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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떠난 두산, 돌아온 '다승왕' 1회 붕괴...대투수는 '183승' 수확 [IS 잠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8)이 사령탑이 떠난 두산 베어스를 가볍게 꺾고 개인 통산 183승을 수확했다.양현종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5.16에서 4.90으로 낮춘 그는 팀이 11-3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4승(4패), 통산 183번째 승리를 수확했다.이날 양현종의 상대 두산은 사령탑을 잃고, 타선도 분위기 쇄신에 들어갔다. 두산은 전날인 2일 이승엽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3일 경기부터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직전까지 20이닝 연속 무득점에 빠진 타선 쇄신을 위해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타자를 대거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추가로 양의지(허리 통증 사유)까지 제외하며 차·포를 모두 떼고 KIA를 상대했다. 두산은 타선뿐 아니라 마운드도 흔들렸고, KIA는 이를 손쉽게 공략했다. 두산은 이날 지난해 공동 다승왕(15승)이었던 곽빈이 올해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개막 직전 내복사근 부상을 입은 곽빈은 두 달여 회복 기간을 거쳐 이날 처음 출전했다.실전 감각을 1경기 만에 되찾을 순 없었다. 곽빈은 1회 시작부터 볼넷 3개를 연달아 내주고 출발했고, 오선우에게 2타점 2루타, 황대인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하며 3점을 주고 출발했다.KIA와 달리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두산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타격 집중력이 떨어졌다. 두산은 1회 정수빈과 제이크 케이브의 안타로 20이닝 연속 무득점은 끊었지만, 1점을 낸 후 좀처럼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그사이 KIA가 한 번 더 달아났다. KIA는 선발 곽빈이 내려간 후 올라온 양재훈을 상대로 4회 쐐기를 박았다. 2사 후에도 김호령이 2루타, 박찬호가 볼넷을 얻어 끈기를 보여준 KIA는 최원준, 윤도현, 패트릭 위즈덤이 연속해 적시타를 때리면서 6-1로 리드를 벌렸다. 그에 비해 두산은 5회 말 상대 우익수 포구 실책을 틈타 한 점을 더했으나 더 이상 득점은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KIA에 끌려갔다.KIA는 8회 승기를 굳혔다. 8회 초 선두 타자 황대인이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낸 KIA는 1사 2루에서 김호령의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박찬호, 최원준까지 3연속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이어 윤도현이 좌중간 적시타를 추가, KIA는 기어이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KIA는 선발 양현종이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된 가운데 타선에서 최원준이 3타수 3안타 1볼넷 1사구 2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9번 타자 김호령도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공·수 활약을 펼쳤다. 올해 첫 3번 타자로 출전한 윤도현은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으로 이날 휴식한 선배 최형우의 빈자리를 채웠다. 위즈덤도 2안타 1타점, 오선우도 2안타 2타점을 때렸다.KIA 타선이 전방위적 활약을 펼친 반면 두산 타선은 산발 7안타로 3득점에 그쳤다. 선발 곽빈이 3이닝 1피안타 5사사구 6탈삼진 3실점으로 복귀전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양재훈(3분의 2이닝 3실점) 김호준(3분의 2이닝 무실점) 박신지(3이닝 2실점) 박치국(3분의 2이닝 3실점 2자책점) 고효준(1이닝 무실점) 등 불펜진이 실점 속에서도 분투했으나 반전은 만들지 못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6.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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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MVP] "책임감 있게 야구해야 된다" MVP 화력 보여준 '부상 전' 김도영

KIA 타이거즈 김도영(22)이 가공할 만한 화력을 뽐냈다.김도영은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KBO리그 6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4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 기간 4경기 연속 홈런 포함 장타율이 0.960으로 리그 전체 1위. 조아제약과 본지는 김도영을 5월 넷째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지난 시즌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 최우수선수(MVP)인 그는 "잊고 있었는데 받게 돼 행복하다.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김도영과의 주간 MVP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김도영은 이날 5회 도루에 성공한 뒤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교체됐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친 데 이어 두 달여 만에 양쪽 햄스트링이 모두 손상된 것. 정밀 검진에서 손상(그레이드 2)이 확인돼 4주 뒤 재검진할 계획이다. 