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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안세영, 요넥스와 스폰서 계약 공식화...커스터마이징 운동화 제공 받는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국가대표팀 메인 스폰서 요넥스와 개인 후원 계약을 했다. 안세영은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025년 7월 1일 자로 요넥스와 공식적으로 스폰서십 계약을 하게 됐다"라고 지난 1일 밝혔다. 이어 안세영은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요넥스 코리아 관계자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계약은 성사됐다. 하지만 계약 기간과 규모 등 구제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안세영이 기간 4년, 연간 25억원 수준에 계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요넥스 코리아도 "요넥스는 이미 다른 글로벌 톱랭커들도 후원하고 있다. 현재 안세영은 최고의 선수다. 그의 브랜드 파워를 반영해서 계약한 것으로 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의 국가대표팀 운영 방침과 규정에 대해 꼬집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안세영은 국가대표 선수가 메인 스폰서 브랜드 용품만 쓸 수 있는 당시 협회 규정을 두고 "개인 스폰서 등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가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동기부여가 생긴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세영의 '작심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뒤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협회 운영 전반을 살폈고 "후원 계약 관련 선수의 권리를 강화하고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신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사이 김동문 협회장을 추대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쇄신 의지를 드러낸 협회는 지난달 5월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세영은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종목 인기를 높인 배드민턴계 아이콘이기도 하다. 안세영과 개인 후원 계약을 하는 업체는 큰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메인 스폰서 자격으로 국가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자사 용품을 지급했던 요넥스 입장에선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하기로 한 협회의 규정 개정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단식 최강자로 롱런할 가능성이 높은 안세영을 경쟁 업체에 빼앗길 수 없었고, 안세영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건을 제시했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직후인 2023년 10월, 요넥스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불편하다고 협회에 호소한 바 있다. 협회가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한 가장 큰 명분은 경기력 향상이다. 이 문제로 불협화음이 있었던 안세영과 요넥스가 동행을 결정해 시선이 모였다. 요넥스는 안세영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요넥스 코리아 관계자는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는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서비스)을 해낼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선수도 올림픽이 다가오다 보니 신발이 아닌 양말로 맞춰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요넥스 R&D(연구·개발) 팀을 필두로 선수(안세영)에게 딱 맞는 신발을 제작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7.03 00:10
연예일반

QWER→키오프… 6월 9일에만 무려 4팀, 치열한 ‘컴백’[줌인]

여름에 접어드는 6월, 걸그룹 대전이 펼쳐진다. 특히 9일에만 QWER, 키스오브라이프, 있지, 이즈나 네팀이 동시에 컴백을 확정해 초여름부터 가요계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3일에는 조기 대선이 있어 아이돌 그룹이 컴백을 해도 화제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해 컴백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6월 컴백 일정이 촘촘해진 분위기”라며 “여름에 컴백하는 걸그룹들이 많아 ‘걸그룹 여름 대전’이라는 말까지 있는데 올해는 특히나 활동기간이 겹치는 그룹들이 많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QWER vs 키스오브라이프, 중소의 기적돌 QWER과 키스오브라이프는 ‘중소 기획사 소속’임에도 뚜렷한 콘셉트로 팬덤을 형성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이들이 같은 날 컴백을 확정하면서 자존심을 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QWER은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를, 키스오브라이프는 미니 4집 ‘224’를 들고 팬들과 재회한다.QWER은 지난 2023년 10월 구독자 308만명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한 ‘최애의 아이돌’ 프로젝트를 통해 결성된 밴드로 데뷔곡 ‘디스코드’부터 히트했다. ‘불협화음’을 뜻하는 제목은 마치 QWER의 결성 과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쵸단·마젠타·히나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출신이었고, 시연은 일본에서 아이돌 경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누가봐도 ‘불협화음’ 같은 이들의 만남은 ‘음지의 아이돌’이란 편견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형 밴드’ 슬로건에 맞게 음악으로 천천히 또렷이 증명해 나갔다. ‘디스코드’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등 내놓는 노래마다 국내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됐고. 