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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차세대 주역 탄생”…‘폭군의 셰프’ 이채민, 사극판 다크호스 등극

사극판 다크호스의 등장이다. 배우 이채민이 tvN ‘폭군의 셰프’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폭군의 셰프’에서 절대 미각의 폭군 이헌 역을 맡은 이채민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부터 슬픔을 그린 감정 연기, 설렘 가득 로맨스까지 해내며 이채민 이름 석 자를 안방극장에 새롭게 각인, 시청자의 마음에 파고들었다.지난 3, 4회 방송에서는 개기일식 날 사냥에서 만난 연지영(임윤아)을 궁으로 들인 이헌(이채민)이 대신들의 거센 반발과 후궁 강목주(강한나)의 모략에도 불구하고 연지영과 그의 요리에 마음을 여는 모습이 그려지며 새 국면을 맞이했다. 이헌은 연지영을 보며 어머니 폐비 윤씨를 떠올렸고, 궐 내의 질투와 반대에도 자신의 미각을 사로잡은 연지영을 수라간 대령숙수로 임명해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강목주의 계략과 인주대왕대비(서이숙)의 시험으로 경합이 벌어지자 이헌은 승리한 숙수 한 명만 살리고 나머지는 팔을 자르겠다는 냉혹한 조건을 내걸며 왕으로서의 강단을 드러낸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된 대왕대비를 향한 냉랭한 태도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이어 자신과 연지영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강목주가 꾸민 판임을 알게 된 이헌은 분노에 휩싸이며 새로운 갈등의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한편, 폐비 윤씨의 죽음의 단서를 쫓던 자신의 심복 이장균이 일을 당하자 이헌은 더욱 깊은 내적 혼란에 빠졌다. 홀로 술에 기대어 아픔을 삼키던 이헌의 앞에 연지영이 나타났고, 이헌은 과거의 상처와 연지영을 향한 감정이 뒤엉키며 눈물 어린 입맞춤을 선사, 극적인 엔딩을 완성했다.극 중 광기 어린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 이헌으로 분한 이채민은 냉혹한 군주의 모습 뒤에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복수심과 고독을 지닌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본 적 없는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연지영을 향한 호기심을 반전 매력으로 풀어내며 첫 방송부터 원석의 발견을 알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보이스톤과 눈빛의 섬세한 강약 조절로 폭군의 냉혹함과 군주로서의 위엄을 엿보이는가 하면, 다채로운 맛 표현과 더불어 연지영에게 애틋해져 가는 마음을 밀도 있게 담아내 극의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이끌며 ‘로코의 보석’으로 거듭나고 있다.무엇보다 첫 사극 도전임에도 장르에 걸맞은 무게감과 카리스마를 발휘해 강렬함과 섬세함을 펼쳐내며 장면 장면을 완성, 왕으로서의 권력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새로운 국면을 맞은 로맨스까지 아우르며 차세대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바. ‘폭군의 셰프’는 매주 토을,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9.01 09:42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화나는 감정에 속지 마세요, 두들기는 샌드백을 둬도 소용없더군요