김도영은 부상 전 인터뷰에서 "(타격)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감이 좋다고 믿고, 경기에 이길 수 있게끔 타석에서 신중하게 임해야 할 거 같다"며 "조급함은 없다. 한 번 더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제는 빠지면 규정 타석을 못 채울 수 있을 거 같아서 관리를 잘 받으면서 해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부상은 '불청객'에 가깝다. 김도영에게도 마찬가지. 그는 "100% 몸 상태가 되는 거 같다"며 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순간, 부상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개인 성적을 위한 건 아니다. 김도영은 "(햄스트링의) 불편함은 많이 떨쳐 버린 상태여서 부담은 없다. 확실히 뛰니까 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 같다"며 "다만 뒤에 최형우 선배님이 계시기 때문에 마냥 내가 뛴다고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상황을 잘 보면서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27일 키움전에서 적시타 이후 최형우에게 득점권 기회를 연결하려다 다쳤다.김도영의 목표는 소박하다. 지난 시즌 KBO리그 MVP 출신인 그는 "끝까지 안 빠지고 팀에 계속 보탬이 되고 싶다"며 "한 달 넘게 빠진 상태라서 (개인 기록은) 크게 욕심 없다. 내 방식대로 또 흘러가는 대로 하다 보면 충분히 좋은 기록은 따라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야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3할 타율'을 또 다른 목표로 얘기했는데 부상 전 그의 타율은 0.330(100타수 33안타). 복귀 시점에 따라 규정타석 진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두 번의 부상은 구단의 악재이자 선수에겐 좌절일 수 있다. 김도영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라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는 건 사실 필요(의미)가 없는 거 같다. 돈으로 평가를 받지 않나, (연봉) 5억원이라는 큰 돈을 받고 야구하는데 그에 맞는 선수가 돼야 진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 있게 야구해야 된다. 그만큼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성장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6.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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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2위 최형우, 홀드 1위 김진성...형님들의 40대 파워

29일 기준 KBO리그 타율 부문 2위는 '야수 최고령' 최형우(42·KIA 타이거즈)다. 그는 출전한 51경기에서 타율 0.346를 기록했다. 28일까지 1위를 지켰지만,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안타를 치며, 같은 날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안타를 친 김성윤(삼성 라이온즈)에게 4리 차로 밀렸다. 최형우는 지난 13일 광주 롯데전부터 15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5월 월간 타율은 무려 0.425.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활약. 지난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됐던 그는 올해도 여전히 정상급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홈런 10개를 기록, 이 부문 공옹 6위를 지키며 힘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이롭다'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활약이다. 올 시즌 각 구단마다 잠재력을 드러내며 이름 석 자를 야구팬에 알린 선수가 유독 많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한국 '넘버원' 스포츠 콘텐츠다운 내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십수 년 넘게 생존하며 '노익장'을 보여주고 있는 최형우는 더 큰 응원을 받고 있다. 최형우에 이어 야수 중 두 번째로 선배인 강민호(삼성),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역시 여전히 팀 공격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투수 중에는 LG 트윈스 셋업맨 김진성(40)이 '40대'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는 LG가 리그 1위를 수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영찬·장현식 등 주축 불펜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며 홀드 15개를 쌓았다. 29일 기준으로 리그 1위 기록이다. 평균자책점(3.45), 피안타율(0.181) 등 세부 기록도 훌륭하다. 지난 시즌(2024) 홀드왕에 오른 1984년생 베테랑 불펜 투수 노경은(41) 역시 올 시즌도 홀드 9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소속팀 SSG 랜더스의 전력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 더 많은 홀드를 쌓을 전망이다. 12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KBO리그가 신·구 조화로 더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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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안 떨어진다, 나도 신기해" OPS 1.076 1위 최형우, 스스로 '은퇴' 단어 지웠다 [IS 피플]

