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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배두나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린 왜 이런 말에 감명받을까”[일문일답]

“태어나줘서 고마워.”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 없이 어른이 된 이들을 위로하는 이 대사는 이상하게 ‘브로커’ 속 주인공들 같은 특별한 경험이 없는 우리네에게도 위안이 된다. 8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취재진과 만난 배우 배두나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묵직한 한 마디가 준 감동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메시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공기인형’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다시 만났다. “2009년에 ‘공기인형’을 찍었고 작년에 ‘브로커’를 찍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감독님은 여전하더라. ‘맞다, 감독님이랑 일하면 이런 느낌이었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떤 점이 여전하던가. “테이크를 많이 안 간다. 사실 나는 테이크를 많이 가져가는 감독님들과 초창기에 작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공기인형’을 찍을 때는 ‘정말 이게 맞는 거냐’, ‘만족하신 게 맞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 이번 영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아기랑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기가 피곤하니까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가 나왔다. 아기가 보이지 않는 각도로 하고 인형을 들고 할까 그런 제안도 나왔다. 그런데 감독님이 ‘아기의 등도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 말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정말 등도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를 알아봐 주는 분과 12년여 만에 다시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다.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다.” -‘브로커’가 칸영화제에 초대됐는데 레드카펫에 함께 못 섰다. 아쉬웠겠다. “아쉬움은 컸지만, 촬영장에서 기사도 찾아보고 사진도 보면서 함께 즐겼다. 내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되게 좋아한다 사실. (웃음) 멋있게 딱 입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같이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레드카펫 위에서 빛나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레드카펫 끝나고 나한테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공식행사 잘 끝났다. 함께 걷기 위해서 턱시도 안에 스티커를 붙였다’면서 턱시도 안 사진을 보내줬는데, 거기에 내 사진이 있었다. 되게 짧은 이메일이었는데 감동적이고 고마웠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일본어로 쓴 오리지널 대본을 요청해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다. “사실은 대본이 여러 번 바뀌었다. 감독님이 영감을 받는 대로 계속 대본이 바뀌었고, 나는 ‘공기인형’ 때도 작업을 같이 해봤으니까 촬영 전까지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완고가 나왔는데 어렵더라. 배우가 하는 일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진짜로 현실에 있을 것 같아지도록 만드는 거잖나. 그러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약간 어려움을 느껴서 일본어 대본을 요청했다. 내가 연기한 수진은 스토리를 끌고 가는 역이 아니다. 대사가 많지 않아서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의 인생과 백그라운드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이런 사람인가?’ 싶게 알쏭달쏭했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어 대본을 봤는데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부분들이 있더라. 감독님과 그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몰입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 있나.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 우리는 왜 그런 말 한마디에 위안을 받을까. 참 현대인들의 삶이란. (웃음) 그 장면 대본 리딩을 할 때 되게 힐링을 받았던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아직 영화를 못 봐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되게 좋았다. 꼭 나한테 해주는 말 같았다. 아마도 감독님이 관객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겠지.” -아이유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전화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소영 역이라고 말을 안 하더라. 그냥 ‘이런 작품이 들어왔다’고 하기에 나는 소영 역이라고 확신을 했고, 무조건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넵, 무조건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 이 무슨 무뚝뚝한 여자들의 대화인지. (웃음)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이라는 걸 말해줬고, 감독님 믿고 맡기면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엄청 멋있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지질해 보이기도 한다. 그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공기인형’의 큰 주제도 ‘인간은 홀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 같다. 조금씩 허물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이 될 때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 그것이 나는 큰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2022.06.08 15:52
연예

[인터뷰] 배두나가 밝힌 #워쇼스키 #할리우드진출 4년 #도전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배두나(37)에겐 여유가 읽힌다. 배두나가 2012년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동안 라나 워쇼스키의 첫 TV 시리즈 '센스8' 시즌1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 '센스8' 시즌2 촬영 중이다. 4년 동안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인 걸까. 그는 훨씬 더 유연해졌다. 영어 대사는 한결 편해졌고, 할리우드 작품을 촬영할 때도 더 이상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은 이젠 덜해요. 촬영장도 편하고 영어 대사도 한결 자연스럽고 편해졌어요." '센스8' 출연 이후 해외에서 알아보는 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센스8'이 외국에선 유명해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인기가 많은 작품에 출연한 덕분이죠. '센스8'팀과 상파울로 촬영을 갔는데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센스8' 시즌2 촬영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두나를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 -할리우드에 진출한지 4년이 됐다."