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랬다저랬다"…보조금 맞춰 가격 요동치는 테슬라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고무줄 가격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요가 많을 때는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값질'처럼 가격을 수시로 올렸다가, 전기차 보조금이 필요할 땐 갑자기 가격을 내리고 있어서다. '값질'을 넘어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빨리 사면 손해?...한국서 가격 계속 내려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이달 국내 판매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홈페이지에 고지된 가격을 보면 모델3 기본 트림은 기존 6343만원에서 5990만원으로, 모델3 퍼포먼스는 8817만원에서 7559만원으로 각각 5.6%, 14.3% 내렸다.모델Y 롱레인지는 8499만원이었던 것이 7789만원으로, 모델Y 퍼포먼스는 9473만원이었던 것이 8269만원으로 변경됐다. 각각 8.6%, 12.8% 떨어졌다.이는 지난해 한국에서 다섯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던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은 1억473만원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월 한 차례 판매 가격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이에 모델3, 모델Y 등 주요 모델의 가격이 전월(2022년 12월) 대비 최대 12% 낮아졌다.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잇따라 할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판매 부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1만4571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1만7828대)과 비교해 18.3% 감소한 수치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도 테슬라의 가격 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가격 조정으로 테슬라가 국내 판매 중인 모든 트림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 상한선인 8500만원 안으로 들어왔다.지난 2일 발표된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는 26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비 보조금 500만원의 50%인 250만원에 부수 요건에 따른 추가 10만원의 보조금을 더한 것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차 값이 57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 전액을, 5700만원에서 8500만원 사이면 50%를 준다.
중국·유럽서도 빅세일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은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진행 중이다. 수요 위축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후발 주자의 추격도 거세지자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세운 것이다.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3~24%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가격 인하에 중국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월 6만605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5만5796대) 판매량 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10% 늘었다.유럽에서도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늘었다. 독일 연방 자동차 당국(KBA)에 따르면 독일 시장의 테슬라 1월 판매량은 4241대로 전년 동기(419대)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테슬라의 베를린 공장이 있는 독일에서는 지난달 차값을 최대 17%까지 인하했다.테슬라서 독일서 가격을 내린 이유도 '보조금'이 꼽힌다. 독일 연방정부는 올해부터 차량 옵션을 전부 제외한 최하위 트림의 '차량 정가'가 4만유로(약 5397만원) 이하인 전기차에 최대 6750유로(약 91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올해부터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차량 정가는 3만9966유로(약 5393만원), 모델Y는 3만9972유로(약 5394만원)다. 후륜 구동(RWD), 롱레인지, 퍼포먼스가 전부 포함돼 소비자가 내는 출고가가 4만유로가 넘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선 되레 가격 올려…이유는테슬라가 국가별 보조금에 맞춰 가격을 변동하다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정장 테슬라 본사가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보조금에 맞춰 되려 가격을 올리는 사태가 발생했다.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일 오후 인상된 모델Y 가격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은 1500달러 인상된 5만4990달러(6879만원),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은 1000달러 인상된 5만7990달러(7255만원)로 변경됐다.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주요 차종 가격을 인하하면서 모델Y 가격을 기본형 기준 6만6000달러에서 5만3000달러로 약 25% 인하한 바 있다. 모델Y 중 일부 차종은 세단으로 분류돼 5만5000달러 이하 차량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미 재무부가 지난 3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분류 기준을 개정하면서 모델Y 차량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분류됐고, 세액공제 기준이 8만달러 이하 차량으로 완화됐다. 이에 테슬라가 즉각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다시 올렸다는 평가다.테슬라의 잦은 판매가 변경은 기존 완성차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현대차그룹 등은 일반적으로 신모델 출시나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맞춰 판매가를 조정한다.물론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는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할인폭을 늘려 소비자 부담을 덜어줬다. 생산자가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런 영업 방식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하고 있다.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해왔던 가격 책정 방식과 마케팅, 광고, 세일즈 방식, 고객 신뢰 등을 이유로 가격을 못 바꿨는데, 테슬라는 그런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며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팬덤 없이는 저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소비자 기만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3를 구매하려다 포기한 A 씨는 “가격이 계속 변동이 되다보니 뭔가 호구 잡히는 것 같았다”며 “‘당신이 안 사도 살 사람 많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자 테슬라는 또 다시 가격을 내렸다"며 "차량 판매가 예상보다 잘 되면 가격을 또 올릴 수 있어 다른 수입차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물줄 가격 정책이 테슬라에 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값이 쉽게 오르내리면 브랜드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미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테슬라 가격 인하 이후 기존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하며 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3.02.0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