.“시청률이 물론 더 잘 나오면 좋았겠지만, OTT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시청해주시더라. 뒤로 갈수록 입소문도 난 것 같아서 아쉽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하다. 드라마 자체가 보고 증발하는 느낌보다는 계속 이야깃거리가 있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을 때 기분 좋았다.”
-캐릭터에 공감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쉽지 않더라. 원작에서는 더 거칠게 나온다. 종현이가 수영이 뺨 때리는 걸로 나오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고민 많이 했다. 또 꿈이 경찰인데 폭력을 쓴다는 게 정말 안 맞더라.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 충실하게 하려고 했다. 종현이도 나중에 그렇게 한 게 후회되지 않았을까 한다.”-시청자 입장에서 이입된 캐릭터가 있다면.“상수가 다른 사람들한테 하는 배려가 좋았다. 뒤로 갈수록 종현이가 상수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였던 것 같다. 또 성공한 남자하면 은행원이 떠오르지 않나.”-정종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촬영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100% 맞는 캐릭터는 당연히 없겠지만, 나는 교집합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종현이가 밀양에서 서울로 상경한 친군데 나도 밀양에서 올라왔다. 나를 보는 느낌도 들고 공감이 되더라.”-밀양에서 상경했을 때 어땠나.“내가 몰라서 올라올 수 있었구나 싶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고 연예계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방법을 몰라서 사진 찍고 프로필 냈는데 연락이 안 오더라. 세상에 쉬운 일 없다는 게 조금씩 실감 났다. 나는 열정이 가득한데 이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없고 나중에 오디션 떨어졌을 때도 좌절을 많이 했다. 다행히 나는 그런 생각을 잘 털어버리는 편이라 버틸 수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난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말에 만족했나.“경찰이 된 종현이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고, 수영이가 지나가며 쓱 웃어준다. 종현이는 그런 수영이를 바라보며 경례를 하고 끝났다. 수영이는 옛 연인의 미소보다는 마치 어미 새가 아기새를 떠나보낸 마음으로 바라봐준다. 종현이에게 수영은 성장시켜준 사람이자 감사한 사람이다.”-자존감 낮은 정종현, 답답했다는 시청자도 많은데.“오히려 현실감 있다고 느꼈다. 20대가 다 똑같진 않겠지만 종현이는 상황이 녹록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려야 한다. 그 상황에서 끝까지 긍정적이라면 너무 드라마틱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다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이지 않나.”-감정적 신들이 많은데, 부담은 없었나.“뒤로 갈수록 감정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종현은 시험 결과로 증명을 못하고 실패하니까 더 작아지고 찌질해진 것 같다. 수영이는 사랑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종현이를 못 밀어내는 것 같더라. 끝난 관계인데 끝까지 붙잡고 가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유연석, 문가영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유연석 선배는 상수처럼 배려도 깊고, 촬영이 힘들어도 에너지 있게 해주신다. 저절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영 씨는 너무 편하게 잘해주신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훨씬 경험 많은 선배다. 똑똑하고 멋지더라.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다들 깊다.”
-군대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이도 20대에서 30대로 바뀌었다. 어릴 때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했다면 지금은 계획적으로 뭔가 해보려고 노력한다. 지킬 건 지키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20대 때 나를 알아갔다면 30대는 이런 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간달까. 조금 더 나이 들었다고 살도 잘 안 빠지더라(웃음).”-지난 20대를 되돌아보면 어떤가.“잘해온 것 같다. 밀양에서 태어나서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살고 있는데 해오려고 했던 것들이 어떻게든 다 이뤄졌다. 결과가 좋지는 않아도 내가 이 일로 인해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열심히 앞으로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배우는 목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꾸준히 롱런할 수 있고, 나중에 사람들이 봤을 때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사람 일 모른다고 어쩌다 훅 갈 수도 있지 않나(웃음). 지금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사랑의 이해’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뒤로 갈수록 내용이 파국이 됐지만, 따뜻한 작품이다.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추구하는 것이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니까 재밌더라.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 것 같다. 종현이는 사랑을 ‘빚’이라고 했는데 나는 사랑을 잘 모르겠다. 사랑만으로 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고 현실에서도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누구나 다 그렇듯이 사랑하고 싶다. 그래도 종현이 같은 상황은 안 오게 노력해야겠다. 사랑이 밥 먹여주진 않으니까(웃음).”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3.01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