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난 아무것도 아닌 선수"...대기록 앞두고 초연한 손호영, 부모님 직관에 더 반색 [IS 피플]
"아무것도 아닌 제가 언제부터 대기록에 도전한다고요."'연속 경기 안타' 부문 역대 4위에 오른 손호영(30·롯데 자이언츠)은 담담했다. 20년, 그 이상 나오지 않았던 기록. 희소성만 두고 보면 그 가치가 말로 설명이 어려울 정도다. 롯데팬을 넘어 야구팬 시선이 모이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 무명이었던 손호영은 오히려 무심(無心)한 듯 보인다. 손호영은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1회 초 무사 1·3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쳤다. 손호영은 이 안타로 지난 4월 17일 LG 트윈스전부터 이어가던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29경기로 늘렸다. 전날(18일) 박재홍(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명기(한화 이글스)와 함께 이 부문 역대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1위는 2003~2004 두 시즌에 걸쳐 3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박종호(은퇴)다. 2위이자 단일시즌 부문 1위는 '악바리' 박정태(은퇴)가 보유한 31경기. 손호영이 자이언츠 레전드가 남긴 기록에 2개 차로 다가섰다. 손호영이 고영표를 상대로 득점 포문을 연 롯데는 1회만 5득점하며 그동안 열세였던 고영표를 무너뜨렸다. 이날 타선이 폭발하며 13-5 대승을 거두고 2연패를 끊었다. 경기 뒤 만난 손호영은 "몇 번 얘기했지만, 기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언제부터 대기록에 도전한다고 의식하겠나"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의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이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 묻자 "꼭 그렇다기 보다 타격감이 (동반으로) 좋아질 시점인 것 같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손호영은 그러면서도 자신을 배려해 기록 얘기를 애써 하지 않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호영은 연속 경기 안타 행진에 대해 "내일 당장 끊겨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9경기 연속 안타를 친 19일 경기가 그에게 갖는 의미는 따로 있었다. 위즈파크 가까운 위치에 자택이 있는 부모님이 그가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방문한 것.
손호영은 "아마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은 오셔도 내가 선발 라인업에서 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모시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이번 시리즈를 보기 위해 오시길 바랐고, 19일 경기는 선발로 나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연속 경기 안타와 부모님이 오신 추억을 새긴 것 중 어느 쪽이 더 의미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부모님이 오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 경기, 매 타석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30경기 연속 안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선수 자신도 어색한 눈치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언제부터 대기록에 도전한다고요"라는 손호영의 말은 진심 같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자신이 기록에 연연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평정심, 기록에 무심한 모습이 박정태와 박종호를 소환한 게 아닐까. 손호영은 20일 30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한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6.20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