검은색 가죽으로 된 샌드백을 세워 놓았습니다. 웬만한 사람 크기였고, 엄청 무거웠습니다. 실내 훈련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있던 프로야구팀(NC 다이노스) 창단 초기의 이야기입니다. 선수단에 사연 많은 선수가 있었습니다. 야구를 중간에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한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지나왔던 만큼 그들은 절실했습니다. 그렇지만 거칠었던 면도 있었습니다. 초기에 팀워크를 맞추기 위해 선수끼리도, 지도하는 코치진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베테랑 코치님 아이디어로 샌드백이 등장한 것입니다. "선수들이 화를 풀어낼 도구가 필요하다. 자칫 벽을 치다가 다칠 수도 있는데 차라리 샌드백을 들여놓는 게 낫겠다. 억울하고 열받을 때 손이나 방망이로 샌드백을 두들기면 풀리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마산야구장 더그아웃 뒤쪽에 놓았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분노의 주먹세례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조용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억울한 상황이 사라진 걸까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엄한 감독님이 계셨기에 화가 나고 폭발 지경까지 갔더라도 더그아웃 바로 뒤에서 샌드백을 '퍽퍽' 두드려 팰 정도로 대찬 선수는 없었습니다. 상당한 비용을 주고 들여놓은 샌드백이 아깝기는 했지만 그걸 보면서 오히려 흥분을 가라앉히게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샌드백도 잘못 때리면 손목을 다치기도 하는데 차리라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의도했던 쓰임새가 사라지면서 샌드백은 결국 실내 훈련장 귀퉁이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습니다.그 시절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상대 팀 유망주 투수가 경기 초반에 무너지면서 교체된 뒤 마산 구장의 원정 라커룸 근처 화장실 문짝을 부숴버린 겁니다. 뛰어난 재능으로 촉망받던 기대주였는데 그날 경기는 마음대로 풀어가지 못했습니다. 마운드에서 내려간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짝을 날리고, 변기 뚜껑을 걷어찼습니다. 예전 마산 구장은 오래되고 공간이 좁아 큰 소리가 나면 조용히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구장 관리 직원들이 놀라서 쫓아가 보니 선수는 사라지고, 소동의 흔적만 남았습니다.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새로 문짝을 달고, 부서진 뚜껑을 교체했습니다. 비용은 그 선수의 소속팀 운영팀으로 청구해 받았습니다. 해당 선수가 돈을 냈는지는 모릅니다. 당시 저희는 시설 파손 시 선수 부담을 내부 규정으로 명시했습니다.그 선수는 어떻게 됐을까요. 일단 한순간 화를 크게 내고 문짝을 부술 정도로 힘을 썼지만 다행히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사건 이후 해당 선수의 경기나 인터뷰를 챙겨보게 됐습니다. 인기 팀 소속이어서 미디어나 팬의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선수도 이후 부상 등 우여곡절을 겪어서인지 말의 내용과 행동이 시간이 갈수록 모범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노련미를 뽐내며 멋지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순간 절제력이 무너졌다고 해도 그것이 그의 인품이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좋은 사례입니다. 최근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롯데의 인기 외야수 황성빈 선수가 경기 중 더그아웃에 설치된 에어컨 송풍구에 펀치를 날린 장면이 미디어와 팬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5일 사직 야구장에서 실책으로 교체된 뒤 벌어진 일입니다. "너무 거친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황 선수는 다음날 선수단에 피자를 돌렸고, 사과했습니다. 일각에서처럼 황 선수 행동을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이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끓어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스포츠의 일부입니다. 억제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공격적으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 어떤 의미일지 배우면서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무해한 표출의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고, 적절한 훈련도 마련돼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치솟는 분노를 즉각 배출하게 되면 뭔가 해결된 것 같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기감정에 속지 마세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8.05 09:00
PGA