이 중 ‘고민중독’은 유튜브가 선정한 2024년 한국 최고 인기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공백기에는 주요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연주, 보컬실력 그리고 팬들과 소통하는 법을 향상시켜왔다.‘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는 QWER에 ‘대세 걸밴드’로서 방점을 찍어줄 중요한 앨범이다. QWER 데뷔 후 첫 여름 컴백인 만큼 계절감을 물씬 느낄 만한 노래가 나올 거라는 전언이다. 키스오브라이프는 S2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2023년 데뷔 때부터 Y2K 콘셉트를 밀어왔다. 노래 역시 주로 ‘힙합’으로 당시 ‘이지리스닝’이 유행했던 K팝 시장에서 활동 중인 걸그룹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그 결과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며 최근 마닐라, 방콕, 오사카 등 아시아 10개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 스타’가 됐다.무엇보다 키스오브라이프는 뒷심이 강한 그룹이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미니 3집 ‘루즈 유어셀프’의 타이틀곡 ‘겟 라우드’가 전작들에 비해 소소한 성적을 얻는가 싶더니, 수록곡 ‘이글루’가 SNS에서 챌린지를 유발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번 ‘224’에는 타이틀곡 ‘립스 힙스 키스’를 포함해 ‘텔미’ ‘케이 바이’ ‘페인팅’ 등 총 7곡이 수록된다. 이중 ‘텔미’와 ‘페인팅에는 나띠가, ‘하트 오브 골드’에는 쥴리가 작사에 참여했다.키스오브라이프에게 이번 컴백은 기존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데뷔 전 멤버 구성부터 앨범 콘셉트, 비주얼 디렉팅을 봐주던 이해인이 부재한다. 이해인은 ‘프로듀스101’과 ‘아이돌 학교’ 출연자이자, 걸그룹 아이비아이의 멤버로 데뷔한 이력이 있다. 타고난 감각으로 호평받았던 그는 키스오브라이프의 미니 3집을 끝으로 S2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현재는 신인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이해인이 없어도 키스오브라이프는 독보적인 콘셉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속사는 “한층 더 짙어진 음악적 개성과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이즈나 지난해 Men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2’를 통해 결성된 이즈나는 새 싱글 ‘비프’로 돌아온다. 지난 3월 발표한 ‘사인’은 이후 3개월 만의 초고속 컴백이다. ‘사인’은 한번 들으면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 여기에 테디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악방송 2관왕, 국내외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번에 선보일 ‘비프’는 ‘사인’에 비해 템포가 빠르고 더 신나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또 ‘일본어 버전’으로도 발매하는 등 일본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올해 첫 컴백, 있지 있지는 올해 들어 첫 컴백이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미니앨범 ‘골드’ 이후 약 8개월 만의 신보다. 다섯 멤버들은 신비로운 무드가 돋보이는 콘셉트 포토로 ‘K팝 퍼포먼스 퀸’의 귀환을 예고했다. 신보명은 ‘걸스 윌 비 걸스’이며, 앨범엔 동명의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5곡이 수록된다. 공백 기간은 꽤 있는 편이지만, 있지는 솔로 앨범 발매와 유튜브 채널 운영,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컴백 예열은 충분히 마친 상황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6.02 05:35
프로야구

선수협의 제안, KBO의 화답…소통 물꼬 트는 계기 되길 [IS 시선]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는 의미 있는 만남이 성사됐다. 바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양현종(KIA 타이거즈) 제13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이 리그 전반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자리에는 두 조직의 실무자인 박근찬 KBO 사무총장과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이 함께해 무게를 더했다.KBO 총재와 선수협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지택 KBO 총재와 양의지(두산 베어스) 제11대 선수협 회장도 재임 기간 대화의 시간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긴 어려웠다. 양의지 회장의 후임인 김현수(LG 트윈스) 제12대 회장의 재임 기간에는 총재와의 만남이 불발되기도 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주장을 김현수 회장이 맡으면서 선수협 차원에서 자리를 주선해 보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취재 결과, 19일 자리는 선수협의 요구를 KBO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만남 이후 KBO와 선수협은 각각 보도자료를 냈다. KBO는 '허구연 총재와 양현종 회장이 KBO와 선수협회의 긴밀한 협력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밝혔다. 