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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경구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의 섬세함을 신뢰했죠” [IS인터뷰]

“허진호 감독님이 아무거나 주진 않았을 거란 믿음이 있었죠.”설경구가 장동건, 김희애 그리고 수현과 한 식탁에 둘러앉은 이유를 허진호 감독으로 꼽았다.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진 네 사람이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물로,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터셀러 소설 ‘더 디너’를 재탄생시켰다. 최근에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로 관객과 만난 허 감독이지만, 설경구는 그의 초기작을 선명히 기억했다. 그는 “전부터 허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제가 ‘박하사탕’에 출연하고 감독님이 ‘8월의 크리스마스’ 하실 때부터 알던 사이다. 그 인연에 비하면 출연은 늦은 편”이라며 “‘보통의 가족’은 감독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작품인데 감독님의 섬세함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양의 대사를 밀도있고 집중력있게 담은 것은 허 감독의 연출력이라 치켜세웠다.이번에 맡게된 재완 역은 이익을 위해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다. 설경구는 “사람에겐 다 양면성이 있다. 배우로 치면 무대 뒤와 앞의 모습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재완은 딸의 범죄를 마주하며 그를 수습하기 위해 실리를 따져가며 여러 수를 고민한다. 재완과의 특별한 닮은 점은 찾을 수 없었으나 그의 행동 원리를 이해하고자 접근했다고 밝혔다.“재완이 졸렬해 보이더군요. 피해자 가족에게 몰래 봉투를 건네 마음의 부채를 탕감시키려 하는 것이요. 우산으로 가려 CCTV를 피할 수 있으니 일부러 비오는 날을 선택한 것 같고, 또 병원을 찾아가는 장면도 마치 범인이 현장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죠.” 설경구는 변화하는 재완의 행보에서 반성보다는 이성을 읽어냈다. 그는 “재완은 다각도로 딸이 잡히면 어떻게 될지, 수를 계산해 보고 결정을 내린 거다. 심경의 변화보단 그 나름 일관되게 이성적인 것”이라며 “부모로서 아이들의 대화를 CCTV로 봤을 때 그런 모습으로 성장했다가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을 거다”라고 덧붙였다.“만약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자수 시킬지 굉장히 고민스럽긴 하죠. ‘부모의 책임’도 한가지로 답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자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죠.”작품을 두고 ‘구강 액션’이라고 칭한 설경구는 이 작품의 스펙터클을 대사에서 짚었다. 딸 역 배우 홍예지를 두고 “악마같이 잘했다. 대사들이 비수처럼 꽂혔다”고 칭찬한 그는 “빌런들이 자식이고, 주먹질도 안 하는 데 폭력적이다. 그 어떤 액션영화보다 센 작품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서로 다른 입장과 신념을 가진 네 가족을 함께 완성한 배우 장동건, 김희애, 수현과의 합을 두고는 “영화에서도 세 차례의 식사 장면이 길게 나온다. 촬영은 더 오래 했는데 저는 오히려 집중됐다. 네 명의 합이 잘 맞았다”라고 돌아봤다.특히 어린 부인 지수 역 수현을 언급하며 “따로 말하지 않으면 김희애 씨와 제가 부부인 줄 알 텐데 그런 언밸런스함이 외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면서 “식사 장면보면 긴장감이 넘친다. 클로즈업을 하면 가족 같아 보이지만, 풀샷으로 보면 다들 말에 가시가 있다. 그런 불안함과 균열을 허 감독님이 담고자 하셨다”고 짚었다.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 19회를 달성한 ‘보통의 가족’을 향한 열띤 반응에 대해 설경구는 “예상 못했다. 해외에서 호평받아도 한국 시사회는 재판장에 가는 심정이었다”며 웃었다.“다양한 세대가 보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해요. 부모님이라면 자녀들과 꼭 봤으면 합니다. 어떤 교육보다 이 영화가 낫다고 느낄 부분도 많을 겁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6 06:00
연예일반

‘더 에이트 쇼’ 천우희 “호불호 갈리는 이야기라 더 좋아, ‘8층’ 연기 만족감” [IS인터뷰]