"분노 조절 치료부터 받아라" 분노의 라커룸 훼손 클라크, US오픈 개최지로부터 '출입 금지' 통보

'분노 조절 치료를 받았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US오픈' 개최지 오크몬드 컨트리클럽(CC)이 선수에게 '출입 금지' 통보를 했다. 무슨 일일까. USA 투데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크몬드 CC가 최근 회원들에게 회장 명의의 편지를 전송, 윈덤 클라크(미국)에게 출입 금지를 통보한 사실을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오크몬드 CC는 지난 6월 제125회 US오픈이 열린 곳이다. 그런데 클라크가 대회 도중 라커룸 문짝을 훼손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클라크는 지난 14일 US오픈 2라운드에서 8오버파의 성적으로 컷 탈락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하우스 라커룸 문짝을 부쉈다.이 사실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졌고 클라크는 사과했다. 클라크는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깊이 후회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크몬드 CC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오크몬드 CC는 편지에서 "미국골프협회(USGA)와 논의 끝에 클라크에게 우리의 시설을 이용할 수 없도록 조처했다"라며 "클라크가 다시 이곳에 출입하기 위해선 손해배상과 기부활동을 하고, '분노 조절 치료'를 받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크몬드 CC는 1903년 개장한 곳으로, US오픈이 10차례(1927, 1935, 1953, 1962, 1973, 1983, 1994, 2007, 2016, 2025년)나 열린 곳이기도 하다. 2033년에도 열릴 예정이다. 세계랭킹 28위이자, PGA 투어 5승, 2023년 US오픈 우승자인 클라크로선 이번 일로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향후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분노 조절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주형이 지난해 10월, 인천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안병훈에게 패해 준우승한 뒤 라커룸 문을 파손한 바 있다. 당시 김주형은 "조금 힘을 줘서 문을 열었더니 문짝이 떨어졌다"라고 해명했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경고 징계를 내렸다.윤승재 기자 2025.07.17 08:46
드라마

[IS인터뷰] ‘귀궁’ 감독·작가 “오컬트→로맨스 혼합… 퇴마 장르 선입견 깨지길”

“전 세대 다양한 시청층이 ‘귀궁’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시청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귀신이나 귀물이 때때로 등장하지만, 너무 무섭게만 느끼지 않도록 표현의 수위를 조절했죠. 주요 인물들에게 코미디를 가미하기도 하면서요. 퇴마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면 목표를 이룬 것 같습니다.”SBS 금토드라마 ‘귀궁’의 윤성식 감독과 윤수정 작가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설명했다.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육성재)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와 맞닥뜨리며 생기는 갈등을 다룬 판타지 드라마다. ‘귀궁’은 지난 4월 9.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지난 7일 자체 최고인 11.0%로 종영했다. 앞서 SBS 금토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거뒀던 만큼,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터다. 윤수정 작가는 “혹여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많은 걱정을 했다. 첫 방송이 되기 전 일주일 내내 악몽을 꿀 정도였다”며 “믿기지 않는 높은 첫방 시청률이 나왔고 그 이후 쟁쟁한 경쟁작들이 있었음에도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K귀신을 다루는 ‘귀궁’은 여러 귀신의 서사를 다루기보다는 ‘팔척귀’라는 귀신을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끌고 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윤성식 감독은 “오컬트 판타지 액션물 장르로 기대한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극 초반에는 그런 장르적 색채가 드러나긴 했지만 애초부터 ‘귀궁’은 오컬트·로맨스·휴먼·코미디의 혼합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수정 작가는 “‘귀궁’의 초반 기획은 에피소드 구성이었다. 드라마에 나온 귀신들 외에 준비했던 귀신들이 더 있었다. 디테일한 스토리까지 다 준비를 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선보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러 제작 여건상 ‘에피소드 구성은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장르적 쾌감의 요소가 줄어든 것이 아쉬우나, 반대로 각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성의 재미, 디테일한 감정 묘사에 힘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귀궁’의 모든 무속 장면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검증된 방식을 취했어요. 무속을 단순히 퇴마나 기복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실존했던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라는 인식에서 출발했죠. 계승하고 보존해야 할 한국 전통문화라는 접근으로 모든 무속 장면을 묘사하는데 신중함을 기했습니다.” (윤성식 감독) ‘귀궁’은 2m가 넘는 팔척귀를 CG가 아니라 실제 배우인 서도영이 직접 분장하고 연기를 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윤성식 감독은 “팔척귀는 천금휘라는 인물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반의 전쟁 장면과 마지막 회의 천도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배우가 직접 연기할 필요가 있었다”며 “귀신이지만 그 눈빛에서 고통, 슬픔, 원한, 분노가 표현되어야 했고, 이후 드라마의 전개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가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특수분장으로 가려져 있더라도 하나의 인물로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의 연기가 화면에 잘 드러나면서도 귀물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나올 수 있도록 특수분장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고 덧붙였다. 윤성식 감독은 주연 배우에 대해서도 “육성재, 김지연, 김지훈 세 사람 모두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각 캐릭터를 분석하고 소화하기에 충분한 연기력과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라며 “함께 소통하고 작업하는 동안 언제나 유쾌했고 그 열정과 실력에 놀랄 때가 많았다. 어려운 작품, 난이도가 높은 연기, 힘든 일정 등을 잘 견뎌준 배우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귀궁’에는 결국 희망은 다시 인간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해지는 것이 인간이지만, 또 타인을 위해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내어주는 것 또한 인간이니까요.” (윤성식 감독)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6.23 06:05
드라마