선수협은 '당장의 실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양 단체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됐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며 '리그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실제적인 문제가 작용하는 부분도 있지만, 오래된 불통에 의해 켜켜이 쌓여온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파생되는 것들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불통'이라는 다소 민감한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만남의 의미를 더욱 부각한 것이다. 최근 KBO리그는 변화의 바람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 적용 중이다. 올 시즌에는 피치 클록까지 활용하고 있다. 매년 성적과 직결하는 제도가 생기니 선수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협의가 아닌 통보.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선수는 "KBO가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이처럼 1000만 관중 시대의 내재한 문제점 중 하나는 아슬아슬한 KBO와 선수협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었다. 그런 면에서 19일 만남은 의미가 작지 않다. 모처럼 성사된 KBO 총재와 선수협 회장의 자리가 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22 08:19
메이저리그

자리 잃고 방황했던 잼민이...커리어 첫 끝내기포+2G 연속 아치→타점 4위 올라

라파엘 데버스(29)가 보스턴 레드삭스 간판타자 진가를 되찾았다. 데버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 2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데버스는 보스턴이 0-3으로 지고 있었던 3회 말 무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스펜서 슈웰렌바흐를 상대했고, 2구째 97.8마일(157.4㎞/h)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자신의 시즌 9호 홈런이었다. 데버스는 8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완성하기도 했다. 데버스는 전날(18일) 애틀랜타전에서 3안타를 치는 등 최근 출전한 4경기 중 3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타율을 0.278에서 0.289까지 끌어올렸다. 타점 생산 능력이 돋보인다. 데버스는 18일 2타점에 이어 이날 4타점을 추가, 월간(5월) 19타점째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38개. 데버스는 단숨에 MLB 전체 타자 중 이 부문 공동 4위로 올라섰다. 1위는 42개를 쌓은 윌머 플로레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위는 현역 최고 타자 애런 저지(41개·뉴욕 양키스)다. 데버스는 올 시즌 초반 부진했다. 정확하게는 스프링캠프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보스턴이 스토브리그에서 내야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며 그에게 3루수를 맡기려 했다. 원래 보스턴에서 3루는 데버스의 자리였다. 수비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데버스는 공개적으로 "나는 3루수"라고 했다.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수습했지만, 이미 모양새가 안 좋아졌다. 그렇게 2025시즌이 개막했다. 데버스는 무려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부진했다. 4월 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부터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다시 타격감이 떨어졌다. 4월까지 그의 타율은 0.225에 불과했다. 하지만 5월부터 달라졌다. 3·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연속 3안타를 치더니, 11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는 4안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8일 애틀랜타전에서는 6-6 동점이었던 9회 말 끝내기 홈런까지 쳤다. 자신의 데뷔 첫 끝내기포였다. 데버스의 5월 16경기 타율은 무려 0.417. 출루율은 0.507였다. 데버스는 2019시즌 이후 코로나로 미니시즌(팀당 60경기)이 치러진 2020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80타점 이상 기록했다. 홈런도 27개 이상 생산했다. 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 탓에 불만을 노출하고, 시즌 초반 성적도 안 좋았지만, 결국 평균에 수렴하고 있다. 더불어 브레그먼도 타율 0.302·34타점을 기록, 두 타자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19 16:37
예능

[정덕현 요즘 뭐 봐?] ‘대환장 기안장’, 기안84의 만화적 상상은 어떻게 현실이 됐을까

