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약 CEO] 바이오계 스타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올해 글로벌 비상 주목
SK가 지난 2008년 첫 뇌전증 신약 치료제 출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임상 1상을 끝낸 후 기술 수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로부터 11년 지난 2019년 SK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FDA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중단없는 지원에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의 끈질긴 연구·개발의 성과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FDA가 승인한 신약 2종을 보유하면서 제약·바이오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매출은 1000억 원대로 초라하지만, 기업가치는 5조 원대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어 올 상반기 상장 추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2020년 SK바이오팜의 비상이 주목된다.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국내 최초 독자 시스템 구축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11월 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했고, 마침내 FDA 승인까지 받았다. 미국 시장에서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시스템을 구축한 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중 SK바이오팜이 최초다. 세노바메이트는 성인 환자의 부분 발작 뇌전증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임상 2상에서 100mg, 200mg, 400mg 복용 환자들에서 각각 4%, 11%, 21% 완전발작소실을 달성했다. SK바이오팜 측은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은 환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세계화에 기여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제 한국의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매년 2만명이 새롭게 뇌전증 진단을 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2월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기술 수출 계약을 했다. 계약 규모는 6100억원이다. 아벨 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유럽의약청(EMA)에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판매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시판 허가 시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32개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기술 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치료제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도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시판 허가를 받았다. 수노시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수면장애 치료제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내년부터 가시적인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신약 2종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상했다. 최태원 지지, 대대적 투자로 얻은 수확 SK바이오팜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최종현 회장이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SK그룹은 미래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의 신약 개발·생산·판매의 밸류체인을 보유한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지원과 투자 덕분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20년 넘게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성장해온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말했다. 2011년 SK바이오팜이 물적분할 후 독립 법인된 이후에도 SK의 대대적인 지원은 이어졌다. 대기업 주도로 10년 이상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기 쉽지 않지만, 최 회장은 조 대표를 믿고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최 회장의 통 큰 결단 덕분에 신약 개발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사업 성공을 위해 한국·미국·중국에 3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하다. SK바이오팜은 연구 및 경상개발비로 2019년 1762억원, 2018년 1213억원을 사용했다. 최근 3년간 경상연구개발비로 투자한 금액이 평균 1200억원을 넘는다. 2018년 매출액이 11억원 밖에 되지 않던 기업이 연구개발비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두 최 회장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아벨 테라퓨틱스와의 기술 수출로 선계약금 1억 달러를 받으면서 2019년 최대 매출(1238억원)을 기록했다. 신약 성패 달린 미국 공략 집중 조 대표는 세계화를 위해 미국 현지화를 주도했다. 가장 까다롭고 큰 시장인 미국을 뚫어야 글로벌 신약 성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과 판매를 맡은 SK라이프사이언스는 현지인 중심으로 꾸려졌다. 조 대표를 비롯해 한국인은 소수고, 현지 전문 인력만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다. 검증된 신약이라도 판매가 이뤄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의 일부 제약사가 미국 무대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실패를 맛봤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과는 의료보험 체계와 영업 환경이 판이하다. 미국은 국내의 건강보험과 달리 민간 의료보험 체계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약이 되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또 영업을 위해 로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기존의 판매망이 없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뇌전증과 수면장애의 경우 시장 규모도 다른 질환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라 단시간에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업계 1위 제약사의 매출 규모가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장애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선두업체의 매출 규모까지 따라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고, 그에 상응하는 매출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SK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시장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5.0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