‘귀궁’ 김지훈, 능글→진지 매회 연기 차력쇼 갱신

‘귀궁’ 김지훈이 지닌 비밀이 밝혀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지난 10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귀궁’ 8회에서는 왕 이정(김지훈)이 직접 수살귀를 꺾고 위기를 탈출한 이후 왕가를 노리는 어둠의 세력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과정이 펼쳐졌다.앞서 이정은 스스로를 미끼로 삼아 강철이(육성재)와 함께 수살귀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을 구하려던 강철이 오히려 위험해지자 그를 구해내는 등 문무를 겸비한 만능 군주의 면모를 입증했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강철이 건네준 화살촉을 떠올린 이정의 재치가 빛을 발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이에 더해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린 김지훈의 호연이 명장면을 탄생시켰다.또한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 이후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이정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는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건강을 회복한 중전(한소은)을 찾아갔고,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와락 끌어안으며 설렘을 유발했다. 걱정과 안도, 사랑과 분노가 한데 섞인 이정의 복잡한 심정은 김지훈의 눈빛과 어조, 세심한 표정 연기를 통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김지훈은 캐릭터의 능글맞은 매력도 놓치지 않고 그려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정은 강철이와 여리(김지연)가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 중이라는 것을 눈치챘고, 일부러 여리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며 그의 질투를 유발했다. 간밤의 격렬한 대립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강철이를 골탕 먹이고 은근하게 미소를 띠는 그의 모습은 안방극장의 실소를 자아냈다.우여곡절을 겪으며 깊은 유대감과 동료애를 키워가는 듯한 이정과 강철이, 여리였지만, 이정이 지닌 비밀이 드러나며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여리의 외할머니 넙덕(길해연)이 십수 년 전 이무기 강철이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 왕가를 위협하는 팔척귀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끝까지 이를 감추려던 이정도 마침내 체념하며 모든 진실을 밝혔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악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이목이 집중됐다.이렇듯 궁중을 잠식한 악귀들을 물리치려는 ‘퇴마 트리오’의 이야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나날이 강력해지는 이정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각인시키는 김지훈의 열연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정의 다채로운 면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그의 노련한 완급 조절이 빛을 발하며 매회 안방극장에 새로운 재미를 선물하고 있다.배우 김지훈의 활약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되는 ‘귀궁’에서 만나볼 수 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5.11 18:23
예능

박항서, 안정환에게 패배 후 분노 조절 실패… “눈치 보는 거 처음 봐” (‘뭉찬4’)