“사람들이 집에 쉽게 들어가는 게 싫었거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기안84가 상상해 지은 민박집의 문이 2층 꼭대기에 달려 있는 이유가 그렇단다. 기안84가 쓱쓱 상상해서 그려놓은 민박집 기안장은 들어가려면 벽에 만들어놓은 클라이밍을 해서 문까지 기어 올라가야 한다.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 클라이밍을 시도하던 직원 역할의 진이 진입에 실패하고 기안84가 실소를 터트리며 하는 그 말에 또 다른 직원인 지예은이 투덜댄다. “아 집에 못들어가잖아요.”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의 기막힌 민박집 광경이다. 바지선 위에 지어져 바다 위에 떠 있는 이 민박집은 일단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잠도 테라스처럼 생긴 바깥에 고치처럼 매달려 자야 한다. 그래서 비라도 오면 쫄딱 젖을 수밖에 없다. 가까스로 클라이밍을 해 들어가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숙소 겸 주방이 있는데 거기도 계단 따위는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따온 오르내리는 봉이 있을 뿐이다. 그 봉을 타고 내려갔다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올라오려면 다른 사람들이 밑에서 받쳐주고 올려주고 해야 하는 생고생이 펼쳐진다. 물론 야외에 워터슬라이드까지 갖춰진 ‘5성급’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걸 타고 내려오면 바다로 뛰어들게 되어 있다. 이러니 이런 상상을 구현해놓은 기안장 앞에서 푸념이 터져 나올 수밖에.기안장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건, 기안84가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마구 그려낸 ‘낭만’의 결과다. 클라이밍이 숙소에 쉽게 들어가는 게 싫었다는 다소 위악스런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2층과 1층 사이를 연결하는 봉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낭만이 만들어낸 결과다. 고치처럼 매달려 자는 잠자리는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며 잠든다는 낭만이 빚어낸 것이고, 워터슬라이드도 숙소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낭만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화적 상상이 현실과 마주하면 어떤 불협화음을 낼 것인가. ‘대환장 기안장’은 바로 이 지점을 예능적 재미의 포인트로 만들었다.진짜 현실이라면 이런 민박집이 가능할 리 없지만 그 상상을 진짜 울릉도 앞바다에 구현해낸 건 우리에게는 ‘효리네 민박’으로 잘 알려진 제작진의 공이다. 정효민 PD와 윤신혜 작가의 이 합작품은 그래서 ‘효리네 민박’의 기안84 버전처럼 보인다. 기안84와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의 진 그리고 ‘SNL코리아’의 뜨는 별 지예은이 운영하는 기안장에 일반인 투숙객들을 모집해 함께 지내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은 정반대다. ‘효리네 민박’이 힐링 그 자체였다면 ‘기안장’은 ‘킬링’에 가까우니까.실제 현실이 다르다는 건 울릉도에 첫 입도한 세 사람이 마주한 태풍 앞에서다. 바다 위에 떠있는 기안장에서 지낼 수 없게 된 이들은 대안으로 마련해 놓은 산속 별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이곳 역시 만만찮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슬아슬한 레일 위를 기묘한 기구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주방과 옛 군대 내무반 같이 꾸려진 잠자리가 한 공간에 있는 숙소는 굴뚝 없는 아궁이 때문에 요리를 하면 연기에 질식할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젠틀하고 긍정적인 진의 입에서도 “인간아-”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첫 손님들 역시 그 불편함에 “역시 기안84”라는 긍정과 “이건 너무했다”는 부정이 오간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하는 여행과 편안한 숙소에 대한 기대를 깨버리는 이 불편함 속에서 간간이 기안84식 낭만이 고개를 든다. 불편한 잠자리를 보내고 맞이하는 아침에 저편 밑으로 펼쳐진 압도적인 바다 풍경이 그렇고, 배 위 야외에서 하늘에 지천으로 떠 있는 별자리들이 그렇다. 그 불편함은 숙소들이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지워낸 자연적인 것들을 오롯이 다시금 눈앞으로 끌어내는 요소가 된다. 또 프라이빗을 강조하는 숙소들이 투숙객들 간의 소통을 차단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뭐 하나를 해도 같이 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들이 생겨난다. 물론 날 것의 만화적 상상을 구현하다 보니 다소 위험해 보이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편리함과 안전함 속에만 있다 보니 느끼는 위화감이 아닐까 싶다. 기안84의 만화적 상상은 그렇게 우리의 인공적인 편리함에 갇힌 삶을 오히려 되돌아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물론 그 자체가 주는 포복절도의 웃음과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만.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5.04.14 05:40
뮤직

[IS포커스] 22주년 동방신기 SM과 재계약…SM 30주년·3.0 체제 넘어 새로운 도전

이제 K팝 신에서 ‘의리의 대명사’ 하면 동방신기를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올타임 레전드’ 동방신기가 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다시 한 번 재계약을 체결하며 뜨거운 신뢰를 입증했다. 2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따르면 동방신기는 2003년 데뷔 후 현재까지 SM과 쌓아온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최근 재계약을 체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동방신기가 오랜 시간 SM과 좋은 관계를 이어오면서 ‘현재진행형’ 현업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K팝신에 주는 의미가 크다”며 “이번 재계약은 30주년 SM에도 그리고 SM 3.0 시대에도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 말했다. ◇ ‘22주년’ 리빙 레전드의 재계약 의미는 동방신기는 2003년 12월 26일 데뷔 후 20년 넘게 ‘K팝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2세대 대표 보이그룹이다. 