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동반 부진? 질적으로 달랐다" 아모레-LG생건, 엇갈렸던 '이 부분'
K뷰티 투톱 아모레퍼시픽(아모레)과 LG생활건강(LG생건)의 올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는 양사가 공개한 단순한 숫자보다는 질적인 내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모레는 북미 지역을 비롯한 아세안과 일본 등 해외에서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LG생건은 사실상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와 LG생건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875억원과 4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4%, 25.8% 줄었다. 누적 매출도 감소세였다. 아모레는 9.8% 줄어든 2조7479억원, LG생건은 2.6% 줄어든 5조2376억원에 그쳤다. 양사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중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소비가 줄어들었다. C뷰티(차이나뷰티) 산업이 한국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발판삼아 성장하면서, K뷰티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모두 부진했지만, 해외 매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아모레는 올 3분기 해외에서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한 31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9억원가량 줄었다. 중국 매출이 10% 이상 떨어졌지만, 아세안과 일본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라네즈' '이니스프리'가 선전하면서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미주 지역에서는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이 35% 증가했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등 시장에서도 꾸준히 매출이 우상향했다.
LG생건은 해외 매출이 4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줄었다. 28.9%나 매출이 줄어든 중국 외에도 일본 9.6%, 이밖의 다른 지역에서도 8% 가량이 하락했다. 북미 지역은 매출액 1422억원으로 작년보다 소폭(4.2%) 증가했으나, 과거 이 지역에 수천억원 가량을 투자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생건은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면서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 2022년 더크렘샵을 인수한 바 있다. 두 회사의 인수가는 약 2900억원이다. 업계는 양사가 구사해 온 전략이 다른 결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는 변동성이 큰 중국을 넘어 일본과 멕시코, 북미에 집중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와 '라네즈' 등을 서구권에 알리기 위해 쏟아 붓는 자금과 노력이 막대하다.
반면 LG생건은 운신의 폭을 크게 넓히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더히스토리 오브 후'의 리뉴얼 론칭 공개를 중국에서 가장 먼저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최근 색조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투자(IB)업계의 분석도 비슷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역, 브랜드 다각화에 대한 유의미한 성과가 점차 확인되고 있다"며 "현재보다 미래 턴어라운드에 집중할 때"라고 진단했다.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시장의 비중국 패러다임 전환으로 럭셔리와 중국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에 비우호적 환경"이라고 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11.02 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