“호불호가 갈리는 이야기라 좋아요. ‘더 에이트 쇼’는 공식대로 받아들이는 작품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토론할 수 있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배우 천우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 대해 “웃음으로만 볼 수 없는 씁쓸한 메시지도 담긴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 에이트 쇼’에 출연한 천우희와 인터뷰를 가졌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관상’, ‘더 킹’, ‘비상선언’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천우희를 비롯해 류준열,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가 ‘더 에이트 쇼’ 참가자 8인으로 분했다. 천우희는 극 중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광기로 투영한 8층 역을 맡았다. ‘더 에이트 쇼’에서 8명의 참가자는 ‘뽑기’로 층수를 배정받게 되는데, 8층을 뽑은 천우희는 최상위 계층으로 가장 큰 권력을 쥔 인물이다. 8층 캐릭터에 대해 천우희는 “‘이번에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8층은 ‘더 에이트 쇼’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8층은 줄곧 상의를 탈의하고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해 범상치 않은 비주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천우희는 “대본을 읽고 이번만큼은 저한테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겠다 싶었다. 계획했던 것들을 이번 작품만큼은 다 벗어던지고 직관과 본능에 따라 연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8명이 한 공간에 나오다 보니까 움직임이나 표현에 제한이 많아서 저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춰가면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상 작품을 선택하거나 연기를 할 때 꽤나 많은 도전을 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분명히 들 때도 있는데, 그런 의심을 스스로 좀 이겨냈다는 만족감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천우희는 현재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도 출연 중이다. 공교롭게도 ‘더 에이트 쇼’와 함께 두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능력이 있는 복귀주(장기용)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천우희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수상한 여자 도다해 역을 맡아 장기용과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펼치고 있다.천우희는 “징크스가 있는데 한 2년 동안 했던 두 작품들이 항상 겹쳐서 공개될 때가 많았다. 홍보도 항상 같이하게 돼 아쉬울 때가 많긴 하다”며 “그래도 아예 다른 장르, 다른 색깔의 연기를 동시에 보여드리는 게 나름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천우희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도다해 봤다가 8층 보니까 이입이 안 된다’는 분들도 계시고, 재미있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다르게 연기하지’라는 반응이 가장 기분 좋은 댓글이었다”고 뿌듯해했다.“저는 정말 겁이 많은 편인데 그런 두려움이 저를 계속 도전하게 하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해냈을 때 오는 만족감이 자신감이 돼요. 8층을 떠나보낼 때 ‘해방이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만약 시즌2가 나와서 8층을 또 하라고 하면 또 거리낌 없이 할 것 같아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5.31 06:05
연예일반