데뷔곡 ‘허그’를 시작으로 ‘라이징 선’, ‘주문-미로틱’, ‘왜’, ‘레벨’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고 일명 ‘SMP’(SM 뮤직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하며 아이돌 퍼포먼스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방신기가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SM을 넘어, K팝 신 자체의 역사였다. 한국 그룹 최초 도쿄돔 입성, 해외가수 최초 닛산 스타디움 입성 등 일본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며 한류 초석을 다졌고, 지금도 여전한 현역 ‘리빙 레전드’로 활동 중이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동방신기는 지난해 11월 16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KGMA)에서 ‘K팝 레전더리 아티스트상’을 수상, 데뷔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위상을 인정받았다. 정 평론가는 “SM이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들이 K팝 신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SM의 모습이 상당히 중요한 지점인데 그 안에서 동방신기가 SM과 계속 관계를 이어오며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건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보통 아이돌 그룹은 7~8년 활동 이후 팀이 깨지거나 개인 활동에 몰두하며 팀 활동이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동방신기 그리고 슈퍼주니어는 예외적으로 잘 유지하고 있고, 그게 전체 K팝 신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정 평론가는 “동방신기의 경우 초창기에 팀이 갈라지는 내홍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계약을 이어간다는 것은 SM이 아이돌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아티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거듭된 재계약의 의미를 높이 봤다. ◇ 30주년·3.0 시대 SM에서 보여줄 새로운 비전‘현역 레전드’ 동방신기와의 동행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SM에도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SM이 이수만 프로듀싱 체제를 지나 SM 3.0 시대를 선언하고 과거와 다른 결의 혁신과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향후 동방신기와 만들어갈 새로운 그림도 기대된다. 정 평론가는 “과거 이수만 체제의 SM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강했다.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템을 내놓는 그림이 많았지만 그만큼 불협화음도 있었다. 지금의 SM은 더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팝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크지만 그 와중에도 비전을 던지는 그림이 필요한데, 동방신기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는 팀들이 팀을 계속 유지하고 현재진행형 트렌드를 벗어나지 않은 가운데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팬덤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요소”라고 짚었다.빛나는 레이스에도 내홍과 어려움은 있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내며 매 년 새로운 역사를 써내가고 있는 동방신기. 이들은 오는 25~27일 개최되는 일본 전국 라이브 투어의 도쿄돔 공연을 통해 ‘도쿄돔 공연 총 33회, 일본 전국 돔 공연 총 92회’라는 놀라운 횟수로 ‘해외 아티스트 사상 도쿄돔 및 전국 돔 최다 공연’의 신기록을 자체 경신할 예정이다. 소속사 SM과 신뢰의 여정을 이어가게 된 데 대해 유노윤호는 “데뷔 때부터 함께한 SM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항상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는 동방신기가 되겠다”고 전했다. 최강창민은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SM과 동행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다. 언제나 저희를 지지해 주고 힘이 되어주는 SM과 함께 동방신기의 미래를 더욱 멋지게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SM 역시 “동방신기와 또 다시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동방신기는 SM의 역사를 같이 만들어 온 K팝 레전드 아티스트인 만큼,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폭넓은 활동을 다방면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4.03 06:09
영화

