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캣츠’한국어판 그리자벨라, 치마 3cm 짧아진 이유는?
뮤지컬 '캣츠'의 백미인 '메모리'는 3분 50초에 불과하다. 작품 마지막에 '메모리'를 부르는 여주인공 그리자벨라가 무대에 서는 시간은 기껏해야 15분이다. 그러나 이 한 곡이 '캣츠' 공연 전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과거의 행복을 기억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메모리'로 인해 두 시간 가량 재미있고 장난스러웠던 고양이들의 무대는 감동의 도가니로 변하고 만다. 3분 50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그리자벨라들의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캣츠' 최초의 한국어 공연(19일부터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그리자벨라로 더블 캐스팅된 신영숙(33)과 옥주현(28)의 연기 대결은 벌써부터 관객들에게 화젯거리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그리자벨라의 치마 한국어판 '캣츠'를 유심히 본 관객은 그리자벨라의 다리가 유난히 잘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국인 연출자 조앤이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신영숙과 옥주현의 치마를 3cm씩 잘랐기 때문이다. 신영숙과 옥주현은 각각 168cm와 170cm로 여자 치고는 큰 키를 자랑한다. 외국인 연출자는 두 사람의 늘씬한 각선미를 부각하고자 했다. 따라서 관객은 과거에 잘 나갔던 늘씬한 그리자벨라를 연상하기 쉽다. 두 사람은 목소리 대결 외에 각선미로 장외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초반 연기 대결에선 신영숙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옥주현의 경우 전작인 '시카고'의 록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날 정도로 큰 인상을 주지는 못하다는게 중론이다. -신영숙, 휘트니 휴스턴이 모델 신영숙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 '헤어스프레이' '나쁜 녀석들'에 이어 '캣츠'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8년을 활약하고, 지난해 서울예술단을 나왔다. 신영숙은 최근 '캣츠'의 최초 연출자인 트레버 넌이 공연장을 직접 방문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데 고무되어 있다. 그리자벨라는 과거 디바에서 초라하게 몰락한 캐릭터. 신영숙은 그리자벨라 역을 소화하기 위해 휘트니 휴스턴을 모델로 삼았다. 휘트니 휴스턴은 과거 팝계 최고의 디바였지만 바비 브라운과의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해 지금은 마약에 빠져 재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영숙은 "항상 머리 속에 휘트니 휴스턴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자벨라는 자신의 존엄함을 기억하고 유지하려 애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못 여는 캐릭터"라고 그리자벨라를 해석했다. -옥주현, 그리자벨라는 나와 닮았다 옥주현에게도 '캣츠'는 물러설 수 없는 무대다. 진정한 연기력을 인정 받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아이다' '시카고'에서 연타를 쳤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옥주현은 "신영숙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나만의 그리자벨라가 있다"면서 "처음부터 그리자벨라의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부분이 나와 닮았다는 매력에 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캣츠'는 지난달 16~18일 프리뷰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장상용 기자
2008.10.01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