[IS신작] 2달 늦어진 ‘강심장VS’, 뭐가 달라졌을까

SBS 예능 ‘강심장VS’가 새로워진 MC 군단과 포맷으로 돌아온다. 당초 10월에 방송될 예정이나 2달 늦춰진 12월 5일에 방송된다. 시기가 늦어진 만큼 PD와 제작진들은 이를 갈고 준비한 분위기다. 과연 ‘강심장VS’가 고전을 금하지 못했던 ‘강심장리그’를 딛고 시청률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심장VS’는 지난달 5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간 방송된 ‘강심장리그’의 새로운 버전. 메인 MC였던 강호동과 이승기가 빠지고 전현무, 문세윤, 엄지윤, 조현아 4명이 MC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동욱 PD는 “‘강심장리그’ 때는 ‘강심장’의 레트로 감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강심장’ MC였던 강호동, 이승기를 섭외한 것”이라면서 “‘강심장VS’부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가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들 모두 우스갯소리로 ‘무심장’이라 할 정도로 전현무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후문. 김동욱 PD는 “이번 ‘강심장VS’기획 단계에서부터 전현무를 염두에 두고 회의했다. 워낙 대세 아니냐. 특유의 깐족거리는 진행 방식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또한 먹방이나 리얼리티 예능에서 활약하던 문세윤의 진행도 색다른 관전 요소다. 여기에 유튜브 웹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엄지윤과 조현아를 투입해 MZ세대도 겨냥했다. 다만 방영이 두 달이나 밀린 데 대해 우려도 있다. ‘강심장리그’가 지난 8월 15일 12부로 막을 내리며 10월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새 시즌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으나, 편성이 두 달이나 밀린 12월 5일로 잡혔기 때문. 이에 대해 김동욱 PD는 “10월에는 ‘아시안 게임’ 편성이 있었고, ‘스우파2’ 등 동시간대에 쟁쟁한 경쟁작이 많아 적절한 시기를 검토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방송 날짜가 미뤄진 만큼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졌다. ‘강심장리그’는 과거 ‘강심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강호동과 이승기가 12년 만에 재회하며 기대를 모았다. 방송 당시 평균 시청률은 2~3%대로, 동시간대 예능 중 1위를 차지했지만 ‘강심장’ 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심장리그’는 10명에서 20명 정도 되는 스타들과 함께 토크를 진행했는데, 자극적이기만 하고 알맹이 없는 토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김동욱 PD는 ‘강심장리그’ 당시 부족했던 부분들을 인정하며 “게스트를 5명에서 6명 정도로 확 줄였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깊게 들을 수 있도록 포맷을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김동욱 PD 및 제작진들은 시청자 지표 중 2049 시청률이 좋았던 점을 살려 가족들이 함께 토론하며 볼 수 있는 ‘밸런스 게임’ 형식의 포맷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밸런스 게임’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극과 극 상황을 제시, MC 군단 및 게스트들은 자기의 생각을 토대로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술 좋아하는 연인 VS 술 싫어하는 연인’ ‘100억 자산가지만 이상형과 정반대인 사람 VS 완벽한 이상형이지만 아무 것도 없는 사람’ 등 자신들의 취향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주제들로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는 ‘VS게임’이라고도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과연 ‘강심장VS’가 ‘강심장리그’ 때 부족했던 면을 채우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심장VS’는 내달 5일 오후 10시 20분 첫 방송된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1.21 06:15
연예일반

[2023 K포럼] '오징어게임 신화' 김지연 "K콘텐츠는 '김치', 비율이 중요하죠"

"너무 독한 젓갈을 쓴 김치를 외국인에게 한국 고유의 맛이라며 건네면 소화가 안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치즈를 넣으면 실패하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제작해 전 세계를 휩쓴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는 K콘텐츠를 '김치'에 비유하며 이처럼 밝혔다.김지연 대표는 11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JW메리어트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포럼'에서 'K콘텐츠를 통한 대한민국 브랜드 세계화 전략' 세션에 패널로 참석했다.김지연 대표는 "특정 소재(놀이)로 해외 팬들을 어떻게든 사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며 "(시즌1의) 기대를 충족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포커스를 두는 것은 인물들의 교감과 게임들이 스토리를 얼마나 잘 보여주는가다"고 말했다.시즌1의 경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처럼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게임을 하면서 목술을 걸 수 있겠느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흥행이라는 목적보다 원초적인 호기심에 더욱 집중했다.K콘텐츠의 차별화 경쟁력을 묻자 김지연 대표는 "다이내믹함이 한국 콘텐츠 전반에 존재한다.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는 뛰어난 역량도 있다"며 "개인 관계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내용이 많아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다"고 말했다.또 "한국 사람들은 밀집해서 살다 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며 "타인의 정보와 감정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콘텐츠로 발현했을 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오징어게임 시즌2의 힌트도 일부 내놨다. 김지연 대표는 "재미있는 게임들을 연구해서 스토리에 녹여 넣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김지연 대표의 싸이런픽쳐스는 지난 2021년 시즌1이 공개와 함께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게임'의 제작사다. 투자사와 대중의 관심 밖에서 10년 이상 묵혀 있었던 각본에 한국 문화와 놀이를 적절히 배합해 K콘텐츠의 매력을 제대로 전파했다.골든글로브 한국 배우 첫 남우조연상과 미국배우조합상 남자·여자배우상은 물론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김지연 대표는 "전 세계가 한국을 지금처럼 주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며 "기존에 잘 된 것을 똑같이 카피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대한민국이 브랜드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K포럼은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한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9.11 14:19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 합심] 감독의 소통과 투수의 고집