봉준호 아픈 손가락 되나…‘미키 17’, 국내외 흥행 적신호 [IS포커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익숙함과 낯섦의 부조화가 부진한 극장 현실의 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미키 17’은 개봉 3주 차 주말(3월 14일~ 16일) 사흘간 32만 357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위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전주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42.7%에 달한다. 20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268만 4802명이다.북미 상황도 여의찮다. ‘미키 17’의 누적 수입은 3501만 7615달러(약 510억원), 글로벌 수입은 9221만 7615달러(약 1346억원)다. 봉 감독이 직접 밝힌 이 영화의 순제작비 1억 1800만달러(1722억원)로, 여기에 대규모 글로벌 프로모션 등 홍보마케팅(P&A) 비용까지 더하면 수익을 기대하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일찌감치 ‘미키 17’의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베일을 벗기 전과는 온도 차가 크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글로벌 관심을 독차지했다. 특히 한국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 최초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무엇보다 봉 감독은 거장이기 이전에 흥행 감독이기도 했다. ‘기생충’(누적관객수 1031만명)을 비롯해 봉 감독이 단독 연출한 작품은 그간 모두 손익분기점(2004년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극장 단독 개봉작 기준)을 돌파했다. ‘괴물’(누적관객수 1090만명)로는 첫 ‘천만 감독’ 타이틀을 따냈으며, 첫 할리우드 영화 ‘설국열차’는 935만명을 모았다. 가장 저조한 성적표는 ‘마더’의 298만명인데, 이 역시 손익분기점 돌파에는 성공했다.그간의 성적에 기반한 신뢰는 ‘미키 17’의 예매율로 직결됐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 ‘미키 17’은 개봉 당일인 지난달 28일 예매율 70%를 육박했고, 올해 개봉작 최고 오프닝스코어(24만 8055명)를 기록했다. 이어 개봉 나흘째 100만, 10일째 200만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2주 차에 접어들면서 뒷심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음에도 불구, 평일 일관객수가 2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현재는 ‘스트리밍’, ‘백설공주’ 등 신작에 밀려 예매율도 4위로 밀렸다. 여느 작품들처럼 ‘미키 17’도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가 흥행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대체로 관객들은 봉 감독의 세계관과 할리우드 SF라는 장르의 불협화음을 흥행 부진의 이유로 삼고 있다. 봉 감독 영화의 매력인 리얼리즘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사회적 함의가 할리우드 SF 장르를 만나 지나치게 우화적으로 발화됐다는 평가다.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은유가 아닌 직유 화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봉 감독 영화의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본인의 주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한계로 작용했다. 할리우드 배우, 어마한 자본으로 그간 해왔던 작가주의적 시선, 사회적 메시지를 똑같이 적용시켰다. 관객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고 싶은 건 대중성, 오락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관객이 봉 감독과 할리우드의 만남에서 기대한 것들이 부재했다. 일종의 언발란스”라며 “다른 환경 속 업그레이드된 뭔가가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외부적 요인도 허들로 작용했다. 성, 비수기를 떠나 OTT 영향력 확대와 연이은 흥행작 부재로 극장을 찾는 관객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만 해도 관객수가 전년 대비 52.2% 감소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의 연이은 영업점 축소, 인력 축소 등이 하나의 방증으로, 극장 산업 자체가 활기를 잃었다.더욱이 ‘미키 17’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VOD 출시까지 예고됐다. 앞서 북미 사이트 ‘웬 투 스트림’(When to Stream)을 비롯해 다수의 외신은 개봉 직후 ‘미키 17’가 오는 25일 VOD와 디지털 플랫폼에 공개될 것이라고 알렸다. 워너브라더스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 아이튠즈, 구글플레이 등 구체적인 플랫폼까지 언급되면서 관객들은 발길을 돌렸다.한 영화 관계자는 “관객 유입에 홀드백(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티켓값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발표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21 06:00
영화

[줌인] ‘뽀블리’ 지운 박보영, ‘멜로무비’도 달라졌다

배우 박보영이 낯선 얼굴로 사랑을 말한다.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 위에서 한층 더 깊어진 감정 연기를 펼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로맨스를 완성시켰다.박보영의 신작은 오는 1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다.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이야기를 담아낸 청춘 로맨스다.이번 작품에서 박보영은 주인공 김무비를 연기했다. 이름조차 ‘무비’(영화)인 김무비는 영화를 너무 사랑한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품고 영화 일에 발을 들이는 인물이다.김무비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어린 아이와 노인 등 힘없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먼저 손을 내미는 ‘강강약약’의 전형으로, 단단하고 당돌하게 비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느 청춘들처럼 삶에 대한 번뇌와 회의를 반복하는 유약한 면면이 녹아있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시니컬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순간에는 어둠에 잠식되기도 한다.