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X섹션] 조배숙 의원 “불법 ‘성’ 기생충 꼬리는 잡았다”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 자체가 큰 수확입니다.”2004년 성매매 특별법을 발의하고 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통합민주당 조배숙(52) 의원은 지난 4년 간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최초의 여성 검사 출신으로 18대 총선에서 3선(전북 익산을)에 성공한 조 의원으로부터 특별법 시행 이후의 변화와 남은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지 4년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2002년 전북 군산시 개복동 화재사건 현장 등을 직접 둘러보면서 쪽방에 감금돼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에 눈뜨게 되고, 이런 인권유린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16대 국회 말에 이 법이 만장일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가 아직 기억에 선한데, 벌써 어느덧 18대 국회를 시작하게 되니 새삼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여성 인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부작용과 문제점만을 지적하려는 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컸습니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이 법이 ‘참여정부 최대의 성과’라고 인정하고 세계적인 인권단체에서도 성매매 근절 노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막상 우리 사회에서는 이 법의 취지에 동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우리의 왜곡된 성문화나 성의식이 한꺼번에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특별법 제정 후 성과를 평가하신다면.“과거 윤락방지법에서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성매매 구매자나 윤락업소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약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성 구매자에 대한 교육 부분도 강화되었고 윤락업소에 대한 처벌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게 돼 ‘성매매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지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성매매 업소들은 불법으로 탈세를 하면서도 그 사실이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기획조사를 통해 성매매 관련 불법 탈세액 총 679억 원을 추징했고, 납치·감금·사기·선불금 착취 등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던 성매매 업주 등 알선자도 강력하게 처벌해 2007년까지 1만 4907명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연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집결지도 대폭 축소돼 법 시행 이후 3년간 성매매업소 41%, 종사자 55%가 감소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해외 성매매 방지를 위해 검경 합동으로 ‘해외 성매매 방지 전담팀’을 운영해 해외 성매매를 방지하고, 최근에는 여권법을 개정하여 외국에서 성매매 관련 범죄로 국위를 손상시킨 경우 여권 발급 제한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도 시행하게 됐습니다. 또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자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사업도 시행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2007년까지 12만 4000여 건의 의료·법률· 직업훈련 등이 이루어졌고, 아직 큰 성과를 기대하기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성매매에 종사했던 1366명의 여성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 창업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들의 의식 구조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성매매가 불법이다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지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법 시행 전부터 이 법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았고, 언론에서도 이런 부작용만을 위주로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군산시 화재 사건과 같은 큰 사건이 있을 때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컸었지만, ‘어차피 성 산업은 역사가 오래되고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이런 법도 잘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라며 아예 회의적인 시각만이 부각되면서 국민적인 기대도 많이 수그러진 것 같습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떠올려본다면 앞으로 언론에서도 선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선거 전 TV 토론회나 공약을 통해 밝힌 바와는 전혀 다르게 여성부를 축소했고, 이에 따라 여성 관련 정책들의 입지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성매매 업주들이 현장에서 성매매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했는데, 그동안 명백하게 불법을 저질러온 업주들이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태를 보면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책의 일관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새로 시작되는 18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우선 법의 개정보다는 지금 만들어져 있는 성매매 방지법이 제대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법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들은 물론 뜻을 같이 하는 의원님들과 함께 국정감사나 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감독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신화섭 기자 ▷ 성매매방지법 이후 파생된 유사성매매업소▷ 억눌러서 왜곡된 밤 문화, 어떻게 해야하나▷ 영등포 집창촌 아가씨의 고백▷ 집촌 아가씨 인터뷰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가요”▷ 유럽 성매매 합법화, 끊이지 않는 논란▷ 성매매방지법이란?▷ 조배숙 의원 “불법 ‘성’ 기생충 꼬리는 잡았다”▷ 성매매 방지법 그 후, 종업원수 절반 이하로 줄어
2008.06.01 15:56