지금까지 이런 대화는 없었습니다. 감독이 결정을 발표했는데 선수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의 판단에 대해 선수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LG 염경엽 감독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 선수 이야기 입니다. 고 선수가 최근 경기에서 패전과 세이브의 롤러 코스터를 타자 염 감독님이 공 배합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선수의 강점은 속구다. 우석이가 변화구 욕심이 많다…속구를 바탕으로 피칭 디자인 하기로 했다…포수를 포함한 미팅에서 공 배합을 포수 중심으로 가져가기로 좋게 이야기를 끝냈다"고 미디어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감독은 "소통했다"고 말합니다.고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 배합을 바꿨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슬라이더가 약하다는 감독님 말씀에 초구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경기 나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공 배합은 나중 문제로,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수는 "자신도 고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짜 소통'에 대해 좋은 공부거리를 찾았습니다. 야구팀 이야기지만 다양한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두루 살필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관점과 의견 있으시면 coachjmoon 지메일으로 보내 주십니다.#솔직한, 그러나 불충분한 대화감독이 판단에 선수가 다른 부분을 말합니다. 권위적인 위계질서 아래서는 쉽지 않은 장면입니다.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에 주목합니다.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오픈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관계라는 증거입니다. 상대 입장을 존중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다른 팀이라면, 다른 선수였다면 어땠을까요. 염 감독님과 고 선수가 우리 야구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야구에도 MZ 세대의 힘이 느껴집니다.그렇지만 충분하진 않았네요. 소통했다지만 선수는 답답한 심정이 남았습니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 많이 못 보셔서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감독은 변화구 비율이 높은 것을 '선수의 욕심'이라고 표현했고, 선수는 이에 대해 더 해명하고 싶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당시 미팅은 토론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그런데 아십니까. 대화는 심정을 듣고 이해하는 쪽이고 토론에선 논리가 경쟁합니다. 토론으로 흐를 때 상대를 이기려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앞에 있는 상대는 적이 아니라 같은 팀입니다. 목표는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 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전략적인, 그러나 진단이 달랐다 앞으로 다른 팀 벤치, 다른 팀 타자의 계산이 복잡해 질 겁니다. 고 선수의 패턴이 이전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패턴은 쉽게 분석되고 공략당합니다. 강력한 팀 전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선두를 지켜가는 LG 야구가 이번 이슈를 거치며 잠재적인 위험요소까지 점검, 대비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이슈는 매우 전략적입니다.진단이 다른 부분은 좀 더 챙길 부분이 아닐까요. 감독은 공 배합, 선수는 밸런스에 널뛰기 피칭의 원인이 있다고 봤습니다. 원인 분석이 다르면 대처가 달라집니다. ‘고집’을 넘어 서로 ‘통’하려면 충분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양한 데이터와 관찰의 내용 등을 놓고 전문가로서 접근이 가능합니다.감독의 지시가 내려지면 일단 받아 들여야 합니다. 수정할 부분은 결과를 보고 다시 바꾸면 되고 책임은 감독이 집니다. 지시를 따르는 게 팀 퍼스트입니다. 그건 구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드림팀'의 작가 세인 스노(Shane Snow)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9년 1~2월호에 실린 ‘일할 때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법’에 소개한 내용입니다. "의견 불일치는 불편할 수 있지만 좋은 대화보다 진전을 이루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많다…승자는 없고 우리가 진전을 이르면 팀이 이긴다…판단하지 말고 질문하고, 좋은 의도라고 가정하라…"*덧붙임= 고 선수가 "모든 공을 베스트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을 말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과거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그와 비슷한 생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드리고 싶네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9.11 07:30
메이저리그