로맨스라는 장르로만 국한해 놓고 보면, ‘멜로무비’ 속 박보영은 한없이 낯선 이미지를 풍긴다. 그림자를 자처하는 어두운 옷과 무(無)에 가까운 표정까지,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등 그의 대표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이들 드라마에서 박보영은 예외 없이 밝고 환한 얼굴, 형형한 눈빛, 높은 텐션으로 사랑을 이야기했다. 반면 로맨스와 성장에 함께 방점이 찍힌 ‘멜로무비’에서는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내면의 연기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박보영과 불협화음을 낼 것이란 걱정은 없다. 최근 작품들에서 목도한 얼굴들이 주는 신뢰다. 박보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생존을 위해 달리며 끊임없이 무너지고 일어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정신병동 간호사로,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환자의 정신적 불안감과 아픔을 마주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이 돼 어두운 터널에 갇힌 이들을 다독였다.그에게 끈질기게 혹은 명예롭게 따라붙는 ‘뽀블리’(박보영에 사랑스러움을 뜻하는 러블리를 더한 별칭)의 정반대 지점들이었다.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깨끗하게 덜어낸 박보영은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한 듯한 사실적인 연기로 작품을 채워가며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물론 이번 ‘멜로무비’의 경우, 로맨스라는 장르 특성상 불쑥 귀여운 얼굴로 나타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거나 흔들지는 않는다. 되레 박보영은 멜로에 최적화된 자신의 장기를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하고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책임을 다한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보영은 여태까지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체적 고민과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해내고 있다”며 “본인의 장점이자 단점인 귀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일정한 베리에이션을 계속 주면서 소통의 깊이를 개선 시켰다.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본인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역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연기력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잔잔하지만 섬세한 변화들로 기존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전혀 다른 배우가 되고 있다”며 “박보영은 끊임없는 도전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그런 배우들이야말로 롱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12 05:50
뮤직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 데뷔 7년 만에 첫 디싱 2곡으로 또 다른 변신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cacophony)가 신곡 싱글 ‘돈트 텔 마이 파파’(Don't Tell My Papa)와 ‘스노우맨’(Snowman)으로 거듭 변신 중이다. 계속되는 실험적 음악 정신이 우울하고 불안한 MZ세대에게 정서적 해방구를 제시한다.전작 앨범들에서 어둠, 상처, 아픔을 처절하게 노래하던 카코포니가 이번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놀며,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창법, 알기 쉬운 코드의 이지 리스닝 스타일로 변화를 주었다.카코포니는 2018년 데뷔부터 지난해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EP앨범, 프로젝트 엘범 등 매년 앨범 1장씩을 냈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디지털 싱글 2장을 발표했다.카코포니의 뜻은 ‘불협화음’이다. 전작 앨범 수록곡들을 보면, 세상과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음악 자체도 정형을 벗어난 부분이 많다.카코포니는 요즘 핫한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이나 인디 포크 또는 프리 포크로 볼 수도 있지만, 어느 특정 음악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이번 2곡의 싱글에 대해서는 “무겁고 몽환적이었던 전작과 달리, 일상적인 감정을 가볍고 쉽게 접근해보자는 생각으로 첫 싱글 작업을 시도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독창적 실험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전반적인 곡 분위기는 밝고 재미있지만, 사실 ‘끝내지 못한 말 지금 해도 될까’, ‘아빠 난 선을 넘고 말거야’, ‘다섯살때의 끔찍한 기억’, ‘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곰팡이’같은 가사처럼 뭔가 지금은 꾹 눌러 참고 있지만, 언젠가 터지고 말 것처럼 은폐된 감정을 전한다.카코포니는 아직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단과 음악 마니아들의 반향이 예사롭지 않다. 2019년과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2021 스포티파이 힙스터 인디 커버아티스트로 선정됐다. 또한 이적과 선우정아 등 음악성 깊은 뮤지션들도 관심을 보이며, 찬사를 전해 왔다.