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이노의 벼랑 끝 전술…'미국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 꺼내
결국 벼랑 끝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이 공개적으로 ‘미국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를 꺼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유예해달라는 청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미국 내 배터리 제품의 수입·판매 10년 금지를 받은 SK이노베이션은 청원을 통해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재앙적이다. SK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해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SK는 내달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을 앞두고 ‘공익’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청원에서도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로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프로젝트로 창출되는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지난달 10일 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결정 후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접촉하고 있고 통상교섭본부장 출신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인맥을 통해 미국 정치권과 교류하며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지아주의 주지사 브라이언 캠프와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요청하며 SK 편에서 지원 사격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6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26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캠프 주시사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규모에 해당한다면 반기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정치적 공세에 LG에너지솔루션도 조지아주에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까지 내세우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지만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파트너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수입 금지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조치를 내린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과 포드 전기트럭에 유예조치가 내려졌지만 설비투자에서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지아 공장 건설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며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ITC의 결정은 SK의 파트너들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거부권 불발에도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합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송비용만 계속해서 들어갈 뿐 영업비밀 침해의 결과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즉시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3.28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