두 차례 수술 극복+특별한 투구 시퀀스...류현진 서사에 현지 매체도 열광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기를 보낸 베테랑 투수의 성공적인 복귀와 선전. 심지어 두 번째다. 이런 서사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건 어떤 커뮤니티나 마찬가지 아닐까. 2승째를 거둔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향해 미국 매체와 구단, 야구팬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카 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며 토론토의 10-3 승리를 이끌었고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류현진은 주 무기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커터)뿐 아니라 105~7㎞/h에 불과한 저속 커브로 리그 대표 ‘출루 머신’ 조이 보토와 신성 내야수 엘리 데 라 크루즈를 제압했다. 상대 투수 헌터 그린은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 힘과 패기의 상징인 젊은 파이어볼러가 3이닝 동안 10피안타 9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완급 조절’ 능력으로 관록을 보여준 류현진의 투구가 더 돋보였다. 이날 토론토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는 ‘류현진 폼 미쳤다’라는 한글 문구를 게재했다. 경기력이 절정에 오른 선수들을 향한 국내 스포츠팬의 인터넷 신종 표현을 인용한 것. 이날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은 한 번도 90마일(144.8㎞/h) 이상 찍히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에서 직구로 몸쪽 루킹 삼진을 잡는 등 변화구 조합과 정확한 제구력으로 위력적인 투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효과적인 구종 조합으로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던지는 모든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평가했다. MLB닷컴도 “류현진이 감탄사가 나올 만큼 빠른 공을 던지진 않았지만, 영리한 투구를 보여준다. 타자의 스윙 의지를 잘 알고 있다. 공격적인 타자는 그런 류현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신시내티전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기량을 갖춘 선수인지 보여줬다”라고 했다. 이날 상대한 신시내티 지역지 인콰이어러 소속 찰리 골드스미스 기자는 “70마일 대 커브로 신시내티 타자들을 제압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은 2015년 받은 어깨 수술로 복귀가 불투명한 재활기를 보냈다. 하지만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새 무기 커터를 앞세워 평균자책점 1위(2019시즌 2.32) 올스타전 선발 등판, 사이영상 최종 3인 선정 등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랐지만,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팔꿈치는 이전까지 이미 두 차례 칼을 댄 부위. 류현진은 다시 일어섰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올 시즌으로 4년 계약이 끝나는 류현진의 연장 계약 당위성을 전하기도 했다. 1년 또는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이면 합리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상대적으로 느린 공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능력과 MLB 진출 뒤에만 두 차례 긴 공백기를 이겨내며 얻은 경험. 류현진은 MLB에서도 특별한 선수다. 국내 야구팬은 다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21 20:03
산업

아버지와는 다른 '현대가' 정의선·정기선의 MZ세대 소통법

‘현대가’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제조업·중공업 등의 색채가 강했던 현대차그룹과 HD현대는 아버지 세대의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이미지도 탈바꿈하며 '오너리스크'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젊은 총수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했던 현대가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복장 자율화로 인해 회사에서 패션쇼를 열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타운홀미팅을 하는 게 현재 ‘현대가’의 달라진 분위기로 요약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대의 전유물이었던 ‘넥타이 부대’, ‘군대식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 회장은 스타트업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복장부터 바꿨다. 여름철에 반바지를 입은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던 형식적인 대면보고 대신 이메일 결재로 바꿨다. 게다가 급한 상황은 SNS 보고와 결재가 가능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님 시절에는 양산차 생산에 집중하는 문화였고, 아무래도 대면보고 형식이 많았다”며 “정의선 회장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 복장 자율화라든지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사내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를 위해 MZ세대와의 소통법이 눈에 띈다. 대학 캠퍼스에서 대학생을 만나는 등 MZ세대와의 대화를 통해 미래 방향을 그려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소탈한 행보로 인해 정의선은 ‘갓의선’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지난달 11일 정 회장은 연세대 경영대학의 한 강의실을 찾아 수업 및 학생 토론을 참관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 자리에서는 학생들에게 ‘소맥’도 따라주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호성 기아 사장과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 등도 함께 참관한 가운데 정 회장은 MZ세대와 소통의 즐기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MZ세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 정확하고, 제가 방향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대차그룹은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지난 달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인 '갓생 한끼'에 첫 주자로 나선 정 회장은 '꿈을 위한 갓생 그리고 불굴'을 주제로 MZ세대들과 교감했다. '목표를 위한 도전' 과정에서의 깨달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05년 기아가 위기에 빠졌을 때를 언급한 정 회장은 “회사가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어서 은행을 찾아다니며 돈도 많이 꿔봤고,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저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내부 팀워크였다”며 “그때 배운 것이 컸다”고 했다. HD현대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가 체제로 바뀐 뒤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은 지휘봉을 잡으면서 젊은 이미지로 변모하고 있다. 우선 창립 50주년을 맞아 중공업의 이름을 과감히 버리는 등 그룹명부터 바꿨다.1982년생인 정기선 사장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HD현대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그는 밸런스 게임에서 ‘육아와 야근’ 중 “야근을 택하겠다”고 아빠로서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해 공감을 샀다. 최근 임직원들이 모델로 참석한 ‘GRC(글로벌R&D 센터) 패션쇼’를 보며 멋진 비즈니스룩을 소화한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정기선 사장은 신입사원과의 솔직 토크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MBTI는 용의주도한 성격의 유형인 INTJ고, 민초(민트초코)파라고 소개하는 등 직원들과의 소통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사장이 이전 경영진과 달리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 소통하며 친근감을 높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6.01 07:00
연예일반

