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단신 국대 듀오' 야구는 신장 아닌 심장으로, "국대에서 증명할게요" [항저우 2022]
“키로 야구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표팀에서 증명해야죠.”(지찬)“키는 시선의 일부일 뿐, 제 역할에만 집중하겠습니다.”(성윤)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는 특이한 스펙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1m63㎝. KBO리그 최단신 선수 두 명이 모두 국가대표에 승선한 것. ‘작은 거인’ 김지찬(22)과 김성윤(24·이상 삼성 라이온즈) 최단신 듀오가 프로 데뷔 첫 태극마크와 함께 한국의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프로 4년차 김지찬의 대표팀 승선은 일찌감치 예견된 바였다. 2루수와 유격수,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에 올 시즌 96경기에서 타율 0.294 13도루를 기록하며 작전 수행 능력까지 증명한 김지찬은 6월 발표된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첫 성인 대표팀 생활이 어색하기만 한 김지찬은 “형들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기술적인 것부터 생활적인 면까지 많은 것을 배우겠다”라고 말했다.
김지찬만큼 김성윤의 대표팀 생활은 더 어색하다.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탁’이었기 때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빠진 외야 자리에 후배 김현준(삼성)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정작 교체 발표가 났을 때 불린 선수는 김성윤이었다. 후반기 타율 0.354(팀내 1위·리그 8위) 쾌조의 타격감과 빠른 발, 상황에 맞는 작전 수행 능력이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대표팀에 뽑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많이 당황했지만, 지금은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2루수와 유격수가 가능한 김지찬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과 박성한(SSG 랜더스)·김주원(NC 다이노스) 등과 경쟁하며 키스톤 콤비 자리를 오갈 예정이다. 외야수도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외야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타석에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만큼 상·하위 타순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찬은 “어떤 상황이나 어느 포지션에 나가든 잘할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준비를 잘 하고 있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성윤도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대표팀 외야수가 4명밖에 되지 않아 제한적인 상황에서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작은 체구에도 한 방을 때려내는 힘도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선발은 물론, 대타·대주자·대수비 경험도 많아 다양하게 기용될 예정이다. 김성윤은 “어떤 역할이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려고 한다. 팀(삼성) 형들도 너무 과하게 의욕적으로 하기 보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하라고 조언해줬다”라며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최단신 국대 듀오’. 두 선수의 동반 발탁 소식에 주목을 받은 것은 그들의 키였다. 하지만 김성윤은 “키는 남들이 보는 시선의 일부일 뿐이다”라면서 “대회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지찬 역시 프로 입단 초부터 “키로 야구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줄곧 말해왔다. 그는 “이제 그 말을 대표팀에서 증명해낼 때다”라면서 이를 악물었다.
윤승재 기자
2023.09.2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