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수행·정수빈 연달아 잡았다, 7년차 91순위 포수의 반란 "오래 걸렸습니다, 오래 있겠습니다" [IS 인터뷰]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KBO리그 도루 1·2위를 모두 잡아냈다. 8월 1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 1회 정수빈(45개)의 도루를 저지한 조대현(25·KT 위즈)은 2회 조수행(시즌 58개)의 2루 도루를 비디오 판독 끝에 저지하면서 강력한 어깨를 자랑했다. 이후 완벽한 블로킹까지 선보였다. 이를 중계하던 캐스터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라고 극찬했다. 프로 7년 차 10라운더의 반란이다. 2018년 2차 드래프트 10라운더 전체 91순위로 KT에 입단한 조대현은 올 시즌 실력을 만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프로 6년 동안 1군 무대에 선 건 단 6경기뿐. 하지만 올해 16경기에 나와 타율 0.391(23타수 9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사실 조대현은 공격보단 수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퓨처스(2군)에서 대부분의 프로 생활을 보낸 조대현은 206경기에서 타율 0.249(462타수 115안타)를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그의 탄탄한 수비를 눈여겨 봤다. 이강철 감독은 조대현을 두고 "어깨가 가장 좋고 블로킹 능력도 뛰어나다. 벡업 포수가 필요했는데, (조)대현이 덕분에 포수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라며 그를 칭찬한 바 있다.
하지만 조대현은 올해 공격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조대현은 "퓨처스에서 경기를 많이 뛴 게 도움이 됐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타격 쪽으로 유한준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재작년에 1군에 처음 왔을 땐 너무 잘하려고만 했는데, 올해는 할 것만 하자는 편안한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조금씩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원동력을 설명했다. 승리욕도 상당하다. 지난 21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파울 타구가 자신의 뒤로 살짝 뜨자 몸을 날려 잡아내려 했다. 아쉽게 공을 놓친 조대현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부상은 아니었지만 못 잡았다는 아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시를 돌아본 조대현은 "잡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못 잡았다. (투수) 김민수 형한테 미안했다. 내가 잡았다면 공 한 개는 더 줄일 수 있었던 건데 죄송해서 한동안 아쉬워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대현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평소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한 그는 "아무래도 포수다 보니 더 많이 웃으려고 한다. 투수와 야수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나. 일부러 더 밝게 하고, 안 좋아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팀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 넣고 싶어서 더 많이 웃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대현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라는 캐스터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해서 진짜로 '탄생'을 해야 말씀해 주신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후에 더 열심히 한 것 같다"라면서 "이 말을 기억하면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조대현은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열심히 에너지를 넣어 보겠다"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4.08.22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