베테랑 최형우(42·KIA 타이거즈)의 선수 생활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최형우는 지난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통산 3000안타를 해야 하지 않냐"는 취재진 질문에 "구단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얘기 좀 해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유의 농담 섞인 말이지만 지난 1월 스프링캠프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와 비교하면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최형우는 지난해 1월 KIA와 1+1년 총액 최대 22억원(총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에 비 FA 다년게약을 했다. 2025년 계약은 2024년 옵션 충족에 따라 자동 연장됐는데 올 시즌을 마치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에 그는 올해 캠프 출국 직전 "지금은 선수로서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은퇴를 정하지 않았지만, (2025시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은퇴할 생각도 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은퇴라는 다소 민감한 단어를 먼저 꺼낸 것도 의외였다. 최형우는 "마음을 비운지 오래됐다. 그렇게 하다가 결과가 따라오면 계속 연장할 의향도 있고…당장 은퇴하고 싶은 그런 건 없다"며 "제 몸 상태나 위치나 여러 가지를 보고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하면 다시 또 하는 거"라고 부연했다. 시범경기 타율이 0.143에 머물 때만 하더라도 쉽지 않은 시즌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자 180도 달라졌다.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28일 기준으로 50경기 타율 0.351(174타수 61안타) 10홈런 36타점이다. 출루율(0.444)과 장타율(0.632)을 합한 OPS가 1.076로 리그 전체 1위다. 김도영(햄스트링) 나성범(종아리) 패트릭 위즈덤(허리) 등 중심 타자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27일 키움전에선 1-2로 뒤진 상황에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리그 역대 3번째 통산 2500안타, 역대 2번째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대업까지 달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장 계약 얘기가 구단 안팎에서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팀 후배 오선우는 "형우 선배는 한결같아서 선수들이 '신'이라고 한다. 매일 치고, 매일 볼넷(을 골라) 나가고 쳐줄 때 쳐준다.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다"라고 극찬했다. 이를 전해 듣고 손사래를 친 최형우는 "(이렇게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다. 3~4년 만인 거 같다"며 "똑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감이 안 떨어진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니 새로운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현역 연장에 파란불이 켜졌다.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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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광속구 공략' 후일담...김도영 "친 공 중 가장 빨라...요즘 투수들 이상해" [IS 인터뷰]

KBO리그 투·타 신흥 아이콘 김도영(22·KIA 타이거즈)과 김서현(21·한화 이글스)은 지난 4일 강렬한 승부로 야구팬에게 감탄을 안겼다. 한화가 3-1로 앞선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첫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159㎞/h 포심 패스트볼(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린 뒤 김도영을 상대했다. 전날까지 등판한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4를 기록하며 '언터처블' 클로저로 거듭난 김서현과 2024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의 맞대결. 장내가 술렁였다. 승부는 공 1개에 갈렸다. 김서현이 160.5㎞/h(트랙맨 기준) '광속구'를 가운데 꽂았는데, 김도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밀어 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0.4초 만에 이뤄진 고밀도 명승부는 야구팬 사이 큰 화제를 모았다. 던진 김서현도, 받아친 김도영도 찬사를 받았다. 김서현은 후속 타자 최형우·김선빈을 범타 처리하며 실점 없이 1이닝을 막고 데뷔 첫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김도영과의 승부는 아쉬웠던 것 같다. 그는 경기 뒤 "그런 공(160.5㎞/h)도 맞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김)도영이 형이 대단한 것 같다"라고 했다. 다음 맞대결에서도 직구를 앞세워 승부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김도영도 김서현의 공에 감탄했다.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경기 끝난 뒤 (김)서현이가 문자로 '너무 쉽게 친다'라고 하더라. 결코 그렇지 않았다. 최근 직구에 타이밍이 안 맞아서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런 상황에서)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한 것이다. 