‘맑은 눈의 광인’ 안유진 ‘런닝맨’ 뜬다 “전소민=롤모델”

그룹 아이브가 ‘런닝맨’에 출연한다.29일 방송되는 SBS ‘런닝맨’에서는 안유진이 예능광(光)으로 재탄생해 예능감을 대방출한다.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안유진은 오프닝부터 “(유재석) 너무 메뚜기 같다”, “달리기를 하면 제가 이길 것 같다”고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 분위기를 후끈 달아 올렸다.이를 지켜보던 전소민은 “내 스타일이다. 너무 좋아”라며 깜짝 고백했고, 안유진은 “사실 제 롤모델”이라 밝히며 꿀 케미를 이어갔다. 지켜보던 멤버들은 “둘이 뭔가 비슷하다”고 반응하며 두 예능광(光)인의 만남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밸런스 토론 미션에서 안유진은 계속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하면, “앞으로는 이렇게 해라!”라며 폭풍 반론을 펼치는 등 토론에 과몰입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멤버들은 “아 너무 좋다”, “이건 국룰로 정해졌다”라며 ”라며 지지했고, 아이브 멤버들도 “유진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라며 맹신하는 모습을 보여 안유진의 입담 내막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안유진의 활약상은 29일 일요일 오후 6시 20분에 방송되는 ‘런닝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1.28 11:27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누가 테드 윌리엄스를 깎아내렸나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찰리 로는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주장하며 윌리엄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로는 엉덩이 회전보다 체중 이동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50년 논쟁…뒷발 타격 vs 앞발 타격 윌리엄스가 강조하는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히팅 포인트가 축발(오른손 타자의 오른발)에 가깝다는 뜻으로 ‘뒷발 타격’이라고 불렀다. 로는 이 타격을 저격하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엉덩이를 크게 돌리면 바깥쪽 공에 대응하기 어렵고 ▶당겨 치면 삼진과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크며 ▶타자들이 홈런을 친 순간을 보면 뒷발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아울러 로는 윌리엄스와 정반대의 이론을 주장했다. 메이저리그(MLB)의 위대한 타자를 비디오로 분석한 결과, 타격 순간 앞발에 체중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베이브 루스(통산 714홈런)를 넘어선 행크 애런(통산 755홈런)이 그런 것처럼 콘택트 순간 뒷발이 지면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즉 앞발에 체중이 실려야 하고, 뒷발에서 앞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좋은 타격을 하는 비결이라는 게 로의 이론이다.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은 1970년대 로가 타격 코치로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주목 받았다. 이는 곧 윌리엄스 타격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하체 움직임을 통해 파워를 쓰는 방법뿐 아니라 배트를 쥔 손을 쓰는 방법에서도 이견을 보였다.두 타격 이론은 50년 동안 맞붙었다. 그래서 결론이 나왔을까? 아니다.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과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은 각자의 해답이었을 뿐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엉덩이 회전력만을 이용해 타격하는 타자는 없다. 마찬가지로 체중 이동을 통한 추진력으로만 칠 수도 없다. 극단의 주장 사이에서 타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길을 찾아야 한다.두 타격 이론에서 난 어떤 유형의 타자였을까? 대부분은 내가 로테이셔널 히팅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 타격이 윌리엄스의 이론과 비슷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그렇다고 내가 ‘뒷발 타격’만 한 건 아니다.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직선 운동(체중 이동)과 회전 운동(엉덩이 회전)이 다 필요하다. 나는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상대적으로’ 더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다 근력이 떨어진 30대 중반에는 체중 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려 했다. 즉 한 타자의 스윙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내가 ‘뒷발 타격’을 하려고 해도 투구가 내 마음대로 오는 게 아니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맞춰 힙턴을 하는데 변화구가 날아들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나는 뒷발에 집중돼 있던 무게중심을 앞발로 옮겼다. 오른 무릎으로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제때 회전력을 살리지 못한 걸 추진력으로 만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난 ‘뒷발 타자’일까? 아니다.다른 사례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MLB에서도 거포로 성장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일본)의 타격을 유심히 봤다. 