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반쪽 선수·척골 부상 이겨낸 배정대, 가장 높은 무대에서 빛났다
KT 위즈 선발 투수 소형준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를 앞두고 "우리 팀에서는 배정대 선배가 가장 잘 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준비 기간 보여준 좋은 타격감과 선수의 기세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후배'의 예감을 현실로 만들었다.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핵심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KT는 4-2로 승리했다. KS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할 확률은 73.7%(38번 중 28번)이다. KT가 창단 첫 KS 승리와 함께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뒤 휴식일이 길었다. 타자들의 실전 감각이 2차전 이후 회복된다고 볼 때 (그전까지는) 투수가 잘 버텨줘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1차전 KT 선발 투수로 나선 윌리엄 쿠에바스는 감독의 바람대로 잘 던졌다. 초반 기세가 중요한 단기전 첫 경기에서 3회까지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커브가 돋보였다. 1회 초 선두 타자 정수빈, 2회 무사 1루에서 상대한 양석환 모두 커브를 결정구로 삼진 처리했다. 4회 첫 위기도 커터-커브 조합으로 넘어섰다. 1사 1루에서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고 2·3루에 놓인 그는 양석환를 공 3개로 삼진 처리했다. 볼카운트 커터와 커브를 차례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후속 박세혁도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보여준 뒤 커터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KT는 4회 말 1사 2·3루에서 장성우가 희생플라이를 치며 선취점을 냈다. 하지만 쿠에바스도 일격을 당했다. 5회 초 1사 후 강승호에게 중월 3루타를 맞았다. 후속 김재호에게 희생플라이까지 내줬다. 1-1 동점에서 맞이한 7회 말 공격. 배정대가 균형을 깼다. 투수 이영하의 2구째 시속 134㎞ 높은 코스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배정대는 지난 2시즌(2020~21) 이영하를 상대로 타율 0.375(8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강했다. 가장 높은 무대에서도 일격을 가했다. 역전에 성공한 KT는 7회 2점을 추가했고, 상대 추격을 1점으로 막아내셔 승리했다. 배정대는 지난해 KT 주전 중견수로 올라선 선수다. 수비 능력은 리그 정상급으로 인정받았지만, 타격 능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2019년 5월,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고 우측 척골 골절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정대는 2020시즌 대비 스프링캠프에서 잠재력을 증명했다. 이숭용 단장은 " 데이터를 보니 타구 속도가 전년보다 훨씬 빨라졌다"며 "자신 있게 '지켜봐 달라'로 말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배정대를 주전 중견수로 낙점했다. 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간판 타자 강백호를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전환시키는 모범도 감수했다. 배정대는 성장했다. 2020시즌 타율 0.289를 기록했고, 외야수 중 가장 많은 보살을 기록하며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올 시즌은 타격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8~9월 2할대 초반에 머물며, 시즌 타율 0.259를 기록했다. 하지만 KT의 순위 경쟁 달아오른 10월 마지막 주에 좋은 타격을 보여주며 반등했다. KS 첫 경기에서 결승 홈런까지 때려냈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5 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