천하의 안정환이 눈칫밥을 먹는 모습이 그려진다.11일 방송되는 JTBC 대표 스포츠 예능 ‘뭉쳐야 찬다4’(연출 성치경 / 작가 모은설 / 이하 ‘뭉찬4’) 6회에서는 ‘판타지리그’ 개막전 이후 네 감독들의 대기실 풍경이 그려진다. 감독으로서 스승을 이긴 안정환과 ‘조축’의 높은 벽을 느낀 박항서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박항서가 계약 해지까지 선언한다고 해 궁금증을 더한다.이날 첫 경기 이후 다시 대기실에 모인 감독들은 대선배 박항서에게서 느껴지는 암울한 분위기에 눈치만 본다. 안정환도 “죄송합니다”라면서 눈치를 보고, 김남일은 “정환이 형이 눈치 보는 거 처음 봤다”며 ‘뭉찬’에서 처음 보는 진풍경에 신기해한다.박항서는 “확실히 ‘조축’은 좀 다르다”며 “이렇게 열받을 줄 몰랐는데 은근히 짜증 나네?”라고 슬슬 올라오는 분노를 표출한다. 급기야 그는 “파파클로스와 계약을 해지해야 하나”라며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는데. 과연 다른 세 감독이 박항서에게 찾아온 후폭풍을 진압하고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호기심이 치솟는다.안정환을 향한 박항서의 뒤끝은 다음 경기인 김남일의 ‘싹쓰리UTD’와 이동국의 ‘FC라이온하츠’ 게임까지 이어진다. 맞대결 상대에서 같은 해설위원으로 나란히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 박항서는 안정환의 말에 계속 태클을 걸고, 커피 셔틀을 시키는 등 계속 그를 공격한다. 이에 안정환은 박항서에게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때 볼 뽀뽀 해주신 데서 아직 여드름 난다”고 소심하게 반격을 시도한다고 해 기대를 모은다.한편 김남일과 이동국은 필드에서 지략으로, 안정환과 박항서는 해설 테이블에서 입담으로 맞붙게 된 1라운드 두 번째 경기 현장은 오는 11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JTBC ‘뭉쳐야 찬다4’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5.09 08:11
예능

제2의 주현영‧지예은 누구…’SNL 코리아’ 신입 차경은‧조민경‧모모코 출격

쿠팡플레이 코미디 쇼 ‘SNL 코리아 시즌 7’(‘SNL 코리아7’)의 신입 크루 차경은, 조민경, 아라타 모모코가 활약을 예고해다. ‘SNL 코리아7’ 신입 크루 3인 차경은, 조민경, 아라타 모모코가 본격적인 베일을 벗고 회차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합류한 크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SNL 코리아’에 완벽히 녹아드는 재능을 발휘하며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앞서 물음표에 가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던 메인 포스터에서도 신입 크루 3인의 얼굴이 노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차경은은 같은 답변만 반복하는 백화점 직원부터 정치 풍자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SNL 코리아’ 작가까지 현실을 완벽하게 고증한 패러디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기세를 이어 서예지 편에서는 권혁수의 소개팅녀로 등장해 청순한 매력을 뽐냈고, 논란과 의혹을 병적으로 의식하는 ‘팔랑귀’ 기자로 변신한 모습에서는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놓는 활약을 펼쳤다.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 출연하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각광 받고 있는 차경은은 “그토록 바라던 ‘SNL 코리아’에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설치류 캐릭터’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조민경은 고양이로 ‘분노 조절 장애’를 컨트롤하며 ‘지예은 조련사’로 활약한 데 이어 정치 이몽을 겪고 있는 남편 김원훈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예민한 아내로 첫 등장부터 대박 기운을 터뜨렸다. 앞서 단편 영화에서 주연 배우로 활약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조민경은 신입 크루임에도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빠르게 스며든 침투력으로 매화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조민경은 “대한민국 최고의 라이브 쇼에 함께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활력을 전달해 주는 새로운 피로 활약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인 출신 아라타 모모코는 수줍어하면서도 19금 언행에 거침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이 좋아 건너온 ‘모모코 기자’ 역에서는 한국어를 잘 구사하다 가도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못 알아들은 척을 하거나 반대로 솔깃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 강렬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배우 겸 모델로 활동 중인 만능 엔터테이너답게 유일한 외국인으로 어떠한 활약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아라타 모모코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 쇼에 출연할 수 있게 돼 꿈만 같다. 신선한 웃음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소감을 남겼다.특히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는 ‘SNL 코리아’는 주현영, 김아영, 윤가이 등 3년 연속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신인 여자 예능인상을 배출해냈으며, 신인들의 재능 발굴의 장(場)으로도 정평이 나며 지예은을 ‘대세 연예인’ 반열에 올려놓은 만큼 시즌 7의 신입 크루 차경은, 조민경, 아라타 모모코의 활약에 눈길이 쏠린다. ‘SNL 코리아’는 초특급 호스트와 웃음 전투력 만렙인 ‘믿보’ 크루가 만드는 리얼 코미디 쇼. 호스트 윤경호가 출연하는 3회는 오는 19일 오후 8시 공개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4.17 16:24
드라마