그의 메커니즘은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에 가깝다. 왼손 타자인 그는 로딩 때 앞발(오른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는다.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가 놓으면서 강한 엉덩이 회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폭발한다. 그가 2021~2022년 홈런 80개를 터뜨린 장면을 몰아보기 해보자. 히팅 포인트만 비교해도 절대 똑같지 않다. 임팩트가 뒷발에 이뤄지는 건 과장된 표현이다. 보통 타자 배꼽 앞에서 콘택트를 하면 포인트가 뒤에 있다고 한다. 오타니가 때린 홈런의 히팅 포인트는 다 다르다. 배꼽부터 앞발까지 40~50㎝에 이르는 구간에 넓게 퍼져있다. 엉덩이 회전으로 만드는 힘과 체중 이동으로 얻는 힘을 모두 쓰는 것이다. 다만 비중이 다를 뿐이다.이승엽 선배는 1990년대부터 ‘외다리 타법’으로 유명했다. 앞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디디며 힘을 폭발했다. 체중 이동을 중시했으니 이승엽 선배는 로의 이론대로 친 걸까? 아니다. 힘을 모으는 과정은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이지만, 임팩트 순간에는 어느새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었다. 타격 후 이승엽 선배의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고 빙글 돌았던 이유였다. 답이 없다는 게 정답이다훌륭한 타자들은 대부분 직선 운동과 회전 운동을 모두 활용한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가 있다. 현대 야구에서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한 타자는 빅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기록자인 배리 본즈 같다. 약물 스캔들로 얼룩지긴 했으나, 강한 회전력을 만드는 그의 스윙은 MLB 역사에 손꼽힐 정도였다. 반대로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쓰는 타자도 있다. 크지 않은 체격으로 2020년 KBO리그에서 30홈런을 치고 MLB에 진출한 김하성은 전형적인 ‘앞발 타자’다. 그는 몸을 앞으로 전진(체중 이동)해서 모든 공을 찍어 치는 데 탁월하다. 하체 움직임도 좋지만 오른손을 쓰는 기술이 워낙 뛰어나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일반적으로 윌리엄스의 뒷발 타격은 파워 히터에게 더 좋다고 한다. 힘은 충분하니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타격하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로의 이론은 정확성이 높은 타자가 장타력을 보강하기에 알맞다는 주장이 있다.이 말에 나도 대체로 동의한다. 전성기 시절 내 타격 영상을 보면 뒷발(오른발)이 지면에 딱 고정돼 있다. 흔히 말하는 ‘공을 받쳐놓고 치는’ 타격이었다.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의 특징이다. 파워가 충분한 시절이니 투구를 기다렸다가 또박또박 받아친 거다.그러나 30대 중반이 된 2016년 이후 내 타격 장면을 보면 뒷발이 앞으로 쓸려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즉 체중이 앞으로 이동하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에 가까워진 것이다. 힘이 달리니 그렇게 된 것이다.이런 연구와 논쟁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윌리엄스의 말이 맞다거나, 로의 이론이 옳다는 게 아니다. 타격은 ‘종합 예술’이라는 점이다.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은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그 공을 둥근 배트로 쳐내는 타격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일(윌리엄스)”이다. 그래서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과학적 연구와 수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내 경우는 어땠을까? 내 타격은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윌리엄스 이론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윌리엄스는 하이 패스트볼을 칠 때 투구의 윗부분을 다운컷하는 느낌으로 타격하라고 했다.내가 이해하기로 윌리엄스의 말은 ‘투구 스피드에 밀릴 때 타자는 타이밍을 빨리 잡으며 공을 내리찍어야 한다’는 조언 같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난 그러지 않았다. 윌리엄스가 활약한 시대와 달리 현대의 투수들은 패스트볼부터 느린 변화구의 구속 차이를 잘 이용한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 변화구 대응이 어려워진다. 또 하이 패스트볼을 내려치면 왼 어깨가 열리는, 즉 ‘벽’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그게 도어스윙이다.그래서 난 하이 패스트볼을 무리하게 쫓아가기보다는 내 스윙 밸런스에 더 집중했다. 타이밍은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 중간 정도로 잡았다. 히팅 포인트를 내 몸통 가까이 두고, 내가 예측한 것보다 공이 빠르게 날아오면 순발력으로 대응하려 했다. 타구에 힘을 더 실으려 노력했고, 꼭 높은 공을 타격해야 할 때는 올려서 쳤다. 나는 윌리엄스와 대척점에 서 있는 로의 이론에서 타격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도 많았다.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야 한다. 타격은 두 이론이 서로 부딪히면서 함께 고민하는, 아주 긴 토론이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25 07:30
프로야구