그저 '힘을 빼고 가볍게, 정확하게 맞히자'라고만 생각하며 서현이기 공을 손에서 놓는 순간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김도영은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친 공 중 가장 빠른 공이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공이든 배트에 정확하게 맞히면 손이 아프진 않다. 그 승부도 그랬다"라고 웃었다. 김도영은 지난해까지 종종 밋밋하게 들어올 때가 있었던 김서현의 슬라이더가 한층 날카롭고 정확해졌다고 판단했다. 승부를 길게 가져가면 슬라이더에 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초구부터 빠른 공을 노렸다고. 김도영에게 김서현이 재대결에서도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고 전하자 그는 "서연이한테 제일 자신 있는 공이 직구이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도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올 시즌 KBO리그는 정우주(한화),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영우(LG 트윈스) 등 150㎞/h 중반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들이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데뷔 3년 만에 정점을 찍은 김도영이지만 이젠 선배뿐 아니라 치고 올라오는 후배 투수들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김도영은 "요즘 투수들은 조금 이상한 것 같다. 갑자기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 (나보다) 후배지만, 후배 같지 않은 느낌이다. 다른 9개 팀 모두 그런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투수라도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는 생각으로 승부에 임한다. 투수 기량이 점점 좋아지는 만큼 나도 노력해서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막전(3월 22일)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재활 치료를 받았던 김도영은 지난달 25일 1군에 복귀, 7일까지 소화한 10경기에서 타율 0.324를 기록했다. 7일 키움전에서는 적시타 2개를 치며 4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과 타격감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김도영은 만족하지 않았다. 복귀를 앞두고 충분히 기술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100% 컨디션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그저 팀 성적 향상에 기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김도영은 "팀이 안 좋으면 마음이 크게 쓰이지만, 개인 성적은 의식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올 시즌)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잘 해야 한다'라는 압박은 받지 않는다. 돌아보니 아직 (복귀 뒤)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더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 모습을 다시 되찾으려 한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0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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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구 데뷔전 돌아본 정현우 "나성범·최형우 선배님과 승부, 정신없었죠" [IS 인터뷰]

열아홉 살 젊은 투수가 자신의 팔보다 야구팬을 먼저 걱정한다. '슈퍼루키'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 얘기다.지난달 26일 KBO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단연 정현우였다. 20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그는 이날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6점을 내주고도 5이닝을 버텼고, 키움이 17-10으로 승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이날 승패보다 주목받은 건 기록한 정현우의 투구 수(122개)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첫 등판에 나선 신인에게 너무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는 야구팬들의 우려가 나왔다.정현우는 지난 2일 소속팀 키움의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원래 1일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창원NC파크에서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여성 팬을 추모하기 위해 1일 경기가 모두 순연되면서 정현우의 등판도 밀렸다. 홍원기 감독은 "정현우는 6일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한다.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워주기 위해) 특별한 선택을 했으니, 특별히 관리해 줘야 한다"고 했다. '혹사' 논란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를 확인한 정현우는 야구팬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을 뿐이다. 공 122개를 던지는 게 흔하진 않지만, 나는 딱히 무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정현우는 "관심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하지만 별 탈 없고 멀쩡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사실 정현우의 데뷔전 투구 내용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안타를 8개, 볼넷도 7개나 내줬다. 