[‘보물섬’ 종영]② 허준호‧이해영, 악역史 새로 썼다….투톱 활약

배우 허준호와 이해영이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에서 악역으로 활약하며 배우 박형식과 함께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보물섬’은 2조 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허일도(이해영)와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염장선(허준호)에게 복수하는 내용으로 오는 12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허준호는 첫 방송 전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나쁜 인물”이라고 예고했는데, ‘보물섬’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동시에 악역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그가 연기한 염장선은 극중 법학대학원 석좌교수이자 대산그룹의 경영권을 노리고 정부의 예산까지 좌지우지하는 실세 중의 실세다. 이른바 ‘판’을 짜는 것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허준호는 염장선의 수하였다가 나중에는 위협하는 존재인 서동주를 제거하는 과정을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서늘함으로 담아내 긴장감을 높였다. 2조원을 둘러싸고 서동주를 향해 악랄한 공격을 퍼붓거나 치밀한 역공으로 몰입감을 높여 매 회 다음 전개를 궁금케 했다. 허준호는 능숙한 완급 조절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밀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염장선은 서동주를 향해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더 섬뜩한 광기, 분노, 집착 등을 보인다. 허준호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는 날 것 같은 대사를 특유의 무게감 있는 눈빛, 표정 등과 버무리며 존재감을 높였다. 서동주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위기를 맞는 순간들에도 흔들림 없는 눈빛과 차분한 목소리를 잃지 않는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명불허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최근 회차인 14회에서 서동주가 염장선의 악행을 생중계로 폭로한 터라, 허준호가 또 어떤 연기로 ‘보물섬’의 대미를 장식할지 기대를 모은다. 이해영 또한 ‘보물섬’을 통해 기존 인생 캐릭터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부패한 경찰 신영준을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극중 이해영은 대산그룹 회장의 맏사위이자 대산에너지 사장 허일도를 연기한다. 허일도는 대산그룹을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욕망을 지닌 캐릭터다.허준호가 ‘보물섬’ 초반부터 악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면, 이해영은 서서히 강렬함을 보여주는 악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해영은 열등감으로 점철된 허일도가 점차 욕망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과정을 매서운 눈빛,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표정 등으로 디테일하게 쌓아올렸다. 욕망이 커져갈 때는 번들거리는 듯한 눈빛으로 날선 분위기 만들어내거나, 욕망이 좌절되는 순간에는 주체하지 못하는 울분을 고요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이해영은 ‘보물섬’에서 단순 악역으로 그치지 않았다. 최근 회차에서는 허일도가 거듭 죽이려 했던 서동주가 친아들임을 알게 돼 망연자실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해영은 진실과 마주한 후 겪게 되는 혼란, 충격과 동시에 죄의식과 부성애가 뒤섞인 미묘한 순간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다. 결국 허일도가 과거를 참회하며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 박형식을 바라보는 이해영의 감정 연기는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보물섬’의 시청률 상승세에 큰몫을 했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 “‘보물섬’은 서동주를 중심으로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염장선, 허일도의 갈등이 서사의 중심이다. 그만큼 악역인 염장선과 이해영의 악랄함과 이를 각각 연기한 허준호와 이해영의 연기력이 중요한 작품”이라며 “허준호와 이해영은 연기 경력과 믿고 보는 연기력을 그대로 증명했다. 이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다소 클리셰적일 수 있는 ‘보물섬’의 서사를 꽉 채웠다”고 말했다. 한편 ‘보물섬’ 15회와 16회는 각각 11일, 12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4.11 05:50
영화

‘야당’ 유해진, 태세 전환도 연기 전환도 ‘압도적’ [무비로그③]