역시 천재? 경기 중에 투구폼 바꾼 소형준

선발 투수가 등판 직전 받은 조언을 바로 실전에 적용하고 응용해 투구 자세를 바꿨다. 그리고 한 경기 만에 체화했다. KT 위즈 선발 투수 소형준(21) 얘기다. 소형준은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달 1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와인드업 투구 키킹(kicking)에 변화를 줬다. 지난 2시즌(2020~2021)은 그저 왼쪽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는 평범한 키킹이었다. 지금은 상체와 허벅지가 직각이 되는 지점에서 한 차례 멈춘 뒤 발끝을 축이 되는 오른 다리 쪽으로 살짝 당겼다가 앞(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내디디고 있다. 다리를 드는 높이는 이전보다 조금 낮췄다. 두산전 등판을 앞두고 캐치볼을 하던 소형준은 제춘모 불펜 코치로부터 "(몸의) 무게 중심을 뒷다리(오른쪽)에 싣고 투구하는 시도를 해보자"라는 조언을 들었다. 체중 이동을 할 때 신체 중 가장 무거운 머리가 흔들리지 않는 밸런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야 구위와 제구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 물론 제춘모 코치의 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의미였다. 당장 투구폼을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경기에 나선 소형준은 바로 변화를 줬다. 1회는 제춘모 코치가 몸소 시범 보인 키킹 동작을 시도했다가, 2회부터는 자신의 몸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소형준은 "공을 던지다 보니까 다리를 이전보다 낮게 들고, 살짝 멈춰 보니 축이 되는 다리(오른쪽)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았다. 머리의 움직임도 줄어든 느낌이다. 제구도 이전보다 내가 원하는 로케이션에 들어가고 있다. 몸 상태에 따라 제구가 잘 안 잡힐 때가 있었는데, 이전보다 투구 기복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아래로 조금만 떨어져도 제구나 구위에 영향을 미치는 게 투구다. 그만큼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경기 중에 투구 동작에 변화를 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보통은 스프링캠프나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몸에 익힌다. 제춘모 코치는 소형준을 향해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감탄했다고. 소형준은 데뷔 첫 시즌(2020) 9번째 등판을 뒤 보름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관리를 받았다. 이때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컷 패스트볼(커터)을 배웠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무브먼트(움직임)가 비슷해 고민했고,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꺾이는 빠른 공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소형준은 이때 익힌 커터를 자신의 주 무기로 만들었다. 이강철 KT 감독조차 감탄할 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여줬다. 2020년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은 2021시즌 첫 8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하며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러나 3년 차인 올 시즌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등판한 8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소형준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투수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을 해내며 제2의 괴물 투수로 기대받았다. 2년 차 성장통을 극복하고 다시 비범한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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