하지만 최형우·나성범 등 KBO리그 대표 타자들을 상대로 당찬 투구를 보여줬다. 특히 1회 첫 대결에서 2루타를 맞았던 최형우를 2회 다시 만나서 초구부터 몸쪽에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붙이는 모습에서 투지가 엿보였다. 정현우는 "타자가 베테랑이라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초구가 어떻게 들어가는지가 승부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몸쪽으로 과감하게 던졌다"라고 돌아봤다.정현우는 5회 말 투구 수 110개를 넘긴 상황에서 KIA 강타자 나성범에게 2타점 우전 안타를 맞았고, 후속 최형우와의 승부에서 122번째 공으로 뜬공을 유도해 5이닝을 채웠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5회를 돌아본 정현우는 "솔직히 5회 나성범·최형우 선배님과의 승부에선 그냥 정신없이 공을 던지는 것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의 두 번째 등판에 야구팬 시선이 모인다. 홍원기 감독은 선수에게 충분히 휴식을 준만큼 투구 수에 제한을 두진 않을 생각이다. 정현우는 "다음 등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드는 것이다. 고척(홈)에서 나서는 만큼 더 힘찬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원기 감독도 "첫 등판 경험이 선발 투수로서 경기 운영 능력을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시범경기 때 보여줬던 투구를 (정규시즌에도) 보여주고, 타선의 활약이 뒷받침 된다면 더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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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가, 억지인가...'고졸 신인' 데뷔전 122구→1990년대 야구를 소환하다 [IS 포커스]

20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가 프로 무대 데뷔전에서 상처뿐인 승리를 챙겼다. 정현우는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주중 3연전 2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피안타·7볼넷·4탈삼진·6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수 122개를 기록하며 5이닝을 채웠고, 키움이 17-10으로 승리하며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데뷔전에 나선 신인 투수에게 122구를 던지게 한 키움 벤치의 선택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정현우는 타선의 득점 지원 없이 1회 마운드에 섰다. 전날 '1년 선배' 김윤하를 상대로 홈런 5개를 치며 달아오른 '디펜딩 챔프' 타선의 위력을 바로 절감했다. 정현우는 선두 타자 최원준은 3루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후속 타자 패트릭 위즈덤에겐 좌익 선상 2루타를 맞았고, 나성범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하며 3루를 내준 뒤 땅볼 타점을 허용하며 첫 실점했다. 정현우는 이어진 최형우와의 승부에서는 초구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통타 당해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김선빈에게는 볼넷을 내줬고, 후속 이우성에게는 유격수 옆을 스치는 중전 안타를 허용해 1점 더 내줬다. 키움 타선은 2회 초 공격에서 4점을 지원했지만, 정현우는 이어진 2회 말 다시 2점을 내줬다. 선두 타자 김태군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로 나선 같은 신인 여동욱이 악송구를 범했다. 정현우는 윤도현을 3루 땅볼 처리하고, 최원준까지 역시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지만, 두 번째 상대하는 위즈덤에과 나성범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자초한 뒤 최형우에게 2타점 우전 안타까지 허용했다. 키움 벤치는 정현우를 강하게 키우려는 의도를 보였다. 좌타자인 최형우에게 1·2구 모두 몸쪽 직구 승부를 주문한 것. 물론 포수 김재현의 뜻일 수도 있다. 제구가 좋은 정현우는 초구는 포수 미트가 있는 몸쪽 높은 코스로 붙였다. 하지만 2구는 가운데로 몰렸고, 최형우가 자세를 낮추며 기술적인 타격을 해 그대로 내야 오른쪽을 가르는 안타로 연결했다. 정현우는 이어진 상황에서 김선빈을 땅볼 처리하며 2회를 마쳤다. 키움 타선은 3회 초 2점, 4회 초 1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키움 벤치는 정현우에게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현우가 3·4회 말 고전하면서도 무실점 이닝을 만들자, 공 93개를 던진 그를 5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통상적으로 시즌 첫 등판에 나선 선발 투수는 적으면 80개, 많으면 90개를 던지고 임무를 마친다. 경기 내내 고전했던 정현우는 4회 말을 마친 뒤 바꿔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적정 투구 수를 가늠할 수도 없는 신인이다. 정현우는 5회 말 선두 타자 변우혁에게 좌전 안타, 1사 뒤 윤도현과의 승부에선 중전 2루타를 맞고 위기에 놓였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었다. KIA 상위 타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체는 없었다. 정현우는 최원준과의 6구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았지만, 위즈덤에겐 볼넷을 내줬다. 다시 놓인 실점 위기에서 상대한 나성범에겐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6실점째. 점수 차는 6-11, 5점 차로 좁혀졌다. 이 상황에서도 키움 벤치는 정현우에게 아웃카운트 1개를 더 맡겼다. 정현우는 최형우를 외야 뜬공 처리하며 기어코 5이닝을 채웠다.