한편 카코포니는 노래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작사, 작곡은 물론, 음악프로듀서, 뮤지컬 연출가, 영상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감당하며, 여러 차례의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안무와 연출도 선보이고 있다. 폴댄스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공연도 충격적이다.카코포니는 1994년생으로 본명은 김민경이다. 고교시절 전교 1등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교관 시험공부를 하다 가수로 방향을 틀었다. 무대 밖 일상의 모습은 너무나 차분하고, 내성적이라고 소속사 비크 측은 전했다.비크 관계자는 “홀로 계신 아버지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찾아뵐 만큼 다정한 딸이기도 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아버지는 아직 딸이 카코포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신곡 제목이 ‘돈트 텔 마이 파파’인 것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카코포니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남모르게 고민해오던 세상과 자신과의 괴리 때문이었다. 2018년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과 공허함이 그 동안의 모든 성과와 계획을 포기하고, 예술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대학시절 스쿨밴드에서 활동했고 전문가에게 미디작업을 배운 것 말고는 정식으로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적은 없다. 그저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생에 대한 에너지와 의지를 무대 위에서 거짓 없이 표현할 뿐이다.지난 2023년 3집 앨범 ‘디퓩’(DIPUC)은 여성의 육체가 더 이상 부드럽고 연약한 것만은 아님을 강조하며, 앨범 속지에 자신의 전라 누드 뒷모습 이미지를 노출하기도 했다.김은구 기자 cowboy@edaily.co.kr 2025.01.20 18:17
영화

뇌 빼고 낄낄낄 ‘히트맨2’, 생각 없이 웃어라 [IS리뷰]

영화마다 역할이라는 게 있다. ‘히트맨2’의 롤은 가볍고 유쾌한 ‘팝콘 무비’다. 영화는 일견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나름의 색깔과 뚝심으로 크고 작은 웃음을 유발하며 제 몫을 완벽히 수행한다.이야기는 국정원 요원 출신 작가 준(권상우)이 웹툰 ‘암살요원 준’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시작한다. 앞서 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암살요원 준’의 대히트로 웹툰 작가로서 전성기를 맞았던 상황. 하지만 소재 고갈로 출발부터 흔들리던 시즌2는 공개되기가 무섭게 평점이 1점대로 떨어지고, 준은 악플에 시달린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히트 작가에서 ‘뇌절 작가’로 전락한 준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웹툰 연재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치와 상상력을 동원해 독자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떠올려낸다. 그러나 폭발적인 반응도 잠시,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현실에서 발생하면서 준은 웹툰 작가에서 유력 용의자가 된다.‘히트맨2’는 지난 2020년 1월 개봉한 ‘히트맨’의 속편이다. 작정하고 ‘B급 정서’의 힘을 빌려 만든 ‘히트맨’은 웹툰 작가와 암살 요원이란 참신한 설정, 만화와 실사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240만 관객을 동원, 쟁쟁한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고 그해 설 극장가 흥행 복병에 등극했다. 성공한 여느 시리즈물이 그렇듯 ‘히트맨2’는 전편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영화는 자신의 웹툰으로 범죄에 휘말린 준이 직장 동료, 가족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큰 얼개를 공유한다. 동시에 과장된 표현과 대사, 슬랩스틱이 가미된 코미디 등으로 특유의 가벼운 톤을 유지하며 B급 코미디 장르에 무난히 안착한다. 웃음 타율도 나쁘지 않다.웹툰, 액션 등 몸집을 키운 요소도 있다. ‘히트맨’ 시리즈는 실사와 웹툰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는 구조를 취한다. 이번 편의 웹툰은 분량 자체도 많아졌지만,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질적, 양적 팽창이다. 액션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할리우드 영화들에 버금가는 엄청난 스케일은 아니지만, 폭발, 총기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확실히 스케일이 커졌다. 전편 대비 속도감과 입체감도 좋다. 물론 속편인 만큼 신선도는 약하다. 여기에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오버스러운 상황과 대사가 때때로 과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이 모든 아쉬움을 보완한다. 주인공 준 역의 권상우는 이번에도 하드캐리한다. 특히 변치 않은 날렵한 몸짓과 감각은 코미디 액션을 순식간에 정통 액션으로 바꿔버린다. 짠내 나는 생활밀착형 코미디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전편에 이어 또 한 번 힘을 보탠 ‘방패연’ 팀의 정준호(덕규 역)와 이이경(철 역), 준의 아내 황우슬혜(미나 역)의 활약도 여전하다. 번듯해 보이지만 어딘가 10%씩 부족한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 이를 바탕으로 하는 불협화음으로 꾸준히 웃음을 준다. 빌런으로 새롭게 합류한 김성오(피에르 쟝 역), 이순원(용출 역)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극에 새로운 활력을 선사한다.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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