누구보다 ‘전환’에 능한 배우 유해진이 이번엔 한 작품에서 캐릭터의 위치를 뒤바꾼다. 유해진은 세밀한 연기력으로 감독이 짜놓은 판을 장악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유해진의 신작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야당’이다. 수사 기관과 마약상 사이를 공존하는 마약 브로커 ‘야당’을 소재로 한 영화로, 야당, 검찰, 경찰 사이 관계 변화를 동력 삼아 나가는 작품이다. 유해진은 검사 구관희를 연기했다. 밑바닥부터 한 계단씩 올라온 독종으로, 매 순간 더 높은 곳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캐릭터다. 만년 평검사였던 그는 확실한 한 방을 위해 누명을 쓰고 수감된 이강수를 소환, ‘야당’을 제안한다. 함께 수감된 마약범의 조직도를 완성해 오면 감형을 해준다는 조건이다.그렇게 이강수를 제 편으로 끌어들인 구관희는 그의 도움으로 대형 마약조직 검거에 성공한다. 이후 구관희는 이강수를 본격적인 ‘야당’으로 만들어 자신의 출세 도구로 사용한다. 물론 대체품이 나타나기 전까지다. 구관희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중앙지검 특수부까지 한 번에 올려 줄 이를 만나게 되고, 주저 없이 이강수를 배신한다.구관희는 ‘야당’ 속 등장인물 중 이해관계에 따른 태세 전환이 가장 빠른 캐릭터다. 하지만 감정의 변화, 고저가 크지 않은 탓에 속내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구관희는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고, 각자의 위치와 서로 간 관계가 하나둘 바뀌기 시작한 후에도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삼킨다. 다급할 때도 분노할 때도 연신 뜨뜻미지근한 온도와 균일한 태도로 일관한다. 구관희의 이러한 면면은 유해진의 능구렁이 같은, 관록의 연기를 만나 빛을 발한다. 유해진은 거의 ‘무’(無)에 가까운 표정을 한 채 대사 사이사이 여백과 치고 나가는 시점, 호흡 등으로 구관희만의 감정 변화를 표출해 낸다. 캐릭터 간 잦은 관계 변화와 시종일관 폭발하는 주변 인물 틈에서 휩쓸리거나 허덕이는 법도 없다. 유해진은 영화의 무게중심으로 극을 든든히 지탱하고, 종종 과하게 튀어 오르는 상대 배우들을 땅으로 끌어 내린다. 매 작품 높은 확률로 품고 있던 웃음기도 싹 거둬들였다. ‘야당’ 속 유해진은 예측할 수 없는 남다른 입담, 보는 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대사의 속도감을 지그시 눌렀다. 대신 뱀처럼 느리고 조용하게 화면 속 장면들을 하나씩 집어삼킨다.유해진 또한 “우리 영화가 전체적으로 활기찬 느낌에 캐릭터들도 색이 다양하다. 하지만 구관희는 색을 최대한 죽이려고 했다”며 “자신의 심리를 외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내면에 숨겨두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특히 내면의 야망과 욕망이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가볍지도 오버스럽지도 않게 표현하려고 밸런스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짚었다.물론 시종 잔잔할 것만 같았던 구관희의 감정에 큰 파동이 일 때도 있다. 이를테면 사고를 수습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사고를 치는, 유력 대선 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에게 “제발 그냥 조용히 엎드려 있자”고 애원하다가 느닷없이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며 급발진하는 장면이나, 녹음기를 찾기 위해 바닥을 기어다니며 헐떡이는 모습, 이강수와 마지막 옥상신 등이 그렇다. 모두 극 말미 이뤄지는 장면들로, 유해진은 러닝타임(123분) 내내 쌓아뒀던 구관희의 감정을 마침내 폭발시키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만든다.메가폰을 잡은 황병국 감독은 유해진의 압도적인 연기력을 ‘야당’의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황 감독은 “유해진은 평범한 캐릭터에서 비범한 캐릭터를 오갈 수 있는 배우”라며 “그가 하는 말투와 행동들은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느껴지게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진짜처럼 보이게 했다”고 극찬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09 06:0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과 AI