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정현우는 10개 구단 중 가장 화력이 강한 KIA를 상대했다. 소속팀이 개막 3연패를 당한 상황도 압박이 될 만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나선 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내구성이 증명되지 않은 신인 투수에게 후유증이 염려될 만큼 많은 공을 던지게 한 벤치의 선택은 '낭만 야구'를 추구했다고 포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선수가 5이닝을 채우길 바랐어도 말렸어야 했다. 이날 키움은 애써 '투혼의 스토리'를 짜내려 했다. 데뷔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정현우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키움은 그의 팔이 고장나지 않길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 관리 노하우가 뛰어난 홍원기 감독도 처음 겪는 상황일 것. 긴 휴식을 주는 게 정답일까. 고졸 신인 데뷔전 투구 수 1위는 1991년 4월 24일 부산 OB 베어스(현 두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소속 투수 김태형(은퇴)이 기록 135개(9이닝 1실점)다. 2위는 현대 유니콘스 신인이었던 김수경(은퇴)이 1998년 4월 17일 인천 쌍방울 레이더스전에서 남긴 120개(6과 3분의 1이닝 3실점)다. 모두 1990년대 일어난 일이다. 정현우는 이 부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입단 첫 시즌 내내 선발 투수 임무를 수행하며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KT 위즈·2020년)과 이의리(KIA·2021년)는 선발 데뷔전에서 나란히 투구 수 84개를 기록했다. 정현우의 다음 등판에 벌써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3.2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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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기둥 전준우 "여전히 잘 하고, 우승까지...최형우 선배가 롤 모델" [IS 인터뷰]

"올해는 정말 기대가 크네요."전준우(39)는 7년째 같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가 전년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생긴 자책감을 다잡고, 새로운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는 것. 매년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게 민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2025년은 정말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전준우는 "지난해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팀이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은 더 커졌다. 원하는 모든 것들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준우는 2008년 입단, 18년째 '자이언츠맨'으로 뛰는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다. 그사이 롯데 전성기(2008~2012년)를 이끌었던 이대호(은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황재균(KT 위즈), 손아섭(NC 다이노스)은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부산을 지키고 있다. 어느덧 30대 후반 노장이 됐지만 전준우의 기량은 여전하다. 2024 정규시즌에서도 타율 0.293·17홈런·82타점을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0.485를 기록한 장타율은 20대 중반이었던 2010시즌(0.503)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에게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어 기량이 저하되는 현상)는 다른 사람 얘기다. 전준우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후배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 최고참인 데다 주장까지 맡고 있다는 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주장이라면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그런 생각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KBO리그 야수 중 전준우보다 선배는 1983년생 최형우(KIA 타이거즈) 한 명뿐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0.280·22홈런을 기록하며 소속팀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최고령(40세 11개월 27일)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 수상 기록도 경신했다. 최형우는 전준우의 롤 모델이다. 전준우는 "최형우 선배가 가는 길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전히 성적도 좋고, 소속팀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승까지 했다. 나도 선배를 본받고 싶다"라고 밝혔다. 동기 강민호도 전준우에겐 자극을 준다. 강민호는 지난해 소속팀 삼성이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잡고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강민호는 KS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롯데 소속 시절 동료이자 역시 KS 경험이 없는 전준우·정훈을 향해 "나도 21년 걸렸다. 너희도 할 수 있다"라고 독려한 바 있다. 전준우는 "솔직히 (강)민호가 부러웠다. 또 결국 KS에 나서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우리(롯데)도 KS에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2024시즌 66승 4무 74패를 기록하며 7위에 그치며 7시즌(2018~2024) 연속 PS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윤동희·고승민·손호영·나승엽·황성빈 등 내·외야 젊은 야수들이 급성장하며 2025시즌 기대감을 높였다.전준우는 성장한 후배들을 믿는다. 자신도 선배 최형우와 동기 강민호가 2024년 보여준 성공을 곱씹으며 강한 목표 의식을 가질 생각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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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13살 열정 소년·6살 야구 신동, 삼성을 '구·원' 할 20년 지기 에이스