벌써 그렇게 됐다니 놀랍다. 할리우드에서 자리잡는데 워쇼스키 감독의 도움이 가장 컸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사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야심이나 욕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 쪽으로 관심이 아예 없었다. 우연히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하며 워쇼스키와 특별한 인연을 맺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어의 장벽이 있어도 나를 캐스팅해준 워쇼스키에게 고맙다. 영어도 못 하는 나를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캐스팅하는 건 무리수이지 않았겠나. 심지어 처음 오디션에 갔을 때 심지어 대사도 안 외워서 갔다. 대본을 보고 대사를 읽었다. '플란다스의 개' 이후로 오디션은 처음이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사를 읽는 내 연기 스타일을 보고도 캐스팅을 하고,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 나에겐 정말 큰 믿음을 준 분들이다." -영어 대사는 많이 편해졌나."원래 단순 암기를 좀 잘한다. 오랜시간 기억은 못 해도 순간 암기를 잘하는 편이다.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 대사도 활자로 적힌 건 금방 외우는 편이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의 경우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기도 한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나에게 당황스러운 일일 수도 있고, 또 할리우드 시스템은 그렇게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는 게 보편적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영어 대사가 많이 편해졌고, 대사 암기는 잘 하는 편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센스8' 촬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낀 건 없었다.(웃음)" -'센스8' 시즌2에선 액션신이 많이 늘었다던데."감독님께서 처음 나한테 준 캐릭터의 이미지가 '무술하는 비즈니스 우먼'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무술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그럼 6개월의 시간을 달라'라고 말했다. '코리아' 때 탁구도 '괴물' 때 양궁도 6개월 동안 연습했다. 그래서 이번에 액션을 준비하는데에도 6개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라나 감독님은 나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애(배두나)는 뭐든 해내는 친구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그래서 도저히 못 해낼 것 같은 신도 나한테 준다. 나는 그런 신을 받으면, 또 도전하고 해내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할 때 본보기로 내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액션을 못 했던)배두나도 (액션을 해냈는데) 하는데 너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 워쇼스티 감독과 내가 잘 맞는 건 그들은 내게 도전할 것을 던져주는 걸 좋아하고, 나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시카코, 런던, 나이로비 등 전 세계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다. 서울에서도 촬영한다던데."시즌1에서는 청계천, DDP, 남산이 나왔다. 이번에는 서울의 밤 거리가 나올 것 같다. 감독님이 헌팅 과정에서 아름다운 곳을 많이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건 아직 공개하기 힘들다." -여러 도시를 돌며 촬영하는 재미도 클 것 같다."그게 참 재밌고 신기하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사람과 나이로비에 있는 사람이 통화하는 신이 있으면 서울에서 한 번 찍고, 나이로비로 가서 또 한 번 찍는다.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찍을 수도 있는데 꼭 그 도시에 가서 찍는다. 재밌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로케이션은 시즌1에서는 베를린이었다. 이번에는 멕시코가 좋았다." -해외 여행도 많이 다니지 않나. 해외 페스티벌 등에 참여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여행으로 해외에 간 적은 없다. 그게 다 '센스8' 촬영차 간 것이다. 패션 브랜드와 관련된 행사 일정이나 영화 촬영차 해외에 간 김에 주변을 둘러보는 거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해외 여행을 간 적은 없다." -'센스8' 이후 해외에서 알아보는 팬도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아무래도 '센스8'이 외국에선 소개된 지 오래됐고, 유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알아보는 사람이 확실히 많이 늘었다. 상파울로 촬영을 갔는데 '센스8' 팀을 많은 분들이 알아봐서 깜짝 놀랐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한 소감은."일단 작품이 시작되면 7개월 정도 매일 같이 있다보니 친해질 수 밖에 없다. 배우들끼리 다 같은 호텔에서 지내다보니 자주 뭉쳐서 논다. 예의와 격식을 차리는 사이가 아닌 한 식구처럼 편한 사이가 됐다. 감독님이 각 도시를 맡은 주인공에게 티 타임 호스트를 하라고 했다. 그때는 모든 배우가 빠짐없이 다 모여야한다. 8월에 한국에서 촬영하면 내가 호스트로서 티타임을 준비해야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떤 티와 디저트를 준비해야할지 고민이다.(웃음)" -'센스8'에 윤여정·이경영·이기찬 등 한국 스타들도 출연했다."우리끼리 평소 대화할 땐 한국어로 하다가 촬영이 시작하면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그게 좀 웃긴 것 같다. 다들 영어 대사의 힘든 점을 공감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참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1과 다른 시즌2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시즌1이 인트로덕션이었다면 시즌2는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인물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됐으니, 시즌2에선 그 스킬을 쓴다. 시즌1에서 나는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이제 칼을 갈고 나온다. 시즌2에선 다양한 액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할리우드 활동을 준비하는 한국 배우들에게 팁을 준다면."혼자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라면 사실 할리우드에서 활동이 힘들 수 있다. 그래도 모든 혼자 하라고 하고 싶다. 매니저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 보다 혼자 가서 부딪히고 일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혼자하면 현지에 있는 스태프나 배우들과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작품 활동을 고르게 하는 것 같다."내가 천칭자리라서 그런가.(웃음) 어딘가 하나에 꽂히기 보다는 균형있게 하는 게 더 좋다. 한국 영화도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이번에 '터널'을 찍으면서 정말 행복했다. 한국 사람들의 특유의 정을 오랜만에 느껴서 좋았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일단 9월 말까지 '센스8' 촬영을 할 것 같다. 다 찍고 나서 좀 쉬고 싶다. 한국 드라마나 또 다른 한국 영화도 찍고 싶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제공=넷플렉스 2016.06.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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