야구장의 불이 꺼지고,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A는 한밤중에 신부님을 찾았습니다. 승부의 순간이 끝나자, 진이 빠지고 허탈감 또는 회의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눈부신 조명의 자극이 눈을 감아도, 어둠에 빠져도 어른거립니다. 감각이 마비된 듯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숨기고 싶은 감정을 해석해 줄 대화 상대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의미를 찾아 줄 말동무를 구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시간에 누가 가능할까요. 밤중에 달려오신 신부님은 야구광이었고, 근처에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이걸 대신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AI)일지 모르겠습니다.최근에 읽은 글 중에 "챗GPT를 친구 삼는 이들이 많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너무 떨려', '직장 상사와 안 맞는데 어떡하지'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챗GPT가 위로와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엉터리 답을 가끔 내놓기도 한다는 AI가 상담을 해준다는 게 이상하게 들리나요. 여러분은 AI를 이용해 보면서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친구가 없고 믿을 만한 주위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군요. AI를 상담의 대상으로 보는 현상은 해외에서 이미 유행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지식 콘텐츠 서비스인 '롱블랙'의 '돕는 AI 라운드 테이블2' 자료에 따르면 AI가 심리 상담에 나선 건 이미 7~8년 전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런칭한 미국의 '워봇(woebot)'이 있습니다. 135개국 사용자와 매주 200만 건의 상담을 한다네요. 이용자가 "여행을 준비하는데 비행기 놓칠까 봐 계속 불안해"라고 말하면 워봇이 "혹시 불안과 걱정의 차이를 아세요?"라고 묻는답니다. 머릿속만 복잡한 건지, 몸이 불편할 정도인지 차이를 파악한 뒤 상황에 맞는 조언을 건네는 수준이라고 합니다.놀랍습니다. 워봇 말고도 와이사(wysa) 유퍼(youper) 같은 AI 챗봇들이 심리 상담사로 활약 중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미리 검토한 시나리오로 개발한 심리치료 기법을 바탕으로 대화형 상담을 진행하는 일종의 프로그램입니다. 24시간 언제나 사용할 수 있고, 익명성도 보장받기에 인기가 늘고 있다네요.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도 있습니다.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효과'입니다. 주위 사람에겐 말 못 할 고민을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현상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지크 루빈(Zick Rubin)이 1975년 소개한 개념입니다. 앞서 소개한 자료에 소개된 정신 건강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경쟁이 너무 심한 사회에서 우리는 분노, 우울, 억울함이 쌓여 간다…마음이 힘들 때 친구나 가족에게서 받지 못하는 위로를 SNS에서 발견할 정도니 기술이 마음 건강을 도울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디지털에서 '정서적 터치'를 느끼는 것이 현대 사회 우리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같은 자료에서 연세대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는 "상담받는 사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해요. 상담자가 진짜 공감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AI 챗봇이 매뉴얼대로 공감을 표현해도 위로 받았다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모니터 속에서만 있지 않고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목소리 톤과 속도를 조절하고 눈빛까지 보여줄 인공지능 상담사가 곧 선보일 시대가 왔습니다.스포츠에는 AI가 어떻게 도입될까요. 수년 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방문했을 때 상대 투수의 버릇을 찾는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는 설명이 떠오릅니다. 상대 배터리의 구종 선택의 패턴을 분석하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경기 전략 분야에선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적용, 발전되고 있을 겁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선수들이 출퇴근할 때 그날 컨디션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라커룸 내 모니터에서 고르는 식으로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저희도 도입을 검토했죠. 선수들 심리 상담에도 인공지능이 큰 효과가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위계적인 문화, 강인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입부에 소개한 사례처럼 무대를 내려온 순간, 잠 못 드는 선수(또는 감독)의 고민을 따로, 조용히 들어줄 상대가 필요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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