삼성 라이온즈엔 두 명의 '푸른 피 에이스'가 있다. 원태인(24)은 배영수의 뒤를 이어 마운드 위에서, 구자욱(31)은 이승엽의 혼을 이어받아 타석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6세 야구 신동'과 '13세 열정 소년'으로 처음 만난 두 선수는 20년이 지난 2025년, 삼성의 왕조를 함께 일으키고자 한다. 2024년, 날 때부터 '푸른 피'였던 두 선수는 '푸른 용의 해'의 주인공이었다. 두 선수는 각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맹활약한 끝에 삼성을 한국시리즈(KS) 무대에 올려놓았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두 선수는 연말 시상식에서 투수와 타자가 받을 수 있는 각종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올 시즌의 활약을 보상받았다. 지난 시즌 15승을 거두며 생애 첫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은 "주장 자욱이 형이 팀을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처음으로 KS까지 올랐다. 오래전부터 인연을 쌓아 온 형과 함께 가장 큰 무대에 선 것만으로 정말 꿈만 같다"라며 웃었다. 구자욱 역시 "(원)태인이와는 팀의 발전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이다. 같이 좋은 무대에 올라 기뻤다"고 말했다. 20년 전 야구 신동과 열정 소년두 선수의 첫 인연은 20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자욱이 원태인의 아버지인 원민구 감독이 이끌던 경복중 야구부에 들어가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6살이었던 원태인은 '야구 신동'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그때 원태인이 스케치북에 그린 '미래의 삼성 라인업'에 구자욱이 들어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원태인에게 당시의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하나도 기억 안 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2019년) 내가 삼성에 입단할 때 (구)자욱이 형이 '어렸을 때 엄청 까불더니 넌 이제 죽었어'라고 장난쳤는데, 난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 내가 자욱이 형 머리를 방망이로 툭툭 쳤다고 하더라. 형이 '일부러 기억 안 나는 척한다'고 하는데 정말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일곱 살 형인 구자욱은 원태인의 성장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여섯 살, 그 어린 나이부터 형들이랑 같이 야구하고 싶다고 울고불고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한 그는 "둘 다 대구에서 쭉 자라다 보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끔 보곤 했다. 어릴 때와는 달리 중·고등학생 땐 숫기가 많이 없더라. 쭉 지켜봐 온 태인이와 같은 팀이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라고 돌아봤다. 세월이 흘러 두 선수는 운명처럼 한 팀에서 만났다. 구자욱은 "(원)태인이가 고등학교(경북고) 때 야구를 엄청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기대했다. 대구에서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당연히 삼성에 1차 지명 선수로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원태인은 "먼저 팀에 자리 잡은 구자욱·김상수 형을 보면서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땐 어떤 생각으로 라인업을 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잘했던 형들이라 어린 내 눈에도 그래 보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자욱이 형과) 같이 뛰고 있는 게 꿈만 같다"라며 웃었다. 포스트 이승엽·배영수, 푸른 피의 숙명나이 차는 있지만, 두 선수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신인 시절부터 에이스 기대를 받으며 성장했고, 남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 속에 부담감을 이겨내며 그라운드를 누벼왔다. 원태인은 "에이스란 칭호에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라운드에서 티를 잘 안 내려고 할 뿐,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자욱이 형이나 민호 형이 많이 도와주신다. '앞으로 더 힘들텐데 지금 겪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편하게 하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형들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먼저 걸어온 길이기에 구자욱도 이러한 부담감을 잘 알고있다. 구자욱은 "어린 시절엔 아무것도 모르고 야구했지만,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님이나 최형우(현 KIA 타이거즈), 박석민(현 두산 코치) 등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며 "내가 받았던 영향과 생각을 후배들에게 많이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구자욱은 최근 원태인에게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구자욱은 "태인이가 아직 어리지만, 타 선수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컸다'라고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태인이는 삼성을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인재다. 더 좋은 리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원태인은 "자욱이 형이 원래는 다른 사람한테 쓴소리를 잘 못하신다. 하지만 주장이 되니 달라지더라. 원팀이 되기 위해 악역도 마다하지 않으신다"라며 "(투수조에서) 그런 역할을 내게 당부하신다. 이제 나도 후배들이 많아졌다. 쓴소리도 하면서 후배들을 잘 이끄는 선수가 돼야 하는 위치라는 걸 잘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년 지기 에이스가 꿈꾸는 2025년함께 성장한 20년. 이제 두 선수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준우승의 기쁨을 맛본 원태인은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좋은 선배가 되어 팀원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고 싶다"며 "연말에는 시상식 다니느라 바빴는데,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엄청 좋더라. 올해도 바쁜 연말 보낼 수 있는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구자욱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장을 하면서 좋은 팀 문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 조금씩 정착하는 중인 것 같다. 선수단 전체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마트한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태인이와 함께 올해도 1승, 1승 최선을 다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5.01.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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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중 3번 싹쓸이' LG 출루왕은 '최다 6회' 장효조 넘을 수 있을까

개인 통산 세 번째 출루왕에 오른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31)가 고(故) 장효조의 기록에 도전한다. 홍창기는 26일 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출루왕(0.447)을 수상했다. 2021년(0.456)과 지난해(0.444)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수상이다. 홍창기는 '대선배' 장효조가 보유한 두 가지 기록에 도전한다. 장효조는 KBO 역대 최다인 출루율 6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홍창기는 김태균(4회)에 이어 출루왕 최다 수상 공동 3위(양준혁)에 올랐다. 현역 선수 중에는 양의지(두산 베어스·2019년) 박병호(삼성 라이온즈·2018년) 최형우(KIA 타이거즈·2017년) 김현수(LG·2008년)가 1회씩 수상했다. 홍창기는 지난해와 올해 출루왕 수상 당시에도 부문 2위(2023년 삼성 구자욱 0.407·2024년 KT 멜 로하스 주니어 0.421)와 격차가 워낙 컸다. 당분간 독주를 기대할 수 있다. 홍창기는 2016년 LG에 입단해 2020년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다. 풀 타임 주전 첫 시즌인 2021년부터 2023년과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 출루율이 가장 높았다. 2022년에도 출루율은 0.390(5위)으로 높은 편이었다. 최근 5시즌 출루율은 0.432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이 기간 출루율 2위 SSG 랜더스 최정(0.392)과 격차가 상당하다. 홍창기는 이미 장효조를 제치고 출루율 통산 1위(3000타석 이상 소화 기준)로 우뚝 섰다. 홍창기가 0.430으로 1위, 장효조가 0.427로 2위다. 은퇴 전까지 꾸준함을 유지하면 통산 출루율 최다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홍창기의 최대 장점은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이다. 선구안이 워낙 좋아 '몽골 아이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KBO가 전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도입한 올 시즌에도 볼넷 최다 1위(96개)에 오를 만큼 변함없는 선구안을 자랑한다. 출루왕에 오르려면 필수 조건인 타격의 정확성도 뛰어나다. 홍창기는 통산 타율 0.313으로 역대 12위(3000타석 이상 소화 기준)에 올라 있다. 최근 2년 연속 타율 3할 3푼(0.332·0.336)을 넘었다. 2022~24년 LG에서 타격 코치 및 수석 코치를 역임한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홍창기는 스윙 시 손목을 거의 쓰지 않는다. 전통적인 타격 이론을 완전히 깨부순 것"이라며 "그런데 잘 치고 자주 출루한다.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라고 극찬했다. 홍창기는 이날 출루왕 수상 소감으로 "2년 연속 좋은 상을 받았는데 열심히 해 내년에도 이런 좋은 자리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홍창기는 이날 2년 연속 수비상(우익수 부문)을 받았다. 이형석 기자 2024.11.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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